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어지면 전화해
이용덕 지음, 양윤옥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8월
평점 :
품절


아르테에서 또 괜찮은 책 하나가 나왔다.

이 욘도쿠의 <죽고 싶어지면 전화해> 이다.


제목과 표지만큼 죽음에 대한 이야기만 담은 책이 아니라

관능적인 묘사를 담으면서 간접적으로 독자로 하여금

현재 우리네 삶을 적극적이면서도 무기력하게 벗어나게 만드는 책이었다.


음... 적극적이면서도 무기력하다는건 주인공 하쓰미와 도쿠야마의 행보때문이랄까...

불타오르고 어딘가 사회의 모습에 적대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제3자의 입장에서 관망하는 그런 모습이

저런 표현을 하게 만든 것 같다.


줄거리는 삼수생으로 이자카야에서 일하며 공부하던 도쿠야마가 동료들과 함께 간 단란주점에서 하쓰미를 만나고

하쓰미와 함께 지내면서의 행보를 담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카페에 앉아서 반 정도만 읽고 가야지 했던 책이었는데, 읽다보니 술술 읽혀서 다 읽어버렸다.

백치미 있어보이면서도 똑똑하고 화술에 능하고 매력있는 하쓰미를 도쿠야마입장에서 보면서

그녀의 매력에 빠져들듯 책에 빠져든 것 같았다. 


하쓰미는 그로테스크 한 것들에 관심이 많다. 도쿠야마와의 첫 관계가 있던 날, 그녀가 읊조린 것들은 인간의 잔혹한 모습들.

그녀가 읽어주는 걸 나도 읽으면서 한편으로는 흥미롭기도 하고

이렇게 인간이 잔인한가 생각해보기도 했다.


그런데 과거의 마녀사냥, 대량학살, 귀족들의 무자비함 등은 비단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다.

사실 방법만 달라졌지 지금도 비슷하게 이어져오고 있다.


옛날에 비해 요즘은 좀 나아졌으니까 참아야 한다, 라는 건 고려하지 않아도 돼요.

고통스럽고 비참한 건 지금이나 옛날이나 다를 게 없거든요.

한순간에 불타서 살해되느냐, 오래오래 천천히 그슬리며 살해되느냐, 그 차이뿐이죠

p.71


그런 것들은 그녀는 제 3자의 입장에서 조금 관망하는 눈치로 이해랄까?

인정하는 눈치다.


대량 학살에는 그 지역의 문화가 반영되거든요 p.80


그리고 우리는 그 틀에서 벗어날 수 없고

타협으로 오래살아 비굴하고 추해지는 건 싫어한다.


그래서 '죽음' 을 얘기하기도 한다.


죽읍시다. 동반자살, 그게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유일한 탈출 방법이에요.

유일한 방법, 제대로 존재할 수 있는 삶의 방식.

p.164


그런 그녀의 모습을 도쿠야마는 변태적성향을 이해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는 어느새 그녀의 '변태적 성향'에 영향을 받게 되고 그렇게 변해갔다.



*


도쿠야마는 지극히 무기력한 현대인의 모습이랄까

특출난 건 없고 그렇다고 엄청 노력하는 건 아니고 유혹에 빠지기 쉽고

그런 그의 입장에서 하쓰미의 '변태적성향'에 빠지는 건 간접적으로 마음이 편해진다.


하쓰미에게 빠져도 '나'는 아무 문제는 없고 빠지는 '도쿠야마'의 인생을 간접체험하면서

뭔가 한편으로는 무겁던 심정이 좀 내려가기도 하고

간접적으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고 할까나?


작가가 말했듯이


약해진 사람이 베갯머리에 놓고 되풀이해서 읽는 소설을 쓰고 싶습니다.

내가 그랬으니까요.

p.308


약해진 사람이 두고 읽으면 그 약해진 마음을 책으로써 풀어내고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드는 책이었다.


나 역시도 읽으면서 하쓰미의 관능적인 매력에 아무 걱정없이 빠져버리고

그녀가 내뱉는 말에 동의하면서 자연스레 그 무기력함에 동화되버린다.

그러면서 난 심적으로 걱정을 하면서도 편한 상태가 되어버리니


작가는 쓰고싶었던 소설을 제대로 써낸 것 같다 ㅎㅎ


*


재미있으면서도 읽은 후 마음 한편에 얹힌 부분이 풀어지는 매력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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