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 집사는 처음이라서 - 씨앗부터 시작하는 가드닝 안내서
셀린느 지음, 김자연 옮김 / 이덴슬리벨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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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카페에 갔을 때 화분에 심겨진 아보카도를 본 적이 있다. 물에 담가놓은 씨앗들이 보였는데 그것이 아보카도 씨앗이라는 말을 듣고 호기심이 생겼다. 아보카도를 먹고 씨앗을 흙이 든 화분에 심어놓고 잊어버렸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작은 싹이 올라오기 시작해 아보카도는 벌써 2년 넘게 크고 있다. 또 다른 카페는 커피 원두를 심어 벌써 10년 넘게 키우고 있었다. 커피나무에 꽃이 피고 열매를 맺어 익어가는 것을 방문할 때마다 관찰하는 것도 카페를 방문하는 또 다른 이유가 되었다. 커피 원두를 구해 나도 심어보고 싶었지만 아직 씨앗을 구하지 못해 보류중이다. 코로나로 외출이 힘들어지면서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씨앗들을 빈 화분에 심기 시작했다. 체리, 카라향, 오렌지를 심어 싹이 났다. 콩나물과 숙주, 팥을 콩나물시루와 비슷한 용기에 넣고 매일 물을 뿌려 싹을 틔우기도 했다. 머루 포도를 먹다 씨앗이 많이 나와 이것도 콩나물시루 용기에 넣고 물을 주기 시작해 2달 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 싹이 올라오고 있는 중이다. 싹이 나는 것을 보고 돋보기로 자세히 관찰하는 것이 재미있고 흥미롭다.

 

한참 싹 틔우기에 재미를 붙이고 있을 때 『새싹 집사는 처음이라서』를 보게 되었다. 이 책은 과일이나 채소를 먹고 난 후 씨앗을 발아시키는 방법을 알려준다. 어떤 씨앗을 심을지 결정하고 발아를 시키기 위해 준비할 때 발아에 성공하기 위해서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 첫째, 씨앗이 다치지 않도록 깨끗한 칼로 과일을 자른다. 둘째, 씨앗에 붙어 있는 과육은 깨끗이 제거한다. 이렇게 선택한 씨앗으로 발아를 시키는 방법과 식물에 물주는 방법, 햇빛 쐬어주기 방법이 실려 있다. 실전 발아시트 표에 적힌 난이도에 따라 ‘쉬움, 보통, 어려움’으로 구분해서 과일과 채소 씨앗 발아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준비물과 발아시키는 방법을 알려주고, 사진을 실어 쉽게 따라할 수 있게 설명되어 있다. 발아시킬 씨들과 발아된 작은 식물들을 모아놓은 장소를 ‘식물 산부인과’라 표현한 것이 참신했다. 출산의 과정을 통해 아이가 태어나듯 식물도 발아과정을 거친 후 싹이 나는 것처럼 생명이 탄생하게 도와주는 공간을 표현한 말이다.

 

아무런 지식도 없이 단순한 호기심으로 씨앗을 발아시키려 도전하고 무모하게 흙에 씨앗을 심었다. 심어 놓고 잊어버리고 있을 때 쯤 작은 싹이 나올 때 희열을 느낀다. 나도 모르게 새싹 집사가 되어 물을 주고 하루에 몇 번씩 들여다본다. 씨앗을 관찰하고 싹을 틔워 또 관찰하고 물을 주고 조금씩 크는 것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고 마음이 간질거린다. 식물은 그 자체로 마음의 위안을 주는 존재다. 『새싹 집사는 처음이라서』를 보면서 씨앗 발아 시키기에 도전해보길 추천한다. 새싹 집사의 세계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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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종료
사카이 준코 지음, 남혜림 옮김 / 사계절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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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가족은 부모, 조부모, 자녀 등 3대 이상이 모여 살아가는 대가족의 형태가 많았다. 현대에는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핵가족(소가족), 한부모, 조손, 일인 등으로 가족의 규모가 축소되고 가족의 형태도 다양해졌다.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 젊은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가족이 이어지지 않고 끊기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가족종료』는 독신여성 사카이 준코 작가의 가족 이야기와 함께 가족이란 무엇인가와 시대에 따라 변하는 가족의 의미 등에 관해 에세이 형식으로 이야기한다. 총 18장으로 구성된 가족과 관련된 에피소드 중 몇 개에 대한 나의 생각을 간단히 적어보았다.

 

태어나서 자란 가족을 ‘생육가족’, 결혼 등으로 인해 새로 생긴 가족을 ‘창설가족’이라고 한다.(4페이지) ‘가족’의 의미란 무엇일까?‘, 나에게 가족은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고 존중해주는 사람들이다. 혈연으로 이어진 가족도 부모와 형제와 자녀, 조카들 외에는 딱히 가족이라는 개념으로 연결이 되지 않는다. 결혼으로 이어진 창설가족은 나에게 어렵고 거리를 두고 싶을 뿐 가족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며느리들의 당연한 의무만을 강요하고 나의 인격이 존중되지 않는 나에 대한 사랑이 1도 없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고통일 뿐 가족은 아니다.

 

<‘아내’ 또는 ‘며느리’라는 이름의 트랜스포머>는 한 가족 내에서 창설가족 멤버인 며느리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한집에 삼대가 함께 사는 게 당연했던 시절, 며느리들은 하루 24시간 그 집의 며느리’(49페이지)였다는 말에서 며느리들의 고달픔이 느껴져 화가났다. 현대의 기혼 여성은 며느리보다 아내로 존재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며느리로의 시간은 명절이나 연말연시 정도이다. ‘아내’로의 시간보다 ‘며느리’로서의 시간이 더 길었던 옛 시절에 태어나지 않았음에 감사한다. 아들만을 귀하다 생각하고 며느리는 쉬지 않고 가족을 먹이고 입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 앞에서 자존감은 바닥을 치고 마음속은 들끓는다. 시댁에서 딸들은 귀하게 앉아 있고 먹고 놀다 간다. 며느리는 이들을 먹이기 위해 손에 물이 마르지 않는다. 지금은 며느리로서의 시간보다 아내로서의 시간이 더 길어 다행이라 생각하며 위안을 얻는다. 시간이 지나도 며느리 내공은 쌓이지 않는다. 어른들 앞에서 생글생글 웃고 싹싹하게 군소리 없이 일 잘하고, 집안 대소사 모두 잘 챙기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존경스럽다. 하지만 내가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다. 한때는 며느리 내공을 쌓기 위해 나를 죽이고 군소리 없이 말을 들었던 때도 있었지만 모두가 부질없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 왔고 더 이상 며느리 내공을 쌓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명절에 식구들이 모이면 벌써 피곤해>는 소제목으로도 백만 배의 공감을 불러온다. 어린 시절 명절은 우리 집이 큰 집이라 차례상 준비를 하고 친척들이 방문할 때마다 상을 차리고 설거지를 해야 해서 힘들었지만, 그래도 친구들을 만나 신나게 놀 수 있어 즐거웠다. 결혼 후 명절은 명절 달이 되면 그때부터 몸과 마음에 돌덩어리를 달고 있는 것처럼 스트레스에 빠져 허우적댄다. ‘생육가족’은 아무도 만나지 못하고 ‘창설가족’들인 시댁 식구들 속에서 외롭고 힘든 시간을 보낸다. 내 편은 아무도 없는 외로운 섬과 같은 공간과 시간 속에 있을 때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잘 쉬어지지 않을 때도 있다. 명절엔 남편은 말 그대로 남의 편이다.

 

<내 안에 할머니 있다>를 읽으면서 할머니에 대해 생각했다. 나는 할머니와 외할머니 모두 내가 태어나기 전에 돌아가셔서 어떤 접점이나 추억이 없다. 엄마가 가지고 있는 추억을 통해서만 일부분의 이야기만 알뿐이다. 엄마에게 심한 시집살이를 시킨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며느리가 된 후 더 엄마의 힘듦이 짐작되어 좋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돌아가시기 직전 막내딸 얼굴 보고 싶어 조그만 소리에도 밖의 기척을 살피시다 끝내 보지 못하고 돌아가신 외할머니의 이야기는 더 애절하고 마음 아프게 남는다. 할머니와 외할머니에 대한 추억이 없기에 이 두 분에 대한 감정은 엄마의 추억을 바탕으로 결정된다. 사카이 준코 작가는 며느리 흉을 보지 않고 손자들을 사랑하는 할머니는 ‘신 같은 존재’이기도 했다고 말한다. 인생을 글로 쓰면 몇 트럭은 된다는 말이 실감나는 분들의 삶이 있다. 식민지시대와 전쟁 등 역사의 격변기를 살아가면서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으로 한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이 억압된 채 아내, 며느리, 어머니로 살았을 할머니들의 삶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다. 꽃다운 나이가 지나고 여자로서의 삶은 사라진 채 자신의 이름을 잃고 살았던 수많은 할머니들이 우리의 할머니들의 모습이고 엄마의 모습이다. 나는 여자로서 한 인간으로서 나의 정체성을 찾았는지 돌아본다.

 

<이름이 곧 실체다>는 가족들 간 부르는 호칭에 대한 내용이다. 시대별로 가족들을 부르는 호칭은 바뀐다. 부모와 형제를 부르는 호칭도 나이에 따라 수직적인 호칭으로 불리던 것이 요즘은 부모와 윗 형제들을 편하게 부르는 것이 자연스럽다. 부부간의 호칭도 사람들에 따라 다양하게 불리지만, 나는 지금도 남편이 아이 이름을 넣어 ‘누구누구 엄마’라 부르는 것이 싫다. 내 이름으로 불러주었으면 좋겠다.

 

<가족이 이어진다는 것의 묘미>은 대를 이어야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아직도 남아 있지만 옛날에는 더 심했던 ‘대를 잇는 것’에 목숨을 거는 사람들에게 대가 끊긴다는 것은 곧 가문의 멸문을 의미하는 죽음과도 같은 상황이었다. 현대에도 왕족이 존재하는 나라들이 있다. 이런 나라에서는 왕위 세습을 위해 혈통이 중요하고 그렇기에 대가 끊긴다는 것은 왕조의 멸망을 의미한다. 딸의 왕위 세습을 인정하는 나라는 그나마 낫지만, 아들의 왕위 세습만을 인정하는 나라의 경우 왕과 왕비는 ‘대를 잇는 것’에 대한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게 된다. 대를 이어 가족이 계속 이어진다면 좋겠지만 그를 위해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한다면 가족은 행복할 수 없다. 가족이 이어진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고민하게 된다.

 

가족을 잇기 위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그렇게 살아야 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지만, 아이들이 결혼과 출산을 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강요할 생각은 없다. 저출산으로 고민하고 있는 국가의 입장에서는 반길 수 없는 생각이겠지만. 가족의 존재는 위안의 존재임과 동시에 고통의 존재다. 우리 모두에게 가족이 고통보다는 위안을 더 많이 주는 존재이기를 희망한다.

 

■ 발췌글

4

태어나서 자란 가족을 ‘생육가족’, 결혼 등으로 인해 새로 생긴 가족을 ‘창설가족’이라고 한다.

 

111

내가 사랑한 상대방이 나를 사랑해주기 바라는 마음. 내가 걱정한 상대방이 나를 걱정해주기 바라는 마음. 자꾸만 이런 감정의 등가 교환을 바라게 되는 것도 어찌 보면 인지상정이지요. 그렇지만 실상은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역시 인간사입니다. 예전에는 여자가 몸이 부서져라 아이를 키우다 할머니가 되면 자식 손주들의 극진한 봉양을 받았고 이는 다음 세대, 또 다음 세대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도 않지요. 아예 자손이 없는 사람도 많고, 있어도 요즘 부모나 조부모는 자식 손주들에게 짐이 되고 싶어 하지 않으니까요.

 

196

어른이 되면 ‘부모 또한 그들의 부모가 키운 자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아버지와 어머니 각자가 자라온 시대와 환경을 감안하면 ‘그런 성격이 되는 거도 무리는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다면 내 성격과 인생도 부모, 부모와 부모, 또 그들의 부모, 하는 식으로 다양한 인물들이 엮어낸 인과가 얽히고설켜 빚어진 결과인 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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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에게 권하는 경제학 -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경제학의 쓸모 ㅣ 10대에게 권하는 시리즈
오형규 지음 / 글담출판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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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은 ‘의식주’다. 옷을 입고, 음식을 먹고, 살 집이 있어야 안정적인 환경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다.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돈이고, 돈을 이해하기 위해 경제를 알아야 한다. 숫자에 약한 나에게 경제는 막연하게 어렵고 피하고 싶은 분야이지만, 내 삶의 전반적인 모든 것들이 경제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먹기 위해 장을 보고,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돈을 쓰고, 이동할 때 대중교통이나 차량을 이용하고, 사람들을 만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등등의 모든 것이 경제활동이다.

『10대에게 권하는 경제학』은 <경제학이란 무엇일까요>, <경제학은 어떻게 생겨났을까요>, <누가 어떻게 경제학을 연구했을까요>, <경제학은 우리 삶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요>,<경제학은 어떻게 공부하나요>라는 소제목으로 구성되어 있고, 경제의 개념과 경제학자의 이론을 소개하고, 경제와 관련된 사례를 들어 막연하게 어렵다고 생각했던 경제에 대해 쉽게 알려주는 책이다.

 

수렵채집을 하던 인류가 농업을 시작한 농업혁명 이후 문명이 발생하고 강력한 권력을 지닌 지도자와 국가가 만들어진다. 국가의 크기가 커질수록 경제활동이 활발해지고 이를 체계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법률이 만들어진다. 무역이 활발해지면서 여러 나라와 무역이 이루어지고 무역으로 이익을 얻은 나라는 강대국으로 성장한다. 사람들의 욕구는 끝이 없고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필요한 자원에는 한계가 있다. 자원의 한계를 받아들이지 못한 사람들의 욕구를 만족시켜야 하는 과제는 옛날부터 지도자들에게 큰 고민거리가 되었다.

 

경제는 유교 사상의 기본원리인 ‘경세제민’의 줄임말이다. ‘다스릴 경, 세상 세, 도울 제, 백성 민’, 즉 세상을 다스려 백성을 구제한다는 뜻(19페이지)을 갖고 있다. 지도자가 나라를 다스릴 때 백성을 구제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구제하지 않아 백성의 삶이 힘들어지면 민심이 돌아서고 나라를 제대로 다스릴 수 없게 된다. 영어로 경제는 ‘이코노미(economy)’로 고대 그리스어 ‘가정(oikos)+관리법(nomia)’의 합성어 ‘오이코노미아(Oikonomia)’에서 유래한다. 이 말은 ‘가정 관리’를 의미하는 말로 사용되다가 도시를 관리한다는 뜻으로 확대된다. 16세기 유럽에서는 ‘국가의 부와 자원을 관리한다’로 의미가 확장된다. economy를 경제로 번역해 사용하게 된 것은 일본 유학자 다자이 슌다이가 쓴 <<경제록>>에서 이와 같은 의미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부터이다. 경제가 안정된 나라는 국력이 강한 나라가 될 수 있지만, 경제가 무너질 때 나라는 패망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대제국이 무너진 가장 큰 원인은 경제가 무너지고 민심이 떠났기 때문이다. 경제가 무너진 나라는 민심이 요동치고 급기야 폭동이 일어나기도 한다. 세계에서 일어난 큰 혁명들은 먹고 살기 힘들어진 백성(국민)들이 정권에 대항할 때 일어난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가의 흥망성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경제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를 번성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경제학이 탄생한다. 동양의 학자들이 말한 경제학은 다음과 같다. 관중은 ‘경제가 곧 정치’라는 말로 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맹자는 ‘생활이 안정되지 않으면 바른 마음을 갖기 어렵다’라 하면서 민생 안정이 통치의 근본이라 한다. 한비자는 부국강병을 위해 법으로 통제하되, 사람들의 이기심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국고를 채워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의 경우 조선시대에는 양반이 주류를 이루는 시대로 공업과 상업을 천대했다. 조선 후기에 실학 사상가들이 등장하면서 경제를 키워야 한다는 인식이 생겨나지만 현실에 적용되지는 못했다.

 

산업혁명은 영국에서 시작해 19세기에는 프랑스, 미국, 독일, 이탈리아, 러시아, 일본 등으로, 20세기 후반에 한국, 중국 등 아시아, 중남미로 확산된다. 산업혁명으로 인해 공업화가 가속화되고 철도가 개통되면서 운송의 속도가 빨라진다. 산업혁명 초기에 활동한 경제학자는 <<국부론>>을 쓴 애덤 스미스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의 척도는 금은 보유량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소비하는 상품의 양, 즉 국민의 생활수준이라고 주장한다. 국부를 늘리기 위해 국가가 경제에 간섭하지 말고 자유롭게 놔두라는 ‘보이지 않는 손’이론을 주장한다. 리카도는 “지주의 이익은 사회 전체의 이익과 항상 대립한다”(104페이지)라고 말하면서 곡물 수입법에 반대한다. 수입을 규제하는 보호무역이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유리하고 국민 전체에 해롭다고 주장한다. 리카도는 “자유로운 무역이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106페이지)면서 ‘비교우위 이론’을 펼친다. 마르크스는 ‘공동 생산, 공동 분배’의 삶으로 돌아갈 것을 주장한다. 마샬은 가장 부유한 나라 영국의 많은 국민이 가난에 허덕이는 것에 의문을 갖고 경제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마샬은 20세기 초 세계 최초로 경제학을 정치학에서 독립시켜 경제학과를 개설한다. 케인스는 민간경제에 개입하는 정부를 공익을 위해 헌신하는 합리적인 존재로 본다. 민간의 수요가 부족할 때 공공이 투자로 국가의 총투자를 늘리면 불황에서 벗어나고 실업문제도 해결된다고 주장한다. 슘페터는 ‘창조적 파괴, 혁신, 기업가 정신’과 같은 용어를 처음으로 경제학에 들여온 학자다. 경제 발전의 원동력을 생산 능력이나 가격 경쟁보다 혁신에 있다고 본 학자다. 기술혁신에 의한 창조적 파괴가 시장 변화와 경기 변동을 가져오면서 경제가 발전한다고 주장한다. 프리드먼은 경제가 번영하기 위해서 개인이 자유롭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경제활동에 통제나 속박이 없어야 한다고 말한다. 경제학자를 통해 경제에 대한 이해와 세계 역사를 함께 공부할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경제에 대한 개념과 학자들의 이론으로 경제를 이해하고, 속담과 소설이나 영화 속 경제 원리를 읽으면서 경제를 더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경제학은 인간의 삶과 관련된 행동과 결과를 연구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경제학의 쓰임새는 다양하다. 마트에 가서 장을 보는 것부터 재태크와 자녀 교육, 대인관계 등 다양한 문제에 적용할 수 있다. 경제의 쓸모는 무궁무진하다. 경제는 단순히 금전적인 지식만 아는 것을 넘어 삶의 이치를 깨닫고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는 이정표가 되어준다.

 

『10대에게 권하는 경제학』은 어렵게만 생각되는 경제를 청소년들도 쉽게 알 수 있도록 풀어준 책이다. 청소년 뿐 아니라 나와 같이 경제개념이 어려운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책이다.

 

■ 발췌글

35

경제학자들이 고민하는 문제들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됩니다. 첫째, 누가 무엇을 얼마만큼 생산할 것인가. 둘째, 어떤 방법으로 생산할 것인가. 셋째, 어떻게 생산물을 배분할 것인가. 이 세 가지 문제를 경제학의 ‘3대 기본 과제’라고 하는데요. 경제 성장, 산업 발전, 소득 분배 등을 다루는 것이지요.

 

66

맹자는 ‘백성이 나라의 근본이며 임금은 덕으로 다스려야 한다’는 덕치를 강조한 유교사상가였습니다. -중략- 맹자의 경제관은 한마디로 ‘생활이 안정되지 않으면 바른 마음을 갖기 어렵다’는 뜻의 ‘무항산 무항심’이었습니다. 이 말은 민생 안정이 통치의 근본이며 왕이 반드시 실천해야 할 도리임을 강조한 것입니다.

 

123

거시경제학은 생산, 투자, 소비, 수출, 물가, 금리 등 국가 경제의 전체적인 흐름을 연구하는 분야입니다. 미시경제학은 개인과 기업의 의사 결정과 시장에서의 수요 공급 변화 등 세세한 상황을 연구하는 분야지요. 미시경제학은 경제를 현미경으로 상세히 들여다보는 것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152

케인스처럼 정부의 역할을 중시하는 경제이론을 ‘케인스주의’라고 하고, 프리드먼처럼 자유로운 시장을 중시하는 경제이론을 ‘시카고 학파’라고 부릅니다. 프리드먼이 몸담았던 시카고대학교를 중심으로 생겨난 학파이기 때문이지요.

 

164

게임이론이란 한쪽의 행동이 경쟁 상대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어떻게 의사결정을 하는지를 연구하는 경제학의 한 이론입니다.

 

198~203

속담으로 해석한 경제원리

- 경제학의 전제, ‘바다는 메워도 사람 욕심은 못 메운다.’

사람의 욕구는 무한하고 재화는 한정되어 있다.

- 기회비용과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 놓친다.’

기회비용은 하나를 선택함으로써 포기해야 하는 다른 것의 값어치를 말한다. 둘 가질 수 없어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속담이다.

- 매몰비용과 ‘놓친 물고기가 커 보인다.’

매몰비용은 이미 지불해 사라졌거나 회수할 수 없게 된 비용을 말한다.

- 합리적 소비와 ‘싼 게 비지떡’

현명하고 합리적 소비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한다. 가성비나 가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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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화해하기 - 관계가 내 마음 같지 않을 때, 그림이 건네는 말
김지연 지음 / 미술문화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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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 닥쳤던 가장 고통스러운 일들을 극복해 내기 위해 괴로움을 극복하고 그것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작품을 ‘고백 예술’이라고 부르기도 한다.”(164페이지)

『그림으로 화해하기』는 <관계가 내 마음 같지 않을 때, 그림이 건네는 말>이라는 부제와 함께 한다. 사람은 홀로 살아갈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다. 함께 살아가면서 맺게 되는 ‘관계’는 사람에게 행복이 되기도 하지만 불행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나 자신과의 화해>, <타인과의 화해>, <사회와의 화해>의 소제목으로 김지연 작가의 이야기와 화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가장 힘든 것이 관계 맺기이다. ‘내 맘 같지 않아’라는 말처럼 사람과의 관계는 내 맘처럼 모든 것이 되지는 않는다. 나와 타인, 그리고 사회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와 고통스러운 경험을 예술가는 작품으로 표현하고, 그 안에서 삶의 의미를 되찾는다. 고통을 이겨낸 예술가들과 작품을 보면서 나와 타인, 사회와 화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나 자신과의 화해>는 오즈번, 로트레크, 젠틸레스키, 뭉크, 고흐, 로스코, 카라바조, 루소, 쿠르베, 렘브란트의 이야기가 실렸다.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는 『불멸의 화가 아르테미시아』를 통해 더 많이 알게 된 화가다. 처음에 젠틸레스키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을 보면서 시작된다. 클림트의 그림 <유디트>(40페이지)를 통해 황금색 화폭 안에 그려진 적장의 목을 벤 유디트의 모습에 매료되었고, 젠틸레스키의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유딧)>(38페이지)의 강렬함에 충격을 받았다. 같은 주제라도 화가가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에 따라 전혀 다르게 표현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화가로 살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다. 젠틸레스키를 보면서 우리나라 서양화가 나혜석이 생각났다. 여성이 아닌 한 사람의 인간으로 존중받고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해 남성들에게 저항했던 나혜석과 남성들로 인해 고통을 당했지만 삶을 포기하지 않고 그림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 젠틸레스키는 여성이 아닌 한 인간으로, 화가로 살았던 인물이다.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당당하게 살아갔던 젠틸레스키와 모두에게 버림받고 무연고자로 홀로 죽어갔던 나혜석이 비교된다. 무엇이 한 인간으로 살고자 당당하게 목소리를 냈던 두 화가의 삶의 마지막을 다른 길로 이끌었을지 궁금하다.

<나무 뿌리>에 대해 “온 힘을 다해 열정적으로 대지에 달라붙어 있지만, 폭풍으로 반쯤 뽑혀 나온 시커멓고 울퉁불퉁한 옹이투성이의 뿌리들 속에 살아가기 위한 발버둥을 담아내고 싶었다.”(73페이지)라고 말한 고흐는 폭풍으로 인해 반쯤 뽑힌 상태에서도 생의 끈을 이어가는 나무뿌리를 고통스러운 삶 속에서도 그림을 그리고 삶을 이어가려는 자신의 모습과 생의 의지를 표현하고 싶었던 건 아닌가 생각한다. 자살로 생을 마감했지만 누구보다 더 생을 사랑한 화가 고흐는 인간을 사랑하고 풍경과 그림과 색과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살아감을 사랑한 화가다. 고흐의 <나무 뿌리> 안에 넘치는 생명력과 뻗어나가려는 뜨거운 열정이 느껴지는 것 같다. 사람과 풍경에 감정을 이입할 줄 알고 공감할 줄 아는 고흐는 사람을 사랑했기에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해 더 괴로웠을 것이다. 고흐와 제주도 풍경을 찍은 김영갑 작가처럼 어떤 대상을 깊이 사랑할 줄 아는 사람들은 그 삶이 평탄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행복한 삶을 살았던 사람들이다. 나는 어떤 대상을 사랑하고 있고 사랑할 수 있을까, 사랑하는 대상을 통해 위로받고 위로할 수 있는 행복한 사람인가를 돌아본다.

마크 로스코의 그림은 처음에 봤을 때는 색깔만 덩그러니 있는 그림이 왜 가치 있는거지라는 의문이 들었다. 솔직히 미술 교과서에 실린 몬드리안이나 잭슨 폴락의 그림도 처음 봤을 때 이 생각을 했었다. 이해되지 않아 계속 들여다보게 됐고 여러 번 반복해서 보고 한참을 들여다보다 마음이 뭉클해지는 경험을 했다. 그때부터 그림을 보는 시각과 마음이 조금 변화하기 시작했다. 색은 단순하지만 강렬하다. 강렬한 색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그 속에 빠져 들어간다.

대학 졸업 후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작가의 선배는 뮤지컬 배우가 되었고, 정규 회화 수업을 받지 않았던 앙리 루소는 22년 동안 세관원 생활을 하다 화가가 되었다. 선박 통행료를 징수하는 단순한 업무를 담당했던 루소는 주말에만 그림을 그리다 사십의 나이가 넘어서야 전시회에 작품을 출품한다. 세관원을 퇴직한 후 전업화가로 전향한 것은 49세의 늦은 나이였다. 늦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라는 말이 생각난다. 전문적인 그림 교육을 받지 못했던 루소는 원근법이나 명암법도 제대로 알지 못했지만 독학으로 터득한 그림을 자신의 눈에 보이는 대로 그리고 마음이 이끄는 대로 그렸다. 서툰 기법으로 인해 그림은 사람들에게 악평을 받기도 하고 인정받지 못할 때도 있었지만 루소는 좌절하지 않고 그림을 계속 그린다. 그 덕분에 우리는 <잠자는 집시 여자>와 <꿈>을 만날 수 있었다. 뮤지컬 배우 박은태와 앙리 루소는 사람들이 늦었다고 생각할 때 무모하다 생각하는 사람들의 시선에 개의치 않고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갔고, 꿈을 이룬 사람들이다. 무엇이 우리의 꿈을 향한 도전을 막고 있는지 고민하게 한다.

<나 자신과의 화해>에 실린 화가들의 공통점은 살아가는 동안 겪은 고난과 고통에 좌절하지 않고 예술을 통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고통스러운 상황을 이겨낸 화가들이다. 사람을 사랑하고 자신을 사랑했던 화가는 고통스러운 삶 속에서도 희망과 사랑의 끈을 놓지 않고 그림을 통해 자신을 위로하고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었다.

 

<타인과의 화해>는 부르주아, 드가, 오차드슨, 호퍼, 칼로, 벨라스케스, 샤갈, 토레스, 피카소와 세잔의 이야기다.

삼성 리움박물관에 전시됐었던 <마망>의 작가 루이즈 부르주아는 아버지와 믿었던 가정교사의 불륜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는다. 어머니가 그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것에 절망한다. 부르주아는 자신의 예술의 원천은 관계에 대한 허무함과 고민이라고 고백한다. 알을 품고 있는 거미 <마망>은 알을 품은 어미거미이다. 아기 거미를 위해 부화할 때까지 지켜주고 아기 거미들이 부화한 후 탈진해 죽은 어미 거미는 새끼들의 먹이가 된다. 모성을 거대한 거미로 표현한 루이즈 부르주아는 아이를 낳고 작품을 만들면서 아버지의 불륜을 눈감았던 어머니를 이해하게 된다. 자식을 위해 고통스러웠을 삶을 이겨낸 어머니의 모습을 아기 거미를 위해 자신의 고통을 이겨낸 어미 거미로 표현한다. 어머니에 대해 이해하는 것은 어머니와의 화해와 더불어 부르주아 자신과의 화해의 과정이기도 하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그 관계를 들여다보고 화해할 때 결국 자신의 마음과 화해하게 된다.

발레리나를 주로 그렸던 드가가 그린 <발렐리 가족> 초상화는 화목한 모습을 보여주는 가족 사진과 달리 현실의 불행한 가족 관계를 그대로 나타낸 그림이다. 가족 간의 미묘한 감정을 읽을 수 있는 그림이다. 현실 속 가족은 가족사진 속 모습처럼 서로 화목한 모습만을 하고 있지 않다. 서로 반목하고 화합하거나 혹은 이별하는 과정을 통해 가족은 해체되기도 한다.

불행한 결혼을 묘사한 윌리엄 퀼러 오차드슨의 삼연작은 귀족 사회의 정략결혼으로 인한 불행한 결혼 생활을 표현한다. 결혼 삼연작으로 불행한 결혼 생활을 표현했다면, <아내의 목소리>는 노래 부르는 딸의 목소리를 듣고 아내를 그리워하는 신사를 그려 서로 사랑했던 부부의 모습을 표현한다. 사랑하거나 사랑하지 않거나 결혼은 할 수 있다. 하지만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해서 사랑이 함께 해야 한다. 오차드슨은 그림을 통해 상류사회의 사랑 없는 정략결혼의 실태를 비판하고 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후 가장 그리운 것은 ‘혼자만의 조용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아무도 없이 조용한 곳에서 혼자 커피를 마시고, 책을 읽고 잠을 자고 싶다.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오히려 더 많이 외로울 때가 있다. 그렇기에 호퍼의 <밤을 새는 사람들>과 다른 작품들을 보면서 그곳에 혼자 있는 사람들에게서 편안함을 느꼈을 것이다. 늦은 밤 외딴 식당에 홀로 등을 지고 앉아 있는 남자와 홀로 사무실에 앉아 창밖을 보고 있는 남자를 부러운 마음으로 바라봤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지만 또 그만큼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는 나에게 홀로 외따로 떨어져 보내는 시간은 쉼의 시간이다.

<타인과의 화해>는 살아가는 동안 맺게 되는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람에게 위로를 받고 사람으로 인해 상처를 받는다. 관계란 나 혼자만의 노력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기에 더 힘들다. 타인과의 관계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들을 소개하는 <타인과의 화해>를 읽고 작품을 보면서 나와 내가 맺고 있는 관계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관계는 계속 된다.

 

<사회와의 화해>는 밀레, 로댕, 메리안, 콜비츠, 고야, 조던, 해링, 무리요, 가우디의 이야기다.

로댕의 작품이 우리나라에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을 때가 있다. 너무 늦게 안 것일까? 내가 알았을 때는 로댕 작품의 마지막 전시였다. 다시 볼 수 없을 것 같아 아이들을 데리고 <지옥의 문>과 <칼레의 시민>을 보고 왔다. 지금도 다시 보러 가고 싶지만 볼 수 없어 아쉽다. 로댕의 <칼레의 시민들>은 영국군에게 항복한 칼레의 시민을 대표해 죽음을 맞이하러 가는 인물들의 감정이 고스란히 표현되어 더 마음을 흔드는 작품이다. 우리와 닮은 인간적인 그들의 모습에 그들의 용기가 더 깊이 있게 다가온다. 죽음의 두려움에도 시민을 대표해 앞으로 나선 그들의 모습에서 독립운동을 하셨던 분들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현모양처의 대명사로 알려진 신사임당은 이 이미지로 인해 시서화에 능했던 능력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남성중심 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뛰어난 능력이 있더라도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없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양 여성들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런 환경에서도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은 무능력한 남편에게 의지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면서 생계를 책임졌다. 남자들만이 정부나 기업의 후원을 받을 수 있었던 시대에 스스로 자금을 마련해 52세의 나이에 딸과 함께 생태를 관찰하기 위해 정글로 향한다. 이 연구를 『수리남 곤충의 변태』로 출간한다. 메리안은 정글에서의 생활을 통해 식민지민들의 비참한 생활을 목격하고 이를 비판하는 보고서를 쓰기도 한다. 여성이 자유롭게 교육을 받고 움직이기 어려웠던 시대에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 자신의 능력을 보여준 두 여인은 자유로운 환경에서 살아가면서도 아무 도전도 하지 않고 있는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는 이토 히로부미를 죽이고 사형선고를 받은 아들의 수의를 만들어 보낸다. 케테 콜비츠는 노동자의 아픔을 외면하지 못했고, 전쟁으로 아들과 손자를 잃은 고통 앞에서 사랑하는 이를 잃은 수많은 사람들을 위해 반전운동을 펼친다.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와 같은 제목의 조각 케테 콜비츠의 <피에타(죽은 아들을 안고 있는 어머니)>는 아들의 죽음 앞에서 비통한 어머니의 모습을 표현한다. 아들의 죽음 앞에 의연한 어머니는 없다. 잃어버린 새끼를 찾아 배를 쫓던 어미 원숭이는 새끼를 잃은 고통으로 인해 창자가 모두 끊어진 채 죽었다는 고사가 있다. 그렇듯 어머니에게 자식의 죽음은 창자가 끊어지는 것처럼 고통스럽다. 이런 고통을 견디면서 아들을 잃은 조마리아 여사는 아들의 뜻을 이어 독립운동가가 되었고, 케테 콜비츠는 전쟁의 참상을 알리는 일을 계속했다. 조국의 광복과 전쟁이 끝나는 것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지만 조마리아 여사와 콜비츠는 같은 시대를 살면서 자식 잃은 고통을 견디고 더 나아가 모두를 위해 살다 간 위대한 어머니다.

고야는 자식을 잡아먹는 사티루누스의 그림으로 강렬하게 각인된 화가다. 그림을 통해 권력자들의 오만함과 전쟁의 참상을 알린 화가 고야는 마지막 순간까지 붓을 놓지 않고 그림을 그렸다. 시대를 외면하지 않고 그림 속에 메시지를 담아 전달한 고야와 같은 사람들이 있어 전쟁의 무자비한 폭력은 묻히지 않고 전해질 수 있었다.

<사회와의 화해>의 화가들은 자신과 타인과의 화해를 넘어 사회를 위해 작품 속에 메시지를 담는다. 사회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잘못된 것을 비판하고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 작품을 통해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킨다.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루소는 가장 유명한 화가 중 한 사람이 되었고, 미술을 전문적으로 배우지 못했다는 작가 김지연은 전문가 못지않은 작품해석과 자신의 일상을 접목시켜 그림과 심리를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의 저자가 되었다. 그렇기에 루소의 그림과 김지연 작가의 해석이 더 가깝게 다가오고 더 쉽게 이해되고 읽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김지연 작가가 자신의 시선으로 해석했듯 내가 그림을 보고 평가하는 기준은 철저히 내 위주다. 그림에 대한 지식도 얇고 좁아 그림을 평가한다는 것은 감히 엄두도 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림을 보고 감상하는 건 즐겁다.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도 마음과 눈이 가는대로 따라가면서 그림을 보고 마음에 드는 그림을 찾는다. 매료된 그림을 소유하고 싶은 강렬한 열망이 들 때가 많지만 주머니 사정이 허락지 않아 아쉬움을 뒤로 하고 발걸음을 돌린다. 마음 속 주머니에 그림과 화가와 나의 마음을 차곡차곡 담아 놓는다.

 

『그림으로 화해하기』를 읽고 그림과 화가의 삶을 통해 나, 타인, 사회와 화해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고, 세상은 아무리 고통스럽더라도 살아갈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책은 예술가의 삶과 마음을 작품과 함께 설명한다. 미술과 심리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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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으로 만난 동서양의 심리 - 업신여김, 적막감, 수치감 등을 딛고
허문회 지음 / 바른북스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상담으로 만난 동서양의 심리』는 주역을 상담심리학 이론에 적용한 심리학서이다. 상담 사례를 분석한 후 주역의 괘를 상담심리학 이론에 적용해 해석한다. 어렵고 딱딱할 것 같은 주역을 ‘주선생’이라는 인물로 인격화해서 실제 상담자가 말하는 것처럼 사례를 분석한다. 허문회작가가 책을 쓴 목적은 실패로 어려움을 겪은 사람들에게 힘의 실체를 느끼게 해주고 도전하는 삶을 추구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싶거나, 상담심리학 전공자나 상담심리사, 동양철학 전공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있다.

 

다음의 사례와 주역의 괘 해석은 <알아차림이 있으려면>의 내용이다.

로저스는 부정적인 인식으로 인한 자기 비하에 빠진 학생과 상담을 한다. 학생이 자신의 강점을 깨달을 수 있도록 질문을 하고, 질문에 답을 하는 과정에서 학생은 자신에 대해 ‘알아차림’의 경험을 하게 된다. 상담을 시작할 때 내담자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직면하고 알아차리는 과정이 우선되어야 한다. 카힐은 알아차림을 모든 상담에 공유할 수 있는 공통요인이라 한다. 알아차림은 ‘내가 누구인지,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환경과 타인을 자기 자신과 연결하는 능력이 있는지, 바로 이 순간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를 아는 것’(69페이지)이다. 주역의 괘는 내담자에게 알아차림을 일깨우기 위한 상담자의 질문이 들어 있다. 주역은 문장이 함축적이고 짧기 때문에 그 안에 전달하고자 하는 뜻을 간략하게 적는다. 간략한 내용을 은유적으로 설명해서 거부감 없이 상황을 직면하게 하고, 반복적 직면을 통해 깨달아 행동하도록 유도한다.

 

“즉록무우 유입우림중 군자기 불여사 왕 인.”(28페이지)이라는 구절 안에는 내담자가 알아차림을 통해 긍정의 인식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질문이 들어 있다.

다음은 주역의 괘 3괘 4효의 내용을 상담심리학 이론으로 해석한 내용이다.

“육삼 씨, 사슴 앞에 가까이 있는 데, 주위를 살펴 염려해주는 사람이 없군요.(1차 직면 과정, 사슴을 사냥하려면 위험한 경우가 많으며 이를 경고해주는 안내자가 있어야 한다. 처자에게 안내자도 없이 사슴 사냥을 나선다는 모순 상황을 들이대 직면시키고 있다.)

마음에 물어보아 숲속으로 들어가네요.(2차 직면 과정, 위험한 상황으로 제 발로 들어가려고 한다는 것을 깨우치게 한다.)

군자는 조짐을 알아차려(2번의 직면으로 좌절이 쌓인 내담자를 달래주려고 군자로 말한 후, 마음 속 현명함을 끄집어내어 변화의 의지를 세우게 해준다.)

포기(결정을 내리도록 도와준다. 군자처럼 현명한 사람만이 위험함을 인식하여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포기의 결정을 할 수 있다고 한다.)

하는 것만 같지 못하니 ‘가면 인색하네요’(포기라는 부정적 결정을 쉽게 못하는 내담자의 상황을 이해한 후 결정을 돕기 위해 말한다. ‘적극성을 가지고 간다면 내 것이 커 보이는 아까운 상황으로 연결될 것이니’ 과감히 가는 것을 포기하라 한다.)

[‘직면(안내자가 없는 상황)-직면(홀로 위험한 숲속으로 들어가는 상황)-격려(군자는 조짐을 알아차려 행동으로 나선다고)-약한 직면(포기를 하지 않고 적극성을 보이면 인색하다고)으로 이루어지는 직면 위주의 상담 방법(34페이지)]

 

처자는 분별력이 있어 현명하기에 초구를 따라가면 남 앞에 우뚝 설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욕심을 버릴 것이다. 주선생(주역)은 무모한 결정으로 자신을 망칠 것 같은 처자에게 ‘사슴 사냥꾼’이라는 은유를 통해 처자 스스로 자신의 상황을 알아차리고 결정할 수 있게 한다. 두 번의 직면 과정을 거친 후 처자를 달래주고 포기해야 하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게 돕는다. 은유는 ~처럼, ~같이 등을 사용하지 않고 유사한 질적인 면을 이용하여 비유하는 방법(41페이지)으로 변화를 원치 않는 사항을 변화를 원하는 사항으로 연결해주는 다리 역할을 한다(42 페이지). 은유에 의한 직면은 내담자가 저항 없이 스스로 깨닫고 결정하고 변화를 받아들이게 한다. 내담자가 알아차림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할 때도 주선생(주역)은 은유를 통한 완곡한 직면을 함으로써 내담자의 감정을 배려한다. 하지만 상담사례에 따라 은유를 통한 직면 보다 직설적인 직면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알아차림’을 설명하기 위해 ‘로저스, 징커, 카힐, 코리, 가필드’의 이론을 주역과 연결해서 설명한다. 주역과 게슈탈트 상담을 비교하고 두 이론이 일치함을 강조하고 있다(32~33페이지, 게슈탈트 학파의 징커가 말한 알아차림과 주역에서 말하는 알아차림 비교). 『상담으로 만난 동서양의 심리』 소제목 <알아차림이 있으려면>은 상담심리학 이론으로 주역 3괘의 내용을 심리학적 관점에서 해석해 알아차림 이론의 이해를 돕고 있다.(책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해 3장의 내용을 적었다.)

 

상담은 내담자의 변화를 목표로 하고, 주역도 변화를 목표로 한다. 삶은 평탄한 길만 있지 않다. 꼬불꼬불한 길, 험준한 오르막을 올라가기도 해야 하고, 가파른 내리막길로 떨어지기도 한다. 쉽고 행복한 일들만 계속되면 좋겠지만 현실은 우리 앞에 어렵고 고통스러운 일들을 가지고 온다. 사람들은 힘든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상담을 받고 답을 얻어 또 다시 삶을 이어간다. 『상담으로 만난 동서양의 심리』는 이정표가 되어 자신의 마음과 상황을 직면하고 문제의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상담심리학과 동양철학 주역을 연결해서 설명하고 있어 내담자와 상담자 모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다. 총 64개의 소제목과 64괘의 주역의 괘의 내용이 <알아차림이 있으려면>과 비슷한 형식으로 심리학 이론과 상담사례, 주역의 괘 해석, 생각거리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혹은 필요한 사례의 분석을 위한 내용을 찾아 읽다 보면 상담이론과 주역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책을 읽는 동안 상담학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통요인’들을 찾아 읽기를 하면 또 다른 재미와 지식의 확장에 도움이 될 것이다.

동서양 사람들의 심리가 비슷한 것이 신기했다. ‘사람 사는 건 어디나 똑같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읽었다. 서양의 심리학과 동양철학의 연결점을 찾아 해석했다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시각으로 보는 것’을 경험할 수 있게 해주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각 이론과 학자들의 이름을 찾기 쉽도록 책의 뒷부분에 ‘찾아보기’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학자와 이론을 공부할 때 어느 페이지에 있다는 것을 알면 더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책에 추가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본다.

 

 

■ 발췌글

206

상담은 내담자의 변화를 목표로 한다. 상담자는 내담자에게 변화 할 수 있고 변화는 실제로 이루어진다는 굳건한 믿음 때문에 희망이 솟아나며 또 기대를 품는다. 내담자는 희망이 고양되고 기대를 키움으로써 상담의 과정 속으로 자연스럽게 편입된다.

-중략-

기대와 희망은 상담에서 중요하고도 핵심적인 요인으로 많은 학자는 공통요인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232

통찰은 새로운 지각을 뜻한다. 즉 그동안의 인간관계에서 새로운 면을 아는 것, 고통스러운 문제의 후유증에 관한 의미를 아는 것, 자신의 행동 패턴을 아는 것 등으로 표현될 수 있다. 상담자는 내담자에게 통찰이 이루어지도록 직면 등을 통해 자기 자신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끔 한다. 그러면 내담자는 자신에 대한 이해의 범위를 넓히고 명료화해서 통찰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234

통찰은 어떤 계기가 있어야 한다. 직면 상황이 계기 역할을 한다.

- 통찰은 새로운 것을 지각하는 것으로 이전에 알지 못했던 사실을 새롭게 인식하게 해준다. 통찰은 직면 상황의 계기가 주어질 때 인식하게 된다. 주역은 이런 직면 상황을 반복해서 강조함으로써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고 명료화 시켜 통찰의 과정으로 이끌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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