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주의자를 위한 철학
오석종 지음 / 웨일북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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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을 만들어 내는 새로운 철학의 시대’(6~7페이이지)

철학의 시대에 철학자들이 한 질문은 현대에 일어나는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쓸모가 있을까? 저자 오석종은 정답을 알려주는 철학이 아닌 질문을 만들어 내는 철학적 사유, 즉 마침표가 아닌 물음표로 끝나는 철학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실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철학적 사유는 철학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을 넘어 질문하고 비판하는 사유여야 한다는 것이다. 철학에 질문을 하고 비판할 때 우리는 새로운 철학의 시대를 맞이할 수 있게 된다. 철학도 시대와 환경에 따라 변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현실주의자를 위한 철학은 철학이 현대에도 살아남는 학문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 알려준다. 철학을 현실에 적용할 수 있을 때 철학은 의미를 갖게 된다. <1장 철학을 부수는 철학>에서는 틀에서 벗어나 철학에 의문을 제기하고 질문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2장 상식에 도전하는 불량한 인문학><3장 새롭게 정의하는 21세기의 철학>12개의 키워드를 통해 철학적 사유의 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12개의 키워드가 어떤 방법으로 고전 철학을 현실 철학으로 재탄생 시켜줄지 궁금하다.

 

철학을 부수는 철학

니체는 철학자 소크라테스를 청년들은 물론 고대에서 가장 아름답게 자라난 존재인 플라톤 마저 타락시킨 철학자라고 비판한다. 진리를 탐구했던 전통적인 철학에 의문을 제기한 니체는 진리는 쓸모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니체는 철학자들이 있지도 않은 진리를 찾는데 시간을 허비해 참된 학문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노동과 돈, 지성의 예지와 인내를 낭비했다고 비판한다. 고정관념을 주입하는 진리만을 추구하는 철학을 비판한 니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게 보는 관점주의적 철학적 사유의 필요성을 일깨웠다.

개인은 어떤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가치관에 따라 살 수 있게 되었는가?”(25페이지)

저자는 이 질문이 삶을 살아가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이라 말한다.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철학고전에만 의존하지 말고 최신 버전의 철학적 탐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철학이 쓸모를 갖기 위해서는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인간의 문제를 다양한 시각으로 분석하고 선택 가능한 해석본을 제공해야 한다. 인간다움만을 최상위 가치로 생각하는 거대 담론을 벗어나 평범한 개인의 서사에 관심을 가질 때 철학은 일상으로 파고들어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한다. 삶의 목적을 성찰하는 철학적 인간은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유를 회피하게 되지만, 현실 속 자잘한 문제를 고민하고 살아가는 현대인은 적극적 자유를 추구하는 삶을 살아간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혼란을 겪는 현대인들은 목적지를 모르기 때문에 어디로든 자발적으로 선택해 갈 수 있다고 한다. ‘삶의 목적을 묻는 철학적 인간보다는 삶의 궁극적 목적을 고민하지 않는 오늘날의 현대인의 삶이 지금 나의 삶에 더 가깝다. 살아가면서 어떤 목적을 향하는 것 보다는 순간순간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나의 정체성과 가치를 찾게 된다. ‘적극적 자유를 추구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본다. 질문에 나는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고 답한다. 보호색을 띠고 프롬이 말한 것과 비슷한 자동인형처럼 살 때도 있고, 어느 순간은 나의 색을 드러내면서 적극적으로 나의 가치를 추구하는 삶을 살기도 한다. 질문에 답을 찾으면서 나는 오히려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다. 나는 소극적 자유적극적 자유중 어느 쪽을 추구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나도 자유로부터 도피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를 질문해본다. 질문에 대한 답을 계속 고민한다.

 

상식에 도전하는 불량한 인문학

진정한 나를 찾는 것에 대한 강박적 사유는 나에게도 존재한다. ‘라는 존재는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수없이 하면서 살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생각이 모순적이라 말한다. ‘진정한 나라는 존재는 어떤 방법으로 증명할 수도 없고 스스로의 정신적 체험으로만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증명하기 어렵다고 한다. ‘진정한 나의 존재를 믿는 것은 의 존재를 믿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사고하는 것이라 해석하고 있다. 철학이 현대인에게 준 가장 큰 해악을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해 혼자만의 동굴로 들어가는 것을 이상화시킨 것이라고 한다.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안다는 것만으로도 진정한 나의 모습에 가까워지는 것이라 강조한 저자는 나를 찾기 위해 혼자만의 동굴에 들어가거나 철학에 의존하지 말고 현실 속에서 직접 부딪히고 도전해보라고 말한다. <2장 상식에 도전하는 불량한 인문학>에서는 진정한 나에 대한 고정관념에 대한 내용에 어이 인터넷 세계의 확장으로 인한 현실과 가상에 대한 고정관념을 생각해보게 한다. 겸손에 대한 내용에서는 민주주의가 자리 잡으면서 우월함을 자랑하는 행동을 나쁜 행동으로 나누고 겸손을 미덕으로 생각하는 생각의 틀이 만들어진 내용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인간본성에서는 인간을 이성적 존재로 생각할 때 이성적 지적 능력을 갖춘 인공지능도 인간본성을 갖고 있는가에 대해 질문하면서 이성이 인간본성을 나타내는 상식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사랑은 시대에 따라 변해가는 사랑의 개념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소통은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대에 진정한 소통이 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상식이라는 틀 안에서 어떤 것을 판단할 때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생긴다. 저자는 상식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거부해보는 시도만으로도 사회의 다른 면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상식의 틀을 깨는 과정을 통해 고정관념의 틀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새롭게 정의하는 21세기의 철학

21세기 필요한 철학적 사유의 키워드 능력주의, 민주주의, 감시와 통제, 성과사회, 노동, 우상을 현실적인 시각에서 바라봐야 하는 이유를 적고 있다. 능력주의가 공정과 정의를 나타내는 말인지에 대해 의문을 갖게 한다. 모든 세대와 계층에서 능력주의를 지지할 때 능력주의에 반박할 수 없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저자는 개인의 능력만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능력주의에 대한 고정관념을 비판한다. 마이크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을 예로 들면서 미국식 능력주의와 한국식 능력주의의 차이점을 이야기한다. 기술의 발달이 능력주의에 어떤 변화를 주고 있는지와 더불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능력주의에 대한 개념이 어떻게 변화할지를 예견한다. 민주주의에서는 소수의 엘리트주의에 의한 통치와 민주주의를 비교하고, 인공지능으로 인해 일어나는 윤리적 문제를 적고 있다. 윤리적 문제를 무시하고 인공지능 기술 도입에만 치중하고 있는 현실 문제와 그로 인해 최첨단 인공지능 기술을 조종하는 소수의 인간이 나올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한다. 감시와 통제는 푸코가 제시한 규율, 시간표, 커리큘럼이 어떻게 사회와 사람들을 통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이야기하면서 각각의 요소의 순기능도 함께 설명한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더 많은 개인정보가 모여지면서 많은 빅데이터가 거대 기업들에 의해 수집되고 있는 현실도 설명한다. 성과사회에서 현대사회의 노동자들은 성공, 진급, 커리어, 인센티브 등을 위해 자발적으로 자신을 착취한다. 모든 것을 소진한 노동자를 번아웃 증후군에 걸리게 하는 성과주의의 문제점을 적고 있다. 노동에서는 생계를 위한 일하고 싶은 일사이에서 갈등하는 상황을 이야기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직업으로 크리에이터를 사례로 들고 있다. 창조적 노동과 소외된 노동, 즉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에 대한 가치 판단을 개인적인 기준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상은 논리적이지 못한 주장을 비판하는 현대인들이 비논리적으로 선진국을 우상화하는 왜곡된 인식의 오류에 빠지는 이유를 설명한다. 서구 선진국을 우상화하는 데 영향을 미친 시민혁명의 빛과 그림자를 함께 설명하면서 선진국 우상화의 오류를 일깨워준다.

 

저자는 철학의 가치를 입증하기 위해 철학적 성찰이 일상에 독이 되는 건 아닌지에 대해 질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를 말할 수 있을 때 철학의 필요성을 설명할 수 있다고 한다. 고전으로 전해지고 있는 과거의 철학을 현실 문제와 연결해 질문하고 답을 찾는 과정에서 비판과 수정 과정을 통해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해답을 찾게 된다. 저자가 강조하듯이 철학책을 읽고 이해가 되기 시작하면 일상의 언어로 말해보기, 철학의 일상적 사례 찾아보기, 영감을 준 철학과 대립되는 철학 찾아보기과정을 거친다면 철학은 일상의 독이 아닌 현실문제에 대한 해독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현실주의자를 위한 철학은 현실 속에서 철학적 사유와 철학에 대한 질문의 필요성을 일깨워준다. 고전으로 전해지고 이론적으로 정립된 철학을 절대적 진리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철학을 비판하고 현실에 맞게 재수정해서 이해하는 과정의 필요성을 알게 해준다. 현실문제에 고민하는 분들과 진로문제로 고민하는 청소년들과 함께 읽고 토론해보고 싶은 책이다.

 

책 뒷부분에 실린 <참고문헌>(226~231페이지)에 표기된 책들 중 관심 가는 책을 찾아 읽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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