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아이 김용택
김훈 외 엮음 / 문학동네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예전에 EBS 지식채널e에서 ‘나도 그래’ 라는 제목으로 한 편이 방송된 적이 있다.
김용택 이야기였다.
짤뚱한 반바지를 입고 아이들 손을 꼭 잡고 졸졸졸 물소리 나는 섬진강변을 걸으며.
시처럼 농담하고, 농담처럼 시를 읊으면서, 헤헤헤헤 웃던 김용택.....
세상에, 저런 삶도 있구나.......
저런 선생님도, 저런 시인도 있구나......
마음이 찡해져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다시보기로 돌려봤던 기억이 난다.

 그때 내가 헤헤헤 따라 웃게 되던 김용택 시인의 웃음소리와
표지의 재미난 그림이 어찌나 딱!  맞아떨어졌던지....
웬일로 내가 거침없이 거금을 내고 사본 책.

그런데,
책을 받고 보니
이 책 속엔 김용택만 있는 게 아니었다.
내가 좋아해온 작가들이 바글바글 신나게 놀고 있었다.
김용택은 소재일 뿐, 실은 작가들이 김용택의 퇴임과 환갑을 빌미로,
자기들끼리 판을 차려 논 책이라고나 할까.

선생님 뒤에 숨어서 키득키득 흉보고 재잘대는 어른아이, 안도현
아이들 속에 섞여서 깊은 눈으로 삶을 응시하는 어른아이, 김훈
엄마처럼 따뜻한 어른아이, 이해인
술 먹는 개구진 어른아이, 성석제 (책을 보면 뭔 소리인지 알게 된다.ㅋㅋ)
항아리처럼 속 깊은 어른아이, 정호승
사람의 마음을 읽고 새기는 어른아이, 이철수……

이 49명의 어른아이들이 모여서 김용택 시인에게 ‘철없는 어른아이’라는 별명을 붙여주고, 한바탕 쑥덕쑥덕 놀면서 김용택과 섬진강과 문단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안주 삼아, 한판 흥겨운 난장을 벌인 <어른아이 김용택>.

한국 최고의 글쟁이들이 각자의 나와바리를 내던지고,
이 ‘김용택의 졸업식’에서만은 저마다 천진한 ‘어른아이’로 ‘삼단변신’하여
각자의 걸쭉한 입담을 풀어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흐뭇하고 즐겁다.

늘 철 든 상태로 정신 바짝 차리고 살지 않으면 망하는 이 세상에서,
아주 오랜만에 나도 이들처럼 ‘철없는 어른아이’가 되어,
헤헤헤헤 가슴을 툭 터놓고 웃어볼 수 있었던
푸근한 책.

나이는 들 대로 들어,
세상의 때에 잔뜩 찌들어버린 나도,
이 책을 읽는 한 순간만은,
아주 잠깐
‘행복한 어른아이’가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이 책,
한동안 내 책꽂이 맨 앞쪽에 꽂혀,
내가 너무 일찍 영악한 어른이 되어버린 건 아닐까......
후회스럽고 아플 때마다
마음까지 위로하는 따뜻한 피로회복제가 되어줄 듯.

국내 최고의 글쟁이들이
마음은 ‘아이’지만 몸은 ‘어른’이 되어 이 세상을 버텨야 내야하는
이 세상 모든 ‘어른아이들’에게 건네는 위로의 박카스 한 병!
가슴까지 싸~하게 잘 들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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