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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5 - 사과와 링고
이희주 외 지음 / 북다 / 2025년 8월
평점 :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기간 : 2025/08/30 ~ 2025/09/01
매년 이 맘때쯤이면 늘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이 기다려진다.
이번에도 8월이 되자마자 귀신같이 이효석문학상에 대한 기사를 기다렸고, 8월 5일에 수상에 대한 기사를 접했고, 8월 말에 책을 받아보게 되었다.
언젠가는 꼭 한번, 직접 이효석 문화제에도 가서 메밀밭도 가보고 시상식도 가보고 그러고 싶다.
물론 마음만 간절할뿐 언제 가능할지는 알 수 없다.
평창은 정말 멀어도 멀어도 너어어어어어어무 멀다.
제40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식 정도는 과연 구경해볼 수 있을까?

# 사과와 링고(りんご) / 이희주
# 사랑, 기억하고 있습니까 / 이희주
아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은 소설인데 말을 많이 할 수 없음이 안타까운 소설이다.
일단, 이 책은 누가 봐도 대상이다.
'누가 봐도' 라는 말의 의미는, 이 책에 수록된 최종 후보작중에서 그렇다라는 의미이다.
6개 소설중에 그냥 이 소설이 대상일수밖에 없다.
근데, 뭔가 내 느낌은, 소설이 대상일정도로 대단하다는 느낌보다는, '그래~ 니 똥 굵다~' 라는 느낌이다.
쉽게 말해, 이 소설이 내 취향이 아니라는 말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소설 자체는 충분히 마음에 드는데, 작가의 속내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는 조금 더 뒤에서 다시 이야기하도록 하고.
'연민한 죄로 차용이 불행처럼 연쇄됐다.'
아니, 이 무슨 미친 문구란 말인가!
이 책을 통틀어, 아니, 적어도 최근 몇년간 읽은 소설중에 최고의 문구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이다.
소름이 돋았다.
순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인 정이현 작가가 탁 떠오를 정도로 충격적인 문장이였다.
이런 식의 톡톡 쏘는 문장은 정이현 작가의 특기인데, 이 작가도 정이현 작가의 영향을 받았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아 근데 여기서 실망스러웠다.
그냥 소설을 있는 그대로 음미했다면 더 좋았을걸, 인터뷰는 괜히 봐가지고.
뭐 작가가 스스로 본인의 의도를 표출하는게 나쁘다는 말은 아니고, 그 작가의 의도가 나의 소설에 대한 감상과 어긋나면 이상하리만치 난 그 소설에 대한 마음이 팍 식어버린다.
특히나 페미니즘과 같은, 내가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어떤 사상이나 생각에 작가의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면 더욱 그러하다.
물론, 이 작가가 대단한 작가라는건 인정한다.
저 나이에 저런 필력이라니.
게다가 팬픽이라는 다소 낯설고 마이너한 장르를 밀어부쳐 순수문학의 틀을 깨버리기까지 했으니, 이 작가는 무조건 인정이다.
하지만, 소설에 대한 취향은 그 인정과는 또 다른 문제이다.
하고 싶은 말은 더 많지만 여기서 멈출 수 밖에 없다.
# 너는 별을 보자며 / 김경욱
올해 이 문학상의 컨셉은 아이돌인가?
대상까지야 그러려니 하겠는데, 이건 좀 아쉬운데?

# 삽 / 김남숙
작년 이효석문학상의 최고 수확이 성해나 작가였다면, 올해 나만의 수확은 바로 이 작가이다.
십수년전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우연히 본 '더 헌트' 라는 영화가 책을 보는 내내 생각났다.
'닥터 스트레인지' 에서 '케실리우스' 로 나왔던 배우가 주연인 영화로, 이 소설처럼 성범죄 무고에 대한 이야기이다.
소설 내용은 사실 뻔하다. '더 헌트' 와 거의 흡사하다.
조용히 자기 할 일만 하고 지내는 착하고 순해빠진 학원 강사가 느닷없이 어느 비행 청소년 때문에 말도 안되는 성범죄 누명을 뒤집어 쓰면서 일상이 파탄이 나서 괴로워하는 내용이다.
요즘 들어 사회적으로도 문제가 되고 있는 이 문제에 대해 매우 속도감 있게 내용이 전개가 되어 독자들을 끌어당긴다.
동료 학원 강사들에게 내뱉는 주인공 재구의 울부짖음과 끝의 끝까지 괴로워하며 자해하는 재구의 모습이 더욱 절망적으로 다가오면서 깊은 여운을 남긴다.
왜 저렇게 재구는 절망에 빠져야 하는가?
왜 재구가 저렇게 당해야 하는가?
일관적인 여자의 진술만으로 남자는 당연하다는듯이 성범죄자가 되어야하고 사회적으로 매장 당해도 마땅한것인가?
아, 페미니스트들은 이 소설 보면 안된다.
# 빈티지 엽서 / 김혜진
이 소설도 꽤나 인상 깊었다.
아슬아슬한 줄타기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등장 인물들의 행동과 주인공의 심리 상태를 잘 표현했다.
제목인 빈티지 엽서라는건, 그저 남녀 등장 인물들간의 어떤 감정의 매개체라고 난 단순하게 생각했는데, 평론을 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은것 같다.
내가 소설을 잘못 이해했던걸까?
# 옮겨붙은 소망 / 이미상
관련없는 사람들간에 이루어지는 삶의 연속성이 꽤나 볼만 했지만, 짧은 단편 소설이라 그런지 개연성을 모두 담아내지는 못한것 같아 아쉬웠다.
# 우리의 적들이 산을 오를 때 / 함윤이
내가 3년간 근무했던 작은 시골마을이 생각날 정도로 풍경에 대한 묘사는 뛰어났으나 소설에 등장하는 그 기묘한 단체에 속한 인물들의 행동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아니, 멀쩡한 타이어는 왜 찢어놓고, 또 그걸 분명 두 눈으로 똑똑히 봤으면서도 왜 그냥 멀뚱히 가만 있냐고.
# 자연의 이치 / 손보미
손보미 작가의 글은 언제나 늘 그렇듯이 읽기에 참 불편하다.
근데 또 웃긴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간에 멈출 수가 없다는 점이다.
이번 책에 기수상작가 자선작으로 손보미 작가가 올린 소설은, 거식증에 걸린 여고생 영유에 대한 이야기이다.
정신적, 정서적인 혼란을 의례히 겪을 수 있는 청소년인 영유는 안타깝게도 그릇된 신체 왜곡 때문에 거식증까지 앓고 있다.
하지만 돌봐줄 부모는 없다.
영유의 가족은 한여름에 절대 에어컨을 틀지 않으려고만 하는 할머니뿐, 밥 안먹는다고 등짝 스매싱만 날리는 할머니뿐이다.
이런 영유가 그나마 의지할수 있는 사람은, 1년에 한번씩 영유네 시골에 내려와 영유에게 용돈을 가득 안겨주는 서울 언니가 유일하다.
소설은, 병원에서 범죄(?)를 저지르려는 영유를 서울 언니가 극적으로 끄집어내어 영유를 위로하며 마무리된다.
손보미 작가의 행보는 매우 흥미로워 지켜볼만하다.
개인적으로 최근 국내 여성 작가들중 가장 눈여겨보는 작가이기도 하다.
'혼모노' 로 대박을 터트린 성해나 작가도 물론 있지만, 역시나 무게감에서는 손보미 작가가 압승이다.
꼼꼼한 전개와 탄탄한 서사, 거기에 뜬금없을 정도로 갑자기 튀어나오는 통찰력까지.
게다가 최근에도 장편 소설까지 하나 더 나왔다.
어디까지 이 작가가 뻗어나갈 수 있을지 무척 기대된다.
#이효석문학상
#이효석문학상수상작품집2025
#사과와링고
#사랑기억하고있습니까
#이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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