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계가 마을로 온 날 - 가장 어두울 때의 사랑에 관하여
짐 디피디 지음, 장상미 옮김 / 갈라파고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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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911, 믿지 못할 일이 일어난다. 미국을 상징하는 세계무역센터와 펜타곤이 공격당한다. 이날 일어난 테러는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사람들을 경악하게 할 정도로 잔인했다. 수많은 무고한 이들이 희생되고 미국은 혼란에 빠진다. 영공 폐쇄 명령이 내려지면서 어떠한 비행기도 미국 영공에 들어올 수 없게 됐다. 온 세계가 마을로 온 날은 코로나 상황 보다 더 충격적인 재난 상황에서 캐나다 뉴펀들랜드 사람들이 인류애를 발휘한 이야기를 적고 있다. 이야기는 현장에 있었던 승객과 마을 주민 중 179명을 인터뷰 한 내용을 바탕으로 쓰였다.

 

9.11은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재앙이다. 테러에 이용된 비행기들이 세계무역센터로 돌진해 건물은 무너지고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사건 당시 미 교통부 장관은 저 빌어먹을 비행기 다 끌어내려’(14페이지)라고 소리친다.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지는 장면을 뉴스를 통해 본 사람들은 영화 세트 촬영이나 컴퓨터 시뮬레이션 같은 걸 보여준다고 생각했었다. 눈으로 보고도 도저히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처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테러는 일어났고 충격에 빠진 미국은 영공을 폐쇄한다. 당시 미국을 향해 가고 있던 4546대의 민간 항공기는 영공 폐쇄 명령에 급하게 착륙할 곳을 찾아야 했다. 비행기 조종사들은 다시 돌아가는 것과 미국에서 가까운 캐나다에 착륙할 것인가를 놓고 선택해야 했다. 캐나다는 테러범이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비행기들의 착륙을 허가한다. 캐나다 15개 공항에 비행기들이 착륙하고 캐나다인들은 고립된 승객에게 숙소와 음식을 제공한다. 캐나다 항공교통관제센터에서 근무하던 해럴드 오라일리는 긴급 상황에 비행기를 안전하게 착륙시키기 위해 비행기 착륙이 가능한 캐나다 공항을 파악하기 시작한다. 오라일리가 파악하는 공항 중 갠더 공항은 2차세계대전 때 군사기지로 사용되던 공항으로 가장 무거운 비행기를 수용할 수 있는 활주로가 있다. 관제사 오라일리는 갠더 공항이 초대형 여객기들을 착륙시키기 적합한 곳이라 판단했다. 공항 관계자의 전화를 받은 갠더 읍장 엘리엇은 비상 착륙할 비행기의 승객들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한다. 전 세계의 비행기들이 갠더에 착륙했다. 1만 명의 주민이 살고 있던 작은 도시에 찾아온 사람들을 현지인은 생업을 미루면서 어떤 대가도 요구하지 않고 도왔다.

 

좀 어때요, 친구들?”(74페이지)

비행기에서 내린 승객이 도착하자 뉴피(뉴펀들랜드 사람들)들이 반갑게 맞이한다. 이들은 모르는 사람이라도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친구라 부르면서 도와준다. 갠더 시민들은 비상 착륙으로 두려움에 빠진 사람들을 위해 모든 시스템과 물자를 동원한다. 테러범이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도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갠더 시민들은 아무 조건 없이 사람들을 도왔다. 비행기 승객 록샌은 처음 보는 사람에게 집에 와서 씻어도 된다고 말하는 갠더 주민을 보면서 이곳 주민이 세상에서 최고로 친절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비행기에서 내린 라나, 마크, , 위니는 임시 보호소를 나와 길을 가던 중 갠더 주민 조지가 자기 집으로 가서 커피 한 잔 마시겠냐고 물었을 때 거절한다. 이들의 반응이 일반적인 반응이다. 낯선 사람이 친절하게 다가오면 우리는 경계부터 하게 된다. 하지만 갠더 주민인 조지에게는 이러한 친절이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갠더 주민들은 비행기에 탑승한 동물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난 후 동물도 함께 보살핀다. 온 세계가 마을로 온 날은 공동체 안에 사람과 더불어 동물도 함께 존재한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비행기 승객들은 갠더에서 물질적 도움뿐만 아니라 정신적 도움도 받는다. 9.11사태에 대한 충격과 공포, 낯선 곳에 비상착륙한 상황에 대한 두려움과 불편함을 느끼는 이들을 갠더 주민들은 아낌없는 도움으로 치유해준다. 마지막 비행기가 갠더를 떠난 후 주정부가 승객을 도와준 갠더 주민에게 감사 파티를 열어주겠다고 말하지만 주민들은 이를 거절한다. 자신들이 사람들을 도운 것은 당연한 것으로 그것이 바로 뉴피의 방식이라 답한다. 그들이 그냥 늘 하던 대로 했을 뿐인 행동은 많은 이들에게 힘을 주고 위안이 되어 주었다. 주민들의 도움의 손길은 비행기 승객들의 마음도 움직이게 한다. 집으로 돌아온 사람들은 자신도 남을 돕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된다.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움의 손길이 얼마나 절실한지,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느꼈기 때문이다.

 

갠더에는 증오도 분노도 공포도 없었다.

오직 공동체 의식만이 살아 있었다.’(214페이지)

갠더 주민들은 공동체 의식을 발휘해 많은 사람들에게 몸과 마음의 안식처를 제공했다. 뉴펀들랜드 사람들은 성별, 인종, 종교, 문화, 나라, 생물종 등 중 그 어떤 것도 차별하지 않고 존중해 주었다. 승객 중 한 명이었던 랍비 수닥의 말처럼 온 세상이 위태롭게 느껴질 때 안전하게 보호받고 있음’(245페이지)를 느끼게 해줬다. 일상으로 돌아온 승객들은 정신적인 충격에 힘들어하지만 뉴펀들랜드의 기억이 이들을 지탱해주는 힘이 되어준다.

 

세상이 혼란스러워도 스스로 고립되지는 않았으면 해요.’(286페이지)

코로나로 평범했던 일상이 더 이상 일상이 아닌 상황 속에서 사람들과도 만날 수 없어 점점 고립되는 느낌에 힘들어 했던 나에게 필요한 말이다. ‘스스로 고립되지는 않았으면 해요라는 말은 내가 나 스스로에게도 해주고 싶은 말이다. 승객들이 떠난 후 헤어짐의 슬픔과 스트레스로 인해 힘들어하던 학생들에게 상담사가 지나고 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말했던 것처럼 코로나도 지나고 나면 그때 그랬지라면서 가볍게 넘길 수 있을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갠더 주민들은 세상에 선한 사람들이 많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최고의 영웅들이다. 그들의 선한 영향력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주어 사람들은 타인을 돕는 것의 중요함을 깨닫게 됐다. 혼란한 시기일수록 공동체 의식은 더 필요하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람과 거리를 두고 살아야 하겠지만 그럼에도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돕는 이들이 있다.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은 자신들의 생활을 내려놓고 환자를 돌보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코로나 시국에 갠더 주민과 같은 이들이 우리 곁에 존재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인류애를 발휘해 환자를 돌보는 모든 의료진들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이 분들이 진정한 영웅이다. 온 세계가 마을로 온 날, 세상에 수많은 영웅들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9.11 테러가 발생했을 때 위기에 빠진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희생한 소방관들과 도움의 손길을 보낸 모든 분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모든 영웅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서평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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