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 (양장) 소설Y
이희영 지음 / 창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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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나의 영혼이 육체와 분리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영혼이 육체로 돌아갈 수 있는 시간이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나의 주인공 한수리와 은류에게 일어난 일이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된 한수리는 학교 성적뿐만 아니라 SNS까지 관리하느라 계획표를 세워놓고 바쁜 일상을 보낸다. 수리는 엄마의 칭찬을 듣고 사람들에게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자신을 더 혹독하게 몰아붙였다. 열일곱 살 은류는 어린 시절엔 떼를 쓰고 동생에게도 화를 내는 평범한 아이였다. 불치병에 걸린 완이 잘못될까봐 부모님의 신경은 온통 완에게 쏠렸다. 사람들은 동생이 아프니 형이 양보하고, 부모님 힘들지 않게 말을 잘 들어야 한다는 말로 류에게 마음의 상처를 입혔다. 수리와 류는 가벼운 교통사고로 의식을 잃은 후 깨어난다. 크게 다치지 않아 집으로 돌아간 두 아이는 다시 평범한 생활을 이어간다. 하지만 이때, 두 아이에게는 이미 어떤 변화가 일어났다. 영혼 이탈, 영혼과 육체가 떨어져 하나가 아닌 둘이 된 상태에 놓이게 된다.

 

너 자신이 누구인지부터 찾아야 하지 않을까?”(52페이지)

살아 있는 사람의 영혼을 사냥하는 선령이 나타나 일주일 후에는 선령을 따라 가야 한다고 말한다.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수리는 육체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했지만 육체가 만든 벽에 가로막혀 실패한다. 선령은 그것이 벽이 아닌 육체가 친 결계지라고 말한다. 선령은 육체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수리에게 수리의 영혼이 스스로 선택해서 육체를 빠져나온 것이라 말한다. 자신의 육체가 왜 영혼을 거부하는 결계를 쳤는지를 이해하지 못한 수리에게 선령은 자신이 누구인지부터 찾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자신이 누구인지부터 찾아야 한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사람들은 모두가 자신이 누구인지를 인식하고 있지 않다는 말일까? 선령의 질문에 나도 나 자신이 누구인지를 생각해본다. ‘나는 나?’, 나는 또 다시 멍해진다. 어쩌면 내가 나를 잘 모르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갔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 보는 게 중요하다는 거야.”(78페이지)

선령은 류에게 사람은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질 못하기 때문에 문제가 있어도 무엇이 문제인지를 깨닫지 못한다고 말한다. 선령은 수리의 영혼은 오로지 자신이 잃어버린 것에만 집중하고, 류의 영혼은 자신이 잃어버린 것을 외면한다고 보고한다. 수리는 시간 안에 육체로 돌아가지 못할까 조급해하고, 은류는 돌아가지 못해도 상관없다는 생각에 태연했다. 선령은 극과 극의 영혼이 동시에 육체를 이탈한 일이 이례적인 일이라고 보고한다. 선령은 수리는 자신에게서 한 걸음 물러서기 시작했고, 류는 스스로에게 한 발 다가섰다고 적고 있다. 인간은 자기 자신에게 너무 가까이 있거나, 또는 너무 멀리 있을 때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없게 된다는 의미일까? 나를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서는 너무 가까워도 안 되고, 너무 멀리 떨어져서 바라봐도 안 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적정 거리를 유지할 때 내가 나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라 생각한다.

 

자신에게 조금의 자비도 없잖아.”(117페이지)

류는 육체보다 사람들의 평판을 신경 쓰는 수리에게 자신이라도 조금의 자비도 없는 영혼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 같다고 말한다. 수리는 너 스스로가 영혼을 아프게 했을 때도 싫었냐고 물었던 선령의 말을 떠올린다. 자신은 지금까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살았는지에 의문을 갖게 된다. 한수리라는 아이는 누구이고, 그 아이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수리는 다른 사람에게는 너그러우면서 자신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던 자신이 너무 싫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사람들은 왜 자기 자신에게 아무렇지 않게 상처를 주면서 남의 상처를 건드리는 것에만 신경을 쓰는 것일까? 나는 지금까지 얼마나 자주 내가 나를 상처주고 살았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수리와 류는 자신들이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을 어려워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실수할 수도, 틀릴 수도 있다.’(153페이지)

수리는 실수하고 틀리는 것에 대해 강박적으로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공부 잘하고 야무진 딸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칭찬하는 엄마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자신을 속이고 괴롭히면서 살았다. 수리는 영혼과 육체를 가로막은 것이 결계가 아닌 타인의 시선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온전한 나로 살지 못하고 타인의 시선에 맞춘 나로 살았던 자신이 나와 나 사이에 벽을 만든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수리는 자신이 아무것도 안 하고 싶어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고 틀려도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인다. 이 답을 한 순간 수리의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 순간 수리는 잠에 빠져든다.

 

류는 아픈 동생만을 바라보는 부모님으로 인해 상처를 받았지만 형이니까 아픈 동생을 잘 보살펴야 한다는 말들의 무게에 짓눌려 자신을 속이고 깊이 상처 받은 마음을 숨긴 채 살았다. 어린 시절 할머니가 엄마에게 했던 말에 상처를 받았었다. 그때부터 엄마에게 버림받을 것이 두려워 착한 아들로 살아갔던 것이다. 잊고자 했던 봉인된 기억의 장면을 보여준 선령에게 속으로 욕을 하는 류를 보면서 선령은 남에게 소리 내어 하지 못하는 욕은 스스로에게도 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아무도 류를 재단하고 평가할 자격이 없으니까 자책하는 것을 그만하라고 말해준다. 류는 지금까지 자신에게 상처를 가장 많이 준 존재가 자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은류는 육체가 영혼을 거부한 이유가 자책하면서 살지 않고 원래의 자신의 모습을 찾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류는 일곱 살의 류에게 외롭게 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육체를 남겨놓고 벽을 통과해 나온다. 그렇게 영혼만을 가지고 살던 삶은 끝난다.

 

다시 육체로 돌아가려는 수리와 육체로 돌아가는 것에 아무런 의지도 없었던 류는 남을 신경 쓰면서 정작 자기 자신은 돌보지 않고 엄격한 잣대로 압박하기만 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수리와 류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 둘 모두 지쳐 있었다. 두 아이는 영혼이 육체로 돌아간다면 어떤 선택을 하든 괜찮을 거라고 말해줘야겠다고 생각한다. 둘 다 육체로 돌아간다면 한 달 뒤에 만나기로 약속하고 헤어진다.

 

동살은 순우리말로 새벽에 동이 트면서 환하게 빛나는 햇살을 뜻한다.’(203페이지)

영혼이 육체를 찾아간 후 영혼의 기억을 잃게 되지만 선령의 배려로 두 아이는 어떤 느낌에 이끌려 동살공원으로 향한다. 새벽에 동이 트면서 환하게 빛나는 햇살이라는 의미의 동살공원에서 두 아이가 마주친다. 서로를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영혼이었을 때 다시 만나자고 했던 약속은 지켜졌다. 어두운 터널에 들어갔을 때 자신이 더 잘 보인다는 류의 말처럼 어두운 터널 속에서 자신을 바라본 아이들은 더 단단해진 영혼으로 터널 끝 빛이 다시 시작되는 시간 속으로 나아갔다. 선령은 두 아이가 스스로가 가장 원했던 답을 찾아냈다고 보고한다. 아이가 어른이 되고, 어른이 노인이 되어 영혼과 육체가 모두 소멸되기까지 이들 앞에 또 다른 터널이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수리와 류는 또다시 스스로가 원하는 답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빠르고 편리하게 기술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의 생각과 삶의 질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사람들의 영혼의 질은 떨어진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과 많은 인간관계에서 사람들의 영혼은 지쳐가고 있다. 사람들은 왜 이렇게 영혼을 혹사시키면서 살아갈까? 지친 영혼을 위로할 수 있는 방법은 결국 자기 스스로 답을 찾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나를 잘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어떤 사람이 나에 대해 잘 안다고 말할 때면, 나도 나를 잘 모르는데 어떻게 나에 대해 다 안다고 말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나는 나를 잘 모른다. 생각과 감정이 수시로 바뀌고, 같은 상황에서도 전혀 다른 생각과 감정을 느낄 때도 있기 때문에 나의 생각과 감정이 어떤 방향으로 흐르는지도 헷갈릴 때가 많다. 나는 지금 나일까? 나는 지금 나에게 어떤 말을 하고 있을까?

 

스스로에게 다정하게 안부라도 물어봤냐고.”(46페이지)

선령이 류에게 하는 이 말을 읽고 순간 멍해졌다. 나는 나에게 다정하게 안부를 물은 적이 있을까? 가끔 거울을 보면서 나 스스로에게 지금 잘하고 있어라는 응원을 보내면서 쓰다듬고는 했었다. 하지만 몇 년 동안 나는 스스로를 책망하기만 할 뿐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지 못했다. 이 짧은 선령의 말을 반복해서 읽을수록 눈물이 날 것 같다. 나는 왜 나 스스로에게 다정하게 안부를 묻는 것을 멈췄을까?

 

나나는 지친 사람들에게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너그럽게 보듬어주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실수해도, 틀려도, 착하지 않아도, 조금은 부족해도, 천천히 가도 된다고 말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충분히 그 존재 자체로 모두가 소중한 존재다. 자기가 자기를 껴안아 줄 때 상처받은 영혼은 치유된다. 지금 여러분의 영혼은 안녕한가요? 우리 모두에게 타인이 아닌 우선 나 자신부터 돌아볼 수 있는 용기와 시간이 필요하다. 나나10대 청소년이 주인공이지만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 입시와 취업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사람들과 타인에게 보여 지는 모습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은 읽으면서 마음이 찡해질지도 모른다. 나나는 모든 사람에게 위안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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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jddmstjddms007 2023-10-30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댓글을 읽으니깐 예전에 읽었던 책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생각이 났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지금 학생인데요 학교에서는 매번 꿈을 찾는 것과 정답만을 요구합니다. 모두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밝은 앞날을 위해서 그렇다는 것은 알지만 꿈이 없는 저는 답답하고 힘들 때가 굉장히 많습니다. 그리고 저는 수리처럼 실수하고 틀리는 것에 많은 강박을 느끼고 이에 대해 저를 굉장히 자책을 많이 하는 편이여서 수리의 마음이 굉장히 많이 이해가 갔던 것 같습니다. 또 저도 아직 저를 잘 모르겠더라구요.. 솔직히 자기 자신을 잘 아는 사람보다 자기 자신을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 거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자기 자신을 잘 알면 알수록 나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나를 더 사랑할 수 있기에 자신을 잘 알라고 하는 것이겠죠..? 이 책을 읽고 이에 대한 생각을 굉장히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류에게도 공감이 많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류에게는 어린 시절 떠나보낸 동생이 있듯이 저는 곧 멀어지게 될, 헤어지게 될 언니가 있습니다. 앞에서 말했듯 저는 모든 잘못이 저 때문인 것 같고, 자책을 많이해서 이를 언니가 보고 위로도 많이 해주고 제가 재책하고 힘들어할 때 마다 제가 일어설 수 있게 도움도 많이 주는데 그런 저의 정신적 지주인 언니가, 저의 원동력인 언니가 이제 곧 대학교를 가게 되어서 멀리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때론 친구 같고, 때론 엄마 같던 언니가 곧 떠난다니 믿겨 지지 않고 앞으로 어떻게 버텨나가야 할지 고민도 많이 되는 것 같습니다. 곧 있을 일에 이렇게 걱정되고 벌써부터 속상한데 류는 얼마나 속상했을까요? 이런 저에게 이 댓글은 실수해도, 틀려도, 착하지 않아도, 조금은 부족해도, 천천히 가도 괜찮다고 말해주셔서, 저에게 다시 한 번 질문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셔서 댓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언니가 멀리 떠나도, 시험에서 실수를 하더라도 저를 다스릴 줄 알고 긍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게 노력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