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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자의 만감일기 - 나, 너, 우리, 그리고 경계를 넘어
박노자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8년 1월
평점 :
박노자라는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정작 그가 쓴 책은 한번도 읽어본 적이 없었다. 한국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 돋보인다는 세간의 평을 들었지만, 솔직히 귀화를 했다고 해도 수십년을 외국인으로 살아온 사람이 얼마나 한국사회에 대해서 잘 알겠는가 싶어서 그다지 관심이 가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책을 읽어본 결과 박노자자씨는 대학시절부터 한국 및 동양문화와 역사에 대한 심도있는 탐구를 해왔었으며, 여느 한국인들보다 한국사회문제에 대한 깊은 관심과 통찰력을 가지고 있음을 확신하게 되었다.
책 전반에 흐르는 주된 흐름은 한국사회에 대한 올바른 인식 제고의 필요성을 알리고, 비판적사고를 항시 가져야 한다는 내용이다. 저자는 특정 사회현상에 대한 화두를 제시한 후, 이 문제에 대한 자기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동시에 독자들이 이 문제에 대해서 어떠한 시각을 견지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글을 써내려 간다. 말 그대로 일기형식의 문체지만, 하나 하나의 주제가 결코 가벼운 주제는 아니다.
정말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지만 그들을 하나로 묶어서 저자가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지를 정확하게 집어내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한국사회는 현재 민주주의 사회이며 자본주의 사회이다. 하지만, 미소냉전의 극심한 이데올로기 대립의 여파로 민족이 분단되며, 전세계 이념대립의 최선봉격으로 떠밀려 과격한 권위주의적 국가체제로 흘러갈 수 밖에 없었기에 다소 비정상적으로 발전해온 자본주의적 민주주의국가가 되었다. 민주화운동으로 파쇼적이고 극우적인 체제가 다소 완화되고 최근에는 비로소 민주주의 국가 다운 면모를 가지게 되는 중이지만, 아직 사회전반에는 그 잔재들이 상존해 있다.
이런 권위주의적인 근대 이데올로기 잔재들을 청산하기 위해 박노자씨는 사회, 복지주의적 시각의 견지와 국가주의적 사고방식의 점진적 해체를 제시하고 있다. 사회주의는 비록 근대 자본주의에 패해 현대의 지배적 헤게모니를 쥐고 있진 못하지만, 그 이론자체의 이상성과 긍정성은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는게 박노자씨의 생각인 것 같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주의적 이상성은 (즉, 복지주의)현대 자본주의의 약점을 충분히 보충하는데 큰 도움 될 수 있다는 점을 새삼 높이 강조한다. 또한, 우리나라의 극단적인 국가주의적 민족주의 사고방식은 앞으로 한국에 글로벌 민주주의체제가 정착되기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도 제시한다.
요약하자면, 한국의 비정상적인 권위주의적 민주주의체제는 사회주의적 이상성을 도입하고, 또한 한국사회에 깊이 내재되어있는 민족중심주의의 점진적 해체를 통해서 어느정도 비정상성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사회과학 서적으로 한권에 상당히 많은 중요이슈들 다룬점이 좋았고, 포괄적인 생각을 한번 해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 책을 읽는 시간이 상당히 의미있는 시간이었다고 확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