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유령 박물관 ㅣ 책 읽는 샤미
박현숙 지음, 추현수 그림 / 이지북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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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저녁 6시부터 새벽 4시까지 문이 열리는 유령박물관으로 금동이가 들어간다. 사진촬영 금지라는 문구를 보고도 금동이는 서찬이의 협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진을 찍는다. 그 순간 액자 속 유령이 깨어난다.

 

“혀 대신 글로 사람을 죽이기도 하더구나.”(96페이지)

유령박물관에서 금동이는 할머니 유령을 만난다. 전시된 액자마다 유령이 들어 있고, 누군가가 사진을 찍어주면 유령이 밖으로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렇게 액자 속에서 나온 백설공주는 자신을 죽게 만든 시간 여행자인 왕자를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재미로 남을 모함하고 헐뜯는 짓을 하는 왕자가 이 세상으로 넘어왔다. 백설공주 유령은 왕자가 또 다른 이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 것을 막기 위해 왕자를 찾는다. 백설공주 유령은 왕자를 찾기 위해 인터넷 댓글을 찾아 읽는다. 왕자의 모함을 받아 그 스트레스로 죽은 백설공주는 요즘은 사람들이 ‘혀’ 대신 ‘글’로 사람을 죽게 만든다고 말한다. 악플로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 사람들 중 왕자로 의심되는 인물을 찾았지만 유령이 찾은 아이디는 금동이가 서찬에게 뺏긴 아이디였다. 금동이는 서찬이 왕자라 생각했지만 보람이의 말을 듣고 진짜 왕자의 정체를 알게 된다. 서찬이에게서 금동이의 계정을 알아낸 유튜버 호빵잰틀맨이 금동이의 아이디로 악플을 달고 다닌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호빵잰틀맨을 유령박물관으로 유인하는데 성공하고, 왕자는 더 이상 악플로 사람들을 괴롭힐 수 없게 된다.

 

뭉게구름 유령은 자신이 만든 짜장면 요리를 무술의 고수가 먹고 평가해주는 것이 꿈이었다. 뭉게구름은 짜장면을 만들어 무술 고수에게 품평회를 듣고 싶은 꿈을 이루고 싶어 유령 박물관에 남았다. 짜장면을 만들어 무술 학원에서 시식회를 한 후 인터넷에 짜장면 맛에 대한 악의적인 글이 올라오고 악플을 본 뭉게구름은 마음의 상처를 받는다. 악플에 상처받은 뭉게구름은 오랫동안 꿈꿔오던 모든 것을 놓아버린다. 유령이 사라진 후 짜장면이 맛있었다는 말을 금동이가 듣게 됐지만 유령은 그 사실을 모른 채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신비한 유령 박물관』은 초등학생 금동이가 친구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학교폭력과 글로 사람들을 공격하는 악플러에 대해 적고 있다. 백설공주 유령의 이야기를 통해서 다른 사람을 모함하고 헐뜯는 말들이 그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갈 정도로 위험하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신비한 유령 박물관』은 말과 글이 비수가 되어 상대방의 마음을 찌를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에게 이야기한다. 지금도 인터넷에서는 수많은 글들이 올라오고, 글들을 본 누군가는 댓글로 답을 한다.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는 댓글이 더 많아지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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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광유년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자음과모음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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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쓰마란은 사람들이 왜 살다가 죽는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제대로 먹지 못하고 힘든 일을 하더라도 살아 있는 것이 죽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죽는 것을 보면서 쓰마란은 죽음을 두려워하기 시작한다.

 

‘란, 두, 쓰마’ 성을 가진 사람들이 죽어가기 시작한다. 바러우 산맥 가장 깊은 곳에 자연적으로 생겨난 작은 마을 산싱촌 사람들은 최근 100년 동안 평균 수명이 마흔 살을 넘기지 못하고 목구멍이 막혀서 죽었다. 서른아홉 살이 된 쓰마란은 서서히 죽어간다. 관과 수의를 만드는 사람들의 소리를 들으면서 누워 있던 쓰마란이 밖으로 나온다. 죽어가던 쓰마란은 란쓰스에게 수술비를 부탁하고 란쓰스는 쓰마란과 두주추이가 헤어지는 조건으로 쓰마란의 큰 딸 텅과 함께 마을을 떠난다. 돈이 모여져 수술을 받고 마을로 돌아온 쓰마란은 마을 사람들에게 수로 건설을 강요한다. 마을 사람들은 쓰마란의 퍼런 눈빛과 그의 뒤에 몽둥이를 들고 서 있는 젊은이들을 보면서 두려움에 빠진다. 쓰마란은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공사에 필요한 것들을 징발한다. 열여섯 살 이상의 남자들은 모두 공사 현장으로 가야 했다.

 

‘또 한 사람이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 물거품처럼 조용히 사라졌다.’(211페이지)

쓰마란을 살리고 링인수 공사에 필요한 돈을 벌기 위해 자신을 희생해야 했던 란쓰스는 사람들의 외면 속에서 홀로 죽음을 맞았다. 그녀가 죽고 난 후 파리와 모기, 하얀 구더기만이 란쓰스 곁에 남았다. ‘새까맣게 모여든 파리와 모기’(267페이지), 죽은 란쓰스를 먹어치우는 벌레들의 모습은 흡사 란쓰스를 이용했던 쓰마란과 마을 사람들의 모습 같다는 생각을 했다. 충격을 받아 멍하게 앉아 있던 쓰마란은 링인거 수로 건설에 나갔다가 죽은 이들을 위해 연주되는 장례 음악을 들으면서 피곤한 몸으로 란쓰스의 옆에서 아주 깊은 잠에 빠진다.

 

‘링인거 수로가 개통됐어요!(277페이지)’

지독한 악취를 풍기는 물에는 ‘오염되어 검게 변한 풀과 물에 젖어 팽팽하게 부푼 죽은 쥐, 진흙탕이 잔뜩 들어간 비닐봉지와 낡은 치마와 모자, 죽은 가축의 붉은 배, 더러워진 모피(301페이지)’가 함께 떠내려 오고 있었다. 수로를 방류하러 갔던 다바오가 두류의 시체와 함께 돌아온다. 링인거 물이 이미 심각하게 오염된 것을 본 두류는 물에 몸을 던져 죽고, 두류의 시체를 옮기기 위해 다바오는 오염된 물을 방류해 산싱촌으로 물이 흘러 들어왔던 것이다. 사람들은 그때서야 촌장을 찾고, 촌장이 죽은 것을 발견한다. 죽은 사람들의 매장이 끝난 후 두바이의 목구멍이 부어오르기 시작한다.

 

‘쓰마, 두, 란’씨 성을 가진 이들이 모여 사는 산싱촌은 대대로 촌장이 마을 사람들을 이끌었다. 쓰마란이 촌장이었던 시절을 시작으로 란쓰스의 아버지 란바이수이, 쓰마란의 아버지 쓰마샤오샤오, 두옌의 아버지 두상‘이 촌장이었던 시절로 이야기는 거슬러 올라간다. <1부 천의에 추석을 달다>와 <2부 낙엽과 시간>은 란바이수이가 죽고 난 후 촌장이 된 쓰마란의 이야기다. <3부 갈황민요>는 쓰마란의 아버지 쓰마샤오샤오가 죽고 난 후 촌장이 된 란바이수이, <4부 젖과 꿀>은 두상에 이어 촌장이 된 쓰마란의 아버지 쓰마샤오샤오, <5부 가원의 역사>는 두옌의 아버지 두상이 촌장이었던 시절의 이야기로 쓰마란의 유년시절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산싱촌에서 촌장은 절대적인 존재다. 작은 산골 마을에서 촌장은 타지 사람들이 바라볼 때는 보잘 것 없지만 산싱촌에서 촌장은 절대 권력으로 마을 사람들의 운명을 결정하는 힘을 갖고 있다. 작은 마을에서 휘두르는 권력은 사람들을 매혹시키고,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촌장이 되려고 한다. 권력과 장수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거대한 몸집을 키워 마을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마을 사람들을 착취하고 불행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었다.

 

산싱촌 사람들의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해야 더 오래 살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두상은 마을 사람들에게 더 많은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말하고, 쓰마샤오샤오는 유채 기름이 장수의 비법이라 생각해 유채를 키우는 데 모든 것을 쏟아 붓는다. 란바이수이는 전답의 땅을 갈아엎는 공사를 시작하고, 쓰마란은 수로 공사로 물을 끌어오는 공사를 진행한다. 촌장들은 마을 사람들을 더 오래 살 수 있게 해준다는 명분으로 마을 사람들의 재산과 노동력을 착취한다. 공사 대금과 물품을 마련하기 위해 남자들은 도시로 나가 피부를 팔고, 여자들은 자신의 몸을 팔아 돈을 벌어야 했다. 마을 사람들은 모든 것을 쏟아 부었지만 마흔 살 이전에 죽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모든 것이 부족한 산골 마을 사람들은 세상과 단절되어 세상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오래 살겠다는 강한 욕망에 사로잡혔다. 하나의 욕망에 사로잡힌 사람들에게는 오직 그것만 보일뿐이다. 메뚜기 떼가 출몰해 대기근이 올 것이라는 두옌의 경고를 귀담아 듣지 않아 마을 사람들은 끔찍한 대기근을 겪게 된다. 모든 식량이 떨어진 순간, 남자들은 끔찍한 선택을 하게 된다. 반대하는 여자들을 속이고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내다버린 것이다. 버려진 형들을 찾아간 곳에서 어린 쓰마란은 처참한 광경을 목격하고, 마을 아이들과 함께 죽은 아이들의 장례를 치러준다. 무엇이 어른들에게 이렇게 잔인한 선택을 하게 만들었을까? 과연 그들의 선택이 마을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정당화 될 수 있을까? 대기근이 계속되면서 사람들은 주변에 먹을 수 있는 것을 모두 먹어치우고, 최후의 순간 인육까지도 먹어 생존했다. 이러한 이야기는 역사에서 반복되어 기록되어 있다. 인간이 살기 위한 몸부림 앞에 도덕성과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주장한다는 것이 의미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어디까지 인간의 선택이 정당화 될 수 있을까?

 

산싱촌은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지금도 우리는 수많은 것들을 욕망한다. 집착적인 욕망은 자기 자신 뿐만 아니라 타인까지도 망가트린다. 지금 나는 이 순간 무엇에 집착하고 욕망하는가에 대해 생각한다. 『일광유년』은 너무나 극단적이고 끔찍한 이야기이지만 현실에서 충분히 있었을 것 같은 이야기라 더 끔찍하고 무섭다. 끔찍하고 무서운 이야기를 담담하게 읽고 있는 나 자신도 무섭다. 지금 이 시대에 우리는 어떤 생각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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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고양이 1 - 동물이 사라진 세계 ㅣ 책 읽는 샤미 9
박미연 지음, 박냠 그림 / 이지북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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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5년 지구에서 인간을 제외한 포유류과 동물들이 멸종되었다.

2060년 개와 고양이 같은 애완동물과 소나 돼지 같은 가축이 원인 모를 병으로 죽기 시작한다. 치사율 58%의 바이러스는 사람에게로 옮겨간다. 바이러스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사람들은 동물들을 지구에서 절멸시킨다. 그렇게 포유류 동물들이 사라졌다. 소수의 사람들은 뉴클린시티를 세우고 그 안에서 완벽한 방역시스템을 갖추고 살아간다. 가장 안전하고 풍요로운 뉴클린시티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은 노멀시티 주민과 오염 구역 근처에서 살아가는 빈민가 사람들로 다시 계층이 나뉜다. 소수의 뛰어난 두뇌를 갖춘 사람만이 뉴클린시티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뉴클린시티 바깥의 숲은 인간이 버린 쓰레기로 뒤덮였고, 빈민가 마을 아이들은 쓰레기 속에서 쓸 만한 물건을 주워 팔았다. 소수의 우수한 아이들만 갈 수 있는 특별한 도시, 뉴클린시티에 가기 위해 빈민가에 살고 있는 서림이는 열심히 공부한다.

 

서림이 앞에 회색빛 고양이가 나타난다. 살아 있는 생명체를 구한다는 공지를 본 서림은 고양이를 팔기 위해 연락한다. 뉴클린시티에 있는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큰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서림이는 엄마가 가지고 있던 그림책에서 회색 고양이 은실이가 엄마의 고양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서림은 은실이를 빼앗기 위해 찾아온 이들의 공격을 받고 의식을 잃는다. 은실이를 찾으러 갔던 서림은 연구소 부소장 래아가 만든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하게 된다. 2065년 어린 시절 엄마가 살던 방에 도착해 엄마를 만난다. 다시 돌아온 연구소에서 부소장을 마주친 서림은 자신이 은채의 딸이라는 사실을 밝힌다. 그때 연구소 소장이 들어오고 부소장은 겁에 질린다. 그리고 서림은 은채에게 일어난 모든 일이 부소장이 아닌 소장의 짓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부소장의 도움으로 도망친 서림은 호세와 레드홍 아저씨, 아빠를 만나 경찰들의 추격을 피해 도망친다. 엄마가 소장이 보낸 사람들에게 끌려갔다는 소식을 들은 서림은 모든 것을 바꾸기 위해서 부소장 래아에게 연락한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려는 서림을 돕기 위해 아빠와 호세가 자신들을 희생한다. 과거로 돌아가 엄마를 만난 서림은 뒤쫓아 온 소장의 방해를 물리치고 과거를 바꾼다. 서림이 미래로 돌아왔을 때는 모든 것이 바뀌어 엄마와 아빠, 그리고 호세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뉴클린시티 권력자들은 바이러스에 대한 사람들의 공포를 이용하기 위해 동물백신 개발을 하지 않는다. 사람들의 두려움이 클수록 이들의 힘은 더 강력해진다. 서림의 아빠가 속한 비밀 단체는 권력자들에 대항해 동물백신 연구를 계속한다. 서림이 과거를 바꾸고 난 후 아빠의 동물백신 개발이 성공하고 사람들은 바이러스가 퍼지기 전과 같이 동물들과 공존하면서 살아갈 수 있게 된다. 환경 파괴와 기후 변화는 지구 생태계를 파괴시키고, 그 결과로 동물과 사람이 바이러스에 노출된다. 무분별한 계발로 서식지를 잃어버린 동물들은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내려온다. 멧돼지가 도시 한복판에 나타나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는 뉴스가 종종 보도된다. 생태계의 파괴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은 동물의 생존을 위협하고 결국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주게 된다. 『시간 고양이』는 환경을 지키고, 동식물과도 공존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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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빗방울의 이름을 알았다
데니스 존슨 외 지음, 파리 리뷰 엮음, 이주혜 옮김 / 다른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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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세상에서 가장 강한 문학잡지’(7페이지, <타임>)

<파리 리뷰>는 출판 산업과 문학 교류의 중심지였던 파리에서 1953년에 창간된 영문학 계간지다. 작가의 경력, 출신국, 성별, 장르에 제한을 두지 않고, 좋은 작가들의 작품을 찾아낸다. 『모든 빗방울의 이름을 알았다』는 <파리 리뷰>에서 엮은 책이다. 열다섯 명의 작가가 <파리 리뷰>에 실렸던 단편소설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선택해 그 소설이 탁월한 이유를 서술해 한 권의 책으로 완성한다.

 

<히치하이킹 도중 자동차 사고>, 데니스 존슨

폭우가 쏟아지던 날, 한 남자가 고속도로에 서 있다. 가족을 태우고 지나가던 운전자가 남자를 차에 태워준다. 잠시 후 차는 달려오던 차를 들이받고, 상대편 남자가 심하게 다쳐 병원에 실려 가지만 결국 사망한다. 몇 년이 지난 후 중독 치료센터에 들어간 남자는 현실과 환상 속에서 비가 내리는 환영을 본다. <히치하이킹 도중 자동차 사고>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남자에게 실제로 일어난 사고를 적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지막 부분에서 중독센터에 갇힌 남자가 물이 흘러내리는 소리와 사람들의 소리가 들린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읽으면서 어쩌면 처음 약에 취하고 사고가 났다는 것도 남자가 환영을 본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 혼란스러웠다. ‘그들에게 거짓말하는 것이 나의 성향(24페이지)’이라고 자신의 성향에 대한 남자의 평가를 읽을 때 ‘이건 남자가 본 환영’이라는 생각을 더 강하게 하게 됐다. <히치하이킹 도중 자동차 사고>의 비평을 적은 작가 ‘제프리 유제니디스’는 ‘속죄의 증언(29페이지)’이라고 적고 있다. 사고 현장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을 돕지 않았던 남자가 그로 인한 죄책감으로 환각에 빠진 이야기일까? 유제니디스는 ‘시간과 어조의 기록을 하나로 합함으로써 어느 비 오는 밤에 일어난 한 사건 혹은 사고를 통해 개인적인 것과 영원한 것이 부딪치는 하나의 서사를 전달(30페이지)’한다고 평한다. 이야기 속 남자에게 일어난 사고가 환각인지 아닌지는 솔직히 지금도 헷갈리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남자는 삶에 대한 의욕이 희미하다는 것이다. 남자는 왜 살아갈 의지를 잃었을까?

 

< 어렴풋한 시간 >, 조이 윌리엄스

자동차 냉각수를 마시고 죽은 남자가 있다. 한 아이의 아버지이지만 아이를 안아주지 않고 사랑하지 않았던 남자의 죽음 후 아이는 엄마와 단 둘이 오두막에서 살아간다. 아이를 사랑했던 엄마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다. 검시관은 엄마의 죽음을 ‘사고사’로 발표하고, 맬 베스터는 혼자 남겨진다. 사랑을 주는 존재가 사라지고 사랑의 결핍에 상처받은 맬은 외로움을 견디면서 살아간다. 맬이 배수로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늙은 여인을 구해주지만 그 여인은 다음 날 죽은 채로 발견된다. 검시관은 늙은 여인의 죽음을 ‘머리에 외상을 입은 흔적은 없다. 중추신경계는 검사하지 않는다.(55페이지)’라는 두 문장으로 정리한다. 맬의 아빠와 엄마의 죽음도 검시관은 몇 문장으로 정리해 결론을 지었다. 죽음이라는 것은 생명이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은 살아 있는 이에게는 세상의 끝과 같은 절망이지만 서류상의 죽음은 한 페이지도 되지 못한 몇 문장으로 정리된다.

 

늙은 여인을 구해준 것을 보상한다는 명분으로 시장은 맬을 미국으로 떠나는 비행기에 태운다. ‘완벽히 두려움에 빠져 힘없이 가라앉은 채로 온순하게 경사로를 따라 하늘로 올라갔다(58페이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맬은 두려움에 빠져 고향을 떠나 낯선 미국으로 떠난다.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어 공항터미널에서 생활하던 중 신고를 받은 경찰이 맬에게 일행은 어디 있는지 묻는다. 대답할 수 없어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한 여자가 나타나 일행이라 말하고 맬은 여자를 따라간다. 엄마를 잃고 홀로 된 맬에게 여자는 유일한 가족이 되었다. 어느 날 큰 차들이 들어오고 판자집이 무너진다. 안전하게 지켜주던 판자집이 사라진 순간, 맬은 ‘누구도 안전하지 않았다(86페이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해변을 달리고 또 달린다. 호주에서 엄마와 함께 할 때 맬은 외롭지 않고 안전했다. 엄마가 사라진 순간 맬은 세상에 홀로 남겨져 지독한 외로움과 사람들의 외면 속에서 안전하지 않았다. 갑자기 떠나게 된 미국에서 맬은 여자와 함께 하는 동안 외롭지 않았다. 맬의 안전한 생활은 판자집이 무너지는 순간 위기에 처한다. ‘해변은 끝이 없었고 맬은 달리고 또 달렸다(86페이지)’, 끝이 없는 해변의 어디쯤에서 맬은 안전할 수 있을까?

 

< 춤추지 않을래 >, 레이먼드 카버

남자는 가구를 마당에 내놓았다. 지나가던 남자애와 여자애는 남자에게 마당에 내놓은 물건을 사고 싶다고 말한다. 이야기를 하던 이들은 남자의 집으로 들어가 함께 술을 마시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몇 주일 후 여자애는 친구들에게 마당에 물건을 내놓았던 남자와 있었던 일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얼마 후 여자애는 더는 말하지 않았다. ‘뭔가 있었지만, 그 모든 것을 다 말로 할 수는 없었다(102페이지)’, 남자애와 여자애는 그 날 남자의 무엇을 보았을까? 남자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여자애의 침묵은 그날 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궁금증을 유발하고, 그 상황을 상상하게 한다.

 

『모든 빗방울의 이름을 알았다』 가제본에 실린 세 편의 이야기는 밝지 않다. 어둡고 무거운 이야기를 짧은 단편 소설 속에 응축해서 담아 독자에게 전달한다. 무거운 이야기를 읽는 동안 나의 공감의 부재를 느꼈다. 어둡고 슬픈 이야기인데 마음이 전혀 울컥하지 않고 너무나 담담하게 책을 읽었다. < 히치하이킹 도중 자동차 사고 >에서 교통사고로 사람이 다치고 사망한다. 사고에서 살아남은 남자는 시간이 지나 중독센터에 갇혀 환청을 듣고 있다. < 어렴풋한 시간 >에서는 자동차 냉각수를 잘못 마신 아빠의 죽음과 해변에서 사고로 죽은 엄마,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음에도 담담하게 책을 읽었다. 마치 < 히치하이킹 도중 자동차 사고 >의 검시관이 죽음에 대해 몇 문장으로 보고서를 작성하듯 그 모든 죽음을 멀찍이서 떨어져 보고 있었다. < 춤추지 않을래 >는 남자의 밝지 않은 분위기를 통해 좋지 않은 일이 남자에게 일어났다는 것을 짐작하게 된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궁금했지만, 남자의 가라앉은 감정까지는 공감이 되지 않았다. 나의 공감능력에 이상이 생긴 걸까? 아니면 세 작품의 작가들이 이렇게 읽히게 쓴 것일까? 작가의 의도인지 혹은 나의 공감능력의 부재로 인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 작품 모두 몰입해서 읽게 된다. 짧지만 강한 세 편의 소설은 작품 속 이야기와 뒤에 어떤 이야기가 이어질까에 대해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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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 절을 걷다 - 누구나 찾지만 잘 알지 못하는 사찰을 구석구석 즐기는 방법
탁현규 지음 / 지식서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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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찾지만 잘 알지 못하는 사찰을 구석구석 즐기는 방법’(책 표지)

 

‘마음이 허전하고 불안해서, 역사 동아리 멤버들과 함께 역사 탐방을 하기 위해서, 지인들과 만나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 홀로 조용한 고독을 즐기기 위해서, 아무런 이유 없이 즉흥적으로’, 등등의 이유로 절을 찾는다. 절을 자주 다녔지만 절 안에 건축물과 유물들의 의미를 다 알지는 못한다. 아주 얕게 조금의 지식을 갖고 있을 뿐 깊이 있는 이해로 넘어가지 못했다. 절에서 보이는 전각과 불상, 탱화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항상 궁금했다.

 

간송미술관 연구원으로 일했던 탁현규는 ‘우리 미술이야말로 지식이 아닌 몸과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예술품임을 깨달았다’고 한다. 필자는 어려운 미술을 알기 쉽게 풀어 주고 그 속에 숨은 뜻까지 읽어 주는 친절한 해설사가 되고자 했다. 『아름다운 우리 절을 걷다』는 불교 미술을 대표하는 ‘불상, 건축물, 탱화, 석탑 등에 대해 친절하게 알려주는 책이다. 어려울 수 있는 불교미술에 대한 내용을 사찰의 입구부터 가장 깊은 곳까지 탐방하는 느낌으로 하나씩 설명한다.

 

궁궐과 왕릉을 들어갈 때 건너는 다리는 금천교다. 금천교를 지나 궁궐과 왕릉으로 들어서면 엄숙하고 신성한 곳으로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과 깨달음의 세계를 연결해 주는 다리, 무지개다리를 건너면 세 개의 문이 나온다. 일주문은 절이 시작되는 곳에 세워진 문으로 세속을 떠나 부처님의 세계로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 안으로 삿된 기운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 금강역사가 자리한 금강문, 동서남북 네 하늘을 지키는 네 명의 천왕상이 자리한 천왕문까지 세 문을 지나 절 경내로 들어간다. 금강문을 지키는 금강역사와 천왕문을 지키는 사천왕상의 모습과 의미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어 마치 직접 보면서 설명을 듣는 느낌이 들었다.

 

세 개의 문을 지나면 ‘루’가 나온다. ‘루’의 1층은 나무기둥으로 되어 있고, 2층은 사람들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되었다. 루는 ‘다락집’이라고도 부른다. ‘루’를 지나 절 마당으로 들어서면 ‘석등’이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석등은 후백제 때 견훤이 세운 화엄사 석등이라고 한다. 6m가 넘는 석등의 크기를 눈앞에서 직접 본다면 그 크기에 압도될 것 같다. 석등과 같이 돌로 만들어진 것으로 석탑이 자리하고 있다. 석탑은 불교 미술을 대표하는 것으로 부처님의 사리를 모신 돌무덤이라고 한다.

 

사찰의 전각은 ‘부처님이 모셔진 곳’, ‘보살이 모셔진 곳’,

‘깨달음을 얻은 스님을 모신 곳’, ‘토속신앙의 신을 모신 곳’으로 나뉜다.

 

절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곳은 부처님을 모신 대웅전이다. 대웅전 석가모니불의 손짓은 항마촉지인으로 이는 석가모니불이 마왕에게 항복을 받고 깨달음을 얻었음을 의미한다. 석가모니불 고유 손짓인 항마촉지인은 경주 토함산 석굴암 부처님으로부터 시작한다고 한다. 석굴암은 부처님을 중심으로 열 명의 제자들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80~83페이지). 이어서 보현보살과 문수보살, 사천왕, 금강역사, 팔부중까지 각각의 특징과 생김새를 자세히 설명한다. 석굴암의 구조를 보면서 무지개다리를 지나 대웅전까지 이르는 사찰의 구조와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라인들은 석굴암을 하나의 사찰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 짐작해본다.

 

팔상전에서 팔상이란 ‘부처님 일생에서 일어난 8가지 사건’을 의미한다. 부처님의 일생을 8폭에 담은 탱화를 팔상탱이라 하는데, 탱화에는 부처님의 탄생부터 열반까지의 전 생애가 그려져 있다(143~179페이지). 조선 시대 팔상탱은 순천 송광사, 하동 쌍계사에서 전형을 이루고, 양산 통도사에서 절정을 이루었다고 한다. 지배층을 제외하고 글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던 시대에 탱화는 불교를 세상에 알리는 방법 중 하나였을 것이다. 글을 모르는 이들도 탱화 속 부처님의 일생을 보면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깨달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어서 부처님의 법을 뜻하는 빛이란 뜻의 비로자나불이 사는 집 ‘대광명전’, 극락정토의 주인 아미타불이 모셔진 ‘극락전’, 병을 고쳐주는 약사불이 모셔진 ‘약사전’까지 ‘부처’가 사는 집을 소개한다. 시대와 지역에 따라 약간의 차이를 나타내기는 하지만 사찰의 구조와 불상의 모습, 탱화 속 인물들의 기본적인 특징은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러 사찰의 불교미술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아보는 것도 사찰을 더 깊이 이해하는 방법 중 하나라 생각한다.

 

사찰에서 보살이 모셔진 대표적인 곳은 ‘지장전’과 ‘관음전’이다. 사후 세계를 관장하는 왕들이 모셔진 ‘명부전’에는 염라대왕을 포함해서 열 명의 왕들이 모셔졌다. 명부전의 주존은 지장보살로 명부전을 ‘지장전’이라고도 부른다. ‘관음전’은 현실의 고통을 없애주는 관세음보살이 모셔져 있다. 영험한 4대 관음 기도 도량은 ‘강화 보문사, 양양 낙산사, 남해 보리암, 여수 향일암(227페이지)’이다. 사람들은 아름다운 풍광을 바라보면서 자신들의 염원을 기원했을 것이다.

 

사찰에서는 깨달음을 얻은 고승들을 전각에 봉안하기도 한다. 아라한은 부처님 말씀을 직접 듣고 도달할 수 있는 마지막 결실인 아라한과를 얻은 스님을 뜻한다. 아라한을 모신 집을 ‘나한전 혹은 응진전’이라 한다. 대표적인 아라한은 부처님의 제자인 ‘가섭존자와 아난존자’가 있다. ‘조사’는 ‘으뜸되는 스승’이라는 의미다. ‘조사전 혹은 조사당’에는 절을 창건한 스님의 초상화나 인물 조각상이 봉안되어 있다. ‘통도사를 창건한 자장율사, 부석사를 창건한 의상대사’가 봉안된 곳이 대표적인 조사전이다. ‘진영당 혹은 진영각’은 절에서 머물렀던 고승들의 진영을 모셔놓은 곳이다. 여주 신륵사에는 ‘나옹화상, 나홍화상의 스승인 지공화상, 나옹화상의 제자인 무학대사’의 진영이 모셔져 있다. 순천 송광사는 나라에서 가장 높은 스님들인 국사를 모신 곳으로 보조국사 지눌의 진영이 모셔져 있다고 한다.

 

사찰의 가장 안쪽에는 토속신앙의 신들을 위한 전각이 있다. 절의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 산에 사는 신이 모셔진 산신각이 나온다. 석가모니불로부터 장차 부처가 되리라는 수기를 받은 나반존자를 모신 ‘독성전’도 산신각처럼 절의 가장 높은 곳에 세워져 있다. 독성전의 ‘독성은 홀로 수행하는 성인을 뜻한다. 산신과 같은 존재는 칠성신(북극성과 북두칠성)으로 불교 이전에 사람들이 믿었던 신이다. 칠성신을 불교화한 것이 칠성여래이고, 이를 모신 전각을 ‘칠성각’이라 부른다. 산신, 독성, 칠성을 함께 모신 곳은 ‘삼성각’이다. 산신각과 칠성각은 많이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독성전과 나반존자에 대해서는 새롭게 알았다. 부처님을 모신 절에 토속신앙의 신을 모신 전각이 있다는 것도 신기했지만, 그곳에 인도 스님 나반존자가 함께 모셔졌다는 것이 더 신기했다.

 

『아름다운 우리 절을 걷다』는 무지개다리를 건너 세 개의 문을 지나면 ‘부처가 사는 집’, ‘보살이 사는 집’, ‘아라한 혹은 고승이 사는 집’, ‘토속 신앙을 대표하는 신들이 사는 집’에 대해 적고 있다. 마지막 장에서는 스님들의 사리가 모셔진 ‘부도’에 대해서 설명한다. 『아름다운 우리 절을 걷다』의 내용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불교 탱화를 펜화로 그려 각각의 인물의 이름과 의미를 설명한 부분이다. 탱화를 보고 있으면 너무 많은 인물이 등장하고 다 비슷해 보여 누가 누구인지 알 수 없었는데 탱화와 펜화를 함께 보면서 더 자세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책의 뒷부분 <부록 3: 불보살의 손짓과 자세>에 부처와 보살의 손 모양과 자세가 갖는 의미에 대한 설명도 함께 적혀 있다. 사찰을 대표하는 ‘종’에 대한 설명이 빠진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절의 완전한 구조를 살펴볼 수 있어 좋았다. 『아름다운 우리 절을 걷다』를 함께 역사를 공부했던 선생님들께 추천하고 싶다. 사찰을 찾아갈 때 이 책을 미리 읽고 가거나 배낭에 넣어 가지고 다니면서 꺼내본다면 ‘아름다운 우리 절’의 매력을 더 깊이 있게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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