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의 대각선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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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보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답고 몰입감도 흡입력이 좋아 너무 재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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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의 대각선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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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 2024/07/25 ~ 2024/07/25

1권이 너무 재밌어서 2권이 어제 하루 종일 생각나 제대로 일에 집중할 수 없었다.

집에 오자마자 얼릉 저녁을 먹고 순식간에 2권을 다 봐버렸다.

아 서운해라.

니콜은 단체나 집단의 힘을 옹호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민중에 주목하게 되고 이는 사회주의, 공산주의와 연결되어 소련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하게 된다.

반면 모니카는 천재적 개인의 힘을 믿기 때문에 사실은 전제정권쪽에 가깝다 봐야겠지만 니콜과 대립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해서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하게 된다.

냉전 시대에 일어난 여러 분쟁들에 이 둘은 개입하며 각자의 신념과 이상 실현을 위해 살아간다.



그리고 소련이 무너져 내린 냉전 시대 이후에는 미국과 대립되는 쪽이 이슬람이였으므로 니콜은 모니카에 대한 복수심으로 이슬람을 도와 911 테러를 야기시킨다.



현대사들이 줄줄이 쏟아지기 때문에 흐름을 잃지 않으려면 계속 머리속으로 등장하는 현대사에 대해 생각하고 있어야한다.

둘은 이동안 서로 맞부딪히며 싸웠고, 그러다 모니카는 한쪽 다리를 잃고, 니콜은 한쪽 눈을 잃게 된다.

둘의 이야기는 확실히 니콜 분량이 모니카보다 더 많다.

대략 55:45 정도 되지 않을까?

니콜이 아일랜드, 소련, 러시아를 거쳐 이슬람 무장 단체까지 이어져 있는 반면,

모니카는 영국과 미국에서의 활동 약간이 전부이다.

사우디에서 공작이 그나마 모니카가 했던 가장 스케일 큰 사건이였을정도로 니콜에 비하면 다소 약하다.

특히나 현대사 하면 미국 이야기가 빠질 수가 없으므로 얼마든지 이야깃거리들이 많았을텐데 작가의 의도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다만, 추측으로는 니콜의 단체주의 성향은 그 이후의 니콜의 행보와 이야기가 잘 이어지는 반면, 고독한 늑대와도 같은 모니카의 극단적 개인주의 성향은 민주주의와는 결이 달라 이야기를 풀어내기가 쉽지 않았기에 분량이 이렇게 치우칠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그래서 니콜은 나이 먹어서까지도 왕성하게 활동을 하는 반면, 모니카는 조용히 은둔하며 지내게 된다.



나이를 먹으면 사람이 변하기 때문일까?

일평생 호적수로 살아온 두사람은 죽음을 앞둔 어느 날 재회하게 되고, 둘은 서로에게 묘한 동질감과 친밀감까지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둘의 세번째이자 마지막 체스 대결이 벌어지게 되는데!

과연 최종 승리자는 누구일까?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외국 작가중의 한명인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인 이번 소설에서도 역시나 한국적 내용들이 등장하며 이순신 장군에 대한 이야기까지도 나온다.

또한, 이 소설의 가장 특이한 점은 뭐니뭐니해도 너무나도 사실적인 소설이라는 것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엄청난 상상력을 기반으로한 상상 속에서나 존재할법한 비현실적 세계들을 주로 등장시키며 이야기를 쓰는게 특징인데, 이번 소설은 그러한 비현실적 세계는 전혀 존재하지 않고 냉전 시대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역사적 사실에 두 주인공을 개입하여 매우 사실적인 대체 역사 소설을 썼다.

이 작가의 책은 거의 대부분 다 본거 같은데, 내 기억으로 이런 식의 소설은 처음인것 같다.

그래서 번뜩이는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은 느낄 수 없었지만, 엄청나게 박학다식한 작가의 현대사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볼 수 있었다.

냉전 구도에서 미국과 이슬람의 구도로 넘어가는 부분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잘 전개되어 개연성이 좋았다.

다만, 모니카가 약간 붕 뜨는 느낌이 강했는데 이는 다른 어떤 소설적 장치로도 해결되기가 힘든 점이라 본다.

언더독을 주로 응원하고 좋아하는 내 성향상 당연히 니콜보다는 모니카가 더 마음에 들었다.

뭔가 더 신경이 쓰이게 된다고 해야되나?

니콜은 너무 잘나가버리니까 약간 재수없기도 하고.

이틀간 재밌는 소설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던 저녁 시간이였다.

부디 앞으로도 이렇게 재밌는 책 계속 계속 써주길.

이 양반도 이제 환갑이 훌쩍 넘었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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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의 대각선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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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 2024/07/24 ~ 2024/07/24

쿨타임이 찼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책을 또 한번 읽어줘야겠다 생각할 무렵, 이렇게 좋은 기회에 그의 새로운 신작을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역시 이 양반 책은 가끔씩 읽어줘야 재밌다.

연달아 읽으면 그 맛이 덜하다.

그동안 너무 많이 봐서 그런가?



호주에 사는 니콜은 혼자 있기를 두려워하는 오토포비아가 있고 세상을 바꾸는 힘은 단단하게 결속된 무리나 단체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 니콜은 매해 마지막 날, 그 해에 있었던 중요한 사건(!) 들을 기록해둔다.



미국에 사는 모니카는 니콜과 정 반대적인 인물이며, 혼자 있길 좋아하고 타인과 함께 하는걸 극도로 싫어하는 안트로포비아가 있으며 세상을 바꾸는 힘은 천재적이고 뛰어난 개인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모니카는 매해 마지막 날, 그 해에 중요한 인물(!) 들을 기록해준다.

이전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과 비슷하게, 이 둘은 전혀 서로 점접이 없이 각자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진행되다 세계주니어체스대회에서 처음으로 만나게 된다.

두 천재 소녀의 첫번째 체스 대결에서 니콜이 이기게 되고 이를 참지 못한 모니카는 니콜의 목을 조르면서 대회장은 난리가 난다.

폰이나 퀸이며 체스 용어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체스 소설이 아니기 때문에 체스에 1도 몰라도 보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

나 역시 체스에 대한 기본 지식들밖에 없어 처음엔 난해할거라 예상했지만 별로 그렇지도 않았다.

니콜과 모니카라는 두 여주인공에 대한 기본적 설정 자체가 워낙 탄탄해서 체스가 아닌 다른 게임이였다 하더라도 무방할 정도였다.

물론 설정이 체스였기 때문에 더 극적이고 더 재밌었던건 부인할 수 없다.

둘의 첫 만남 이후, 6년이 지나 둘은 세계 여성 체스 대회에서 다시 만나게 되고 두번째 체스 대결에서는 모니카가 징기스칸을 떠올리며 나이트를 활용하여 니콜을 이기게 되고, 니콜은 분한 마음에 군중 심리를 이용하여 모니카의 엄마를 죽게 만든다.

이 부분이 이 소설의 중요한 전화점이라 생각되는데, 이전까지는 그저 천재적인 어린 소녀들의 단순한 대결 구도 정도였다면, 이 부분에서부터는 서로 복수와 피를 부르고 여러 현대사에 이 두 주인공이 개입하는 등 스케일이 급작스럽게 커지기 때문이다.



아일랜드 계통이였던 니콜은 급기야 IRA에 가입하게 되고, 반대로 스코틀랜드 계통이였던 모니카는 니콜에 대항하여 MI5에 들어가 활동하게 된다.

이렇게 1권에서는 두 주인공의 설정과 성장 과정에 촛점이 맞추어져 이야기가 진행되다가 이제 막 성인이 된 두 사람의 모습을 비교하여 보여줌으로서 2권에서의 떡밥 회수를 기대하게 만든다.

2권 스토리가 너무 기대되어 밤잠을 설칠 정도로 너무 재밌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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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 단편선 -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김이랑 옮김 / 시간과공간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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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 2024/07/23 ~ 2024/07/23

한때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와 '안나 카레니나' 에 빠져 살던 때가 있었다.

특히나 '안나 카레니나' 는 내 인생 소설중 하나로 손꼽을 정도로 정말 너무 재미있게 읽었으며 문학동네 번역본은 소장하고 있고 열린책들 번역본과 범우사 번역본도 읽어봤다.

정음사 번역본이 '안나 카레니나' 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번역본이라고는 하지만 구할 수가 없다.

가끔 중고 시장쪽이나 중고 서점에 뜨긴 하나 가격이 꽤 비싼 편이고 수십년전 출판된 책이라 글자가 세로로 배열되어 있어 읽기가 쉽지가 않다.

이러한 장편 소설에 비해 톨스토이의 단편 소설은 더 많긴 하나 분량이 상대적으로 매우 적고 주제 의식도 간단하여 읽기가 편하다.

'하지 무라트' 같은 소설들은 내가 톨스토이 책들을 한창 읽을땐 국내에 번역본이 없었으나 이제는 정식 번역본이 생겼다.

그러나 각각의 단편집들에 실려 있는 소설들이 대부분 비슷한 편이라 하나하나 다 찾아 읽어보려면 상당히 번거로운 편이다.

이번에 읽은 시간과공간사에서 출판한 단편선에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람에게는 얼마나 많은 땅이 필요한가', '바보 이반' 과 같은 유명한 소설들 뿐만 아니라 '에밀리안의 북', '첫 슬픔' 처럼 보통의 다른 단편집들에 실려 있지 않는 소설들이 있어 관심이 생겼다.

또한, 표지 색감이 화사하고 귀여운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다.

다른 단편집과 가장 다른 점이라면 바로 이 부분이라 할 수 있을것 같다.


톨스토이의 단편 소설들중 가장 유명한 소설중 하나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이다.

어느날 헐벗은 채로 세몬에게 구해진 미하일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대천사 미카엘을 모델로 설정한 인물이며 자신만의 종교관이 확고했던 톨스토이답게 종교적 관점의 이러한 글을 많이 썼다.

나름 금수저 출신이였던 톨스토이가 나이 먹고 목가적 삶에 뜻을 두고 금욕적으로 살며 러시아 정교회에 정면으로 대립한 것을 보면 약간 청교도스럽기도 한것 같지만 사실 톨스토이는 모든 종교 조직이나 단체를 원천적으로 거부했기 때문에 청교도라고 할 수도 없다.

(젊었을땐 쓰레기 같이 살다가 나이 먹고 지옥 가기 싫어 반성한답시고 꼴값 떤다고 까는 사람들도 많긴 하다.)

또한, 이 소설의 저 세 물음은 성경 어디더라. 고린도전서?

성경에 1도 관심이 없어 잘은 모르지만 암튼 고린도전서인지 어딘지에 실려 있는 구절을 인용하여 만들었다 한다.

기독교 사람들은 꽤나 감명 깊게 보던데 나같은 기독교 혐오자들은 뭐 별 생각이 없다.



이번 단편집의 소설들중 가장 기대했고 흥미롭게 본 '에밀리안과 북' 은 러시아 중부의 볼가강(江)에 전해져 내려오는 우화라고 한다.

단순명료하게 권선징악이 이 소설의 주제 의식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단순하게만 볼 순 없었던 이유는, 두가지정도였는데,

첫번째는, 소설 시작 부분이였다.

주인공 에밀리안은 무심코 걷다 개구리를 밟아 죽일 뻔했다가 겨우 피하게 되고 그 이후에 아름다운 아가씨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된다.

소설상으로는 개구리를 밟지 않은 것과 아름다운 아가씨를 만나는 것이 직접적 상관 관계는 없지만 아마도 추정컨대 개구리를 밟지 않은 선한 행동으로 인해 아름다운 아가씨를 만나게 된 것으로 보상을 받은거라고 보아도 무리는 아닐것이다.

에밀리안이 단순히 이쁜 마누라 말을 잘 들어서 악의 축인 국왕의 위협을 물리치고 행복하게 살게 된다기 보다는, 애초에 개구리라는 작은 생명체도 함부로 죽이지 않는 선한 마음씨가 에밀리안에는 있었기 때문에 에밀리안이 이토록 큰 복을 얻게 된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두번째는, 에밀리안이 국왕의 무리한 명령들을 모두 이행하고 국왕에게 복수하는 부분도 매우 인상적이였는데 에밀리안이 병사들을 죄다 모아놓고도 전쟁을 벌이지 않는다는 점이였다.

톨스토이는 군 입대 이후 크림 전쟁과 세바스토폴 전투 등 여러 전투를 겪으며 세상에서 가장 잔인하고 참혹한 전쟁 상황을 그 누구보다도 더 적나라하게 봤기 때문에 충분히 에밀리안이 북의 힘으로 갖게 된 군사력으로 전쟁을 일으킨다는 쪽으로도 소설을 쓸 수 있었을텐데 비교적 에밀리안은 매우 평화로운(?) 방식으로 국왕과의 문제를 해결한다.



톨스토이의 단편 소설들중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과 함께 또 하나의 유명한 소설인 '바보 이반' 은 전형적인 착한 주인공의 표본적인 인물로 지능이 낮은 바보라는 개념보다는, 두 형과 달리 우직하게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묵묵히 걸어가는 톨스토이 금욕주의적인 인물의 표상이라 할 수 있다.

톨스토이 단편 소설들은 대부분 주제 의식이 비슷하여 어린이들을 위한 그림책으로도 많이 나와 있으니 아이들에게 읽어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고,

특히나 이번 시간과공간사의 단편집은 일러스트가 중간중간 많이 삽입되어 있어 독서의 피로감을 매우 줄여줄 수 있다.

청소년들에게 다른 출판사의 단편집보다 우선해서 권할만하다.

또한, 톨스토이 세계에 입문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도 충분히 추천할만하다.

별 거 아닌 일러스트인것 같지만 이게 있고 없고의 차이는 꽤 큰 것 같다.

확실히 다른 단편집들과 구별되는 차이점이 분명하며 그 차이점이 굉장한 장점으로 부각되어 보인다.

고전을 고상한척하며 읽어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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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되다 - 인간의 코딩 오류, 경이로운 문명을 만들다
루이스 다트넬 지음, 이충호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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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 2024/07/19 ~ 2024/07/22

드디어 다 읽었다!!

볼륨의 압박도 압박이지만, 정말 내용이 진짜 너무나도 광범위하여 주말 내내 이 책과 씨름했다.

여름 이제 막 시작했는데 벌써 진을 다 뺀듯한 느낌이다.

엄청난 책이라는건 딱 감이 왔지만 정말 이 정도로(?) 엄청날줄이야.

내가 기대한 방향과는 약간 다른 의미로 엄청나서 다소 실망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 저자의 박학다식함에는 정말 감탄밖에 안나온다.



책의 저자인 루이스 다트넬 교수는 영국의 과학 교수이다.

사실 난 이름을 처음 들어보는데, 이 사람이 쓴 다른 책 '오리진' 은 정말 많이 눈여겨 봤던 책이다.

평소 세계사 공부가 재밌어 나름 세계사를 많이 공부하는 편이긴 하지만, 의외로 또 세계사 공부를 하며 새로운 재미를 찾은 분야가 빅 히스토리(Big history) 라 '오리진' 은 언제고 한번 꼭 제대로 읽어봐야지 생각했었다.

근데 이게 또 알고보니 시리즈였네?

'사피엔스가 알아야 할 최소한의 과학 지식 (지식은 어떻게 문명을 만들었는가)' - '오리진' 에 이어 바로 이 책이 3번째 책인가보다.

내가 그럼 이 책을 제대로 이해를 못한게 혹시 내 지식 부족 때문이라기 보다는 이전의 책들을 안봐서 그런가? 스스로에게 위안해본다.

이렇게라도 해야 이 책으로 무너진 내 자존감이 조금이라도 회복되지 않을까?

사실 난 이 책을 읽기 전, 이 책이 내가 좋아하던 빅 히스토리(Big history) 분야라 생각하며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내 기대와는 사뭇 다르게 책은 진행되었다.

난 '총균쇠' 를 기대했는데, '총균쇠' 같은 빅 히스토리(Big history) 라기 보다는 의학(유전학, 감염학, 중독의학 등등) 과 인구학과 세계사를 집약시켜 현재의 인류와 문명에 대하여 설명을 하는 대서사시라고 보는게 더 어울리는듯하다.

책은 총 8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1장은 서론격이며, 2장부터 8장까지 모두가 다 각론이라 보면 된다.

책 시작의 추천의 말 부분에 이대 무슨 교수라는 사람이 써놓은 글에 약간 어이 없는 말이 있다.

머리말과 1장을 읽은 다음 7~9장을 먼저 읽고 그 다음 2~6장, 마지막으로 끝맺는 말 순서로 읽기를 추천한댄다.

찾아보니 거 나이도 먹을만큼 먹은 양반인거 같은데 뭔 헛소리를 저렇게 써놨는지.

애초에 책에는 9장이 없을 뿐더러 2장부터 8장까지 다 각론인데 7장부터 먼저 읽을 필요가 1도 없다.

끝맺는 말? 책의 저자가 누구누구누구 감사한다는 내용뿐이다.

나랑 같은 책 읽은거 맞나?



인류가 구석기 시대부터 수렵 및 채취로 살아가던 때부터 정착을 하고 계급이 생기고 문명이 생기고 발달하는 일련의 모든 과정들에 대해 단순히 세계사적인 흐름 나열에 그친것이 아니라 여러 사회학적 용어들을 사용하여 설명을 한 1장 부분이 매우 색다른 관점이였다.

반응성 공격성, 주도적 공격성, 포괄 적합도, 해밀턴의 법칙, 상호 이타성, 간접적 호혜성 등의 용어들이 나오게 되며 시작부터 매우 머리를 많이 아프게 만든다.

그러나 결국 이러한 용어들이 친숙하지 않더라도 핵심적인 내용은 문명의 시작과 발달이 인간의 어떤 본성에 기초한 것인지를 탐구해보는 파트이다.

루소와 홉스 둘다 너무 극단적이라 이 둘중 한명의 의견으로 정답을 도출해 낼 수는 없다.

결국은 시작은 루소의 의견에 가깝지만 사회가 발달되면서 점차 홉스의 의견에 기운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1장 이후로는 인류 문명에 영향을 끼친 여러가지 요소들이 각 장(章) 마다 상세히 설명되고 있으며 세계사 공부를 어지간히 충실히 한 사람이라도 모든 내용들을 다 완벽히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광범위하고, 의학적 내용들은 관련 파트를 전공한 사람이 아니라면 모두 다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다.

끈질기게 그래도 한줄한줄 열심히 읽다보니 내 지식이 더 늘은것 같은 기분이 든다.

기존에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내용들도 많이 등장하는 편인데, 특히나 혈우병과 러시아의 로마노프 왕조와 괴승 라스푸틴에 대한 내용은 유전학 시간에 배우게 되는 매우 중요한 내용이다.

영국 하노버 왕조의 마지막 군주였던 빅토리아 여왕이 혈우병 보인자였고 돌연변이였던 것으로 짐작이 되는건 너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유전학 시험 볼 때 시험 문제에 나왔던게 기억이 난다.

그 이유는 성 염색체로 유전이 되며, 빅토리아 여왕의 가계도를 보면 그 윗 선대에서는 아무도 걸린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연스레 빅토리아 여왕에게 어떤 돌연변이가 찾아와 이런 비극이 생겼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 빅토리아 여왕의 저주받은 피는 러시아 로마노프 왕가에도 스며들었는데 당시 황제였던 황태자였던 알렉세이 황태자가 혈우병을 앓고 있었고 어쩌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괴승 라스푸틴이 황태자의 병을 치료해보겠다고 로마노프 왕가에 접근했다.

실제로도 혈우병을 앓던 황태자는 라스푸틴 덕분에 몇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하고 증상이 좋아지기도 하였는데 최면 때문이라는 말도 있고 아스피린을 끊게 해서라는 말도 있고 여러 썰이 있다.

이처럼 이 저자의 다방면에 대한 엄청난 광대학 지식은 정말 대단하다.

그러나 역시 아쉬움이 남는건 어쩔수 없다.

방대한 내용으로 책을 채워넣어 볼륨감은 충분히 만족스럽지만 주제가 애매모호하고 그러다보니 주제를 관통하는 통찰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총균쇠' 를 처음 읽었을 때와 같은 꼬리뼈까지 내려오는 전율은 전혀 느낄수 없어 아쉬웠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을 폄하하는건 아니고 책을 바라보는 시선을 달리한다면 정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인건 분명하다.

빅 히스토리(Big history) 와는 결이 완전히 다른 인류 문명의 총 집약사 정도로 받아들이면 딱 맞지 않을까 싶다.

이거 이 시리즈의 다른 책들 읽어봐야 되는거 아닌가 문득 불길함이 밀려온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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