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그리고 인류를 향한 사랑의 세레나데

코스모스 ㅣ 사이언스 클래식 4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4년 12월

누구나 어릴적에 한번쯤은 밤하늘의 알록달록한 수많은 별들을 올려다 보며 참 아름답고 신기하다는 생각을 해봤을 것이며, 머리가 큰 후에는 서적을 통해 헤아릴수없을 만큼 큰 우주의 크기와 역사에 경외심이 들었을 것이다.  나 역시도 어릴적에 밤하늘의 별을 넋 놓고 바라보다 목을 삐어서 몇날 몇일 고생한 적도 있었고, 천체망원경을 사려고 돈을 한푼두푼 모았지만 엄청난 가격에 좌절을 했던 기억들이 있다.

이처럼 인간은 누구나, 혹은 우주에 대한 체계적인 지식이 없는 사람들이라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주에 대한 신비감과 경외감은 본능적으로 가지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인간은 물론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들의 기원이 바로 우주이기 때문일 것이다.

자기자신의 정체와 본질을 알고자 하는 자아성찰과 자의식의 발현은 인류가 진화해 오면서 가지게 된 뛰어난 특질이며, 이러한 특질은 지금까지 인류를 이 정도 까지 발전시키는 원동력으로 작용했으며, 현 시점에선 만물의 근원이자 인간의 근원인 우주에 대한 깊은 탐구을 시작할 시점까지 이끌어 왔다.

하지만, 현대사회처럼 통신기술이 발달하고 전 지구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시점에서도 우주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우주와 인류에 대한 바람직한 사고관을 함양할 수 있도록 하는 대중적인 서적이 없었다. 우주에 대한 깊고 진지한 탐구는 언제나 전문가들의 몫이였으며 소수의 사람들만이 향유하던 전유물격으로 대하여져 왔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일반 대중이 우주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과 다소 난해한 부분도 이해를 쉽게  할 수 있도록 쓰여진 가장 효과적인 대중서적이다. 그는 지금 고인이 되었지만, 생전에 우주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헌신을 한 인물이고, 그러한 우주과학의 대중화만이 우주과학이 급속도로 발전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며 더 나아가 현재 인류가 당면하고 있는 여러가지 심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역설하곤 하였다.

세이건은 인류란 존재는 우주적 관점에서 볼 때, 150억 광년안의 수천 억개의 별들 중 작고 초라한 태양이라는 항성의 창백하고  작디 작은 행성에서만 사는 먼지같은 존재라고 설명한다. 또한 그런 먼지같은 존재들이라고 하더라도 이정도의 문명수준으로 진화하기 까지는 수많은 우연과 행운이 따라주었으며, 어떤 관점에서는 우주에서 매우 드물고 귀중한 존재이기도 하다고 한다. 

하지만, 우주상에서 이렇게 매우 드물고 귀중한 존재들이 현재 지구상에 수많은 국가들로 나뉘어 상호간의 불신과 과학기술의 오용으로 인해 원래 하나의 종인 인류 자체를 공멸의 나락으로 빠뜨릴수 있는 무시무시한 무기들을 수만개씩 만들고 멸망의 공포와 함께 불안의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안쓰럽고 어떻게 보면 우스운 일이라고 한다.

실제로 인류가 현재 당면한 각종 문제점들은 얽히고 섥힌 실타래 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쉽지가 않다. 빈부의 격차, 인종간 차별, 정당한 이유없는 군비확충, 무차별적으로 방기되고있는 환경과 생태계 파괴 등 한가지 문제점이 다른 여러가지 문제점들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기 때문이며, 이러한 복합적인 문제들은 인류의 미래를 음울하게 만들고 있다. 

칼 세이건은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선 우주과학의 발전으로 통해 지구라는 작은 행성에 국한되어있는 인류의 편협한 시각을 근본적으로 넓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주 생명체의 존재가 실질적으로 증명된다면, 그 동안 추측으로만 일관해 오던 인류의 우주관에 근본적이고도 거대한 변혁이 일어나게 될 것이며, 상상하기 조차 힘들도록 드넓은 우주라는 미지의 세계에 우리 혼자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인류의 사고관에 확실히 각인되게 될 것이며, 이는 곧 지구 중심 세계관이 우주 중심 세계관으로 근본적으로 변혁하게 됨을 의미한다. 그렇게 되면, 지구상에서 인류라는 동종끼리의 불화와 갈등은 한때의 부질없는 일로 치부될 것이며, 그 동안 인류를 괴롭히던 여러문제점들은 자연스럽게 해결되며 궁극적으로 전 지구를 하나로 묶는 움직임이 저절로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세이건은 말한다. 그 후에는 인류는 은하문명으로서 도약할 수 있을 거라는 감미롭고도 신비한 청사진을 제시한다.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아름다운 음악이다. 듣고 있노라면, 나는 일개의 지구인으로서 가슴이 울렁거리는 흥분과 벅찬 감동을 느끼게 된다. 각종 인문, 자연과학 지식들을 알기 쉽게 깨우치게 하고 몰랐던 사실들을 알았을때는 전율과 그 흥분감. 지금 우리가 살고있는 지구, 혹은 우주에 대한 끝없는 동경과 눈물나도록 궁금한 호기심, 그리고 미래에 인류가 나아가야할 은하문명의 청사진을 보는 벅찬 감동을 말이다.

나는 인간적으로 칼 세이건의 전문가로서의 열정과 실천력에 대한 깊은 존경과 사랑을 느낀다. 이 책은 우주에 대한 지식을 전해주는 지식교양서로서 알려져 있지만, 이 책을 숙고해서 읽는 누구라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칼 세이건 박사의 깊고도 깊은 우주와 인류에 대한 사랑의 세레나데임을 말이다. 

인류에게 던지는 묵직한 주제.

바리데기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7년 7월

최근에 학교공부에 치어서 책을 읽을 기회가 없었다가 우연히 모사이트에서 대대적으로 광고하는 황석영 선생님의 신작인 이 책을 보고, 읽고 싶다는 기분이 확 들었다. 그래서, 모처럼만에 알라딘에 방문하여 이 책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글쎄, 처음에 탈북자 소녀의 소설이라고 하는 단편적 광고문구만 보고 흥미를 느껴 구입한 책이라 알라딘의 고수리뷰를 한번 훑지도 않고 즉흥적으로 구입한 책이라서, 이처럼 스케일이 크고 많은 주제를 담고 있는 책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일단 시작부터가 무거운 주제였다. 19세기 중후반, 소련 등 사회주의 국가들이 붕괴하면서 세계는 자본주의화 물결로 치닫고 있었다. 그러한 세태속에서 타 사회주의 국가들보다 더욱 폐쇄적이고 봉건적인 사회체계를 가지고 있던 북한은 내부적으로나 외부적으로나 더욱 더 고립된 상태가 되게 되었다. 그러한 대내외적고립에 각종 재해들까지 겹쳐 1990년대의 북한의 사회 생활상은 그야말로 지옥을 방불케 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 아사하는 사람이 수백만명이나 되었고, 당 차원에서도 붕괴나 소요사태를 막고자 통제를 더욱 엄격히 하여 사회는 증오와 불신으로 가득차게 되나, 힘없는 군중들 입장에서는 죽음밖에는 달리 도리가 없던 그런 시기였다.

바리가 태어난 시기가 바로 그 당시이다. 비교적 유복한 지역 당 간부의 가정에서 태어나, 그러한 환란을 조금 늦게 겪게 되었다 뿐이지, 결국 바리네 가족도 갈갈히 찢겨져 나가게 된다.  남한으로 도망친 외삼촌때문에 당국으로부터 의심의 눈초리를 받게 된 바리네 가족은 아버지가 끌려가는 것을 기점으로 뿔뿔히 흩어져, 결국 다 사별하고 바리만 홀로 낯선 이국땅에서 살아가게 된다.

바리는 어릴때 겪은 특이한 일들로 인해 귀신, 짐승, 벙어리등과 소통할수 있는 특이한 능력을 가지게 되는데, 이 능력이 바로 주인공이 이야기를 헤쳐나갈 수 있게 하는 힘으로 작용한다. 특정 타인의 과거사를 알수 있는 능력으로 사람들의 마음에 든 바리는 극적인 도움들로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언제나 사는 쪽으로 향할 수 있었으며, 결국 힘든 타향 생활 끝에 영국에서 정착하게 된다.

소설 전반에 흐르는 큰 맥은 어느 리뷰에서나 볼 수 있듯이 21세기 인류가 직면한 공황적이고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않는 묵직한 문제에 대한 질문이다. 소설에서는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폭력과 살상, 기아와 굶주림, 풍요로움과 빈곤의 극단적인 대조를 간접적으로 제시하고 과연 인류가 20세기를 무사히 넘겨 30세기로 나아갈 수 있을지,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은 과연 인류를 10세기에서 20세기로 도약하게한 첨단과학의 계속적발전만으로 가능할 것인지? 아니라면 그것과는 다른 어떤 비 물질적인, 즉 고차원적이고 정신적인 가치의 발전 하에서만 가능 할 것이지를 암묵적으로 독자들에게 묻고 있다.

바리의 삶은 어느 한 북한 처녀의 비극적인 삶을 초월하여, 전 지구상의 핍박받고 굶주리며 하루하루 피눈물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가엾고 불쌍한 인류들의 대표적인 모습을 그리고 있으며, 그들의 존재를 다시 한번 우리들에게 각인시켜주게 된다.

과연 인류는 지금 올바르게 가고 있는 것 일까?

실종된 민족혼의 인식.

해방전후사의 인식 1
송건호 외 / 한길사 / 2004년 5월

교수님의 추천으로 읽어보게 된 책이다. 한국사와 민족정신이란 수업을 가르치시는 교수님답게 추천해 주신 이 책도 과연 우리나라 민족정신에 대한 올바른 자각과 바른 인식을 깨우쳐 주는 책이였다. 사실, 전 세계적으로 근대사가  우리민족처럼 비극적인 민족도 드물것이다. 급변하는 세계사의 조류에 적절한 대응에 실패함으로 일본에 36년간 피와 눈물의 식민지시대를 겪고, 또 그에서 해방되자마자 미소냉전에 의하여 타의적으로 민족분단을 경험. 현재 분단된지 반세기가 넘게 그 상태가 지속되고 있으며, 민족정기와 민족혼도 역시반으로 잘라진 한반도 모양처럼 분단의 색채가 짙은 모습이다.

이 책을 통하여, 나는 해방전후로 하여 활동하였던 민족지도자들의 면면을 살펴볼수가 있었고, 그들이 행한 행동 하나하나가 현실에 미친영향에 대하여 보다 심도있게 생각해 볼 기회를 가졌다. 그리고, 단순히 외세로 인해 이처럼 민족분단이 초래되었다고 생각하기보다,  그 바닥에는 더 복잡한 문제가 깔려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권력을 향한 이기주의 적이고 반민족적행태는 증오감을 불러 일으키기 까지했다. 거시적 안목이 없고, 오히려 개인의 영달만 추구한 그같은 자가 대한민국의 초석을 닦았으니, 그 뿌리는 실로 굳건하지 못하고 위태할수 밖에 없지 않았나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친일파청산을 위한 반민특위 활동을 고묘하고 때로는 노골적으로 견제하는 이승만과 친일세력의 행태는 거의 매국노 중에도 상매국노 수준 이였다. 그런 반민족적 씨앗이 우리사회 곳곳에 혹여는 주도적위치에 건재하고 있다는 사실은 내가슴을 무겁게 했다. 민족정기를 제대로 세우지 못한 나라의 미래에 대한 불안이 바로 그 이유일 것이다.

 요즈음 독도문제, 북핵문제, 동북공정문제, 한미FTA 문제 등으로 국가 주변정세가 어수선하다.  이는 곧 일본 중국 미국 러시아 등의 초대강국에 둘러 쌓여있는 분단된 조그만 민족으로서 더 큰 압박을 받고 있음이 사실이며, 또한 건국직후 우리민족의 민족정기가 제대로 펴지지 못한 탓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앞으로도 주변강대국들이 암묵적으로 남과북의 통일을 견제하면서 자기자신들의 득을 챙길것은 자명한 일. 또한 이러한 세태를 돌파할만한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우국(憂國)의 마음을 금할수 없다.

아픈 역사에 대한 반성의 기록

징비록 - 지옥의 전쟁, 그리고 반성의 기록, 개정증보판 ㅣ 서해문집 오래된책방 2
유성룡 지음, 김흥식 옮김 / 서해문집 / 2014년 11월

 " 절대로 우리는 똑같은 과오를 되풀이 하지 말아야 한다."

 임진왜란은 조선최대의 국난이자, 일본과 우리나라 천년원수가 되는 그 시작을 알리는 전쟁이였다. 당시 조선사회는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각 지방관리라는 자들은 군역법을 백성수탈의 방도로 여겨 이중삼중수탈의 도구로 악용하곤 하였고, 중앙의 무능한 왕을 필두로 그 주변은 유학자출신 관료들로 가득하여 군사적 과업에는 관심을 끊고 해묵은 학파싸움에서 번진 당쟁과 파벌싸움을 일삼고 있었다.

반면, 일본은 천여년간 끊이지 않았던 전쟁통의 역사속에서 그 길었던 전국시대의 통일을 이루어 내었고, 전쟁이 끊이지 않았던 내란의 역사속에서 전쟁기술과 전쟁수행능력은 조선을 압도하고 있었다. 거기에, 신식서양문물을 가리지 않고 받아들여 조총등의 무기등으로 무장을 하고 있었기에 조선과의 군사력차이는 실로 엄청난 수준이였다.

율곡이이등은 이러한 불온한 정세를 십여년전 미리 파악하고 십만양병설을 주장하는등 우리민족에 거시적 안목을 가진 선구자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썩을대로 썩은 조선의 무사안일주의는 그런 경고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것이다. 결국 1592년 풍신수길이 약 15만을 조선에 파병함에 아무런 대비도 안되어있던 조선군은 무참히 박살나면서 일본군은 연전연승, 파죽지세로 밀고 올라오게 된 것이다.

소설에서 일본군에 맞써 싸워보지도 않고 도망치는 관리들을 보노라면 피가 꺼꾸로 솟는듯한 분노를 느꼈다. 저런 자들이 백성의 위에서 국사는 제대로 처리못할 망정 백성의 고혈만 짜내면서 자기 속내만 채우고 있다가, 전쟁이 일어나자 가장 먼저 줄행낭 치는 것을 보노라면, 현대 우리나라의 정치권도 이와 크게무관하지는 않지 않은가 하고 걱정이 앞섰다. 일본을 문화적으로 열등하다면서 언제나 깔보고 무시하던 조선 사대부들의 무지는 결국 백성들에게만 피같은 고통을 안겨주었을 뿐, 그들 자신들은 그다지 실상 큰 고통은 없었다.  

지배층들의 무능과 무지는,  실지로 국가의 안위에 큰 위협이 되며 나아가 국가 대다수의 구성층인 국민에게 직간접적으로 커다란 고통과 손실을 야기한다는 것은 이 책을 통해서 극명히 드러난다. 얼마나 분개하고 회한이 깊으셨으면, 유성룡이 직접 후손들을 위해 아픈 역사를 반복하지 말라는 의미에서 징비록을 지어서 후대에 까지 널리 읽히게 하고 있겠는가..

하지만, 조선은 그 이후에도 정신을 못차리고, 탐관오리의 무능과 부패로 말미암아 세계사의 조류에서 낙오되며, 일본에게 강제합방을 당하는 치욕을 맞는다. 한번 당한 상대에게 어찌그리 또 당할 수 있을까? 정말 분개감을 느낀다. 어찌그리 지배층들이 못났으면, 이렇게 일본에 당하기만 하는가..?

징비록을 쓴 유성룡의 노력은 헛수고가 되어 우리민족은 또 다시 치욕의 36년 식민지시기를 지내며 피해와 고통은 일반국민들이 다 뒤집어 썼다. 안타까운 것은, 해방 후에도 친일파가 제대로 청산되지 못하여 대대로 우리나라를 말아먹었던 악덕 지배층들의 자손들이 아직까지도 우리 대한민국의 고위층에 상존해 있다는 사실이다. 이 것은, 우리민족의 잠재적인 위협요소로서 언제든 우리나라의 목을 옥죌수 있고, 또 다시 국민들의 고혈을 짜낼일을 만들 수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한번, 두번까지는 어쩔 수 없었다고 친다하더라도, 세번당하는 일은 있어서는 절대 안될 것이다.  하지만, 현 세태를 보고 있노라면, 암담한 마음 밖에는 없다. 독도를 노리고 체계적이고도 고묘한 방법으로 착착 단계를 밟아나가고 있으며 국민적관심을 증폭시키고 있는 일본과 이에 대해 상대할 가치가 없다며 무시로 일관하고 있는 한국정부의 대응태도의 차이는 흡사, 임진왜란 때 조선정부의 무사 안일한 태도와 비단 무관하지 만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혹여 일본에 경제적으로 많이 의존하기때문에 별수없이 국제적 마찰을 두려워한다는 핑계따위를 댄다면 정말 할말이 없다. 그 것은 변명에 불과하다. 외교력인 대응력과 무능력을 인정하지 않고, 자기자신의 약점을 물고 늘어지는 격이라고 할 수있는 한심한 꼴 인것이다. 우리는 외교력을 키워 적극적이면서도 단호하고도 거침없는 대응을 해나가야 한다. 우리 땅, 우리역사 뺏기데 될지도 모르는 일인데 미온적으로만 대처해서 무엇한단 말인가? 국민들의 관심을 증폭시키는 일은 물론, 세계각지에 이러한 우리의 열망을 보여줄 필요성이있다. 그것이 바로 외교력인 것이다. 또한 그것이 현대사회에서 국가의 이익을 보호하는 최일선의 수단인 것이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세번 당할 수는 없는 것이다.. 통한의 역사를 물려주게 된 자책감과 자괴감에 대한 반성으로 우리에게  "징비록"을 남긴 유성룡과 같은 선각자들을 봐서라도,  우리는 절대로 똑같은 역사적 과오를 되풀이 하지 말아야 한다. "징비록"이 또 한번 무용지물이 되는 일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된다..

인간미 묻어나는 글맛.

그 남자네 집
박완서 지음 / 현대문학 / 2004년 10월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먹었을까의 후속편격이라고 봐도 좋을 법하게 그 소설의 시대 상황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다만 소설의 주제가 주인공의 고난에 찬 어린시절에서 첫사랑에 대한 아련한 기억으로 바뀌어 있을뿐이었다. 소설 시작은 그 많던 싱아..의 마지막장면인 고지전투가 한창인 6.25전쟁 막바지이다.

전쟁의 피폐를 딛고 활기차게 살아가려고 하는 주인공와 그의 가족들은 물론 우리나라의 그 당시 인간군상들의 모습을 세세히 묘사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주인공의 첫사랑에 대한 암시를 보이는 것으로 소설은 시작을 하게 된다. 그녀의 첫사랑은 동네집에 같이 살던, 현보라는 학생이였다.  전선에서의 전개상황이 불확실한때라 목숨을 부지하고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피난을 가고 난 후여서, 서울에는 사람이 없을 시절이였다. 그런시절, 주인공은 귀하디 귀한 남자인 그를 사랑하게 되고, 그를 의지하며 혹독한 전시를 이겨나가게 된다.

그러나, 전쟁이 휴전상태로 일단락되면서 서울은 다시 활기차게 변한다. 피난 갔던 사람들이 줄줄이 돌아왔던 것이다. 전쟁 직후, 더 악착같이 살지 않으면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웠던 것인지 주인공과 그 남자(현보)는 그토록 애달픈 사랑의 감정도 점차 식어 관계가 소원해 지기 시작한다. 주인공도 일단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남자와 결혼을 하게 된다, 가족들의 부담을 지우고, 자기 자신도 돈 걱정없이 살아보자는 이유였을 것이다. 하지만, 결혼생활은 생각보다 감옥과도 같은 지루한 날들이였다. 그녀는 그런 결혼 생활에 지쳐가면서 첫 사랑에 대한 기억이 새록새록  날때쯔음, 그 남자의 소식을 듣게 되는데 그는 자신의 결혼소식을 듣고 좌절과 고통속에 괴로워했다고 했다는 것이였다. 주인공은 지루한 결혼의 일상사속에서 그가 아직 까지 자신에게 아련한 마음이 남아있음에 흥분하게 된다. 그리곤 그 남자와의 밀회를 시작하게되는데, 그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그 것을 아름답고 순결한 어떤 것으로 애써 치부해 버린다.

그 남자와 불륜까지 갈 뻔했던 그 일은 그 남자의 사고로 끝나게 된다. 그 남자는 실명하게 된 것이다. 주인공은 첫사랑의 불운에 가슴아파하면서도, 후엔 한편으로는 자신의 안정된 결혼생활이 깨지지 않게 된 것은 그 남자의 사고탓이였다며 다행스러워 하기도 한다. 한때의 불같은 열정도 식고 나면, 위험한 것이였음을 느끼는 것은 모든 사람이 다 그럴 것이다. 다행히도 주인공에겐 모든 것이 파멸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대신 그 남자가 모든 불행을 다 뒤집어 쓴 것처럼 그 남자만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첫사랑의 기억이 다소 암울함을 간직한채 점차 잊혀져 간다.

지긋이 나이를 먹은 두 사람은, 그 남자의 어머니의 장례식날에 만난다. 그의 흐느낌을 따뜻한 포옹으로 맞아주는 주인공은, 그 포옹이 자신의 첫사랑과 첫 포옹임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어떤 두근거림이나 아련한 마음따윈 생기지 않았다. 연민과 정에 의한 지긋한 마음만 남았을 뿐..

박완서님의 소설은 두 번째로 접하게 되었지만, 그 특유의 맛깔나는 문체에 어느정도는 중독되어 버린듯 하다. 읽는 내내 재미있었다.  어떤 부분은 재미있는 내용이 아닌대도 왠지 재미있는 맛이 있었다. 단지 첫사랑에 대한 내용으로 가득 찬것도 아니라, 시집살이에 대한 내용도 꽤 있는데 그 부분은 주인공의 첫사랑을 다시금 떠올릴수 밖에 없었던 어떤 장치역할을 하지만,  오히려 그 소소한 부분이 더 재밌다고 느꼈다. 다소 파격적일수도 있는 결혼후 첫사랑에 대한 애정과 만남에 관한 소재이지만, 그를 인간미 넘치는 내용으로 꾸려가는 글 재주는 대단했다. 빠른 시일내에 또 박완서님의 소설을 읽게 될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