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톰의 슬픔
테즈카 오사무 지음, 하연수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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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톰의 슬픔,

이라니.
 
그야말로 멍 때리는 제목이다.
 
시원스레 하늘을 가로지르며 지구의 악당들을 응징하는 우주소년 아톰.
늘 반짝이는 눈망울에, 다부진 주먹을 지닌 이 쬐그만 아이의 그 어디에 
슬픔이란 게 숨어 있었던 걸까?
 
아톰의 아버지, 데즈카 오사무가
죽기 직전까지 병석에 누워 완결을 지으려 했다는 이 책에는,
지금껏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아니 어쩌면 부러 외면하려 했던
아톰의 진실,
데즈카 오사무가 죽기 직전까지 지구별 사람들에게 호소하고자 했던 뼈아픈 메시지들이 담겨 있다.
 
 
어린 시절, 하늘을 가르는 영웅으로
작은 꼬마의 가슴을 한없이 들뜨게 했던 아톰이,
이제 닳고닳은 어른이 되어버린 나를 이토록 아프게 할 수 있다니.
 
 
이 책을 읽고 문득 아톰이 그리워져서 <우주소년 아톰> 애니를 찾아봤다.
 
"...지금 너에겐 견디기엔 힘든 일이 많아서
아무도 몰래 눈물만 감추고 있어...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아직 넌 잘 모른다 해도
활짝 피어난 꽃처럼 용기를 내봐요...
 
...지금 너에겐 그 슬픔과 불안함이 두려워
울어버릴 듯 힘들다고 생각해도
어렸을 때 놀았던 퍼즐
하나하나 시작해 봐요..."
 
꼬마 적에 봤던 주제가가 이 나이에 왜 이렇게 짠하게 다가오는지.
오랜만에,
아톰과 함께, 꿈꾸고 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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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 the World : 힐 더 월드 -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지구행복 프로젝트
국제아동돕기연합 UHIC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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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정의, 진실, 아름다움......

한때 나는 삶은 이런 것들을 위해 있는 것이라 믿었다.
인간의 삶은, 나의 삶은,
이러한 것들을 위하여 싸울 때 반짝이리라고 믿었었다.
어느덧,
이런 말들을 입에 올리기가 멋쩍어진 순간,
술자리에서 이런 단어를 슬쩍 입에 올리면,
다들 술맛 떨어진다는 분위기로 나를 쳐다볼 때,
나는 내가 진짜 어른이 되어버렸다는 걸 알았다. 

 어린이들의 장래희망 순위 1위.
슈퍼맨, 배트맨, 대통령.....
생각해보면 다 지구의 평화를 위해,
만인의 휴식과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인데,
어른이 되어버린 지금 이 순간,
나도, 내 주위의 누구도,
슈퍼맨이나 배트맨, 혁명가, 만화주인공처럼 지구를 위해 싸우는 영웅을 꿈꾸지 않는다.

...꿈꿀 수 없다.

 이 책은, 아주 잠깐
읽는 사람을 어린시절로 휙 데려가
슈퍼맨으로, 배트맨으로, 지구를 걱정하는 독수리 오형제로
만들어주는 책이다. 

자잘하고 지긋지긋하고 사소한 걱정들에 쌓여
점점 시시해지고 사소해지는 우리의 삶 앞에,
정의와 진실, 아름다움, 분노에 대해,
우리가 한때 귀히 여겼지만,
점점 빛바래가는 것에 대해 강력하게 말하는 책이다.

 내 삶은 왜 이리 아플까,
내 주변의 인간들은 왜 다 이 모양일까,
모든 고민과 생각들이 오로지 나를 중심으로,
나만을 위하여 이루어지고 있는 시절.

한동안 잊고 있었던
타인의 삶을 위한 수치심과 분노와 아픔이
내 안에 아직 살아 있었다는 것을 알려준 이 책이 정말 고맙다.

나는 어른이기에 더이상 슈퍼맨과 배트맨과 지구특공대를 꿈꿀 순 없지만,
이 책을 읽는 두 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나는 이 나이에 문득,
슈퍼맨이 되고 싶어졌다.

 슈퍼맨이 되어 나의 사소하고 치졸한 아픔들은 잊어버리고,
이 거대한 슬픔을 간직한 지구 위를 날아다니며
세상의 아픈 곳들, 세상의 썩어가는 곳들을 치료하고 구원하고 싶었다.

 내가 어린 시절 꾸었던 슈퍼맨의 꿈을 잊어갈 때마다,
또 사회인으로 태연하고 능청맞게 살다가도
가끔 양복에 넥타이를 벗어던지고,
슈퍼맨이 되고 싶을 때마다 이 책이 커다란 위로가 되고 용기가 되어줄 것 같다.

 꼭 슈퍼맨이나 배트맨이 대단한 영웅이어야만 하는 것은 아닐 거라고.
아주 작은 실천, 아주 작은 깨달음이
너를,
이 세계를 치유하는 아름다운 마음의 의사로 만들어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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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아이 김용택
김훈 외 엮음 / 문학동네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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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EBS 지식채널e에서 ‘나도 그래’ 라는 제목으로 한 편이 방송된 적이 있다.
김용택 이야기였다.
짤뚱한 반바지를 입고 아이들 손을 꼭 잡고 졸졸졸 물소리 나는 섬진강변을 걸으며.
시처럼 농담하고, 농담처럼 시를 읊으면서, 헤헤헤헤 웃던 김용택.....
세상에, 저런 삶도 있구나.......
저런 선생님도, 저런 시인도 있구나......
마음이 찡해져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다시보기로 돌려봤던 기억이 난다.

 그때 내가 헤헤헤 따라 웃게 되던 김용택 시인의 웃음소리와
표지의 재미난 그림이 어찌나 딱!  맞아떨어졌던지....
웬일로 내가 거침없이 거금을 내고 사본 책.

그런데,
책을 받고 보니
이 책 속엔 김용택만 있는 게 아니었다.
내가 좋아해온 작가들이 바글바글 신나게 놀고 있었다.
김용택은 소재일 뿐, 실은 작가들이 김용택의 퇴임과 환갑을 빌미로,
자기들끼리 판을 차려 논 책이라고나 할까.

선생님 뒤에 숨어서 키득키득 흉보고 재잘대는 어른아이, 안도현
아이들 속에 섞여서 깊은 눈으로 삶을 응시하는 어른아이, 김훈
엄마처럼 따뜻한 어른아이, 이해인
술 먹는 개구진 어른아이, 성석제 (책을 보면 뭔 소리인지 알게 된다.ㅋㅋ)
항아리처럼 속 깊은 어른아이, 정호승
사람의 마음을 읽고 새기는 어른아이, 이철수……

이 49명의 어른아이들이 모여서 김용택 시인에게 ‘철없는 어른아이’라는 별명을 붙여주고, 한바탕 쑥덕쑥덕 놀면서 김용택과 섬진강과 문단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안주 삼아, 한판 흥겨운 난장을 벌인 <어른아이 김용택>.

한국 최고의 글쟁이들이 각자의 나와바리를 내던지고,
이 ‘김용택의 졸업식’에서만은 저마다 천진한 ‘어른아이’로 ‘삼단변신’하여
각자의 걸쭉한 입담을 풀어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흐뭇하고 즐겁다.

늘 철 든 상태로 정신 바짝 차리고 살지 않으면 망하는 이 세상에서,
아주 오랜만에 나도 이들처럼 ‘철없는 어른아이’가 되어,
헤헤헤헤 가슴을 툭 터놓고 웃어볼 수 있었던
푸근한 책.

나이는 들 대로 들어,
세상의 때에 잔뜩 찌들어버린 나도,
이 책을 읽는 한 순간만은,
아주 잠깐
‘행복한 어른아이’가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이 책,
한동안 내 책꽂이 맨 앞쪽에 꽂혀,
내가 너무 일찍 영악한 어른이 되어버린 건 아닐까......
후회스럽고 아플 때마다
마음까지 위로하는 따뜻한 피로회복제가 되어줄 듯.

국내 최고의 글쟁이들이
마음은 ‘아이’지만 몸은 ‘어른’이 되어 이 세상을 버텨야 내야하는
이 세상 모든 ‘어른아이들’에게 건네는 위로의 박카스 한 병!
가슴까지 싸~하게 잘 들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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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도시, 당신의 풍경 - 20편의 글, 187의 사진으로 떠나는 우리. 도시. 풍경. 기행
강석경 외 지음, 임재천 사진, 김경범 / 문학동네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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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거하다.

 김연수, 조경란, 고은, 김중식....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이 한바탕 글판을 벌이고,
그 글 뒤로 왁자지껄하게 혹은 고요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풍경이 눈을 시리게 한다.

 하지만 다 읽고 나니
이 화려한 사진과 텍스트들이 나에게 끝내 말하고 싶어했던 것은,
결국 한 가지였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 이 공간.
그곳엔,
사람이 살고 있더라는 것.
추억이, 끈질기고 지긋지긋한 일상이,
그래서 눈물겹게 애처롭고 아름다운 생활이 꿈틀거리고 있었다는 것.

 내가 사소한 것들로 신경질을 내고, 지쳐할 때,
어머니가 나에게 늘 '시장'에 나가보라 했던 것이 기억난다.  
가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좀 보라고,
그리고 부끄러운 줄 알고 기운차리고 뭐든 열심히 좀 해보라고. 

 나와 같은 땅, 같은 공간에서,
이토록 열심히,  
혹독한 외로움과 생활의 지겨움을 견뎌가면서
꿋꿋하게 자신만의 도시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박수를.

 한동안... 지긋지긋하게만 여겼던 나의 공간과 생활에 문득 미안해진다.

 열심히,
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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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뒷길을 걷다 - 김인숙의 북경 이야기
김인숙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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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에세이인가,
역사서인가,
소설인가?

마지막 책장을 덮었지만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이 책은 그 모든 것이기도 하면서
그 어떤 것도 아니다.

이런 책이 좋다.
세상이 규정한 형식과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책.
그런 장르의 경계를 가볍게 넘나들며,
나에게 무한한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책.

중국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 때문에,
또 김인숙 특유의 감성이 뚝뚝 묻어나는 문장에 대한 믿음으로 한번 찾아보았는데,
그냥 중국 이야기가 아니었다.
비단 북경 이야기만이 아니었다.

소설보다 더 뜨겁게 책 속의 인물들에게 몰입하게 하고,
역사보다 생생하게 피부로 와닿는 이야기들이 책 안 가득 꿈틀거리고 있었다.

이 책엔,
화려한 황제의 삶이,
그러다가 초라하고 허망하게 쪼그라들어버린 한 인간의 생이 동시에 담겨 있다.
그 황제가 살아가고 몰락해간 공간을 내가 좋아하는 한 여성작가가 뚜벅뚜벅 걷는다. 그 희한한 공간에서, 웃고 울고 사색하고, 쓴다.

김인숙이 스스로의 외로움과 사람에 대한 무한한 연민을 껴안고,
북경의 거리를 걸었듯,
외로운 삶을 살아가는 많은 이들이 이 책 속의 무수한 거리와 공간을 눈으로 걸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화려하지만 지독하게 외로웠던 영욕의 삶을 살아간 한 몰락한 황제가
책 속에서 문득, 공감과 위로의 손길을 내밀어
괜찮다고,
당신만큼 외로운, 혹은 당신보다 외로운 이런 생도 있노라고,

가만히 자신의 생을 열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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