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식 일러스트 기반 미술교육 아노락(Anorak) : 기쁨 - ISSUE 17 영국식 일러스트 기반 미술교육 아노락(Anorak) 17
아노락 코리아 편집부 지음, 이희경 옮김 / 아노락코리아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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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기간 : 2025/09/20 ~ 2025/09/21

5번째로 만나게 된 아노락 시리즈이다.

1년전부터 꾸준히 새로 나올때마다 아이와 같이 봐서 이제는 매우 친숙하다.

아이도 다행히 미술이나 그림 그리는걸 좋아해서 매우 유용하게 책을 보고 있다. (물론 부모 입장을 떠나 객관적으로 봤을때 그다지 소질이 있어 보이진 않는다.)

지난 과월호도 심심하면 한번씩 꺼내보기도 한다.

다소 심심해 보이기도 하는데 아이에게는 그렇지 않은가보다.



이번 호의 주제는 '기쁨' 인데, 매우 많은게 바뀐듯한 모습이다.

원래는 각 주제에 대해 여러가지 다양한 그림들과 컨텐츠들이 특유의 외국 잡지 느낌으로 약간은 중구난방으로 흩어져 있어서 좀 정신없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었는데, 이번엔 딱 깔끔하게 영어 알파벳 순서로 정리가 되었다.

알파벳 순서에 따라 기쁨과 관련된 영어 단어들과 일러스트, 그리고 간단한 내용까지 같이 모두 포함되어 있어 기존에 비해 훨씬 더 주제에 대해 직관적이라 잡지가 더 많이 개선이 되고 발전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러면서도 직접 그려보기도 할 수 있고 직접 만들어볼 수도 있는 내용들이 여전히 있기 때문에 미술 잡지라는 본연의 취지도 그대로 유지가 되고 있다.


낱말 찾기와 같은 쉬어가는 놀이 코너도 대폭 개선이 되어 7~8세 정도의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다 쉽게 쉽게 풀어볼 수 있다.

이 나이대 아이들을 위한 유일한 미술 잡지인데다 국내 잡지가 아니다보니 획일적이지가 않다.

부모들도 다양성과 색다른 기분을 느낄수 있고, 아이들이 이 책을 따라 하기가 그다지 어렵지 않아 아이와 함께 미술을 하며 같이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연령대에 맞지 않을만큼 어려운 부분이 분명 과거에는 있었지만 이런 점들도 매우 많이 개선이 되어 이제는 거의 그런 부분을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이다.

외국 잡지임에도 피드백이 충분히 되고 있다 생각되며 앞으로도 더 많이 발전할 수 있는 좋은 미술 잡지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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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숲에서 우리 다시 만나! 미래 환경 그림책 16
유다정 지음, 서미경 그림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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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기간 : 2025/09/19 ~ 2025/09/19

앙증맞은 표정의 두 새끼 여우가 표지에 그려져 있는데, 정말 심쿵할 정도로 귀여워 책을 안볼 수가 없었다.

아이도 책을 보자마자 책가방 집어 던지고 책을 펼쳤다.

여우들 귀엽다는 말을 오늘 저녁에만 한 100번은 한 것 같다.



어느 산속에 사는 여우 부부 두쌍이 각각 새끼 여우를 낳았다.

한마리는 암컷 리아, 다른 한마리는 수컷 태산이.

너무나도 귀여운 새끼 여우들이지만, 웬지 어른 여우들은 새끼가 한마리밖에 태어나지 않아 아쉬워한다.

검색을 해보니 실제로 여우는 한 번에 2~4마리, 많게는 5~6마리까지도 새끼들을 낳는다 한다.

그런데 이 여우들은 주변 환경이 여우에게 그다지 좋지가 않아 그에 대한 영향으로 새끼들을 한마리씩밖에 못 낳았다.



그래도 다행히 하루 차이로 생일이 다른 둘은 같이 자라며 사이 좋게 무럭무럭 잘 커나갔는데, 점점 주변 환경이 안좋아진다.

시끄러운 공사판, 엄청난 소음의 비행기와 자동차들.

모든게 여우들에게 위협적이다.

그렇다고 산속 깊은 곳까지 가기에도 난감한 상황.



그러다 결국 태산이는 시름시름 앓게 되어 태산이 엄마, 아빠 여우들은 태산이를 위해 깊은 산속으로 떠나기로 결정한다.

리아와 태산이는 헤어지기전에, 팔월 한가위 둥근달이 떠오르면 산마루에 있는 팽나무 아래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한다.

온갖 해로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씩씩하게 잘 커나간 리아는 어느새 독립할 때가 되어 부모 곁을 떠나 태산이와 약속한 곳으로 향하는데.

과연 리아와 태산이는 다시 만날 수 있었을까?

여우들이 너무 귀여워 계속 눈길이 가는 그림책이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저절로 들 수 밖에 없었다.

내 아이도 책을 보고 안타깝고 계속 마음에 걸리는지, 리아와 태산이가 꼭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했다.

지구의 주인처럼 살아가는 인간들 때문에 이미 멸종해버린 생물들도 많고, 생존을 위협받는 생물들도 많다.

그렇다고 문명 다 파괴시키고 인간도 원시화되어 살아갈 순 없지만, 최소한 환경을 왜 보호해야하는지, 그 중요성에 대해 아이에게 설명해줄 수 있어서 너무나도 멋진 그림책이였다.

따뜻한 이야기와 귀여운 그림체, 거기에 교훈적인 내용까지.

이런 맛에 아이와 나는 그림책을 못 끊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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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책놀이 55 - 누리과정 & 초등 교과 연계
송현지 외 지음 / 경향BP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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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기간 : 205/09/17 ~ 현재 진행형

어느 집이나 다 핸드폰, 영상, 게임 등등으로 아이와 갈등이 생기는듯하다.

주변에 열이면 열,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문제가 안생기는 집은 없는것 같다.

우리는 그래도 최대한 뒤로 미룰수 있으면 미룰려는 생각으로 아이에게 주입식으로 아직은 절대 안된다고 강조하고 또 강조하지만 아이가 학교, 학원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많아지다보니 노출이 안될래야 안될수가 없는 상황이고 그래서 집에서 계속 조르고 있는 중이다.

이제는 좀 어느 정도 포기했는지 예전만큼은 이야기를 안하지만 그래도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어 불안불안하다.

아이에게 미디러 노출을 최대한 자제한다는 장점은 분명 있지만, 또한 이 때문에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에 뭘 하며 시간을 보내야할지 난감하다는 단점 아닌 단점도 있다.

그러다 이번에 아이와 시간 보내기에 딱 알맞는 책을 보게 되었는데, 아 이 또한 약간 난감하다.


이 책은, 3~4세 정도부터 초등학교 저학년까지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55개의 그림책을 선정하여, 그림책에 대한 간략한 해설과 함께 책에 대한 느낌이나 소감을 같이 이야기해볼 수도 있고, 책과 관련된 놀이 활동까지 해볼 수 있는 일종의 가이드북이라 할 수 있다.

신체놀이, 똑똑놀이, 감정놀이, 환경·자연놀이, 함께놀이, 요리놀이, 상상놀이 등 전체 7개의 대단원으로 나뉘어져 있어 아이의 취향에 맞게 취사선택해서 같이 즐겨볼 수도 있다.

내 아이가 가장 먼저 하고 싶어했던건 요리놀이였고, 그중에서도 35번째 책인 '잔치국수'를 첫번째로 골라서 이 책을 인근 도서관에서 빌려와 아이와 같이 읽고 이야기를 나눈뒤 같이 잔치국수를 만들어 먹어 보았다.

아이의 만족도는 무조건 100%, 아니 그 이상이다.

세상 어느 아이가 부모와 함께 이렇게 같이 놀며 시간을 보내는데 만족하지 않을수 있을까.


55개의 책중, 23개의 책에 대해서는 뒤에 부록으로 활동지가 따로 마련되어 있어 준비물을 따로 구해놓을 필요 없이 바로 아이와 쉽게 놀이를 즐길수 있다.

이 점이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였는데, 이런 활동지 없이 55개의 책 모두 다 부모가 준비물을 따로 준비했어야만 했다면 아마 우리부터 먼저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준비물을 구하는게 어렵진 않지만 꽤나 다양하고 중복되는 것들이 거의 없어 따로 다 구해야하기 때문에 상당히 귀찮다.

다이소에서 대부분 구할 수 있는 것들이긴 하나 이걸 한권씩 할때마다 준비물을 구해야된다 생각하면 머리 아플 일이다.

우리처럼 맞벌이를 하는 부부에서는 그 어려움이 배가 될수밖에 없기에 활동지가 완전 반가울 정도였다.

아이는 당연히 매일 내지는 일주일에 2-3번씩 이걸 하고 싶어 하는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어 일주일에 1번씩만 일단 하기로 했다.

여기에 소개된 책들을 모두 인근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검색해봤는데 놀랍게도 모든 책을 다 구할 수 있다.

대부분 인근 도서관에 비치되어 있고, 인근 도서관에는 없는 책들은 전부 관내 도서관에는 있어 상호대차서비스를 이용하여 편리하게 대출할 수 있다.

만약 구할 수 없는 책들이 많았더라면 구입을 해야하는 부담감도 있었을텐데 정말 작가님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해당 책을 인근 도서관에서 빌려오고, 준비물들을 미리 구입해 와서, 아이와 같이 읽고, 같이 책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이어지는 놀이까지.

과정이 무척이나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아무 의미없이 어린 아이들에게 장시간동안 핸드폰, 영상을 보여주거나 게임을 하게 내버려둔다면 어쩌면 그건 방임 아닐까?

이 책으로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들이 결국엔 내 가족의 삶을 행복하고 풍요롭게 만들어주리라 믿기에 귀찮고 번거롭더라도, 적어도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시간을 내어 매주 아이와 같이 놀아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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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학생
셰르민 야샤르 지음, 메르트 튀겐 그림, 김지율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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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기간 : 2025/09/17 ~ 2025/09/17

웃고 떠들고 행복해 보이는 학생들 사이에 우중충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저 뚱뚱한 아저씨가 다시 학교로 돌아간 이유는 무엇일까?

학교에서 어떤 일이 생겼을까?

이러한 호기심과 궁금증이 절로 생기게 하는 표지이다.



표지의 저 아저씨는, 어느 큰 회사의 CEO로서 사회적 성공을 이룬 1980년생인 (액면가는 더 들어보이는데 나랑 비슷한 나이라고?) 위대한 피크리이다.

피크리는, 자격지심인지 아니면 과시욕인지, 자신의 이름에 꼭 '위대한' 이라는 수식어가 들어가야만 직성이 풀리는 매우 속물적인 유형의 인물인데 어느날 느닷없이 어이없는 편지를 받게 된다.

그건 바로, 중학교 졸업 과정에서 뭔가 오류가 발견되어 중학교 졸업이 취소가 되었으며 빨리 학교로 복귀하여 단기간 수업을 이수해야만 졸업 처리가 가능하다는 편지였다.

만약 중학교 졸업이 취소가 되면 줄줄이 고등학교와 대학교까지 다 취소가 되어 버릴 위기이다.

이는, 사회적 성공과 부를 이룬 위대한 피크리에게는 매우 치명적인 단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할 수 없이 40대 중반에 다시 피크리는 중학교로 되돌아가게 된다.



그러나 이미 나이를 먹을만큼 먹은데다 학생때의 순수함은 1도 남아 있지 않은 피크리에게 학교는 그저 답답하고 짜증스러운 공간일뿐이다.

교장 선생님, 수학 선생님 뿐만 아니라 같은 반 애들하고도 전혀 어울리지 못하고 뭐든 돈으로만 해결하려 하지만 피크리의 마음처럼 학교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위대한' 피크리는 그래도 학교 생활을 이어가던중 친구들과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점차 속물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결국엔 과거 어린 시절의 순수했던 시절을 회상하기도 하고 자신의 지난 삶에 대해 반성하며 제 정신을 차리게 되어 '위대한' 을 집어 던지고 본래의 피크리로 되돌아간다.

그리고 드디어 피크리는 무사히 다시 맞은 짧은 중학교 생활을 마치게 되는데.

여기에서 이야기는 멈추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간다.

과연 피크리의 앞날은 어떻게 될 것인가.

아주 재밌는 이야기였다.

아이보다 내가 더 재밌게 본 것 같다.

내가 어렸을때 봤던 주성치 나오는 '도학위룡' 이 생각이 많이 났다.

물론, 나이 먹어 학교에 다시 들어가는것만 같지, 속 이야기는 전혀 다르지만 괜실히 내가 중학생때, 고등학생때 생각도 많이 나기도 하고, 지금의 나는 혹시나 '위대한' 피크리처럼 자만에 빠져 살고 있진 않은지 되돌아보기도 했다.

이젠 다시 그때의 그 순수했던 시절로 되돌아 갈 순 없지만, 잠시나마 이 책을 읽으며 그때의 느낌과 기억이 떠올라 아련한 추억에 빠져들었다.

난 지금, 과거의 나에게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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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경사 바틀비 열린책들 세계문학 295
허먼 멜빌 지음, 윤희기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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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기간 : 2025/09/15 ~ 2025/09/16



"하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드디어 읽어보았다.

"나를 이스마엘이라 불러라" 만큼이나 유명한 문구가 있는 허먼 멜빌의 또 다른 대표작 '필경사 바틀비' ㅇ이다.

도서관에도 출판사별로 항상 비치가 되어 있는데 왜 안읽어봤을까?

아직도 그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그냥 내가 너무 게을러서라고 일단 해두자.

문장이 매우 오묘하다.

보통은 '노(No)', '아니오' 등의 문장으로 대답하지, '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라는 문장으로 대답하는 경우는 없는데 정확히 어떤 문장인지 원래 영어 문장을 찾아보니,

"I would prefer not to ~"

라는 문장이였다.

재밌는건 출판사마다 이에 대한 정확한 해석이 약간 다르다는 점인데,

"그렇게 안하고 싶습니다"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등등, 여러 번역이 존재한다.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라거나 '그렇게 안하고 싶습니다' 라는 번역은 약간 어색한 느낌이 있고 '하고 싶지 않습니다' 가 자연스러워 보이기는 하나 prefer 라는 단어의 느낌이 전혀 들어가 있지 않아 뭔가 아쉽다.

그래서, '하지 않는게 좋겠습니다' 나 아니면 이번 이 책에 실린 '하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가 그나마 가장 느낌적으로 비슷한 번역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아무튼 이 뭔가 묘한 수동적인 저항은 화자인 '나' 의 모습과 대비되어 보이는데 이 책에 실린 다른 소설들에서도 이러한 대비 기법은 계속 반복된다.

아마도 이 소설들이 쓰였던 1853년~1855년 (빌리 버드는 한참 뒤에 쓰여졌다.) 무렵에 허먼 멜빌은 부양해야할 아이들이 속속 태어나고는 있는데 소설들이 성공하지 못하여 여러 곤란한 상황에 처했을거라 짐작이 되며 그러한 자신의 삶에 대한 회의감에 젖어 사회의 부조리함을 표현하기 위해 이런 방식으로 소설을 쓰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한편 마지막 문구 '아, 바틀비! 아, 인간이여!' 라는 문장도 매우 재밌었는데, 책 마지막에 실린 번역가의 해설에는, 누구나가 결국 맞이해야할 죽음은 숙명이라는 현실을 뛰어넘기 위한 소망이라고 쓰여져 있던데, 동의하기 매우 어렵다.

그것보다는 오히려 작가의 자조섞인 조롱이라고 보는게 더 적당하지 않을까?

작중 화자인 '나' 는 바틀비와 함께하는 시간 동안 이런 저런 다양한 감정에 휘둘렸지만 결국엔 저 수동적인 사람을 포기하고 회피하는 쪽으로 결정하게 된다.

사무실까지 옮겼으면 그걸로 된거지, 구지 다시 찾아가서 또 바틀비를 설득하고 심지어 감옥까지 찾아가서 또 설득할 필요까지 있었을까?

어쩌면 그건 '나' 라는 사람의 체면을 위한 변명거리를 만들기 위함이 아니였을까?

잘나가진 않지만 어쨌든 '나' 는 명색이 월가의 변호사인데 이런 사회적 지위에 걸맞는 행동 정도는 보여줘야 하지 않은가라는 얄팍한 속셈으로 마지막에 느닷없는 저 목소리를 낸건 아닐까 의심이 된다.

이 소설 하나만 따로 똑 떼어 놓고 읽었다면 번역가의 해설에 어느 정도 동의를 할 수 있을것 같은데 하필이면 이어지는 단편 소설들이 다 조롱하는 듯한 늬앙스의 가득한 풍자 소설들이라 난 다른 쪽으로 해석해보았다.



런던에서 화려한 만찬을 즐기는 총각들의 모습이 우아하게 보이기도 하지만서도 어쩐지 약간 그들을 비웃고 조롱하고 비판하는 듯 하기도 하다.

이들의 모습은, 뒤이어 이어지는, 공장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처녀들의 지옥같은 모습과 더욱 대비된다.



세번째 소설인 '빈자의 푸딩, 부자들의 빵 부스러기' 에서는 급기야 영국과 미국을 비교하며 교묘히 둘 다 까는듯하다.

아니 원래 이 양반 문체가 이런 식이였나?

'모비 딕' 을 떠올려보지만 전혀 그러지 않았던것 같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기보다 풍자하는 방식이 오히려 반대로 더 마음에 들었다.

이렇게 글 잘 쓰는 사람이였다니!

아니, 이런 양반이 고래 이야기는 그렇게 재미없게 썼단 말인가?!

레데리2에서나 볼 법한, 플로리다 습지대에 널린 가난한 집의 풍경이 절묘하다.

머리속에 집의 모습이 저절로 그려지는듯하다.

이 책에서 네번째로 등장하는 '행복한 실패' 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번역되었다 하는데, 이것도 짧지만 꽤 강렬하다.

마지막에 실린 '빌리 버드' 는 내 개인적으로는 바틀비만큼 기대했던 소설이였는데 약간 그 기대에 못미쳐 다소 실망했다.

중간에 너무 난잡스럽게 들어간 부분들이 많아 중구난방같은 느낌이 들었다.

한편, 출판사 열린책들에서 나오는 세계문학을 '안나 카레니나' 이후로 정말 오랜만에 읽어 보았는데, 퀼리티가 상당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워낙 내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소설들을 많이 봤다 보니 주로 그쪽으로만 연상이 되었는데 이번 기회에 세계문학쪽에도 이 출판사가 한몫한다는걸 확실히 각인하게 된것 같다.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종종 아직 읽어보지 않은 세계문학들을 이 출판사를 통해 읽어볼 생각이다.

근 300개 가까이 되던데 아직 안읽은거, 목록이나 일단 한번 추려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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