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으로 만난 동서양의 심리 - 업신여김, 적막감, 수치감 등을 딛고
허문회 지음 / 바른북스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상담으로 만난 동서양의 심리』는 주역을 상담심리학 이론에 적용한 심리학서이다. 상담 사례를 분석한 후 주역의 괘를 상담심리학 이론에 적용해 해석한다. 어렵고 딱딱할 것 같은 주역을 ‘주선생’이라는 인물로 인격화해서 실제 상담자가 말하는 것처럼 사례를 분석한다. 허문회작가가 책을 쓴 목적은 실패로 어려움을 겪은 사람들에게 힘의 실체를 느끼게 해주고 도전하는 삶을 추구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싶거나, 상담심리학 전공자나 상담심리사, 동양철학 전공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있다.

 

다음의 사례와 주역의 괘 해석은 <알아차림이 있으려면>의 내용이다.

로저스는 부정적인 인식으로 인한 자기 비하에 빠진 학생과 상담을 한다. 학생이 자신의 강점을 깨달을 수 있도록 질문을 하고, 질문에 답을 하는 과정에서 학생은 자신에 대해 ‘알아차림’의 경험을 하게 된다. 상담을 시작할 때 내담자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직면하고 알아차리는 과정이 우선되어야 한다. 카힐은 알아차림을 모든 상담에 공유할 수 있는 공통요인이라 한다. 알아차림은 ‘내가 누구인지,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환경과 타인을 자기 자신과 연결하는 능력이 있는지, 바로 이 순간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를 아는 것’(69페이지)이다. 주역의 괘는 내담자에게 알아차림을 일깨우기 위한 상담자의 질문이 들어 있다. 주역은 문장이 함축적이고 짧기 때문에 그 안에 전달하고자 하는 뜻을 간략하게 적는다. 간략한 내용을 은유적으로 설명해서 거부감 없이 상황을 직면하게 하고, 반복적 직면을 통해 깨달아 행동하도록 유도한다.

 

“즉록무우 유입우림중 군자기 불여사 왕 인.”(28페이지)이라는 구절 안에는 내담자가 알아차림을 통해 긍정의 인식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질문이 들어 있다.

다음은 주역의 괘 3괘 4효의 내용을 상담심리학 이론으로 해석한 내용이다.

“육삼 씨, 사슴 앞에 가까이 있는 데, 주위를 살펴 염려해주는 사람이 없군요.(1차 직면 과정, 사슴을 사냥하려면 위험한 경우가 많으며 이를 경고해주는 안내자가 있어야 한다. 처자에게 안내자도 없이 사슴 사냥을 나선다는 모순 상황을 들이대 직면시키고 있다.)

마음에 물어보아 숲속으로 들어가네요.(2차 직면 과정, 위험한 상황으로 제 발로 들어가려고 한다는 것을 깨우치게 한다.)

군자는 조짐을 알아차려(2번의 직면으로 좌절이 쌓인 내담자를 달래주려고 군자로 말한 후, 마음 속 현명함을 끄집어내어 변화의 의지를 세우게 해준다.)

포기(결정을 내리도록 도와준다. 군자처럼 현명한 사람만이 위험함을 인식하여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포기의 결정을 할 수 있다고 한다.)

하는 것만 같지 못하니 ‘가면 인색하네요’(포기라는 부정적 결정을 쉽게 못하는 내담자의 상황을 이해한 후 결정을 돕기 위해 말한다. ‘적극성을 가지고 간다면 내 것이 커 보이는 아까운 상황으로 연결될 것이니’ 과감히 가는 것을 포기하라 한다.)

[‘직면(안내자가 없는 상황)-직면(홀로 위험한 숲속으로 들어가는 상황)-격려(군자는 조짐을 알아차려 행동으로 나선다고)-약한 직면(포기를 하지 않고 적극성을 보이면 인색하다고)으로 이루어지는 직면 위주의 상담 방법(34페이지)]

 

처자는 분별력이 있어 현명하기에 초구를 따라가면 남 앞에 우뚝 설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욕심을 버릴 것이다. 주선생(주역)은 무모한 결정으로 자신을 망칠 것 같은 처자에게 ‘사슴 사냥꾼’이라는 은유를 통해 처자 스스로 자신의 상황을 알아차리고 결정할 수 있게 한다. 두 번의 직면 과정을 거친 후 처자를 달래주고 포기해야 하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게 돕는다. 은유는 ~처럼, ~같이 등을 사용하지 않고 유사한 질적인 면을 이용하여 비유하는 방법(41페이지)으로 변화를 원치 않는 사항을 변화를 원하는 사항으로 연결해주는 다리 역할을 한다(42 페이지). 은유에 의한 직면은 내담자가 저항 없이 스스로 깨닫고 결정하고 변화를 받아들이게 한다. 내담자가 알아차림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할 때도 주선생(주역)은 은유를 통한 완곡한 직면을 함으로써 내담자의 감정을 배려한다. 하지만 상담사례에 따라 은유를 통한 직면 보다 직설적인 직면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알아차림’을 설명하기 위해 ‘로저스, 징커, 카힐, 코리, 가필드’의 이론을 주역과 연결해서 설명한다. 주역과 게슈탈트 상담을 비교하고 두 이론이 일치함을 강조하고 있다(32~33페이지, 게슈탈트 학파의 징커가 말한 알아차림과 주역에서 말하는 알아차림 비교). 『상담으로 만난 동서양의 심리』 소제목 <알아차림이 있으려면>은 상담심리학 이론으로 주역 3괘의 내용을 심리학적 관점에서 해석해 알아차림 이론의 이해를 돕고 있다.(책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해 3장의 내용을 적었다.)

 

상담은 내담자의 변화를 목표로 하고, 주역도 변화를 목표로 한다. 삶은 평탄한 길만 있지 않다. 꼬불꼬불한 길, 험준한 오르막을 올라가기도 해야 하고, 가파른 내리막길로 떨어지기도 한다. 쉽고 행복한 일들만 계속되면 좋겠지만 현실은 우리 앞에 어렵고 고통스러운 일들을 가지고 온다. 사람들은 힘든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상담을 받고 답을 얻어 또 다시 삶을 이어간다. 『상담으로 만난 동서양의 심리』는 이정표가 되어 자신의 마음과 상황을 직면하고 문제의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상담심리학과 동양철학 주역을 연결해서 설명하고 있어 내담자와 상담자 모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다. 총 64개의 소제목과 64괘의 주역의 괘의 내용이 <알아차림이 있으려면>과 비슷한 형식으로 심리학 이론과 상담사례, 주역의 괘 해석, 생각거리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혹은 필요한 사례의 분석을 위한 내용을 찾아 읽다 보면 상담이론과 주역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책을 읽는 동안 상담학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통요인’들을 찾아 읽기를 하면 또 다른 재미와 지식의 확장에 도움이 될 것이다.

동서양 사람들의 심리가 비슷한 것이 신기했다. ‘사람 사는 건 어디나 똑같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읽었다. 서양의 심리학과 동양철학의 연결점을 찾아 해석했다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시각으로 보는 것’을 경험할 수 있게 해주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각 이론과 학자들의 이름을 찾기 쉽도록 책의 뒷부분에 ‘찾아보기’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학자와 이론을 공부할 때 어느 페이지에 있다는 것을 알면 더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책에 추가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본다.

 

 

■ 발췌글

206

상담은 내담자의 변화를 목표로 한다. 상담자는 내담자에게 변화 할 수 있고 변화는 실제로 이루어진다는 굳건한 믿음 때문에 희망이 솟아나며 또 기대를 품는다. 내담자는 희망이 고양되고 기대를 키움으로써 상담의 과정 속으로 자연스럽게 편입된다.

-중략-

기대와 희망은 상담에서 중요하고도 핵심적인 요인으로 많은 학자는 공통요인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232

통찰은 새로운 지각을 뜻한다. 즉 그동안의 인간관계에서 새로운 면을 아는 것, 고통스러운 문제의 후유증에 관한 의미를 아는 것, 자신의 행동 패턴을 아는 것 등으로 표현될 수 있다. 상담자는 내담자에게 통찰이 이루어지도록 직면 등을 통해 자기 자신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끔 한다. 그러면 내담자는 자신에 대한 이해의 범위를 넓히고 명료화해서 통찰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234

통찰은 어떤 계기가 있어야 한다. 직면 상황이 계기 역할을 한다.

- 통찰은 새로운 것을 지각하는 것으로 이전에 알지 못했던 사실을 새롭게 인식하게 해준다. 통찰은 직면 상황의 계기가 주어질 때 인식하게 된다. 주역은 이런 직면 상황을 반복해서 강조함으로써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고 명료화 시켜 통찰의 과정으로 이끌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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