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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치 - 2013 제37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이재찬 지음 / 민음사 / 2013년 10월
평점 :
평범한 여고생이 부모의 살인을 청부하게 되고 결국 살인에 이르기까지 가족 내에서 벌어지는 서로 다른 욕망이 가감없이 펼쳐진다. 가족이 더 이상 사랑의 공간이 아님을 선언하는 책. 다소 과장되지만, 사랑으로 맺어진 가족이라는 근대의 환상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자세히 살펴보면 이 소설에 등장하는 갈등의 중심에는 언제나 변호사인 아버지가 존재한다. 자신의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 다른 가족 구성원의 선택과 행복도 무시하거나 묵살할 수 있는 전형적인 가부장. 그를 괴물로 만든 사회 구조 혹은 개인적인 계기를 충분히 다루지 못해 이분법적 구도에 머무른 것은 아쉬운 점이다. 이 소설이 살부(殺父)를 모티브로 삼고 있음에도 도스토예프스키의 그림자를 발견하기 힘든 이유이다. 여고생의 입으로 끊임없이 사회를 비판하는 모습은 차라리 이문열을 떠오르게 한다.
<버스,정류장>에 이어 이번에도 여고생이다. 이재찬의 취향인가? 아니면 여고생이 우리 사회의 온갖 모순과 부조리에 가장 쉽게 노출되어 있기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