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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스퀘어
안드레 애치먼 지음, 한정아 옮김 / 비채 / 2022년 2월
평점 :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의 작가 안드레 애치먼의 신작 <하버드 스퀘어> 가 나왔다.
사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책으론 읽어보진 않았고, 영화로만 봤었는데
이번 기회에,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그 해 하버드에서의 여름 을 읽어보며 색다른 경험을 했다.
(이 소설이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겼다고 해서 찾아보니
작가인 안드레 애치먼 역시도 '나'처럼 이집트에서 태어났으나 추방되었다고 한다.)

그 이후의 사랑, 그 오랜 세월 내가 품어온 사랑, 너무나 그립지만 돌아가 다시 살고 싶다는 생각은 단 일 분도 들지 않는 그 시절로 기어코 나를 잡아 끄는, 마법과도 같은 그 이후의 사랑
p.18
하버드 대학원생인 '나'는 이집트에서 추방된 유대인으로 택시운전사 '칼라지'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 미묘한 동질감과 이질감을 느끼며 외줄을 타는 시간을 담고 있다.
근데 이게 너무나도... 보통의 인간의 모습이니까ㅡ 이 미묘한 감정의 사이사이를 '나'가 되어 걷다보면
이해가 되기도 하면서, 그렇게 까지 해야 했을까 싶기도 하고 나 역시도 복잡미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프랑스인도 아니면서 어떻게 프랑스어를 하지?"
프랑스령 식민지에서 태어난 사람은 누구나 그 질문의 답을 알 것이다. 그는 확실히 장난을 걸고 있었다.
"당신이 프랑스어를 하는 것과 같은 이유에서죠." 내가 대답했다.
그가 웃음을 터뜨렸다. 우리는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했다.
p.47
'나' 와 '칼라지' 는 모두 이방인, 프랑스령 식민지에서 온 이방인 이다.
한편으로는 유머러스 하면서도 이방인으로서 미국에서 버텨가는 모습,
결국 그 '프랑스'어로 삶의 한 부분을 꾸려가는 모습을 보면서 참... 뭐라 형용할 수 없었다.
이젠 식민지가 아니지만, 아직도 무형의 지배를 받는 삶을 사는 것 같았다.

칼라지는 주인을 쳐다보지도 않고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결국에는 다들 문을 닫는다니까."
그 광경을 보니 나도 그에게 문을 닫아걸고 그와의 인연을 끊기로 수도 없이 결심한 일이 떠올랐을 뿐만 아니라,
하버드의 문이 내 눈 앞에서 닫힐 뻔 했던 일이 떠올라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p.290
특히 '칼라지'는 이민국 면담을 통해 추방 여부가 결정되는 상황에 처해져있어 더더욱...
그 불안한 상황이 더 크게 다가왔고
그런 '칼라지'에게 일정부분 동질감을 느끼면서도 다르다는 걸 강조하는 '나'의
미국에 뿌리내리기 위한 노력이 한편으로는 안타까웠다랄까...
게다가 정착하지 못해서 인지, '나'는 많은 여자들과 관계를 새로 계속 만들어내는 모습도 보이는데
이 모든 상황과 '나'의 행동은 다 이어져있었다.

돌아갈 집이 없었던 우리에게는 카페 알제가 다른 어떤 곳보다, 현재 살고 있는 자취방보다 훨씬 더 집 같았다.
p.153
정착하고 싶지만, 정착할 수 없는 그 곳.
여러모로 위태위태한 순간을 계속 마주하다 보니
1977년 여름의 케임브리지는 주인공들로 하여금 부서질 것 같은 여름의 이미지로 다가왔다.

이번에 비채 에서 새로 출간된 <하버드 스퀘어>를 읽어봤는데 따스한 여름 같으면서도
조금은 삭막하고 건조함이 묻어나는 소설이라 봄을 시작하면서 읽기에도 괜찮았고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비슷한 듯 다른 두 주인공의 케미를 또 좋아할 것 같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