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주의자를 위한 철학
오석종 지음 / 웨일북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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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을 만들어 내는 새로운 철학의 시대’(6~7페이이지)

철학의 시대에 철학자들이 한 질문은 현대에 일어나는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쓸모가 있을까? 저자 오석종은 정답을 알려주는 철학이 아닌 질문을 만들어 내는 철학적 사유, 즉 마침표가 아닌 물음표로 끝나는 철학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실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철학적 사유는 철학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을 넘어 질문하고 비판하는 사유여야 한다는 것이다. 철학에 질문을 하고 비판할 때 우리는 새로운 철학의 시대를 맞이할 수 있게 된다. 철학도 시대와 환경에 따라 변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현실주의자를 위한 철학은 철학이 현대에도 살아남는 학문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 알려준다. 철학을 현실에 적용할 수 있을 때 철학은 의미를 갖게 된다. <1장 철학을 부수는 철학>에서는 틀에서 벗어나 철학에 의문을 제기하고 질문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2장 상식에 도전하는 불량한 인문학><3장 새롭게 정의하는 21세기의 철학>12개의 키워드를 통해 철학적 사유의 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12개의 키워드가 어떤 방법으로 고전 철학을 현실 철학으로 재탄생 시켜줄지 궁금하다.

 

철학을 부수는 철학

니체는 철학자 소크라테스를 청년들은 물론 고대에서 가장 아름답게 자라난 존재인 플라톤 마저 타락시킨 철학자라고 비판한다. 진리를 탐구했던 전통적인 철학에 의문을 제기한 니체는 진리는 쓸모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니체는 철학자들이 있지도 않은 진리를 찾는데 시간을 허비해 참된 학문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노동과 돈, 지성의 예지와 인내를 낭비했다고 비판한다. 고정관념을 주입하는 진리만을 추구하는 철학을 비판한 니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게 보는 관점주의적 철학적 사유의 필요성을 일깨웠다.

개인은 어떤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가치관에 따라 살 수 있게 되었는가?”(25페이지)

저자는 이 질문이 삶을 살아가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이라 말한다.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철학고전에만 의존하지 말고 최신 버전의 철학적 탐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철학이 쓸모를 갖기 위해서는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인간의 문제를 다양한 시각으로 분석하고 선택 가능한 해석본을 제공해야 한다. 인간다움만을 최상위 가치로 생각하는 거대 담론을 벗어나 평범한 개인의 서사에 관심을 가질 때 철학은 일상으로 파고들어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한다. 삶의 목적을 성찰하는 철학적 인간은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유를 회피하게 되지만, 현실 속 자잘한 문제를 고민하고 살아가는 현대인은 적극적 자유를 추구하는 삶을 살아간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혼란을 겪는 현대인들은 목적지를 모르기 때문에 어디로든 자발적으로 선택해 갈 수 있다고 한다. ‘삶의 목적을 묻는 철학적 인간보다는 삶의 궁극적 목적을 고민하지 않는 오늘날의 현대인의 삶이 지금 나의 삶에 더 가깝다. 살아가면서 어떤 목적을 향하는 것 보다는 순간순간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나의 정체성과 가치를 찾게 된다. ‘적극적 자유를 추구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본다. 질문에 나는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고 답한다. 보호색을 띠고 프롬이 말한 것과 비슷한 자동인형처럼 살 때도 있고, 어느 순간은 나의 색을 드러내면서 적극적으로 나의 가치를 추구하는 삶을 살기도 한다. 질문에 답을 찾으면서 나는 오히려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다. 나는 소극적 자유적극적 자유중 어느 쪽을 추구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나도 자유로부터 도피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를 질문해본다. 질문에 대한 답을 계속 고민한다.

 

상식에 도전하는 불량한 인문학

진정한 나를 찾는 것에 대한 강박적 사유는 나에게도 존재한다. ‘라는 존재는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수없이 하면서 살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생각이 모순적이라 말한다. ‘진정한 나라는 존재는 어떤 방법으로 증명할 수도 없고 스스로의 정신적 체험으로만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증명하기 어렵다고 한다. ‘진정한 나의 존재를 믿는 것은 의 존재를 믿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사고하는 것이라 해석하고 있다. 철학이 현대인에게 준 가장 큰 해악을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해 혼자만의 동굴로 들어가는 것을 이상화시킨 것이라고 한다.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안다는 것만으로도 진정한 나의 모습에 가까워지는 것이라 강조한 저자는 나를 찾기 위해 혼자만의 동굴에 들어가거나 철학에 의존하지 말고 현실 속에서 직접 부딪히고 도전해보라고 말한다. <2장 상식에 도전하는 불량한 인문학>에서는 진정한 나에 대한 고정관념에 대한 내용에 어이 인터넷 세계의 확장으로 인한 현실과 가상에 대한 고정관념을 생각해보게 한다. 겸손에 대한 내용에서는 민주주의가 자리 잡으면서 우월함을 자랑하는 행동을 나쁜 행동으로 나누고 겸손을 미덕으로 생각하는 생각의 틀이 만들어진 내용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인간본성에서는 인간을 이성적 존재로 생각할 때 이성적 지적 능력을 갖춘 인공지능도 인간본성을 갖고 있는가에 대해 질문하면서 이성이 인간본성을 나타내는 상식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사랑은 시대에 따라 변해가는 사랑의 개념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소통은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대에 진정한 소통이 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상식이라는 틀 안에서 어떤 것을 판단할 때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생긴다. 저자는 상식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거부해보는 시도만으로도 사회의 다른 면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상식의 틀을 깨는 과정을 통해 고정관념의 틀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새롭게 정의하는 21세기의 철학

21세기 필요한 철학적 사유의 키워드 능력주의, 민주주의, 감시와 통제, 성과사회, 노동, 우상을 현실적인 시각에서 바라봐야 하는 이유를 적고 있다. 능력주의가 공정과 정의를 나타내는 말인지에 대해 의문을 갖게 한다. 모든 세대와 계층에서 능력주의를 지지할 때 능력주의에 반박할 수 없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저자는 개인의 능력만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능력주의에 대한 고정관념을 비판한다. 마이크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을 예로 들면서 미국식 능력주의와 한국식 능력주의의 차이점을 이야기한다. 기술의 발달이 능력주의에 어떤 변화를 주고 있는지와 더불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능력주의에 대한 개념이 어떻게 변화할지를 예견한다. 민주주의에서는 소수의 엘리트주의에 의한 통치와 민주주의를 비교하고, 인공지능으로 인해 일어나는 윤리적 문제를 적고 있다. 윤리적 문제를 무시하고 인공지능 기술 도입에만 치중하고 있는 현실 문제와 그로 인해 최첨단 인공지능 기술을 조종하는 소수의 인간이 나올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한다. 감시와 통제는 푸코가 제시한 규율, 시간표, 커리큘럼이 어떻게 사회와 사람들을 통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이야기하면서 각각의 요소의 순기능도 함께 설명한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더 많은 개인정보가 모여지면서 많은 빅데이터가 거대 기업들에 의해 수집되고 있는 현실도 설명한다. 성과사회에서 현대사회의 노동자들은 성공, 진급, 커리어, 인센티브 등을 위해 자발적으로 자신을 착취한다. 모든 것을 소진한 노동자를 번아웃 증후군에 걸리게 하는 성과주의의 문제점을 적고 있다. 노동에서는 생계를 위한 일하고 싶은 일사이에서 갈등하는 상황을 이야기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직업으로 크리에이터를 사례로 들고 있다. 창조적 노동과 소외된 노동, 즉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에 대한 가치 판단을 개인적인 기준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상은 논리적이지 못한 주장을 비판하는 현대인들이 비논리적으로 선진국을 우상화하는 왜곡된 인식의 오류에 빠지는 이유를 설명한다. 서구 선진국을 우상화하는 데 영향을 미친 시민혁명의 빛과 그림자를 함께 설명하면서 선진국 우상화의 오류를 일깨워준다.

 

저자는 철학의 가치를 입증하기 위해 철학적 성찰이 일상에 독이 되는 건 아닌지에 대해 질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를 말할 수 있을 때 철학의 필요성을 설명할 수 있다고 한다. 고전으로 전해지고 있는 과거의 철학을 현실 문제와 연결해 질문하고 답을 찾는 과정에서 비판과 수정 과정을 통해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해답을 찾게 된다. 저자가 강조하듯이 철학책을 읽고 이해가 되기 시작하면 일상의 언어로 말해보기, 철학의 일상적 사례 찾아보기, 영감을 준 철학과 대립되는 철학 찾아보기과정을 거친다면 철학은 일상의 독이 아닌 현실문제에 대한 해독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현실주의자를 위한 철학은 현실 속에서 철학적 사유와 철학에 대한 질문의 필요성을 일깨워준다. 고전으로 전해지고 이론적으로 정립된 철학을 절대적 진리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철학을 비판하고 현실에 맞게 재수정해서 이해하는 과정의 필요성을 알게 해준다. 현실문제에 고민하는 분들과 진로문제로 고민하는 청소년들과 함께 읽고 토론해보고 싶은 책이다.

 

책 뒷부분에 실린 <참고문헌>(226~231페이지)에 표기된 책들 중 관심 가는 책을 찾아 읽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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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언서의 말센스 - 불신의 시대, 어떻게 타인의 마음을 얻을 것인가
제이슨 해리스 지음, 서유라 옮김 / 부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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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영혼 있는 설득, 즉 말센스다’(15페이지)

 

서로의 마음이 통하는 순간 사람들은 마음을 열고 서로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마음이 통하는 순간은 바로 오지 않는다. 잠깐을 만나도 신뢰감을 주는 사람이 있고 오랫동안 만났지만 신뢰감을 주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상대방과 신뢰하는 관계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사람과의 관계는 어렵지만 또 쉽다. 내가 진정성을 가지고 그 사람을 대할 때 상대방도 그 마음을 알게 된다고 믿는다. 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진정성을 가장 일순위로 생각한다.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더 깊이 있는 깨달음을 얻고 싶다. 믿을 수 있는 관계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믿고 맡긴 최고의 광고 전문가

인플루언서의 말센스의 저자 제이슨 해리스를 대표하는 수식어 중 하나다. 디즈니, 리바이스, 아디다스, 플레이스테이션, 엑스박스 등의 브랜드와 협업을 한 해리스는 광고 에이전시 메카니즘의 CEO최고의 사회적 영향력을 갖춘 리더 10’, ‘광고계를 발전시킨 100에 선정된 인물이다. 광고를 만드는 사람들은 광고주를 설득해 계약을 맺고 그 광고를 통해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인플루언서의 말센스의 저자 제이슨 해리스는 타인의 마음을 얻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진정성, 관대함, 공감, 영혼의 네 가지를 이야기한다. 네 가지의 키워드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이유와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사례를 통해 사람들을 설득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더불어 네 가지의 성향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노력들에 대해서 알려준다. 인플루언서의 말센스를 읽으면서 기업과 소비자들을 설득한 저자의 노하우를 배워보려 한다.

 

인플루언서를 나타내는 키워드 진정성의 가치를 세계적인 록스타 데이비드 보위(데이브드 로버트 존스)’를 통해 설명한다. 진정한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은 설득에 필요한 핵심 조건이라고 한다. 데위비드 보위는 자신의 특별한 내면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타인의 평가를 신경 쓰지 않았다. 자신의 본질에 집중한 보위의 행동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다. 설득의 바탕은 개인의 본질이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사람들과 진정성 있는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첫째, 타인과 만났을 때 진짜 기분과 다르게 말하거나 행동하는 순간을 의식해야 한다. 둘째, 다른 사람들과 대화가 끝난 후 어떤 대답과 행동을 했는지를 생각해보고, 왜 그런 대답과 행동을 했는지 분석한다. 셋째, 분석한 내용을 보면서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일지에 기록한다. 기록을 습관화해서 가식적인 말과 행동을 자각할 수 있으면 그러한 말과 행동을 줄일 수 있게 된다. 나는 어떤 가식적인 말과 행동을 하고 있을까? 만약 한다면 나는 왜 그런 행동을 할까를 생각해 본다. 불편하고 어려운 사람을 만났을 때는 솔직한 말과 행동이 나오지 않는다. 그럴 때는 나도 모르게 나의 생각을 감추게 되면서 말과 행동을 가리게 되는 것 같다. 나의 본질을 돌아보지 않고 숨길 때 진정성은 나오지 않는다. 진정성 없는 말과 태도로는 상대방을 설득할 수 없다.

 

어쩌면, 아마도, 다소, 내 생각에는, 내가 틀렸을 수도 있지만, ~한 것 같아, 바보 같은 소리로 들릴 수도 있는데라는 말은 책임에서 한 발 빼기 위해 붙이는 보험용 표현이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은 이러한 표현을 무력한 화법이라고 한다. ‘무력한 화법을 나도 많이 사용하고 있다. 누군가에게 어떤 내용을 전달할 때, 전달된 내용을 상대방이 이해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말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책임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저자는 분명한 표현을 쓰려고 노력하면 생각하는 방식도 변화한다고 말한다. 명확한 생각과 자신감 있는 대화를 하기 위해 모호하게 표현하는 습관을 고쳐야 한다.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핵심 가치를 파악해 신념에 따라 당당하게 말하는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다. 자신감 있게 확실하게 표현할 때 사람을 설득할 수 있게 된다.

 

타인에게 좋은 것들을 충분하고 자연스럽게 베푸는 미덕

(143페이지, 사회학자 크리스티안 스미스가 말하는 관대함의 정의)

대가를 바라지 않고 베풀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보답을 바라지 않고 베푸는 행동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이를 통해 도움을 주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파악하게 된다는 것이다. 필요한 사람에게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나에게 필요한 정보를 찾는 과정에서 수많은 정보를 접하게 된다. 아는 사람들마다 관심사가 다르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보면 그 사람이 생각난다. 정보란 필요한 사람에게 갔을 때 가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타인과 자신의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관대함은 상대방에게 시간과 조언, 칭찬, 선물을 베풀 수 있을 때 나온다.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이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나누어도 아깝지 않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몸이 움직인다. 하지만 아주 가끔은 너무 싫은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다. 무례한 사람들을 만나면 나의 관대함은 자취를 감춘다. 관대함을 자연스러운 본성으로 만들기 위해 훈련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관대함은 훈련 보다는 상대방에 대한 마음에 따라 그 크기가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사람에게 공감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경청이다. 그 사람이 하는 말을 경청하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그 가치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알게 된다. 이 과정에서 나와 타인이 공통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찾을 수 있게 된다. 상대방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존중할 줄 알아야 공감도 할 수 있다.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차이점이 아닌 공통점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차이점에 집중하게 되면 사람들은 마음을 열지 않지만 공통점에 집중했을 때는 쉽게 마음이 열린다. 서로를 나누고 구분하는 차이점은 사람들의 관계를 끊는다. 이와 달리 공통점은 서로의 관계를 이어준다. 서로의 공통점을 찾을 때 사람들은 협력관계를 이어갈 수 있게 된다. 저자는 모든 인간이 차이점보다 공통점을 더 많이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공통점에 집중하는 태도는 사람들을 내 편으로 이끌어 줄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을 나와 동등한 존재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주의할 점은 차이점 또한 존중하고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통점에만 집중할 때 자칫 다름틀림으로 잘못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통점과 더불어 차이점도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이 쏟아 부은 시간과 열정은 돈 이상의 가치를 갖는다. 최고의 자리에 오른 이들을 사람들은 신뢰할 수 있게 되고 이러한 사람들의 신뢰 덕분에 이들의 영향력은 커진다. 능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과 열정을 보면서 사람들은 이들을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 생각하게 된다. 작업 중심의 사고방식은 단순히 일을 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지만 능력 중심의 사고방식은 과정을 진행하는 데 필요한 능력으로 일을 바라보게 한다. 어떤 일에 필요한 능력을 제대로 익히는 데 집중할 수 있게 한다. 사람들은 작업 중심의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보다는 능력 중심의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을 더 신뢰하게 된다. 이들은 결과만큼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무엇을보다는 어떻게에 초점을 맞춘다.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의식적 노력, 2년 주기의 새로운 배움, 열정 추구, 업무의 질, 정확한 사실 파악을 이야기한다. 이러한 능력을 갖춘 사람들은 더 많은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게 된다. 능력을 갖추고 진심으로 신념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영감을 준다. 사람들은 이들이 옳은 일을 하는 사람이라 믿기 때문에 기꺼이 이들의 말에 따라 행동한다.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필요한 의식적 노력과 2년 주기의 새로운 배움을 도전해보려 한다.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서가 아닌 나 자신을 설득하고 싶은 마음으로 도전한다. 이렇게 내가 도전의지를 갖게 된 것도 저자의 책을 읽고 설득된 결과다. 설득은 책을 읽고, 사람을 만나고, 대중 매체를 시청하면서 일상생활 속에서도 계속 일어나고 있다.

 

힘든 하루를 마치고 기꺼이 맥주잔을 기울이고 싶은 사람인가?’

(175페이지, ‘맥주 테스트’)

맥주 테스트는 언제든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인가를 알아보는 테스트다.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 중 함께 맥주잔을 기울이고 싶은 사람은 누가 있을까를 생각해봤다. 다행히도 내 주변에는 긍정적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왜냐하면 함께 맥주잔을 기울이고 싶은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는 과연 누군가에게 함께 맥주를 마시고 싶은 사람일까를 생각하게 된다. 힘든 하루를 마치고 함께 맥주잔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고, 나와 함께 맥주잔을 나누고 싶은 사람이 있는 삶은 행복한 삶이다. 서로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때 우리는 관계를 이어간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설득한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진심은 통한다고 생각한다. 진정성을 가지고 상대방을 대할 때 상대방도 그 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렇다. 진정성을 갖고 나를 대하는 사람을 만나면 나도 그 사람에게 진정성을 갖고 대하게 된다. 메카니즘 광고 회사 CEO 해리스는 광고회사를 운영하면서 겪은 경험과 깨달음을 통해 얻은 설득의 중요성에 대해 인플루언서의 말센스에서 이야기한다. 나는 이 책에서 사람과의 관계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설득은 그 다음이라 생각한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믿을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인플루언서의 말센스는 나에게 삶의 깨달음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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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해외주식 - 종목 고르기부터 매매 전략까지
앙찌(장은아) 지음, 신한금융투자 감수 / 이콘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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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저축만으로 돈을 모을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예금 금리가 거의 마이너스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주식, 비트코인, 부동산에 많은 돈이 몰리고 있다. 하지만 세 가지 모두 아무런 지식 없이 투자하기에는 위험성이 너무나 크다. 성공한다면 큰 수익률을 올릴 수 있지만 잘못 투자했을 때 손실률이 너무 크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를 망설이게 된다. 자본가가 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주식투자를 추천한 저자는 처음 해외주식에서 미국주식으로 자본가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저자가 알려주는 방법으로 투자를 한다면 성공적인 투자를 할 수 있을까?

 

처음 해외주식은 총 5장과 부록으로 구성된다. <1장 내가 주식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주식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2장 국내주식보다 미국주식>은 국내주식 투자 실패 경험담과 미국주식 투자를 할 때 달러로 투자해야 하는 이유를 적고 있다. <3장 내가 종목 고르는 방법 4가지>는 투자할 기업의 우선순위를 정하기 위해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이 장에서는 배당주에 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 배당주 선택 기준, 배당주 관련 투자 정보를 얻는 방법도 함께 설명하고 있다. <4장 수익률 높이는 매매 습관 5가지>는 주식투자를 실패하지 않기 위해 필요한 매매전략을 소개한다. <5장 주식 투자하면서 꼭 챙겨야 할 마인드 3가지>에서는 주식투자를 할 때 가져야 하는 마음가짐과 고정적인 현금 흐름의 중요성을 적고 있다. <부록 주린이가 자주 하는 질문 Top 11>은 미국주식 투자를 할 때 알아야 할 내용을 압축해서 설명하고 있다.

 

2017년 처음 주식투자를 시작한 저자는 국내주식은 주변에서 들려오는 정보를 믿고 투자했다가 손해를 봤지만, 반면에 미국주식은 저자가 정한 기준에 따라 투자해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고 한다. 이때부터 국내주식을 정리하고 미국주식 투자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미국주식 투자는 애플, 스타벅스, 넷플릭스 등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한다. 수익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재미를 느끼기 시작해 공부를 시작하고, 그 결과 수익률도 더 좋아졌다고 한다. 미국주식의 경우 주가가 하락해도 달러 가치가 올라가면서 국내주식에 비해 타격을 덜 받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주식은 달러로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원화의 가치가 상승하는 경우에는 달러로 투자했을 때 손해를 볼 수도 있지만, 저자는 이러한 위기를 기회로 삼아 달러에 투자해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고 한다.

 

일상생활을 하면서 궁금하거나 좋다고 생각되는 제품이 있으면 호기심을 갖고 기업 정보를 찾아본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렇게 찾은 기업을 투자자의 관점으로 관찰해서 기록하고 정리한 자료를 분류해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다. 포트폴리오를 만들 때는 주식시장에서 사용하는 기업의 축약된 이름인 티커를 찾으라고 한다.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투자 우선순위를 정할 때 종목을 걸러내는 기준은 잘 아는 기업’, ‘경쟁사들이 추월할 수 없는 기업인지를 확인한다. 기업의 시장점유율을 확인하면 쉽게 기업의 경쟁력을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기업의 시장점유율 확인은 구글에 기업명+ market share’를 검색(68페이지)하면 찾을 수 있다. 경쟁사들이 추월할 수 없는 기업을 찾기 위해 기업의 진입장벽 4가지, 정부 예산안을 참고한 후 기업이 정부와 쌓은 네트워크를 파악하고, ‘기업의 기술 특허(<기업명+특허> 키워드로 검색)’, ‘기업이 보유한 자본’,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파악한 후 주식투자 여부를 결정한다. 더불어 미래에 어떤 기업이 성장할지도 함께 예측해본다. 저자는 미래에 성장할 분야를 예측하기 위해 미래 일기를 쓴다고 한다. 주식투자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종목을 고르는 기준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만의 투자 포트폴리오미래 일기를 활용한다면 자신만의 기준을 더 쉽게 찾아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기준을 세우고 시작하더라도 주식투자는 실패할 위험성이 크다. 초보투자자를 위해 저자는 주식투자에 실패하지 않기 위해 필요한 5가지 전략을 설명한다. 첫째, 개인투자자는 주식 변동을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에 조금씩 나눠서 투자한다(로봇전략). 둘째, 주가의 변동에 따른 투자자들의 움직임을 파악해 사람들과 반대로 투자를 하고,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종목을 파악해 사람들이 무관심한 종목에 투자한다(청개구리 전략). 셋째, 매수한 종목이 잘못됐다고 생각할 때는 종목을 교체한다(환승전략). 넷째, 하나의 종목에 투자하지 말고 성장주, 가치주, 배당주에 분산해서 투자하는 것이 더 안정적인 투자 방법이다(어장관리 전략, 저자는 성장주 5, 가치주 3, 배당주 2’의 비율로 투자하고 있다, 40대에는 성장주 2, 가치주 3, 배당주 5’, 50대에는 성장주 1, 가치주 1, 배당주 8’로 조절할 예정이라고 한다). 다섯째, ‘기업의 배당락일 하루 전기업의 실적 발표(주로 1, 4, 7, 10월에 발표) 에 기업의 주식에 투자한다(자리 맡기 전략). 저자가 소개한 다섯 가지의 전략을 한꺼번에 따라 하기는 힘들겠지만 하나씩 적용하면서 투자를 계속한다면 투자 실패 확률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저자는 미국주식을 투자하면서 종목에 대한 정보와 생각을 정리하는 노트를 쓴다. 노트에는 기업의 실적, 투자 이유, 투자 성과 등을 정리했다. 2019년부터는 유튜브 채널 <앙찌의 미국주식 다이어리>에 주식 투자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하기 시작한다. 저자는 수익률 보다는 배당(99~121페이지 참고)에 집중하면서, 10~20% 수익률을 목표로 안정적인 투자를 했다고 한다. 주식 투자를 꼭 해야 하는지 묻는 질문에 꼭 해봤으면 좋겠다라는 답을 적고 있다. 주식투자를 통해 경제적 자유를 얻었다고 말한 저자는 투자를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처음 해외주식처음해외주식을 시작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미국주식 투자의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주식투자를 통한 경제적 자유를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용기를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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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각과 환상 - 의학자가 걷고, 맡고, 기록한 세상의 냄새들
한태희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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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는 상상 속에서 완성된다······

향기는 자유다.”

(141페이지, 겔랑 수석조향사 티에리 바세)

 

어린 시절 맡았던 매화꽃 향기는 기억 속 깊이 자리하고 있다. 어른이 된 지금도 매화꽃을 보면 어린 시절 텃밭에 심어져 있던 매화나무가 떠오른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피어난 매화꽃 향은 추위를 싫어하는 나에게 따뜻한 봄이 왔다는 신호 같아 더 반가운 꽃이고 향이었다. 음식이나 옷, 수건 등을 먹거나 사용하기 전, 나는 항상 냄새를 맡는다. 어린 시절 엄마는 개도 아니고 왜 냄새를 맡느냐고 핀잔을 주시곤 하셨지만, 나는 지금도 이 습관을 고치지 못하고 있다. 매화꽃 향과 달리 인공적인 향은 후각을 너무 과하게 자극해 뇌와 감정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매니큐어의 향을 견디지 못해 매니큐어도 바르지 못하고, 바디워시나 샴푸, 로션도 향이 거의 없는 것을 사용한다. 장미향은 좋아하지만 장미향 향수나 바디워시, 로션 등은 싫어한다. 라일락, 쟈스민, 찔레꽃 등등의 꽃 향을 좋아하지만 역시나 이 향을 흉내 낸 제품의 향은 견디지 못한다. 왜 나는 자연의 향을 좋아하고, 인공의 향은 힘들어할까? 후각은 신기하다. 같은 향을 맡고도 사람들은 다른 반응을 보이고, 다른 향을 기억 속에 저장한다. 왜 사람마다 좋아하는 향과 기억하는 향은 다를까? 냄새가 향기가 되기도 하고, 악취가 되기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의학자가 걷고, 맡고, 기록한 세상의 냄새들’(책 표지)의 기록 후각과 환상에서 답을 찾아보려 한다. 의학자이자 작가인 한태희는 의학자의 입장에서 후각과 기억, 감정의 생리적 연관성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 저자는 후각과 환상을 통해 지구촌 곳곳의 삶이 고유의 냄새들을 만들어 가는 풍경, 냄새들이 그 지역을 특징지어 가는 과정’(241페이지)냄새와 후각이 주는 풍부한 상상력과 감성적 즐거움’(241페이지)을 함께 나누고 싶었다고 말한다. ‘후각이 주는 풍부한 상상력과 감성적 즐거움이란 어떤 것인지 궁금해 책을 읽기 시작한다.

 

<향의 기원>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역사를 여행 중 경험한 향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적고 있다. 이집트 투탕카멘 왕의 무덤에서 발굴된 유물의 화려함은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발굴된 유물 중에는 향수가 담긴 예쁜 항아리가 있었다. 무덤에서 발견된 향수는 3000년이 지났는데도 희미한 향기를 간직하고 있었다고 한다. 향수제조업자들은 투탕카멘의 향수라는 이름으로 고대 향수를 재현해 낸다. 창밖으로 피라미드가 보이는 카이로 교외의 호텔에 머무르던 저자는 호텔 근처 전통 향수가게를 찾아간다. 몇 대째 이어서 가게를 하고 있는 주인은 어디서 어떻게 살았는가, 무슨 걱정이 있는가, 건강은 어떤지 등에 대한 질문을 한다. 이렇게 20~30분간 대화를 한 후 주인은 향을 조합한다. 향수를 구매하는데 이런 질문을 왜 하는지 의문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어린 시절 향에 대한 기억에 위안을 받아 본 적이 있는 나는 향수 가게 주인이 향을 조합하기 전에 손님과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눈 이유를 알 것 같다. 주인은 손님에게 기억 속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향을 만들어주고 싶었기 때문이라 짐작해본다.

 

아랍에서 발원한 커피는 유럽보다 이집트에 먼저 전파됐다. 카이로 거리마다 커피 하우스가 세워진 모습은 많은 카페들이 줄지어 있는 현대 우리나라 도시의 모습과 비슷해 보였다. 오만 내륙의 오아시스 니즈와를 여행한 저자는 커피 이야기를 한다. ‘커피콩을 볶아 우려내는 방식이 예멘에서 발전했다고 하는 부분을 읽는 순간 기억 속 커피 볶는 냄새가 떠올랐다. 집 근처에 있는 카페 중 가장 좋아하는 카페에서는 직접 커피를 볶는다. 카페에 들어갔을 때 커피 볶는 냄새를 맡는 순간 뇌는 커피를 갈망한다. 커피 향을 연상시키는 내용을 읽기만 했는데도 커피가 미친 듯이 마시고 싶다. ‘갓 볶은 커피의 원두를 갈 때, 날카롭게 신선한 향이 공기 중에 퍼지고’(40페이지), 그 순간 커피 향에 이끌려 카페에 발을 들인다. 침이 고이는 이 현상은 뭘까? 지금 나는 침이 고인다.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이스탄불 아야 소피아(성 소피아 대사원)’는 처음에는 그리스 정교회 성당으로 건설되었지만 전쟁으로 이슬람 왕조가 들어서면서 이슬람 모스크 사원이 된다. 사원에서 박물관으로 바뀌었다가 현재는 모스크로 용도 변경되어 사용되고 있다. 사람이 바뀌고 나라는 바뀌어도 아야 소피아는 그 자리에 존재하면서 모든 것을 지켜봤을 것이다. 아야 소피아를 스쳐 지나갔을 수많은 사람들 중 한 사람인 저자는 이스탄불의 한 전통 음식점을 방문한다. 저자가 주문한 고기의 향과 향신료의 조화가 일품’(64~65페이지)이라는 가지 케밥의 향과 맛이 궁금하다. 전통디저트와 터키 커피를 마시는 것으로 식사를 마친 저자는 깊고 진한 향이 오랜 여운을 남긴다고 말한다. 저자에게 이 향은 이스탄불을 떠올리게 하는 향으로 기억될 것이다. 한 공간을 흐르는 향은 우리의 뇌에 각인되어 다른 장소에서 같은 향을 맡았을 때 연상 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인간의 감각과 기억은 신비롭다.

 

<향의 진화>

유럽 여행으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전해져 온 향은 유럽으로 건너와 전 세계로 퍼져나간다. 유럽인들은 향을 어떻게 활용하고 즐겼을까? 향은 유럽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유럽인들은 십자군 전쟁으로 동양의 향료와 목욕 문화를 접하게 된다. 공공위생과 하수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파리와 같은 대도시는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악취를 심하게 풍겼다. 개인의 청결과 목욕을 동양의 이단적이고 퇴폐적인 문화로 여겼던 유럽인들은 청결하지 않은 몸의 강한 체취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생각했다. 향수를 사용했던 귀족들은 체취를 강조하기 위해 사향과 같은 동물성 향으로 유혹적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러한 생활습관으로 인해 도시에 전염병이 발생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이때부터 세균학과 보건 위생이 중요해지기 시작한다. 육체의 청결함이 강조되면서 사향과 같은 동물성 향수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십자군 원정대가 동양의 향수와 제조법을 가져가면서 유럽인들은 이국적 향기에 빠져든다. 동양의 향수 문화를 접한 조향사들은 은은한 꽃, 식물 향을 사용해 향수를 만들기 시작한다. 포도주 증류과정에서 나오는 알코올과 향료를 함께 사용해 향이 오랫동안 지속되는 향수를 만들어 낸다. 이것이 유럽 최초의 향수다. 허브 로즈메리와 타임에 브랜디를 섞은 헝가리 워터라 불리게 된 향수는 헝가리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헌정된다. 헝가리 워터는 프랑스로 전해지고, 1709년 최초의 오드 콜롱이 출시된다.

 

전쟁은 많은 사람을 죽게 만드는 끔찍한 것이지만 전쟁을 통해 다양한 문화의 교류가 이뤄진다. 십자군 전쟁은 동양의 향수 문화를 서양에 전파해 서양의 향수 문화를 변화시켰다. 다양한 향신료와 식재료들도 전파되면서 새로운 식문화가 만들어지고 또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는다. 대표적인 사례로 헝가리 파프리카는 중세 시대 오스만 제국으로부터 전파되어 헝가리를 대표하는 식재료 중 하나가 되었다. 고기와 채소에 파프리카를 넣어 끓인 굴라시는 얼큰한 육개장 냄새를 풍긴다는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엄마의 육개장 냄새가 생각났다. 우리는 맛과 함께 향을 통해 음식을 기억하게 된다. 시간이 지난 후 길을 걷다 기억 속 음식 냄새가 후각을 자극하면 나도 모르게 허기가 지고 침이 고인다.

 

책을 읽는 동안 향에 대한 이야기보다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더 집중해서 읽게 된다. 세비야를 방문한 저자가 커피와 오렌지커스터드 케이크를 먹으면서 입안에 퍼지는 상큼한 향을 음미했다고 할 때는 오렌지의 향을 떠올렸다. 오렌지, 레몬, 라임, 자몽 등 감귤류 나무의 꽃과 열매로 에션셜 오일을 추출해 향수의 상쾌한 초기 향(톱 노트)을 형성하는 주재료로 사용한다는 내용을 읽을 때도 향수의 향보다 감귤류 오일로 만든 음료의 향이 더 궁금했다. 오스티아에서 맞이하는 아침에 카페테리아의 빵 굽는 냄새를 맡으면서 커피와 레몬 크루아상, 티라미수를 음미하고 있는 저자의 모습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허기가 진다. 음식에 대한 평을 읽기만 해도 음식 냄새를 상상하게 된다는 것이 신기하다. ‘아는 맛이 무섭다라는 말을 아는 냄새가 무섭다로 바꿔도 될 정도로 먹어본 음식을 뇌는 냄새와 맛으로 기억한다. 빵 굽는 냄새라는 글을 읽고 나의 뇌는 고소하고 부드러운 빵 맛을 생각함과 동시에 먹고 싶다는 신호를 보낸다.

<향과 나>

아시아로 이야기를 잇는다. 저자는 바다 속 정어리 떼를 보다가 맡아지지 않는 정어리 냄새를 맡았다는 생각을 한다. 저자가 경험한 후각적 연상이나 환상은 감각의 왜곡으로 임산부의 후각 변화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라고 한다. 임신을 했을 때 밥을 할 때 나오는 증기에서 비린내가 맡아져 한동안 힘들었던 경험이 있다. 이것도 내 후각이 왜곡되어 인식된 것일까? 강원도 곰배령을 향하는 길을 가던 저자가 양치식물이 무성하다’(160페이지)라고 했을 때, 어린 시절 맡았던 고사리 냄새가 떠올랐다. 엄마가 밭에 갈 때마다 따라가 밭 옆 야산에 올라 고사리를 끊을 때면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느낌이 들어 자주 갔었다. 나무와 꽃의 향을 맡으면서 한참을 고사리를 끊다가 엄마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 산을 내려왔었다. ‘양치식물이란 단어에 고사리 냄새를 연상해낸 것도 후각적 왜곡 현상 중 하나일까? 후각과 환상은 무의식 속에 자리한 후각과 관련된 기억을 끄집어내게 한다. 하지만 기억을 떠올리게 했던 냄새는 곧 맡아지지 않게 된다. 냄새를 감지해낸 후 예민해진 후각은 후각 피로에 빠져 더 이상 냄새를 맡지 못하게 된다고 한다. 어떤 장소에 들어갔을 때 처음에 맡아졌던 냄새들이 익숙해져 맡아지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이유가 후각 피로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우리가 몸과 마음을 혹사시킬 때 피로감을 느끼는 것처럼 감각도 피로를 느낀다는 것이 신기하다.

 

사람들이 냄새를 맡고 악취와 향기를 나누는 기준은 무엇일까? 악취와 향기가 인간이 만든 개념일 뿐이라면 사람들마다 악취와 향기를 나누는 기준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기준은 개인의 기준도 있지만 사회문화적 기준의 영향도 있다고 생각한다. 살고 있는 지역의 기후와 관습에 따라 음식문화가 만들어진다. 다른 문화권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악취를 풍기는 음식이지만 그 음식을 자주 먹고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향기로운 음식일 것이다. 그렇다면 악취와 향기를 나누는 기준은 주관적인 것일까, 객관적인 것일까? 나는 주관적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사람과 상황에 따라 달라진 것이라 생각한다.

 

후각과 환상은 도시의 역사, 향의 역사, 음식의 역사, 건축, 미술, 문학, 의학, 과학 등등 모든 장르가 한 권의 책 안에 들어 있다. 책을 읽고 난 후 한태희작가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역사공부와 답사 여행을 좋아하는 의학자이자 작가인 한태희 작가는 어려울 수 있는 역사를 기행문 형식으로 독자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한다. 만약 책에서 소개된 여행지를 여행하게 된다면 나는 이 책을 꼭 챙겨갈 것이다. 책에서 소개된 장소를 방문하고, 소개된 음식들을 모두 먹어 보고 싶다. 후각과 환상을 읽는 동안 가상의 후각이 발동하는 경험을 했다. 이것도 저자가 말한 감각의 왜곡 중 하나일 것이라 생각된다. 시각을 통해 들어온 글이 후각을 자극하는 생소한 경험은 낯설었지만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후각과 환상을 읽고 난 후 여행은 보는 것만이 다가 아닌 맡아지는 것도 함께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후각이라는 감각을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게 하는 책이다. 감각하는 모든 이들과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 한태희 작가의 또 다른 이야기들도 읽고 싶다. 후각과 환상 2도 출간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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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계가 마을로 온 날 - 가장 어두울 때의 사랑에 관하여
짐 디피디 지음, 장상미 옮김 / 갈라파고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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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911, 믿지 못할 일이 일어난다. 미국을 상징하는 세계무역센터와 펜타곤이 공격당한다. 이날 일어난 테러는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사람들을 경악하게 할 정도로 잔인했다. 수많은 무고한 이들이 희생되고 미국은 혼란에 빠진다. 영공 폐쇄 명령이 내려지면서 어떠한 비행기도 미국 영공에 들어올 수 없게 됐다. 온 세계가 마을로 온 날은 코로나 상황 보다 더 충격적인 재난 상황에서 캐나다 뉴펀들랜드 사람들이 인류애를 발휘한 이야기를 적고 있다. 이야기는 현장에 있었던 승객과 마을 주민 중 179명을 인터뷰 한 내용을 바탕으로 쓰였다.

 

9.11은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재앙이다. 테러에 이용된 비행기들이 세계무역센터로 돌진해 건물은 무너지고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사건 당시 미 교통부 장관은 저 빌어먹을 비행기 다 끌어내려’(14페이지)라고 소리친다.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지는 장면을 뉴스를 통해 본 사람들은 영화 세트 촬영이나 컴퓨터 시뮬레이션 같은 걸 보여준다고 생각했었다. 눈으로 보고도 도저히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처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테러는 일어났고 충격에 빠진 미국은 영공을 폐쇄한다. 당시 미국을 향해 가고 있던 4546대의 민간 항공기는 영공 폐쇄 명령에 급하게 착륙할 곳을 찾아야 했다. 비행기 조종사들은 다시 돌아가는 것과 미국에서 가까운 캐나다에 착륙할 것인가를 놓고 선택해야 했다. 캐나다는 테러범이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비행기들의 착륙을 허가한다. 캐나다 15개 공항에 비행기들이 착륙하고 캐나다인들은 고립된 승객에게 숙소와 음식을 제공한다. 캐나다 항공교통관제센터에서 근무하던 해럴드 오라일리는 긴급 상황에 비행기를 안전하게 착륙시키기 위해 비행기 착륙이 가능한 캐나다 공항을 파악하기 시작한다. 오라일리가 파악하는 공항 중 갠더 공항은 2차세계대전 때 군사기지로 사용되던 공항으로 가장 무거운 비행기를 수용할 수 있는 활주로가 있다. 관제사 오라일리는 갠더 공항이 초대형 여객기들을 착륙시키기 적합한 곳이라 판단했다. 공항 관계자의 전화를 받은 갠더 읍장 엘리엇은 비상 착륙할 비행기의 승객들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한다. 전 세계의 비행기들이 갠더에 착륙했다. 1만 명의 주민이 살고 있던 작은 도시에 찾아온 사람들을 현지인은 생업을 미루면서 어떤 대가도 요구하지 않고 도왔다.

 

좀 어때요, 친구들?”(74페이지)

비행기에서 내린 승객이 도착하자 뉴피(뉴펀들랜드 사람들)들이 반갑게 맞이한다. 이들은 모르는 사람이라도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친구라 부르면서 도와준다. 갠더 시민들은 비상 착륙으로 두려움에 빠진 사람들을 위해 모든 시스템과 물자를 동원한다. 테러범이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도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갠더 시민들은 아무 조건 없이 사람들을 도왔다. 비행기 승객 록샌은 처음 보는 사람에게 집에 와서 씻어도 된다고 말하는 갠더 주민을 보면서 이곳 주민이 세상에서 최고로 친절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비행기에서 내린 라나, 마크, , 위니는 임시 보호소를 나와 길을 가던 중 갠더 주민 조지가 자기 집으로 가서 커피 한 잔 마시겠냐고 물었을 때 거절한다. 이들의 반응이 일반적인 반응이다. 낯선 사람이 친절하게 다가오면 우리는 경계부터 하게 된다. 하지만 갠더 주민인 조지에게는 이러한 친절이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갠더 주민들은 비행기에 탑승한 동물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난 후 동물도 함께 보살핀다. 온 세계가 마을로 온 날은 공동체 안에 사람과 더불어 동물도 함께 존재한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비행기 승객들은 갠더에서 물질적 도움뿐만 아니라 정신적 도움도 받는다. 9.11사태에 대한 충격과 공포, 낯선 곳에 비상착륙한 상황에 대한 두려움과 불편함을 느끼는 이들을 갠더 주민들은 아낌없는 도움으로 치유해준다. 마지막 비행기가 갠더를 떠난 후 주정부가 승객을 도와준 갠더 주민에게 감사 파티를 열어주겠다고 말하지만 주민들은 이를 거절한다. 자신들이 사람들을 도운 것은 당연한 것으로 그것이 바로 뉴피의 방식이라 답한다. 그들이 그냥 늘 하던 대로 했을 뿐인 행동은 많은 이들에게 힘을 주고 위안이 되어 주었다. 주민들의 도움의 손길은 비행기 승객들의 마음도 움직이게 한다. 집으로 돌아온 사람들은 자신도 남을 돕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된다.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움의 손길이 얼마나 절실한지,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느꼈기 때문이다.

 

갠더에는 증오도 분노도 공포도 없었다.

오직 공동체 의식만이 살아 있었다.’(214페이지)

갠더 주민들은 공동체 의식을 발휘해 많은 사람들에게 몸과 마음의 안식처를 제공했다. 뉴펀들랜드 사람들은 성별, 인종, 종교, 문화, 나라, 생물종 등 중 그 어떤 것도 차별하지 않고 존중해 주었다. 승객 중 한 명이었던 랍비 수닥의 말처럼 온 세상이 위태롭게 느껴질 때 안전하게 보호받고 있음’(245페이지)를 느끼게 해줬다. 일상으로 돌아온 승객들은 정신적인 충격에 힘들어하지만 뉴펀들랜드의 기억이 이들을 지탱해주는 힘이 되어준다.

 

세상이 혼란스러워도 스스로 고립되지는 않았으면 해요.’(286페이지)

코로나로 평범했던 일상이 더 이상 일상이 아닌 상황 속에서 사람들과도 만날 수 없어 점점 고립되는 느낌에 힘들어 했던 나에게 필요한 말이다. ‘스스로 고립되지는 않았으면 해요라는 말은 내가 나 스스로에게도 해주고 싶은 말이다. 승객들이 떠난 후 헤어짐의 슬픔과 스트레스로 인해 힘들어하던 학생들에게 상담사가 지나고 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말했던 것처럼 코로나도 지나고 나면 그때 그랬지라면서 가볍게 넘길 수 있을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갠더 주민들은 세상에 선한 사람들이 많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최고의 영웅들이다. 그들의 선한 영향력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주어 사람들은 타인을 돕는 것의 중요함을 깨닫게 됐다. 혼란한 시기일수록 공동체 의식은 더 필요하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람과 거리를 두고 살아야 하겠지만 그럼에도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돕는 이들이 있다.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은 자신들의 생활을 내려놓고 환자를 돌보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코로나 시국에 갠더 주민과 같은 이들이 우리 곁에 존재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인류애를 발휘해 환자를 돌보는 모든 의료진들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이 분들이 진정한 영웅이다. 온 세계가 마을로 온 날, 세상에 수많은 영웅들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9.11 테러가 발생했을 때 위기에 빠진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희생한 소방관들과 도움의 손길을 보낸 모든 분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모든 영웅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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