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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 MBC 느낌표 선정도서 ㅣ 소설로 그린 자화상 2
박완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199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은지가 꽤나 오래됐는지 그날따라 잠자리에 누워도 잠이 안오고 해서 사두고 안읽은책만 모아둔 더미에서 무심코 한권을 뽑아들었다. 언젠간 읽자고 벼르던 박완서님의 "그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이다. 신입생때 구입했으니, 근 4년이 훌쩍 지나서야 제대로 읽게 되었다. 4년이란 세월이 그리 긴 세월은 아니건만 손때한번 묻지않은 책결이 약간은 누렇게 익은 것이 분명 난 책벌레 스타일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듯 했다.
소설 속에 "나"는 박완서님의 어릴적 모습이며 일흔을 넘기신 고령에도 어린시절의 일들을 그토록 소상히도 기억하고 계신가하구 약간은 경외심이 들었다. 하기사, 직업이 소설가 이시니, 어느정도 상상력이 가미된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말이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박완서님의 문체는 꾸밈이 없다. 농약한방울 묻지않은 이슬맺힌 딸기를 깨물어 먹는듯 한장한장마다 읽는맛이 남달랐다. 밤 12시에 읽기 시작한 책은 새벽 4시 40분경에 되어서야 마지막장을 덮을 수가 있었다. 시간가는 줄을 몰랐다. 왜 지금에서야 읽었나..하구 약간 후회도 들었다. 시골에 살던이는 누구든지 있을법한 할아버지 할머니와의 정감, 소시적 동네아이들과의 천진난만한 놀이들등 그다지 큰 반전도 사건도 없는 작가의 소소한 유년기의 추억들을 읽으며 점차 그 시절속으로 빠져들었고, 그후 일어난 여러가지 사건들 서울상경과 서울에서의 청소년기..그후 일제로부터 해방과 6.25동란등 근대사의 거대한 사건들을 작가자신의 일상속에서 바라보는 시점은 여타 다른 책들에서 보여주는 그 시절모습보다 더욱 사실감 넘쳤고, 생동감있었다. 대문엔 성장소설이라고 써붙였다만, 시대소설이라고 보는게 바람직 할 듯했다.
박완서님의 소설을 원래 찾아 읽는 사람들이라면 벌써 다봤겠으니 말할것도 없고, 아직 안 읽은 분들은 꼭 한번 읽어보시길 바란다. 구수한 문체와 이야기 꾸려내는 재주가 남다르시므로 쭈욱 읽어나가도 재밌고, 또 철없던 어린소녀의 관점에서 그 시절을 읽어내려가며 암울했던 조국 근대사를 다른 관점에서 음미해 볼 수도 있는 흥미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