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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이웃 - 허지웅 산문집
허지웅 지음 / 김영사 / 2022년 8월
평점 :

서로가 서로를 구원해줄 전능한 힘 같은 건 없지만,
적어도 비참하게 만들지 않을 힘 정도는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시작은, 참 곱씹기 좋은 문장으로 시작한다.
팬데믹의 시대가 되면서 저자인 허지웅은 오히려 공동체에 대해 더 생각해볼 시간이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이웃을 향한 분노와 벽이 더 높아졌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나도 완전 똑같이 느낌 !!!
그래서 저 시작하는 문구가 요즘들어 더 느끼는 이웃에 대한 벽을 조금은 내릴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았다.

만약에, 라는 생각에 침잠할 때가 있습니다.
... (중략) ...
하지만 과거라는 큰 돌 아래 깔려 신음하는 대개의 고통이 그러하듯, 이 또한 소용없는 한숨일 뿐입니다.
벌어진 일은 벌어진 일입니다. 눈앞의 일을 수습하고 정리하고 다음 일을 하는 게 언제나 더 중요합니다.
p.95
보통 한장 정도의 짧은 이야기가 차곡차곡 수록되어 있는 <최소한의 이웃>
일상속 이야기 부터, 영화 등 기반한 이야기, 사회문제 이야기를 기반으로 저자의 생각을 담았다.
한 페이지 마다 해당 이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담은 아주 짧게 적혀있는데
마치 이야기 하듯이 서술되어있어서 라디오 듣는 느낌도 조금은 든다.

책의 디자인이 참 잘 되어있다.
각 장마다 다른 종이가 작게작게 들어가 있는데,
이게 또 읽다가 중간중간 환기하기도 좋고 그 장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한 번에 느낄 수 있기도 해서 좋았다.

또다시, 음주운전 사고입니다. 을왕리 사건 이외에도, 대낮에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여섯 살 아이를 사망에 이르게 한 사례도 등장했습니다. 음주에 유독 너그러운 현행 법체계와 술 마시면 그럴 수도 있다는 식의 뿌리 깊은 문화, 그리고 과도한 음주 능력을 남자답고 멋진 것으로 표현해온 미디어, 공동의 책임입니다.
...(중략)...
주취감경, 혹은 주취감형이라는 말 들어보셨지요. 조두순이 바로 이 주취감경으로 형벌을 줄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는 그렇게 출소했습니다. 성범죄에 한해 주취감경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특례법 개정이 이미 몇 해 전에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게 범죄의 종류와 성격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어야 할 원칙인지 의문입니다.
p.81-82
소소한 자기 이야기 부터 시작해서...
이렇게 이슈가 되는 상황에 대해 또박또박 의견을 말하는 저자의 이야기를 보다보면 참 깔끔하다 라는 생각이 든다.
진짜 이런 사회적 의견에 대해 완전 공감하기도 했는데
이 글을 썼던 시기를 같이 기록해줬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비슷하게 나도 저 시기에 같은 이슈를 보고 그렇게 생각했을 수도 있고 다르게 생각했을 수도 있으니까....
나와 저자의 그 사건을 마주했을 때의 차이를 더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도 팬데믹의 시작과 끝, 그 사이에 적힌 글이기 때문에 진짜 최신의 이야기가 있어서
끝나가는 지금 (끝나가고 있을거라 믿음 ㅠㅠ) 팬데믹을 같이 겪어온 그 사이의 경험을 더 공유하기 좋았다.
허지웅 작가의 글을 좋아하고, 짧은 1장짜리 글로 우리가 겪어온 팬데믹, 나와 이웃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다면
<최소한의 이웃> 추천해봄 'ㅂ'/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