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물화 속 세계사 - 세계사의 흐름을 바꾼 사물들
태지원 지음 / 아트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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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기간 : 2025/03/24 ~ 2025/03/26

정물화를 영어로 'still life' 라 한다.

참으로 의미 심장한 단어이다.

'still' 이라는 단어가 'life' 앞에 붙어 있기 때문에 당연히 형용사인 '고요한', 내지는 '정지한' 이라는 뜻으로 쓰여야하기에 직역하자면 '고요한 삶', '정지한 삶' 으로 해석할 수 있을것이다.

멈춰 있는 사물들, 물체들을 그리는게 정물화이기에 'still life' 라는 말이 그럴듯해보이기도 하지만, 'still' 이라는 단어를 약간 억지로 끼워 맞추듯이 부사로 놓고 해석해보면 'still life' 는 '여전히 지속되는 삶' 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은 바로 이러한 부분에 촛점을 맞추어 쓰여진 책이다.

과거에 정물화로 그려졌던 작품들을 정물화 그대로 해석하기 보다, 그 정물화가 반영하는 당시의 시대상과 그로 인해 현재까지도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다양한 세계사적 내용들을 결합하여 쓰여졌다.

그리하여 정물화를 멈춰 있는 사물로만 보지 않고, 시간의 영속성을 지닌 살아 있는 사물로 본다.

쉽게 말해 정물화와 세계사의 만남이다.

미술과 세계사, 둘다 모두 좋아하는 나로서는 더 없이 반가운 책이였다.



책은 총 15개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의 장(章) 마다 대표되는 정물화를 하나씩 선보이는데 익숙한 그림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처음 접하는 그림들이였다.

그러한 그림들은 주로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유행했던 정물화인데, 그중에서도 바니타스 정물화라는게 상당히 독특하고 인상적이였다.

바니타스라는 말은 과거 솔로몬이 말했다고 전해지는 'Vanitas vanitatum et omnia vanitas' 라는 문구에서 나온 말로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라고 해석할 수 있다.

즉, 바니타스 정물화란 헛된 정물화라는 말로서, 주로 해골, 꽃, 모래시계 등 허무함과 인생무상을 상징하는 소재들이 그려져 있다.

덧없이 흘러가버린 시간들을 상징하기 위해 그려졌던 정물화인데 오히려 그런 그림들은 지금 현재까지도 남아 사람들의 눈과 머리에 각인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라틴어 문구인 'Littera scripta manet' 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이 시기 네덜란드 정물화중 프롱크 정물화도 아주 인상 깊었다.

인생 무상을 상징하는 바니타스 정물화와 약간 대비되는 느낌으로, 부를 과시하기 위해 그려진 정물화이다.

미술에 문외한인 나같은 일반인의 눈에 바니타스 정물화나 프롱크 정물화나 그림의 기법이나 기술같은건 비슷해 보이고, 다만 차이라면 역시나 그려진 소재의 차이이다.

프롱크 정물화는 과시하기 위해 그려진, 요즘식으로 바꿔 말하면 플렉스 하기 위해 그려진 그림이니만큼 당시에는 구하기 힘든 값비싼 물건들이 주로 그려져 있다.



고흐는, 그동안 아주 깊게 수차례에 걸쳐 공부했을 정도로 가장 좋아하는 작가이긴 하지만, 워낙에나 유명하기도 하고 대중적으로 널리 보통은 이런 미술책에서 고흐 작품들이 등장해도 따로 서평을 쓰진 않지만, 이번엔 언급해보기로 했다.

왜냐!

국내에서 고흐 전시전이 시작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국립 크뢸러 뮐러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고흐의 작품 70여점을 이번에 대전시립미술관에서 전시하기 시작했다.

미쳤다 진짜.

이미 예약은 해놨고, 주말에 가면 당연히 사람들이 많을테니 평일에 가려고 평일 연차까지 지금 써놨다.

마음 같아선 정말 매일 가고 싶다.

위 페이지에 인용된 '감자 먹는 사람들' 은 암스테르담에 있는 반 고흐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이고, 크뢸러 뮐러 미술관에 있는 '감자 먹는 사람들' 도 대전에서 전시가 된다고 하니 직접 내 눈으로 볼 수 있어 너무나도 흥분되고 가슴이 설레인다.

책의 난이도는 평이하다.

다뤄지는 세계사 사건들도 대부분 익히 널리 알려진 내용들이 기반이 되어 있어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책에 삽입되어 있는 그림들도 정물화는 좀 낯설긴 하지만, 그 외에 다른 그림들은 대부분 유명한 작품들이라 어렵지 않다.

저자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다보니 아무래도 그만큼 쉽게 설명해주는 전달력이 있는것 같다.

커피 한잔 마시면서 즐겁게 책을 읽을 수 있어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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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성가신 손님 제제의 그림책
이갑규 지음 / 제제의숲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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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기간 : 2025/03/23 ~ 2025/03/23

내 아이에게 즐거운 시리즈중의 하나인 제제의숲에 출판되는 함께해요! 사계절 시리즈의 마지막 책이다.

작년 초여름 즈음에 여름 시리즈로 시작된 이 책은, 가을, 겨울에 걸쳐 드디어 마지막 계절인 봄에 이르렀다.

등장하는 4명의 동물 친구들 각각 한명씩 각 계절의 주인공이였고, 이번 봄에는 마지막 남은 동물 친구인 돼지가 주인공이다.

너무나도 안타깝게도 내 아이가 너무 좋아하는 시리즈인데, 겨울 시리즈는 보지 못했다.

아이가 겨울 시리즈 보고 싶다는 말을 지나가면서 했었던것 같은데 미처 신경 쓰지 못하고 넘어가버려 이제와서 보니 나도 아쉽다.



여름 시리즈의 주인공은 악어였고, 가을 시리즈의 주인공은 오리였고, 겨울 시리즈의 주인공은 토끼였고, 이번 마지막 봄 시리즈는 돼지 꿀이가 주인공이다.

책을 읽으면서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페이지가 있다는게 이 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인만큼, 이번 책에도 그러한 장점들이 가득하다.



시리즈 내내 숨은 그림 찾기도 항상 들어가 있는데 이번 숨은 그림 찾기도 계절에 맞추어 화사한 꽃밭과 너무 잘 어우러져 있다.

난이도는 늘 그렇듯이 그렇게 어렵지 않다.



내 아이에게,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흉내내어 보라고 했더니,

'후두두두두두두둗ㄹ둗ㄷㄷ두두두~~~~'

귀엽다.

그동안 많진 않지만, 아이와 함께 읽은 이 제제의숲 책들은 모두 하나같이 매우 인상적인 책들이였다.

집에 제제의숲 책이 몇개나 있나 세어봤더니, 이번 책까지 포함해 7권이나 된다.

한권 한권 모두 아이가 너무나도 재밌게 읽었고, 아직까지도 심심하면 한번씩 꺼내어 보기도 한다.

이 시리즈 뿐만 아니라, 100초 전! 시리즈도 너무 재밌었고, '시계탑 삼 형제' 는 정말이지 내가 생각하는 내 아이의 인생 그림책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 전까지 시계 보는 방법을 어려워했었는데 거짓말처럼 이 책 한권으로 단 10~20분만에 시계 보는 법을 완벽하게 터득해버렸기 때문이다.

그림책들을 너무나도 좋아했던 내 아이가 어느새 벌써 훌쩍 커버려 이제 슬슬 그림책에서 멀어지려 한다.

글밥이 많은 책들을 혼자 읽는 시간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책장에서 보고 싶은 그림책들을 잔뜩 꺼내와 나에게 읽어달라며 안기곤 했었는데, 그새 좀 컸다고 혼자 책 읽는 모습들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섭섭함과 서운함이 몰려와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 하기도 한다.

그래도 또 앞으로 나아가야만 하는게 아이의 인생이고, 그걸 받아들여야만 하는게 내 인생이겠지.

앞으로의 우리 인생이 늘 지금처럼 반짝반짝 빛이 나길.

그동안 내 아이의 동심과 잘 어울려준 제제의숲 그림책들, 너무 고마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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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나라, 당찬 외교
안문석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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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기간 : 2025/03/20 ~ 2025/03/23

제목부터 패기 넘치는 책으로, 제목 뿐만 아니라 책의 소개도 너무 마음에 들었다.

총 13개의 나라들에 대한 외교를 다룬다 하는데, 익숙한 나라들도 있지만 쉽사리 접하기 힘든 낯선 나라들도 있고, 거의 들어본 적도 없는 생소한 나라도 있었다.

현직 국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쓴 책이라 하니 무척이나 궁금했다.

책의 소개에 거론되는 저 나라들의 외교가 물론 궁금하기도 했지만, 전문가 중의 전문가인 작가의 식견이 어떠할지 또한 너무나도 궁금했다.

책은 총 13개의 나라들을 5개의 큰 단위로 분류했다.

소국의 외교, 소신을 가진 나라의 외교, 배짱으로 지르는 외교, 실리적인 외교, 중립 외교.

각각의 대 분류에 따라 2-3개의 나라들이 들어가 있다.

군대 하나 없이 남미 강대국들 사이에서 살아가는 코스타리카의 이야기도 재밌었고, 체 게바라의 혁명으로 일구어진 쿠바 이야기도 재밌었고, 중국 따위 과감하게 쌩까버리는 리투아니아의 이야기도 너무 재밌었다.

그 외 다른 나라들도 모두 과거사와 현대사를 간략하게 설명해주면서 어떠한 외교로 살아남았는지 설명해주고 있는데 어려운 내용일수도 있지만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님답게 쉬운 설명으로 풀어내주어 일반인들도 얼마든지 쉽게 이해가 가능하다.

외교에 대한 책이기도 하지만, 결국 그 나라의 외교를 이해하려면 그 나라의 역사를 어느 정도는 알아야 하기에 세계사책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작가의 견해는 나와 사뭇 달라서 당황스러울 때가 너무 많았다.

지부티의 예가 그러하다.

아프리카 서쪽, 코뿔소의 뿔에 해당하는 지역에 위치한 저 자그마한 나라의 역사와 사정에 대해 너무 재밌게 읽긴 했지만, 작가의 사견에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

지부티가 자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오만 강대국들을 다 끌어당겨 국방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을 실리 외교의 극치라 평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돈을 내고 미군을 주둔시키는데 저 나라는 돈을 받으며 미군을 주둔시키고 있으니 일견 틀린 말은 아니다.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주변에 더 힘센 나라들로부터 자신들을 보호도 하면서 GDP도 창출해내니.

일관되게 작가는 미국에서 벗어나 자주 국방을 외치고 있는데 참 모순적인 말 아닌가?

저 나라는 돈 받으며 미군을 주둔시키니 실리 외교이고, 우리나라는 돈 내면 아까우니 자주 국방인가?

조선 말기, 주변 열강들이 죄다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상황이랑 저 지부티의 모습이 달리 보이지 않는다.

GDP를 창출해가며 타국의 군대를 받아들이니 다르다고?

지부티라는 나라가 저런 방법으로 GDP를 만들어내긴 하지만, 지부티 서민들의 삶은 참혹하기 짝이 없다.

조선 이씨 왕조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열강들을 받아들여 고작 몇십년 더 조선 이씨 왕조는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으나, 그동안 조선 8도 사람들의 삶이 어떠했는지 생각해보자.

지부티가 정말 실리 외교의 극치로 보이는가?



지난 겨울, '앙리 뒤낭, 그가 진 십자가' 라는 앙리 뒤낭 위인전을 완독하였는데, 스위스 부분에서 앙리 뒤낭이 등장하여 괜히 반가웠다.

스위스 외교를 설명하는데 있어서, 앙리 뒤낭의 업적을 거론한건 탁월한 식견이라 보여진다.

난 600페이지가 넘는 위인전을 보면서도 버거워하기만 했을뿐, 스위스식의 중립 외교는 절대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역시 전문가는 다르긴 다르다.

13개 나라, 그 어느 하나 빠짐없이 다 재밌고 흥미롭다.

역사를 함께 읽을 수 있어 더 금상첨화이다.

하지만, 아니, 하지만이라기보다는 그러기에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그러기에 이 책이 너무나도 아쉽다.

그냥 각 나라들에 대한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했을텐데 구지 작가 본인의 사견을 왜 넣었을까?



중국과 북한 부분이 너무나도 아쉽다.

난 좌도 아니고 우도 아니다.

구지 성향으로 따지자면 우에 약간 더 가깝다 봐야겠지만, 성향이 그러다하는 것일뿐, 윤썩열도 싫고 찢명이도 싫다.

둘다 싫다.

그러나 작가는 실리 외교를 중요시하며 우리나라의 국익을 위해서 어느 쪽으로 붙는게 좋은지 생각해보라며 중국을 권한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전제는, 좌우 이념이고 국익이고 자시고 간에 사람다운 것들이랑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공화국이라는 허울 좋은 타이틀을 달고 수십년간 3대가 왕정이나 다름없는 독재를 통해 자국민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쥐어짜는 저 북한이랑?

아니, 실리고 국익이고 그런걸 다 떠나서 저런 인간 말종들하고 이야기를 하자고?

그런게 외교라고?

중국은 어떠한가?

일대일로를 외치며 아프리카까지 자본력을 앞세워 비집고 들어가 그 나라들의 서민들 삶을 철저하게 파괴하고 있다.

메콩강 상류에다 댐을 10개를 넘게 만들어 수량을 조절해 지네 나라 사람들 가뭄 없애겠다고 메콩강에 기대어 살고 있는 7천만명의 삶을 아작내놓고 있다.

돼지같이 욕심은 또 쩔어서 남중국해에다 되도 않는 인공섬을 지었다가 개망신을 당하더니 이제는 서해에다 그 짓을 하고 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은 법인데, 나라가 그 꼴이니 그 나라 놈들이 서해에 불법으로 침입해 지들 맘대로 어업을 하고 있다. 그것도 무장한채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나라는 그런것들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대만에 방문하는 남의 나라 고위 인사를 향해 좌시하지 않겠다며 협박을 하고 있으며, 지금도 신장 위구르에서는 얼마나 되는지 가늠조차 안될 정도로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있다.

과거 이야기는 할 필요도 없다.

심지어 짱깨들이 이젠 불닭볶음면까지 짝퉁으로 만들어서 전 세계 곳곳에다 팔고 있다는 뉴스가 오늘 오전에 떴다.

외교, 실리, 국익, 좌우 이념, 진보와 보수 등등 그 어떤 가치보다 더 중요시하게 생각해야하는건 선과 악의 개념이 아닐까?

차라리 중국이 강대국이니 그냥 좋게 좋게 지내자라는 말이 더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차라리 우리가 눈 조금만 감으면 지금보다 더 수월하게 먹고 살 수 있으니 중국이랑 더 친하게 지내보자라고 했으면 나도 비겁한 사람이 되어 동의를 할 수 있을것 같다.

윤석열 정부가 아마추어같다는 점에는 물론 백퍼, 천퍼, 만퍼 동감한다.

저런 병신같은게 우리나라 대통령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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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인사
함정임 지음 / 열림원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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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기간 : 2025/03/15 ~ 2025/03/19

책을 보다보면 유독 책의 분위기와 제목이 딱 맞아 떨어지는 느낌이 좋은, 그런 책들이 있는데 이번에 읽은 이 소설이 그러하다.

게다가 이 소설은, 그렇게 제목과 맞아 떨어지는 책의 분위기마저 여운이 감도는 밤과 새벽의 느낌이라 더 마음에 든다.

이상문학상 등에서 가끔 접했던 함정임 작가의 신작으로, 2015년 출판된 '어떤 여름' 의 후속작이라 하는데, 난 그 책을 보지 못해서 일단 이 책을 먼저 보고 너무 여운이 남아 참지 못하고 인근 도서관에서 '어떤 여름' 까지 빌려서 마저 다 읽고 다시 한번 더 이 책을 또 읽었다.

'어떤 여름' 이라는 소설은, 문학동네에서 2015년 출판한 '저녁 식사가 끝난 뒤' 라는 소설집에 수록되어 있다.

놀랄 정도로 '저녁 식사가 끝난 뒤 '라는 소설집을 매우 감명 깊게 읽었는데, 추후 기회가 된다면 이 소설집에 대한 서평도 써볼 생각이다.



전(前)작 '어떤 여름' 에서부터 스토리가 이어지긴 하나, 그걸 보지 않았어도 이번 '밤 인사' 를 읽는데에는 무리가 없지만, 간단히 '어떤 여름' 의 스토리를 짚어보자면,

여자 주인공 나미는 결혼식 3일전 갑자기 예비 신랑 강지섭이 느닷없이 사라졌다가 10년 뒤에 죽어서 돌아오게 되고, 나미는 예비 신랑이 유품으로 남겼던 수첩을 토대로 그가 묵었던 프랑스의 호텔들을 차례대로 돌아보는 중이다.

남자 주인공 장은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모친과 프랑스 해군 장교였던 부친 사이에서 태어난 부산 출생으로,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면서 프랑스에 있는 큰아버지 양자로 입적되어 자랐는데, 5년간이나 같이 동거했던 애인과 헤어지고 큰 상실감에 빠져 있던 중, 우연히 나미를 만나 같이 미나의 여정에 동참하게 된다.

여행중, 둘 사이에는 분명 교감은 있었으리라 보여지지만, 육체적인 관계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저 서로 각자의 여행에만 집중할 뿐이다.

그렇게 짧은 10일간의 동행이 끝나고 나미는 한국으로 돌아가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그리고, 2년이 지난 뒤의 이야기가 '밤 인사' 에서 펼쳐지게 되는데, 나미의 이름이 미나로 바뀌었다.

왜일까?

아무튼, 새로운 인물인 윤중이 미나의 곁에 등장하게 되는데, 이 둘 또한 분명한 남녀간의 교감은 있었으리라 추정되지만 확실히 맺고 끝남은 없다.

카톡만 서로 주고 받으며 썸만 오질나게 탄다.

한편, 장은 미나를 잊지 못하고, 한국어를 배우며 미나의 SNS를 끈질기게(?) 찾아낸 끝에, 드디어 미나에게 연락을 할 수 있게 되었고, 꿈에도 그리던 미나와 프랑스에서 재회하며 둘의 이야기는 다시 시작된다.

이전 작에서는 나미의 약혼자 강지섭의 여정을 토대로 이야기가 흘러갔다면, 이번엔 독일 철학자인 발터 벤야민의 여정을 따라 이야기가 진행된다.

또한, 이전 작의 분량은 30페이지가 채 안될 정도로 매우 짧은 단편 소설이였던거에 비해, 이번 작은 170페이지 정도로 분량이 매우 늘어, 등장 인물들과 스토리에 좀 더 깊게 빠져들 수 있어서 좋았다.

매우 독특한 점은, 미나의 이야기와 장의 이야기가 서로 번갈아가며 나오는데, 미나의 이야기는 미나 1인칭 시점에서 소설이 쓰여졌고, 장의 이야기는 3인칭 시점에서 소설이 쓰여졌다는 점이다.

그리고 윤중의 시점은 아예 등장하지도 않는다.

그리하여 철저하게 미나라는 인물에 더 집중하게끔 만들었다.

남자 주인공인 장과 조연급인 윤중이 등장하긴 하지만, 소설 전체 플롯상으로는 미나가 유일무이한 주인공이라는 소리이다.

즉, 이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미나의 이야기이며, 미나의 소설이다.

그래서, 마지막에 장이 소설에서 배제되었을때 여운이 남을 수 있었고, 이 다음 후속작으로 준비중인듯한 진이라는 사내아이를 낳았던 부산 여자에 대한 이야기도 미나의 시선에서 출발할 수 있다.

작가의 의도한 장치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의도한 바라면 새삼 글솜씨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불문학를 전공한 전공자답게 프랑스의 사실적인 모습과 여러 명작들이 마구 쏟아져나와 일견 매우 어려워보이기도 하지만, 무리하게 그런 것들을 다 일일히 파고 들 필요 없이 그저 소설의 여러 장치들중 하나구나 싶은 마음으로 읽어나가도 괜찮다.

물론, 나같이 구글 지도 펼쳐놓고 진짜 포르부에 호텔 라 마시아가 있는지 찾아보고, 진짜 호텔 라 마시아의 모습이 소설에 쓰여진 대로인가 검색해보는 변태적인(?) 집착이 있다면 더 소설을 진하게 느낄 수 있다.

소설에 인용된 여러 고전들은 일단은 따로 메모해두었다.

한가득은 커녕 몇십가득 꽉꽉 대기하고 있는 수많은 책들이 기다리고 있어 저 엄청난 명작들을 언제 다 읽을 수 있을지 가늠하긴 어렵지만, 누가 알겠는가?

어느 날, 문득 갑자기 마르셀 프루스트에 꽂혀서 덜컥 '읽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전집을 사버릴지.

점점 부족해져가는 책장이 한스러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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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모자모 변신 감자 다산어린이문학
김태호 지음, 보람 그림 / 다산어린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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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기간 : 2025/03/16 ~ 2025/03/16

딱 내 아이의 지금 수준에 맞는 귀여운 그림 동화책을 아이와 함께 읽었다.

표지의 저 두 얼굴은,



엄마와 아들(로 추정됨. 설마 딸은 아니겠지?) 사이로서,

엄마를 따라 자신만의 주문을 통해 변신 연습을 하던 자모자모라는 변신 감자가 한글 자음 ㄱ을 그만 도둑 맞으면서 이 모자(母子)의 모험은 시작된다.

자모자모가 무슨 말인가 했더니, 자음과 모음을 나타내는 말이였다.

그래서 제목에 걸맞게 한글 자음과 모음들을 이용한 스토리텔링이 꽤 독특하면서도 신선하게 느껴졌는데, 한글에 관심이 많은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시킬 수 있을듯하다.



늘 그렇듯이 모험 이야기는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며 진행한다.

이 책에서도 중간에 늑대과 곰도 만나고, ㄱ이라는 글자를 훔쳐갔던 까마귀도 만나고, 쌍둥이 뱀도 만나고, 오리와 사슴도 만나고, 드디어 우여곡절 끝이 친구들과 함께 최종 보스 격인 두부 대마왕을 만나게 된다.

근데 보다보니 글과 스토리도 재밌었지만, 난 개인적으로는 그림에 더 눈길이 갔다.

처음부터, 귀엽기도 하고 정감있는 그림들이 마음에 들었는데, 양면 그림들도 스토리와 잘 어울려 볼만하고,



사물을 의인화하여 표현하는 그림체도 독특하면서도 참신하다.

파도 그림은 색감이 약간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우키요에 느낌도 살짝 나는것같다.

아, 요새 미술 책을 하도 많이 보다보니 뇌가 미술에 절여져 있는듯한 느낌이다.

그림에 펼쳐져 있는 자음과 모음을 따라 다른 글자들을 조합해보는 놀이도 곁들일 수 있다.

아이와 함께 시합도 해보았는데 내 예상보다 더 좋았던 아이의 어휘력에 다소 놀랬다.

내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조합으로 단어들을 척척 만들어내는 모습이 대견스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한글을 다 뗸 6살 아이들도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수 있으나, 어휘력이 조금 더 발달한 7~8세 아이들에게 가장 적당한 책이므로, 내 아이 또래 부모들 누구에게나 추천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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