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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
엠마 도노휴 지음, 유소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아르테에서 새로나온 룸(Room)은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된 책이다.
엠마 도노휴가 2008년 오스트리아에서 일어난 사건을 바탕으로 출간한 책이 바로 이 책, ROOM 이다.
2008년의 오스트리아 사건은, 73세 노인이 24년간 친딸을 지하밀실에 가두고 성폭행해온 사건!
이 사건을 바탕으로 집필했지만 해당 범죄사건 보다는 피해자의 삶에 초점을 맞추었기에
우리에게 자극적이기 보다는 약자의 입장을 생각해보게 했다.
19살에 밀실(Room)에 납치된 그녀는 올드 닉이라는 남자에게 지속적으로 성폭행 당해왔다.
그리고 그녀의 삶의 한줄기 빛인 잭을 낳게 된다.
잭이 5살 되던 해, 그녀는 탈출을 감행하게 되는데…
잭은 그녀와 함께 작은 밀실에서 지내게 된다.
아이에겐 엄마와 있는 그 공간이 세상의 전부였지만, 잭이 보고 경험하지 못한 또다른 세계는 그 곳에 존재하지 않는다.
"바깥세상에는 모든 것이 있었다. 스키나 불꽃놀이, 섬, 엘리베이터, 요요 같은 것이 생각날 때 마다,
그것들이 전부 진짜라는 것이, 바깥세상에 모두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 생각을 하니 머리가 피곤했다.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소방수, 선생님, 도둑, 아기, 성자, 축구선수 등등 모두 바깥세상에 진짜 있다.
하지만 나는 거기에 없다. 나랑 엄마는. 우리만 거기에 없다. 우리는 정말 진짜일까?" p.114
큰 걱정 없어보이는 5살 아이에게 룸안에서의 삶과 배워야 할 바깥세상에 대한 괴리, 혼란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전반적으로 아무생각 없는? 어쩌면 그게 당연하고, 왜? 를 질문하는 그 아이 같은 모습이 답답하기도 했다.
엄마가 “아, 잭” 이런 말을 좀 많이 하는데, 이게 아~ 쫌! 이런 느낌으로 받아들여졌다 랄까…
그리고 탈출 할 때에도 경관한테 설명하는 게 왜 이렇게 답답하니
정말 그 경관이 인내심갖고 들어주지 않았다면 엄마의 탈출은 불가능 했을 거다.
나도 읽으면서… 아 잭 ㅠㅠ 눈치좀. 그냥 들어, 그냥 얘기해~ 이런 느낌이 들었다.
근데 이게 당연한게 잭은 청소년이 아니라 정말 5살이지 않는가?!
생각해보면, 작가가 (번역가가) 5살 잭이 바라보는 시각, 그리고 대응하는 방식 등을 잘 표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밀실에서의 삶, 탈출과정, 탈출 후의 극복과정 이 모든 과정에서 놓칠게 하나 없는 소설이었다.
탈출하고 나서 잭은 엄마와 달리 접하는 세상을 하나 둘씩 습득해나간다.
(어쩔 수 없는게, 엄마는 잭과 달리 현실을 마주하고 책임져야하고... 이것저것 신경써야할 게 많았다.)
엄마가 인터뷰 중에 했던 말, 잭은 다른 아이와 다를 게 없다는 말을 읽으면서
잭이 아무리 밀실에서 엄마와 5년을 살았어도 아이는 아이라는 점
엄마는 역시 잭을 편견없이, 잘 키웠다는 자부심과 잭이 그녀의 삶의 원동력이라는 점을 다시금 느꼈다.
"잭은 그저 인생의 첫 다섯 해를 이상한 곳에서 지낸 것 뿐이에요" p.381
하지만 아직 그 방에 영향을 받는 엄마를 이끄는 잭, 어른스럽게 이끄는게 아니라 아이 특유의 방식으로, 표현력으로 엄마를 변화시켜간다.
처음엔 잭이 답답했는데, 또 읽다보니 한편으로는 듬직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처음엔, 기대평만 보고, 5살이지만 똑똑하고 야무진 아이가 엄마에게 빛을 선물하기 위해
막 주도적으로 엄마를 이끌고 탈출하는 건가?! 했는데, 이 정도로 영화처럼 비현실적인 건 아니고
상당 부분 현실적으로 5살 수준의 아이가 접하는 시각을 잘 표현했고
그 아이의 행동으로 정말 ROOM을 탈출하게 되는 엄마의 이야기였던 것 같다.
밀실에서의 삶, 탈출과정, 탈출 후의 극복과정 이 모든 과정에서 놓칠게 하나 없는 소설이었다.
자극적인 소재지만, 자극적이지 않고 서정적으로 잘 풀어낸 소설, 연말에 시간되면 감정을 울리는 ROOM 룸 읽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