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뒷길을 걷다 - 김인숙의 북경 이야기
김인숙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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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에세이인가,
역사서인가,
소설인가?

마지막 책장을 덮었지만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이 책은 그 모든 것이기도 하면서
그 어떤 것도 아니다.

이런 책이 좋다.
세상이 규정한 형식과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책.
그런 장르의 경계를 가볍게 넘나들며,
나에게 무한한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책.

중국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 때문에,
또 김인숙 특유의 감성이 뚝뚝 묻어나는 문장에 대한 믿음으로 한번 찾아보았는데,
그냥 중국 이야기가 아니었다.
비단 북경 이야기만이 아니었다.

소설보다 더 뜨겁게 책 속의 인물들에게 몰입하게 하고,
역사보다 생생하게 피부로 와닿는 이야기들이 책 안 가득 꿈틀거리고 있었다.

이 책엔,
화려한 황제의 삶이,
그러다가 초라하고 허망하게 쪼그라들어버린 한 인간의 생이 동시에 담겨 있다.
그 황제가 살아가고 몰락해간 공간을 내가 좋아하는 한 여성작가가 뚜벅뚜벅 걷는다. 그 희한한 공간에서, 웃고 울고 사색하고, 쓴다.

김인숙이 스스로의 외로움과 사람에 대한 무한한 연민을 껴안고,
북경의 거리를 걸었듯,
외로운 삶을 살아가는 많은 이들이 이 책 속의 무수한 거리와 공간을 눈으로 걸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화려하지만 지독하게 외로웠던 영욕의 삶을 살아간 한 몰락한 황제가
책 속에서 문득, 공감과 위로의 손길을 내밀어
괜찮다고,
당신만큼 외로운, 혹은 당신보다 외로운 이런 생도 있노라고,

가만히 자신의 생을 열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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