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의 문법 - 2020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소준철 지음 / 푸른숲 / 2020년 11월
평점 :
절판


연말, 추운 겨울, 재활용품 산업과 노인들

'폐지줍는 노인들'에 대해서 사회학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가난의 문법'은 논문을 쓰기 위한 자료 조사과정에서 알게 된 사실들을 담담하게 담아낸 책입니다. 모든 것이 사회 탓도 아니고, 개인의 탓도 아니며 어디서 부터 잘못 되었는지 분석하지도 않고 대안을 강요하지도 않습니다.

그들의 삶의 궤적이 어떠하였는지를 북아현동에 살고 있는 1945년생 윤영자라는 가상의 인물을 통해 풀어쓴 글이예요.


너무나도 다른 그들의 생애주기

한국 현대사회는 너무나도 빠르게 변해왔기에 세대간에는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강이 흐르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고 노인이라고 한 묶음으로 묶어버리기에는 그 사이에도 너무나도 큰 차이가 있어요. 1945년생, 1950년생, 1955년생 등 해방과 한국전쟁 전후의 그 몇년간의 간극도 너무나 크죠.

어린시절 국민학교에 미 구호물자인 빵과 가루우유를 받아서 적어도 아주 배고픈 적은 없었던거 같다는 전후 세대도 있고 전쟁 자체의 트라우마 및 기초적인 교육을 받지 못해서 사회성 발달(솔직히 이기적인 면이라고 쓰고 싶습니다.)에 문제가 생긴 해방 이후 세대도 있습니다.


1945년생 윤영자는 그 시절 가장 많은 여자의 이름에서 따온 가상의 인물입니다. 국민학교를 졸업하고 고향에서 가게일을 돕다가 결혼 후 남편과 함께 상경합니다.

북아현동 일대에 자리를 잡은 후 3남 3녀를 낳고 화장품 외판원, 장사 등 생활력 강한 젊은 시절을 보낸 후 단독 주택도 마련하게 되죠.

그러나 IMF로 아이들은 실직하고, 또 3남 3녀나 되기에 지원을 받지 못한 아이들에게는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깁니다.

왜 그 시절은 그리도 차별을 당연시 하였을까요? 그리고 그녀의 삶 역시도 욕심이 먼저 앞서서 살았구나. 치맛바람 일으키기 등 한 때는 하고 싶은건 다 하시고 사셨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결국 병든 남편은 이혼한 막내딸이 모시고 있고, 본인은 반지하 셋방에서 폐지를 주으면서 살아가고 있어요. 부양의무자가 무려 6명이나 되니 표지에서 체크된 그대로 기초생활 수급자도 될 수가 없데요.


일용할 양식, 그리고 묫자리

이 이야기는 각장의 앞부분에 시간대에 따른 하루동안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재활용품을 관리실에서 알아서 처리해주는 아파트와는 달리 주택가에서는 정해진 날짜에 밖에 내 놓게 되고, 이렇게 길가에 나와있는 재활용품을 둘러싼 쟁탈전도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어요. 낮 뿐만 아니라 모두가 잠든 밤에도 새벽에 청소차가 오기전에 재활용품을 챙겨가기 위해 돌아다니는 노인들의 이야기에 숨이 막힙니다.

자기 건물을 청소하게 하고, 대신 폐지를 가져가게 해준다는 노인네들의 이야기도 기가 막힙니다. 역시 대단하다 싶어요.

코로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왜 어르신들이 교회에 집착하는지도 알게 되었어요. 모두가 모여서 밥을 먹는 그곳에 너무나도 소중한 겁니다.


경로당 역시 모두 모여서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고, 모자란 경비는 다들 힘든 와중에서 또 폐지를 주워 팔아 충당하는 모습에서 왜 그리 노인회장님이 동네 가게들에 후원을 강요하고 다니시는지 이해는 갑니다.

생각 외로 국가에서 노인들에게 해 주는 지원도 물질적, 정신적 양면으로 적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경로당에서 밥해주는 할머니들 인건비도 한달 이삼십만원 정도지만 지원이 된다고 해요. 사회복지사들이 중간 중간 도시락은 잘 배달 되는지 체크도 하고 전화도 해주구요.


성당은 신자들에게 공동묘지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해 주기 때문에 교회에서 성당으로 옮겨야 하나 고민하는 모습에서 아이고야 싶기도 합니다.

그들 나름대로는 너무나도 열심히 살고 있는 삶이지만 저는 모르겠습니다. 지금 제 삶이 팍팍해서인지 여기까지만 생각하고 싶네요.

추운 겨울밤, 모두들 평안히 건강하게 보내시길 빕니다.

#협찬 #리뷰어스클럽 #가난의문법 #사회비평 #소준철 #푸른숲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의 서평 이벤트로 출판사에서 무상으로 보내주신 책을 읽고 솔직한 감상을 기록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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