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데기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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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학교공부에 치어서 책을 읽을 기회가 없었다가 우연히 모사이트에서 대대적으로 광고하는 황석영 선생님의 신작인 이 책을 보고, 읽고 싶다는 기분이 확 들었다. 그래서, 모처럼만에 알라딘에 방문하여 이 책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글쎄, 처음에 탈북자 소녀의 소설이라고 하는 단편적 광고문구만 보고 흥미를 느껴 구입한 책이라 알라딘의 고수리뷰를 한번 훑지도 않고 즉흥적으로 구입한 책이라서, 이처럼 스케일이 크고 많은 주제를 담고 있는 책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일단 시작부터가 무거운 주제였다. 19세기 중후반, 소련 등 사회주의 국가들이 붕괴하면서 세계는 자본주의화 물결로 치닫고 있었다. 그러한 세태속에서 타 사회주의 국가들보다 더욱 폐쇄적이고 봉건적인 사회체계를 가지고 있던 북한은 내부적으로나 외부적으로나 더욱 더 고립된 상태가 되게 되었다. 그러한 대내외적고립에 각종 재해들까지 겹쳐 1990년대의 북한의 사회 생활상은 그야말로 지옥을 방불케 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 아사하는 사람이 수백만명이나 되었고, 당 차원에서도 붕괴나 소요사태를 막고자 통제를 더욱 엄격히 하여 사회는 증오와 불신으로 가득차게 되나, 힘없는 군중들 입장에서는 죽음밖에는 달리 도리가 없던 그런 시기였다.

바리가 태어난 시기가 바로 그 당시이다. 비교적 유복한 지역 당 간부의 가정에서 태어나, 그러한 환란을 조금 늦게 겪게 되었다 뿐이지, 결국 바리네 가족도 갈갈히 찢겨져 나가게 된다.  남한으로 도망친 외삼촌때문에 당국으로부터 의심의 눈초리를 받게 된 바리네 가족은 아버지가 끌려가는 것을 기점으로 뿔뿔히 흩어져, 결국 다 사별하고 바리만 홀로 낯선 이국땅에서 살아가게 된다.

바리는 어릴때 겪은 특이한 일들로 인해 귀신, 짐승, 벙어리등과 소통할수 있는 특이한 능력을 가지게 되는데, 이 능력이 바로 주인공이 이야기를 헤쳐나갈 수 있게 하는 힘으로 작용한다. 특정 타인의 과거사를 알수 있는 능력으로 사람들의 마음에 든 바리는 극적인 도움들로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언제나 사는 쪽으로 향할 수 있었으며, 결국 힘든 타향 생활 끝에 영국에서 정착하게 된다.

소설 전반에 흐르는 큰 맥은 어느 리뷰에서나 볼 수 있듯이 21세기 인류가 직면한 공황적이고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않는 묵직한 문제에 대한 질문이다. 소설에서는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폭력과 살상, 기아와 굶주림, 풍요로움과 빈곤의 극단적인 대조를 간접적으로 제시하고 과연 인류가 20세기를 무사히 넘겨 30세기로 나아갈 수 있을지,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은 과연 인류를 10세기에서 20세기로 도약하게한 첨단과학의 계속적발전만으로 가능할 것인지? 아니라면 그것과는 다른 어떤 비 물질적인, 즉 고차원적이고 정신적인 가치의 발전 하에서만 가능 할 것이지를 암묵적으로 독자들에게 묻고 있다.

바리의 삶은 어느 한 북한 처녀의 비극적인 삶을 초월하여, 전 지구상의 핍박받고 굶주리며 하루하루 피눈물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가엾고 불쌍한 인류들의 대표적인 모습을 그리고 있으며, 그들의 존재를 다시 한번 우리들에게 각인시켜주게 된다.

과연 인류는 지금 올바르게 가고 있는 것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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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7-08-07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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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들어옴으로 해서 좋은 숫자가 지나갔군요..

이 책 읽고 리뷰를 어떻게 써야 하나...참 망설이다가 결국엔 못 썼었는데 님의 리뷰를 보니 리뷰가 참 좋으네요.

2007-08-24 08:0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