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가 특히 재미있어요~

걸리버 여행기 - 환상적 모험을 통한 신랄한 풍자소설, 책 읽어드립니다
조너선 스위프트 지음, 김문성 옮김 / 스타북스 / 2020년 4월

요즘 아이와 함께 읽을 클래식 소설 완역본들을 하나씩 모으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소설들이 왜 어린이용으로 각색이 필요한 것인지 깨닫게 되는 계기도 되고 있어요.

소인국, 대인국 이야기로 유명한 걸리버 여행기 역시 왜 어린이용은 대부분 소인국 정도까지만 내용이 소개되었는지 완역본을 읽어보고서야 이해하게 되었답니다.

걸리버 여행기와 작가 조너선 스위프트

다들 잘 아시다시피 걸리버 여행기는 총 4부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1부는 소인국 이야기인 릴리퍼트 기행, 2부는 대인국인 브롭딩낵 기행, 3부는 라퓨타, 발니바르비, 넉낵, 글럽덥드립, 일본 기행, 4부는 휴이넘 기행입니다.

걸리버 여행기는 당시 영국의 정치 현실을 신랄하게 비판한 풍자소설로 알려져 있는데요. 1부에서 4부로 갈수록 이해하기에는 난이도가 점점점 높아집니다. 특히 4부의 경우는 인간을 혐오하는 마음이 강하게 표현되어 있어요. 말년에 정신질환으로 고통받은 작가의 힘겨움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1부 릴리퍼트 기행과 2부 브롭딩낵 기행

소설 초반 걸리버는 선의로서 배에 타게 되지만 후반부에는 자기 배를 이끄는 선장이 됩니다. 이렇게 여러차례의 모험을 겪고도 집에 있지 못하고 다시 배를 타게 되는 삶이예요.

모든 이야기에서 그는 뛰어난 언어 습득 능력을 바탕으로 해당 사회의 지배자의 호의를 사고, 총애를 받게 됩니다. 이 부분에서 정치싸움에서 밀려난 작가의 한 같은 것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총애는 결국 질투를 부르고, 여러가지 문제를 해결한 뒤에 탈출하여 영국으로 무사히 돌아오게 되지만 다시 여행을 떠나는 구성으로 짜여져 있어요.

1부 릴리퍼트 기행 및 2부 브롭딩낵 기행은 상대적인 크기에 따른 이득과 불리함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소인국인 릴리퍼트 걸리버는 자신의 우월한 신체 조건으로 릴리퍼트의 여러가지 문제점들을 해결합니다. 궁궐의 큰 화재를 진압하고, 계란을 뾰족한 쪽부터 깨는지 평평한 쪽부터 깨는지로 싸움을 하는 이웃나라 블레푸스쿠와의 전쟁도 정리하지요. 하지만 걸리버의 힘을 두려워한 릴리퍼트의 왕은 걸리버의 시력을 빼앗으려고 하고 블레푸스쿠를 거쳐 걸리버는 소인국을 탈출합니다.

2부 브롭딩낵에서는 작은 구경거리로 전락한 걸리버의 이야기입니다. 귀여운 애완동물 취급을 받고, 자신의 조국인 영국의 정치, 사회, 경제 구조 등을 왕에게 설명해도 왕은 그 구조의 결점들을 간파해냅니다. 이 과정에서 걸리버는 소인국에서의 자기와 대인국에서의 상대적인 크기에 따른 이점을 깨닫게 되어요.

3부 라퓨타, 발니바르비, 넉낵, 글럽덥드립, 일본기행과 4부 휴이넘 기행

3부의 라퓨타는 유명한 애니메이션 천공의 성 라퓨타덕에 낯설지는 않습니다. 제가 가장 재미있게 읽은 부분도 3부 부분입니다.

하늘을 떠다니는 섬인 라퓨타는 여러가지 방법으로 지상의 영토를 다스립니다만 수학와 음악에만 치중한 모습에 실망한 걸리버는 지상으로 내려옵니다. 발니바르비의 라가도 아카데미에서 걸리버는 각종 연구(라 쓰고 망상에 가까운)들을 소개받아요. 예를 들어 오이에서 햇볕을 추출하여 날씨가 좋지 않은 여름에 열어서 공기를 따뜻하게 덥히는 연구 같은겁니다.^^ 아직 연금술등이 남아있던 시대를 산 사람이니 과학자들을 신랄하게 비웃는 것이 이해는 됩니다.

마술사 종족에 의해 통치되는 글럽덥드립에서 마술사가 불러주는 세계사의 유명한 위인 유령들을 만나고 역사의 진실이란 무엇인지를 듣게 됩니다. 역사의 왜곡을 꼬집는 부분이죠. 또한 그리도 혈통을 강조하는 귀족들의 조상은 진짜 누구였는지도 알게됩니다.

넉낵에서는 영원히 죽지 않는, 그 세계에서는 저주로 받아들여지는 스트럴드브러그들을 만나게 됩니다. 80세가 되면 치매와 비슷한 증상으로 자신을 잃어가지만 죽지 못하는 사람들로 이성은 사라지고 욕망만 남은 상태로 살아가야하는 사람들입니다. 워낙 개체수도 작고, 새로운 것을 배우지도 못하기에 200년전에 태어난 스트럴드브러그는 100년전에 태어난 스트럴드브러그 들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외로움 속에 살아가야 한다고 합니다. (이부분이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깊었어요)

마지막 4부에서는 작가의 인간 혐오가 정말 신랄하게 들어납니다. 결국 작가는 인간세상으로 돌아와서도 사람들 사이에 섞이기를 거부하고 말과 함께 살아가고 싶어해요.

역시 아이들은 릴리퍼트에서 노는 것이 맞다는걸 느끼게 해준 완역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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