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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는 찾을 수 있는 정보는 다 찾아봤다. 상대는 완전한 거물까지는 아니지만 예민하고 큰 대상이었다.

"이병률..."

경찰 네트워크를 동원한 결과, 원래 밝은 성격이고, 주로 교통근무를 자주 나갔다고 했다.
그 사건이 터진 후 형사가 되었다가, 1년이 지난 뒤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여기까지는 흔한 일이었다. 정치인이랑 사이가 좋으면 그렇게 불려가는 일도 많으니까.
하지만...

"몇년 사이에 이렇게 널뛰기를 하는 사람은..."

준명이 자신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냈다. 정의는 그 신음의 의미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잘못하다가는 몇년 뒤에 대통령 선거에 나올지도 모르겠는데요."

정의의 말에 준명이 딱딱한 어조로 꾸짖었다.

"우린 지금 조사를 하는 겁니다.그건 사실이랑 상관없습니다."

그의 빠른 대처법은 정치인의 귀감이라 할 만 했다. 정적관계인 사람들 사이에서 줄타기, 뇌물을 들여서 좀 더 좋은 선거구를 얻고, 경찰이었던 점을 이용해 자신의 적들을 압박하기 등등.
정치에 들어간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이 이 정도까지 해도 걸리지 않는다는 것은...

"뇌물 외에도 정치인들에게 호감을 살만한 일을 했다는 거군요."

정의의 말에 은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잠깐만."

준명이 은미에게 단백질 파우더를 건넸다. 퍽퍽한 식감떄문에 은미가 한번 싫다고 말했지만 준명은 막무가내였다.
사람은 운동을 하지 않으면 그대로 쪼그라버린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은미씨. 잘 생각해야 합니다."

"네?"

"나는 정치인 이병률의 변호사입니다."

"...아무래도 포기하시려고요..."

은미의 말에 준명이 살짝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난 고객이 수긍할만한 일만 할 순 없어서 이 일도 맡은 겁니다만..."

"......"

"만약 이 조사에서 병률씨가 과거에 진 죄를 다 끄집어낸다면...나는 더 이상..."

준명은 말을 잇지 않았다. 다만 단절된 상태로 내버려두었다.

"알겠습니다."

은미가 담담하게 말했다.

"언젠가 당신에게 배반당할 일이 있더라도 놀라지 않도록 하죠.하지만 우선은 법에 정통한 사람이 우리에겐 필요합니다. 길준씨, 아니 이준구씨도 그래서 당신에게 부탁한겁니다. 준명씨. 그 점 기억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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