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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침대 위에서 이따금 우울해진다 - UNTRUE
웬즈데이 마틴 지음, 엄성수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인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 작품들을 쓰는 웬즈데이 마틴의 전작, 파크에비뉴의 영장류는 뉴욕의 파크에비뉴라는 인간 서식지 중 가장 비싼 곳에서 벌어지는 엄마(호모 사피엔스 암컷)들의 생존 및 번식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였습니다.
이번 작품인 Untrue는 전작에서 좀 더 생식활동에 포커스를 맞추었다고 볼 수 있어요.


책 뒷면의 엄청난 주석을 보시면 느낌이 오시겠지만, 지극히 개인적이라 생각되는 영역을 이야기 하는 여성들의 이야기에 과학, 철학, 문화 인류학을 곁들여 풀어가는 책입니다.
수렵과 채집시대에서 농경시대로 변화하면서 일부일처제는 어떻게 정착을 해 왔는지, 아직도 비일부일처제로 살아가고 있는 소수 부족들의 가족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근대 서구에서의 여성에 대한 관념, 그리고 지금 현재 서구에서의 여성들의 인식 변화에 대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사실 저희가 어렸을 때는 결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고, 독신주의자를 꿈꾸는 아이는 약간 독특한 아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요즘 40대 생애 미혼율을 보면 이젠 독신도 일종의 보편화된 삶의 양식이 되었습니다.
한국사회가 이쪽부분을 이야기 하는 것에 대해 아직 관대한 분위기가 아니긴 합니다만, 또 아주 빠른 속도로 변하는 한국 사회인지라 앞으로 어떤식으로 변화될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책의 중간에는 삽화를 이용해서, 이해를 도와주는 부분도 있는데요. 저는 기독교인이 아니라서 '열왕기의 제저벨'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서 처음 지식을 얻게 되었어요.
제저벨이 숭배한 바알신은 대지와 풍요의 신이며, 이 시대에는 여성들이 여사제로서 권력을 누리기도 했다고 해요. 이 다신교의 시대가 저물고, 일신교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지난 권력의 권위를 허물기 위해, 제저벨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해야 했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그리고 그녀의 이미지를 차용한 꽤 쎈 케릭터의 스타들을 그 예시로 들고 있어요.
다루기 쉽지 않은 주제를 나름 유쾌하게 써보고자 노력한 작가의 노력이 엿보이는 책입니다.
#언트루 #웬즈데이마틴 #파크에비뉴의영장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