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의 세계 A.C.10 - 코로나 쇼크와 인류의 미래과제
JTBC 팩추얼 <A.C.10> 제작진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루에 빼놓지 않고 확인하는 것이 있다. 확진자 수와 확진자가 발생한 지역은 어디인지 매일 확인한다. 일상이라 말하기 싫지만 이제는 이것이 나의 일상이 되어버렸다. 언제까지 이 일상이 계속될까 예측할 수 없어 더 괴롭다. 내 생애 이렇게 전 세계인 모두를 공포에 떨게 하고 괴롭혔던 바이러스는 처음이다. 그렇기에 더 고통스럽고 미칠 것 같다. 사람을 만나는 것이 조심스러워 사람들과의 직접적인 만남을 통한 관계맺음은 더 이상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었던 만남은 온라인을 통해 화면 속 얼굴로 서로를 바라본다. 얼굴을 보고는 있지만 서로의 체온과 감정을 가깝게 느낄 수 없다.

 

팬데믹이 멈춘다면, 우리는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22페이지)

JTBC 팩추얼 <A.C.10> 제작진은 TV 다큐멘터리 <A.C.10>의 내용을 모아 팬데믹 이후의 세계 A.C.10를 완성했다. 세계 석학 18인이 진단한 코로나 쇼크 이후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를 예측한 내용을 정리했다. JTBC 다큐 3부작 <A.C.10>은 팬데믹 이후의 빅 뉴노멀 시대에 인류가 당면하게 될 미래과제 세 가지를 정리한다. ‘백신과 바이오 패권 전쟁’, ‘AI 사회와 이에 따른 노동시장의 변화’, ‘빅브라더 딜레마와 정부의 역할에 대한 세계 지성인들의 미래 예측과 생각을 듣고 정리했다. TV에 방송되지 않은 인터뷰 전문을 수록해 다큐멘터리에 대한 이해를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돕는다. 팬데믹 이후 인류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까? 이 질문에 세계 석학들이 답을 한다.

 

< 1부 백신의 욕망>

‘2020311일 세계보건기구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팬데믹을 선언했다.’(41페이지)

2019년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한다. 다른 바이러스처럼 몇 달이 지나고 나면 괜찮아 질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팬데믹, 세계적 대유행이 선언된다. 지금까지 한 번도 겪지 못한 바이러스의 세계적 대유행은 전 세계 사람들과 각국 정부를 공포와 혼란에 빠트렸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에 퍼질 당시 미국과 유럽에 감염자와 사망자가 급증했다. 유럽 각국 정부는 심각성을 너무 늦게 깨달았고, 자신들의 나라의 보건 시스템의 열악함 앞에서 당황한다. 그렇게 코로나로 인해 시스템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코로나 19는 선진국에 큰 경제적 타격을 주었고, 신진국의 경제위기는 세계의 경제위기로 이어졌다. 장하준 교수는 ‘1929년에 일어난 대공황 이후 최대의 경제위기(49페이지)’라고 말한다. 코로나로 국가와 도시가 봉쇄되고, 물류와 교류가 끊기면서 각 나라는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게 된다. 경제 위기로 인해 물가가 상승하고 이어서 식량의 가격도 상승하면서 식량 위기 문제가 발생한다.

 

코로나가 계속되면서 백신이 빠르게 만들어지고, 접종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백신이 빠른 시간에 만들어졌지만 전 세계 모든 나라에 충분한 백신이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 백신 공급의 불균형으로 백신 접종률이 집단 면역이 가능한 수치까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더 큰 문제는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 발생하는 것이다. 백신 공급이 늦어지면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 발생해 팬데믹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경고한다. 방역이 실패한 나라에서 발생한 변이 바이러스를 코로나 백신이 막을 수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에 가장 취약한 곳에 백신 접종이 이루어져야 전염을 차단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일부 부유한 국가들이 백신을 독점하는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더 늦기 전에 전 세계에 백신 접종이 이루어지는 것이 모두가 안전해지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이라 말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가 완전히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 말하면서 독감처럼 코로나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백신접종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가장 빠르고 안전한 것이 백신접종이라 생각한다.

 

< 2부 노동의 재구성 >

팬데믹 이후 디지털 기술이 빠르게 발달하면서 로봇기술이 급격히 발달했다. 팬데믹 이전 대부분의 로봇은 제조업 분야에서 활동했다. 팬데믹으로 사람을 직접 대면하는 것이 조심스러워지면서 서비스 로봇과 물류 로봇의 수요가 증가했다. 유명 여배우가 하는 광고 속 로봇은 호텔 직원으로 채용되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로봇은 의사, 교사, 변호사, 기자의 영역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산업용 로봇 부문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거의 1~2등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한재권 박사는 미래에는 플랫폼과 가상현실, 인공지능이 결합해 더 강력한 정보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비대면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TV 속 광고에 등장하는 사물인터넷을 통해서도 이미 우리 생활 속 깊이 인공지능이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미래 사회는 플랫폼을 소유하고 잘 이용하는 사람이 상위계급을 차지하게 된다고 한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적응하기 위해서 유기윤 교수는 플랫폼에 적응하고 더 나아가 개인 스스로 플랫폼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컴퓨터 시스템의 소프트웨어가 실행되는 환경을 플랫폼이라 한다. 구글, 아마존, 애플 등의 글로벌 기업은 플랫폼을 통해 더 많은 부를 축적하고 있다. 유기윤 교수가 제시한 4개의 계급, ‘플랫폼 소유주, 플랫폼 스타, 프레카리아트(일반 시민), 인공지능중 플랫폼 소유주는 이러한 글로벌 기업들을 가리킨다. 플랫폼 소유주가 소유한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노동이 플랫폼 노동이다. 우리가 많이 사용하고 있는 배달대행업이 대표적인 플랫폼 노동이다. 플랫폼 종사자들이 증가하면서 저임금과 불안정한 고용 등에 대한 문제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플랫폼 종사자들은 경제적 약자로 전락해 위험으로부터 보호 받지 못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경제적·사회적 불평등이 더 빠르게 커지고 있다. 한재권 박사는 기술이 발전할수록 기술의 혜택을 받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로 나뉘면서 비극이 발생한다고 경고한다. 이를 막기 위해 기술에서의 민주화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기술을 소수의 사람들이 독점하지 않고 많은 사람에게 기술 혜택을 돌려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의 발달로 기술과 정보를 빠르게 접하는 사람들은 부를 축적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더 가난해진다. 전문가들은 모든 사람이 기본권을 보장받는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지 않으면 불평등이 심각해지면서 결국 사회적인 대립과 충돌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살아 갈 수 있는 최소한의 경제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기본소득 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 3부 국가의 이유 >

내가 이동하는 지역을 지날 때 그곳의 확진자 정보가 문자메시지로 발송된다. 차를 타고 가는 동안 오는 메시지를 보면서 농담처럼 나 지금 감시당하고 있나봐라 말했는데, 농담이 아닌 이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코로나 19로 인한 거리두기와 통제가 필요한 상황에서 우리는 이러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다. 불편하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통제와 감시가 코로나 이후에도 계속된다고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다. 코로나 이전에도 이미 내가 찍고 다니던 디지털 흔적은 기업들에 의해 수집되어 분석되고 있었다. 코로나가 발생하면서 나의 디지털 흔적이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에 의해서도 수집되어 분석된다.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수많은 미디어를 통해 코로나에 대한 소식이 들려온다. 사실을 보도한 내용들도 있지만, 어떤 것은 잘못된 내용을 조작해 가짜 뉴스가 퍼지기도 했다. 가짜 뉴스는 디지털 시스템을 통해 빠르고 넓게 퍼져 사람들은 잘못된 내용을 사실이라 생각하게 된다. 대표적인 미디어 기업들은 개인 정보를 수집하고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하지만 이러한 정보에 노출되면서 사람들의 판단능력이 흐려질 위험이 발생한다. 반복적인 노출로 잘못된 생각을 갖게 될 우려가 있다. 잘못된 정보와 차별을 조장하는 내용을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미디어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 정보사회에서 국가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정책을 만들고, 잘못된 내용을 퍼트리는 미디어를 제대로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팬데믹 이후의 세계 A.C.10을 통해 코로나 19가 끝나지 않은 지금의 상황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과 미래 예측을 읽었다. 우리의 일상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코로나에 대한 내용을 읽으면서 공감하고, 이해하고, 새로운 것을 알 수 있어 몰입해서 읽었다. 코로나의 종식은 모두가 바라는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팬데믹이 이번으로 끝이 날까에 대한 두려움도 함께 한다. 팬데믹 이후의 세계 A.C.10은 코로나 이후가 되었을 때 개인과 국가, 기업이 어떤 마음가짐과 자세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를 일깨워준다.

 

“B.C.(Before Corona)는 가고, A.C.(After Corona)가 시작된다.”(22페이지)

코로나 19 이전, 세계는 하나로 연결되었었다. 세계 어느 나라든 자유롭게 갈 수 있었고, 모든 물류와 사람들이 이동했다. 코로나 19가 빠르게 퍼져나가면서 각 나라들은 국경을 폐쇄하고 타국민의 출입을 막았다. 잠깐이면 끝날 것이라 생각했던 바이러스의 확산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조금씩 일상으로의 복귀를 희망하는 욕구가 거세지면서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는 곳이 생겨나고 있다. 국경을 폐쇄했던 나라들이 문을 열고 관광객을 다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위험한 상황은 계속되고 있지만 사람들은 코로나에 적응해가면서 조금씩 일상을 회복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세계는 다시 하나로 연결되겠지만, 코로나 19 이전과 같지는 않을 것이다. 코로나 이전 보다 오히려 우리는 온라인으로 더 긴밀하게 연결되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온라인상으로 비대면인 상태로 관계를 지속할 수는 없다. 조금씩 관계의 이어짐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 또다시 코로나 19와 같은 팬데믹 상황이 다시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모든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할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세계화로 팬데믹이 어느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 모두의 문제가 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모두 함께 팬데믹에 대비해야 한다.

 

인간답게, 함께 살아가는 것.’(279페이지)

지금의 팬데믹을 잘 이겨내고 앞으로 다가올 팬데믹을 대비해 우리는 모두가 인간답게,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함께 사는 것이 곧 내가 사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모든 문제들에 대한 해법이라 생각한다.

 #서평이벤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인 (양장) 소설Y
천선란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느 날, 식물들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문을 닫은 사료 공장은 땅 속 깊이 폐기물을 묻은 상태로 죽은 땅이 되었다. 공장이 철거된 후에도 땅은 살아나지 못했고, 사람들이 몰래 쓰레기를 버리는 땅으로 남았다. 어느 날 한 여자가 풀 한 포기도 자라지 않는 죽은 땅을 사서 화원을 하겠다고 나타난다. 한 달 넘게 땅에서 폐기물을 파고 또 파는 과정을 거친 후 사람들의 걱정과는 다르게 땅은 살아났다.

 

한 곳에 정착하지 않고 정처 없이 떠돌던 지모는 선연시에서 십칠 년 동안 살고 있다. 그 이유를 묻는 나인에게 너를 위해서라 답한다. 어느 날부터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손가락 끝에서 새싹이 돋아나면서 나인은 혼란스러워한다. 원인을 알 수 없어 걱정하던 나인 앞에 한 소년이 나타난다. 소년 해승택은 나인과 자신이 누브족이고 지구인이 아닌 진화한 식물이라 말한다. 화원의 흙이 파랗게 빛나는 이유는 나인이 그렇게 만든 것이라 말하면서 나인이 식물이기 때문에 식물들의 소리를 듣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나인은 지모에게서 자신이 생명의 씨앗으로부터 태어난 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나인은 지구인이 아닌 외계인이라는 비밀 앞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초거성 리겔 근처에 있던 지구만 한 행성, 그곳에 살았던 식물처럼 땅에서 자라는 종족 누브는 수명을 다한 행성을 떠나 그 일부가 지구에 도착했다. 지모와 나인은 누브인의 후손이다. 승택은 지모를 통해 누브 행성이 멸망하기 전 이주단계에서 대량 학살이 있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무사히 행성을 탈출한 두 대의 우주선도 식량이 부족해지면서 한 대의 우주선은 약탈당하고 식량을 빼앗겨 결국 지구에 도착한 우주선은 한 대 뿐이었다. 이러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누브 대표들은 누브의 역사를 기록한 책들을 없앴다. 지모는 누브 지도자들이 숨긴 추악한 진실을 나인이 모른 채 지구에서 나인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랬다. 나인의 힘을 이용하려는 누브인들로부터 나인을 보호하기 위해 지모는 나인의 곁을 떠난다.

 

사실을 알고 난 후 산으로 간 나인은 푸른빛으로 식물들에게 에너지를 나누어 주던 순간 또 다른 존재의 소리를 듣게 된다. 죽기 전 살아 있는 상태로 나무와 한 몸이 된 금옥이라는 존재가 나인에게 말을 걸어온다. 일제시대 때 총에 맞아 사망한 금옥은 살아 있는 순간 나무와 하나가 되어 영혼이 나무 안에 갇혔다. 자신의 말을 알아듣는 나인에게 어떤 존재냐 묻는 금옥에게 나인은 자신이 하늘에서 왔다고 말한다. 금옥은 사람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으면 됐다고,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고 대답한다. 나인은 금옥에게서 실종된 원우가 산에 묻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원우의 일을 알게 된 나인은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 앞에서 절망에 빠져 고민한다.

긁어 부스럼을 만든다’(213페이지)

외계인이라는 사실을 밝힐 수 없어 원우의 이야기를 외면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2년이 넘도록 아들을 찾기 위해 전단지를 붙이러 다니는 원우 아버지를 보면서 나인은 진실을 밝히기로 마음먹는다. 승택은 나인에게 엮이면 피곤해지니 모르는 척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인은 답답하게 사는 것보다 피곤하게 사는 쪽을 선택하겠다고 답한다. 승택은 죽은 원우의 일에 끼어드는 나인을 이해할 수 없었다. 가만히 있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데 굳이 끼어들어 긁어 부스럼을 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나인은 산의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된 후 원우에게 일어난 모든 일을 알게 되고, 원우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도현과 도현의 주변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나인을 말리던 승택도 나인을 도와 진실을 밝히기 위해 함께 한다. 나인이 파란 빛을 뿜는 순간을 목격한 미래와 현재에게 나인의 정체를 밝히고, 친구들도 나인의 말을 믿고 나인을 돕기 시작한다.

 

이건 아이인 적 없다는 듯이 구는 어른들이, 단 한 번도 동화를 믿어 본 적 없다고 착각하는 어른들이, 환상을 꿈꿔 본 적 없다고 믿는 우매한 어른들이 만든 끔찍한 이야기’(353페이지)

권도현의 엄마는 외계인을 믿는다는 원우가 아들과 어울리는 것을 원치 않았다. 외계인을 믿는다는 사실보다 원우가 가난한 동네에 살고 있다는 것이 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들과 원우가 계속 어울리는 것이 싫었던 도현의 엄마는 원우에 대한 나쁜 소문을 퍼트려 불쌍하고 이상한 아이로 만들어버린다. 사람들이 원우가 이상한 아이라고 말하기 시작하면서 도현도 원우와 거리를 두기 시작한다. 그 모든 것이 쌓이고 쌓여 도현은 원우에게 화를 내고 원우를 밀쳐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다. 우매한 어른이 만든 끔찍한 이야기는 현실에서 끔찍한 결말로 끝이 났다.

 

죄책감의 유효한 마지막 기간’(388페이지)

지모는 죗값을 무를 수 있는 유효 기간을 점이 지대라 말한다. 이 기간이 지난 후 죄를 지은 사람은 더 이상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같은 짓을 반복하는 악마가 된다고 말한다. ‘원우를 죽게 한 도현과 원우의 죽음을 숨긴 도현의 부모, 원우의 죽음을 통해 이득을 챙긴 사람들, 누브족의 만행을 숨기기 위해 모든 것을 은폐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힘을 가진 아이를 희생하려는 승택의 아버지는 모두가 점이 지대에 있는 사람들이다. 죄책감을 느낄 수 있는 마지막 기간인 점이 지대를 넘어가면 이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죄라는 생각도 못한 채 더 많은 죄를 짓게 된다. 도현은 점이 지대를 넘기 직전에 이른다. 도현의 직접적인 진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도현과 산에서 만날 약속을 한 나인은 도현을 만나 파란빛을 보여주면서 외계인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도현은 사고 당시 원우가 살이 있었다는 것과 원우의 말처럼 외계인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난 후 충격에 빠지고, 직접 경찰서를 찾아가 죄를 자백하고 용서를 구한다. 도현의 죄를 숨기고 그를 이용했던 이들의 죄도 모두 밝혀져 벌을 받는다.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눈물이 흐른다.

돌아오지 않는 아들을 기다리는 원우의 아빠와 원우의 비밀을 알게 된 나인, 나인을 지키기 위해 비밀을 지키려는 지모를 보면서 그들의 감정이 가슴 깊이 와닿아 울컥했다. 이야기를 읽을수록 가슴이 묵직하게 짓눌리는 느낌이 들었다. 이러한 감정을 공감하면서도 내가 나인처럼 용기 있게 행동할 수 있을지는 자신할 수 없었다. ‘인간들은 거대한 슬픔 앞에 한 발 물러났다(340페이지)’라는 말은 너무나 거대한 슬픔 앞에 서면 무엇을 어찌해야 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물러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슬픔의 크기도 감당할 수 있어야 견디고 위로하고 해결하려는 의지가 생기는 것 같다. 거대한 슬픔 앞에 인간은 무력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슬픔을 외면하지 않고 도우려는 나인과 같은 이들도 존재한다. ‘나인은 타인의 아픔과 슬픔을 공감하고 그 슬픔을 외면하지 않고 도우려고 노력하는 아이다.

나는 나인이야. 아홉 개의 새싹 중에 가장 늦게 핀 마지막 싹이라 나인이 됐어.

더는 생명이 태어날 수 없는 척박한 땅에서 나는 가장 마지막에 눈을 떴어.

그러니까 나인은, 기적이라는 뜻이야.’(477페이지)

척박한 땅에서 기적처럼 피어난 나인은 사람들 모두가 외면했던 진실을 따뜻한 마음과 용기를 가지고 세상에 알렸다. 실종된 아들을 찾기 위해 전단지를 붙이러 다니는 준우 아버지의 모습을 지나치지 못하고 전단지를 받아와 화원을 방문한 손님들에게 나눠준다. 나무와 영혼이 합쳐진 금옥과 식물들의 소리를 듣고, 준우가 아버지 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했다. 진실을 밝히려는 나인을 보면서 원우의 일을 그냥 덮기를 원했던 승택도 나인을 돕기 시작하고, 미래와 현재의 마음도 움직인다. 그렇기에 나인은 기적이다. 나인의 마음은 식물과 산의 마음까지 움직이게 만들고,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움직이게 하는 힘이 있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한 사람의 인생을 존재하게 한다.’(476페이지)

나인은 자신의 존재가 지구인이 아닌 외계인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자신을 믿어준 미래와 현재가 있었기 때문에 지구에서 살아갈 의미를 찾는다. 나인은 돌아오지 않는 지모를 기다리지만 지모는 돌아오지 않고, 지모가 보냈다는 라현이 찾아오고, 함께 가자는 라현의 손을 잡는다. 어쩌면 지모를 만날 수 도 있다는 기대감을 안고서. 나인의 앞에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나인은 사랑하는 친구들과 지모가 있기에 자신의 존재를 믿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나를 믿어주는 존재는 살아가는 데 가장 강력한 힘이 되어준다. 그렇게 우리는 존재의 의미를 찾는다.

 

나인은 외계의 존재가 등장하는 판타지 소설이지만,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담았다. 누군가의 슬픔을 공감하지 못하고 외면하는 사람들과 자신의 이기적인 욕심을 채우기 위해 죄를 숨기려는 이들의 모습은 우리가 외면하고 싶은 우리들의 모습일 수도 있다. 나인을 읽으면서 다르다는 이유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이들을 외계의 존재로 분류하고 외면하고 있는가에 대해 생각했다. ‘외계’, 우리는 선을 긋고, 선 밖의 존재들을 밀어내고 있는 건 아닐까? 지금 우리는 어떤 선을 긋고, 어떤 이들을 외계로 밀어내고 있을까? ‘나인은 우리에게 나와 우리, 그리고 자연과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한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귀하고 소중한 존재다. 나인은 우리에게 가장 기본적인 진실을 일깨워준다.

 #서평이벤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친 어휘력 1 - 미디어와 친해지는 미친 어휘력 1
권승호 지음, 나인완 일러스트 / 동녘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국어 교사로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을 직접 가르친 권승호 선생님은 한자 어휘를 이해하지 못해 시험 문제를 틀리는 아이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에 어휘력 학습법을 연구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연구한 한자어 풀이 학습법의 노하우를 두 권의 책으로 담았다.

 

학창 시절 어휘를 몰라 이해와 암기가 어려워 공부에 어려움을 겪은 필자는 단어의 뜻을 정확하게 알고 난 후부터 공부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더 쉽게 어휘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한 책을 집필한다. 교과서와 뉴스 미디어에 자주 나오는 어휘의 뜻을 풀이하고 관련 어휘까지 풀이해 설명한다. 책의 가장 큰 장점은 평상시에 우리가 사용하던 단어들의 정확한 뜻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미디어와 친해지는 미친 어휘력 1<뉴스 어휘>, <경제 어휘>, <정치 어휘>, <질병 어휘>, <네 글자 어휘>로 각 분야에서 사용되는 어휘들을 찾아 뜻을 풀이한다.

 

미디어와 친해지는 미친 어휘력 1<질병 어휘>에서 양성과 음성을 설명한다. 검사결과를 볼 때 양성과 음성이 헷갈려 결과를 보고도 바로 이해하지 못했던 적이 있었다. 코로나 검사를 하고 난 후 양성인지, 음성인지에 따라 사람들의 생활은 완전히 뒤바뀐다. ‘검사를 했을 때 피검체가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일정 기준 이하의 반응을 나타내면 음성반응이라고 하고, 특정한 반응을 나타내면 양성반응’(118페이지)이라는 설명을 적는다. ‘양성()’은 활발하다는 의미와 , 태양, 남성, 하늘, 돋을새김, 드러남, 태양을 좋아하는 성질, 활발함, 적극성’(118페이지)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음성()’은 힘이 없다는 의미와 그늘, , 여성, 저승, 음각, 드러나지 않음, 그늘을 좋아하는 성질, 소극성’(118페이지)이라는 의미로 쓰인다고 한다. 양성과 음성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되어 있어 양성과 음성의 의미를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서평이벤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친 어휘력 2 - 미디어와 친해지는 미친 어휘력 2
권승호 지음, 나인완 일러스트 / 동녘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디어와 친해지는 미친 어휘력 2<과학 어휘>, <논리 어휘>, <역사 어휘>, <일상 어휘>, <한자 어휘>에서 사용되는 어휘들을 설명한다. 코로나로 인해 원격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미디어와 친해지는 미친 어휘력 2<일상 어휘>에서 원격수업을 설명한다. ‘원격수업멀 원(), 뜰 격(), 줄 수(), 학업 업()’으로 이루어진 단어로 멀리 떨어져 있는 학생에게 가르침을 준다는 뜻’(95~96)이라고 한다. 원격수업의 반대말인 대면수업의 대면대할 대(), 얼굴 면()’으로 얼굴을 마주 대한 상태로 하는 수업이라는 것도 함께 설명한다. 이와 더불어 화상수업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수업자가 선생님이 가르침을 주는 일을 할 때의 줄 수()’을 쓰고, 학생이 책상 앞에서 가르침을 받을 때는 받을 수()’를 쓴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됐다. ‘동영상 수업, 원격수업, 화상수업의 차이점을 적고, ‘원격이라는 단어가 사용되는 여러 가지 사례를 함께 설명한다.

 

하나하나의 단어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막연하게 이해했던 단어들에 대해 더 정확한 의미와 쓰임을 알 수 있었다. 미디어와 친해지는 미친 어휘력은 초··고등학생들뿐만 아니라 대학생과 일반인들 모두가 함께 읽어도 되는 책이다. 아이들이 단어의 의미를 물을 때 분명히 그 단어의 의미를 이해하고는 있지만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어 난처했던 적이 많았다. 그럴 때 이 책이 큰 도움이 되어줄 것이라 생각한다. 미디어와 친해지는 미친 어휘력을 일상에서 사용되는 단어들의 정확한 의미를 알고 싶은 욕구를 가진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부록으로 함께 첨부된 <교육부 선정 1800자 한자 쓰기 노트>는 한자를 직접 써볼 수 있도록 한자 노트 형식으로 되어 있다.

 #서평이벤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콩알들이 두런두런 머리 맞대고 두런두런 - 말랑말랑 동시로 배우는 한자
금해랑 지음, 정문주 그림 / 개암나무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말랑말랑 동시로 배우는 한자

 

금해랑 작가는 한자를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가 한자의 뜻과 음을 쉽게 기억할 수 있도록 한자 동시를 쓰게 되었다고 한다. 순우리말인 소리와 모양을 흉내 내는 말에 한자를 섞어 한자 동시를 썼다. 콩알들이 두런두런 머리 맞대고 두런두런은 순우리말과 한자를 함께 소개하는 동시집이다.

 

<우리 아들 자장자장>(58페이지)은 엄마가 아이를 재우려 자장자장 하는데 아이는 눈이 초롱초롱, 잠을 재우던 엄마가 먼저 잠이 들고 아이가 엄마를 토닥이는 모습을 그린 동시다. 아이를 키울 때 왜 그리도 잠이 쏟아지던지, 아이를 키우던 시절을 떠올리며 동시를 읽었다. ‘자장자장에서 를 선택해 같은 음의 한자 아들 자에 대해 설명한다. ‘어린아이가 두 팔을 벌리고 있는 모양을 본떠 만든 글자가 아들 자. ’가 들어간 한자어 자녀(子女), 부자(父子), 자손(子孫), 왕자(王子)‘에 대해 설명하면서 아들 자의 쓰임을 알게 한다.

 

순우리말인 흉내 내는 말과 흉내 내는 말을 한자어로 변형한 말이 함께 들어가도록 시를 지었다. 원래 흉내 내는 순우리말에는 한자어가 들어가지 않지만 한자어의 뜻과 의미를 더 쉽고 흥미롭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필자가 한자어를 넣어 시를 지었다. 한자 동시 다음 페이지에서는 흉내 내는 말의 의미와 함께 한자어에 대해 알려준다. 흉내 내는 말을 한자로 만드는 생각을 해낸 필자의 기발한 상상력이 존경스럽다. 흉내 내는 말을 표현한 그림을 보면서 동시를 읽으면 더 실감나게 동시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콩알들이 두런두런 머리 맞대고 두런두런은 어려운 한자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동시를 활용한다. 아이들이 쉽게 읽고 공감할 수 있는 동시를 읽으면서 놀이처럼 한자어를 익힐 수 있는 책이다.

#서평이벤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