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오바디스 한국경제 (이준구) - 이준구 교수의, 이념이 아닌 합리성의 경제를 향하여
이준구 지음 / 푸른숲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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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구 교수님이라고 하면 역작 이준구의 미시경제학을 집필한 한국 경제학계의 대들보격인 인물이다. 대학시절에 그 책으로 미시경제학을 공부한 기억이 있다. 어렵고 복잡하기만 했던 미시경제학을 요점과 사례 중심으로 간략히 풀어낸 이준구 교수님의 저서는 상당히 신선하고 훌륭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 이준구 교수님이 이번에 정책비판논조의 교양서적을 내셨다. 처음부터 책을 내려고 하신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블로그에 현 정부에 대한 정책비판글을 게제하다보니 책 한권 분량이 모아져서 책을 내게 되신 것 같다. 결론적으로는 매우 좋은 책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현 정부의 터무니없고 허무맹랑한 정책들을 접하면서 이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지만, 좀 더 깊이 들어가 그 정책들이 왜 어떻게 어떤면에서 또렷히 잘못을 범하고 있는지 명료히 짚어내기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MB정부 정책비판론자(올바른 생각을 가진 국민들이라면 대부분이겠지만)들의 가려운 곳을 잘 긁어주는 책이다. 이 책은 어떤 정책이 어떤 면에서 잘못되었고 또 그 것이 어떤 식으로 처리되어야 했는지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측면에서 쉽게 풀어내려고 하고 있다. MB정부의 정책들이 무언가 아니다 싶지만 또렷히 반론을 제기하기 힘들었던 일반독자에게 이 책은 말 그대로 명료한 해답안을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역시 이 책에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대운하 정책에 대해 비판한 제 1장이다. 이준구 교수님이 제 1장을 블로그에 게제하였을 당시, 사회적으로 상당히 이슈가 되었었다. 대운하 사업이 잘못되었고 이를 막아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팽배했던 2008년 초, 경제학계의 지성인 이준구 교수님이 논리적으로 그를 조목조목 반박한 이 글이 등장했었던 것이다. 많은 이들이 그의 글에 열광하였고, 대운하 저지 운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급 진전되는 계기가 마련되었었다.  

그 이후에 비교적 조직적으로 전개된 대운하 저지운동의 성과로 결국 MB정부는 대운하 포기선언을 하기에 이른다. 사회적 상식과 정의의 승리였다. 하지만 진보진영은 이 승리에 한 껏 도취되어서 그 직후 전개된 대운하 사업의 사생아격으로 탄생한 4대강 살리기 사업의 등장과 전개를 막아내지 못한 건 안타까운 현실이다.  

어찌되었든 이 책에 실린 상식과 합리성에 기초한 논리적 반박론들은 MB정부의 비상식과 독선에 맞설 수 있는 훌륭한 무기가 된 것은 사실이다. 학계의 존경받는 지성인의 글들이 얼마나 사회적으로 큰 힘이 될 수 있는지 이 책은 여실히 증명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준구 교수님을 비롯한 학계의 양심적인 지성인들의 활발하고도 적극적인 사회적참여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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