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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인간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무라타 사야카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22년 9월
평점 :

이 표지의 상큼함은 무엇?!
마치 요술공주 느낌 가득한 표지와 제목만 봤을 때엔 뭔가 보건교사안은영 같은 느낌이지 않을까 싶었는데
<편의점 인간> 과 같은 느낌의 책이랄까? 사실 <편의점 인간> 보다 더 강렬하고 슬픈 책이었다.

<지구별 인간> 의 원제는 지구성인.
어린시절 부터 어른들에게 하나의 도구로써 학대를 당해온 주인공 나쓰키.
이를 벗어나기 위해 지구성인이 아닌 "포하피핀포보피아 성인" 이라고 생각하고
나쓰키와 함께 유우, 도모오미도 포하피핀포보피아 세계관을 공유하며
지구성인으로 부터 지키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세계에서 삶을 살아간다.
눈앞에 파란 덩어리가 있었다. 창고에서 꺼내온, 옛날에 아빠가 아키시나에서 가져온 낫을 몇 번이고 그 파란 덩어리를 향해 휘둘렀다. 유체이탈 마법은 어느샌가 풀려 있었다. 파란 덩어리에서 금빛 액체가 뿜어져 나왔다.
p.166
진짜... 아이들이 당한 일, 그리고 아이들이 한 일 모두 잔인한데
책을 읽다 보면 잔인함을 알면서도 그들이 겪어온, 견뎌내고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
이 포인트를 아니까 결코 잔인하다고만 할순 없었다.

무라타 사야카 작가 책은 <편의점 인간> 밖에 안읽어 봤는데 그 책과 <지구별 인간> 은
공통적으로 정상은 과연 무엇인가? 정상을 벗어나는 사람은 어떻게 되는가? 를 담고 있다.
세상은 사랑을 하는 시스템에 지배되고 있다. 사랑을 못하는 사람은 사랑에 가까운 행위를 하라고 강요받는 시스템이다. 시스템이 먼저인지 사랑이 먼저인지 모르겠다. 지구성인이 번식을 위해 이 시스템을 만들어냈으리라는 것만은 이해할 수 있었다.
...중략...
공장은 연애가 얼마나 멋진 일인지, 그리고 그 결과로서 인간을 생산하는 행위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점점 더 힘주어 선전하는 것 같았다. 이 거대한 인간 공장을 위한 자궁은 내 아랫배에 이미 완성되어 있다. 이 장기를 공장을 위해 쓰겠다는 시늉을 하지 않으면 규탄받는 나이에 접어들고 있었다.
p.204~205
보다보면 우리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돌, 그리고 그걸 아무렇지 않게 자연스럽게 타인에게 강요하는 것
그것이 모두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고 하나의 폭력이 될 수 있다.
이 상황을 마주하는 '비' 정상인에겐 결코 쉬운 상황이 아니고 폭력적인 상황일텐데
이 순간을 되게 덤덤하게 써내려가서 폭력적이면서도 담백한 느낌이 가득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남을 것."
살아 남기 위해 후천적으로 포하피핀포보피아 성인을 선택한 그들의 생활은
결코 익숙치 않고 어색하지만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지구성인의 번식을 위한 공장.
그 표현이 결코 그들이 포하피핀포보피아 성인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정확히 지구성인을 파악한 것이다.
예전에 가임기 여성수를 적나라하게 표시한 그 가임기 지도만 봐도 이게 확 와닿지 않은가?
같은 상황에 처한 건 아니지만 기득권이 정한 정상의 범주에는 도구화된 성이 있었다.

일단 책이 정말 술술 읽히는 데다가 표지도 넘나 예뻐서 첫인상은 핑크핑크하지만
막상 읽어보면 잔인한 듯 슬프고 한편으론 덤덤해서 참 오묘한 감정을 느끼며 읽게되는 책이었다.
자칫 좀 적나라한 표현으로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읽으면서 정상/비정상, 도구화된 성 등 생각해볼 거리도 많아서 추천해보고 싶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을 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