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우리 절을 걷다 - 누구나 찾지만 잘 알지 못하는 사찰을 구석구석 즐기는 방법
탁현규 지음 / 지식서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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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찾지만 잘 알지 못하는 사찰을 구석구석 즐기는 방법’(책 표지)

 

마음이 허전하고 불안해서, 역사 동아리 멤버들과 함께 역사 탐방을 하기 위해서, 지인들과 만나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 홀로 조용한 고독을 즐기기 위해서, 아무런 이유 없이 즉흥적으로’, 등등의 이유로 절을 찾는다. 절을 자주 다녔지만 절 안에 건축물과 유물들의 의미를 다 알지는 못한다. 아주 얕게 조금의 지식을 갖고 있을 뿐 깊이 있는 이해로 넘어가지 못했다. 절에서 보이는 전각과 불상, 탱화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항상 궁금했다.

 

간송미술관 연구원으로 일했던 탁현규는 우리 미술이야말로 지식이 아닌 몸과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예술품임을 깨달았다고 한다. 필자는 어려운 미술을 알기 쉽게 풀어 주고 그 속에 숨은 뜻까지 읽어 주는 친절한 해설사가 되고자 했다. 아름다운 우리 절을 걷다는 불교 미술을 대표하는 불상, 건축물, 탱화, 석탑 등에 대해 친절하게 알려주는 책이다. 어려울 수 있는 불교미술에 대한 내용을 사찰의 입구부터 가장 깊은 곳까지 탐방하는 느낌으로 하나씩 설명한다.

 

궁궐과 왕릉을 들어갈 때 건너는 다리는 금천교다. 금천교를 지나 궁궐과 왕릉으로 들어서면 엄숙하고 신성한 곳으로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과 깨달음의 세계를 연결해 주는 다리, 무지개다리를 건너면 세 개의 문이 나온다. 일주문은 절이 시작되는 곳에 세워진 문으로 세속을 떠나 부처님의 세계로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 안으로 삿된 기운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 금강역사가 자리한 금강문, 동서남북 네 하늘을 지키는 네 명의 천왕상이 자리한 천왕문까지 세 문을 지나 절 경내로 들어간다. 금강문을 지키는 금강역사와 천왕문을 지키는 사천왕상의 모습과 의미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어 마치 직접 보면서 설명을 듣는 느낌이 들었다.

 

세 개의 문을 지나면 가 나온다. 1층은 나무기둥으로 되어 있고, 2층은 사람들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되었다. 루는 다락집이라고도 부른다. ‘를 지나 절 마당으로 들어서면 석등이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석등은 후백제 때 견훤이 세운 화엄사 석등이라고 한다. 6m가 넘는 석등의 크기를 눈앞에서 직접 본다면 그 크기에 압도될 것 같다. 석등과 같이 돌로 만들어진 것으로 석탑이 자리하고 있다. 석탑은 불교 미술을 대표하는 것으로 부처님의 사리를 모신 돌무덤이라고 한다.

 

사찰의 전각은 부처님이 모셔진 곳’, ‘보살이 모셔진 곳’,

깨달음을 얻은 스님을 모신 곳’, ‘토속신앙의 신을 모신 곳으로 나뉜다.

 

절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곳은 부처님을 모신 대웅전이다. 대웅전 석가모니불의 손짓은 항마촉지인으로 이는 석가모니불이 마왕에게 항복을 받고 깨달음을 얻었음을 의미한다. 석가모니불 고유 손짓인 항마촉지인은 경주 토함산 석굴암 부처님으로부터 시작한다고 한다. 석굴암은 부처님을 중심으로 열 명의 제자들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80~83페이지). 이어서 보현보살과 문수보살, 사천왕, 금강역사, 팔부중까지 각각의 특징과 생김새를 자세히 설명한다. 석굴암의 구조를 보면서 무지개다리를 지나 대웅전까지 이르는 사찰의 구조와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라인들은 석굴암을 하나의 사찰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 짐작해본다.

 

팔상전에서 팔상이란 부처님 일생에서 일어난 8가지 사건을 의미한다. 부처님의 일생을 8폭에 담은 탱화를 팔상탱이라 하는데, 탱화에는 부처님의 탄생부터 열반까지의 전 생애가 그려져 있다(143~179페이지). 조선 시대 팔상탱은 순천 송광사, 하동 쌍계사에서 전형을 이루고, 양산 통도사에서 절정을 이루었다고 한다. 지배층을 제외하고 글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던 시대에 탱화는 불교를 세상에 알리는 방법 중 하나였을 것이다. 글을 모르는 이들도 탱화 속 부처님의 일생을 보면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깨달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어서 부처님의 법을 뜻하는 빛이란 뜻의 비로자나불이 사는 집 대광명전’, 극락정토의 주인 아미타불이 모셔진 극락전’, 병을 고쳐주는 약사불이 모셔진 약사전까지 부처가 사는 집을 소개한다. 시대와 지역에 따라 약간의 차이를 나타내기는 하지만 사찰의 구조와 불상의 모습, 탱화 속 인물들의 기본적인 특징은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러 사찰의 불교미술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아보는 것도 사찰을 더 깊이 이해하는 방법 중 하나라 생각한다.

 

사찰에서 보살이 모셔진 대표적인 곳은 지장전관음전이다. 사후 세계를 관장하는 왕들이 모셔진 명부전에는 염라대왕을 포함해서 열 명의 왕들이 모셔졌다. 명부전의 주존은 지장보살로 명부전을 지장전이라고도 부른다. ‘관음전은 현실의 고통을 없애주는 관세음보살이 모셔져 있다. 영험한 4대 관음 기도 도량은 강화 보문사, 양양 낙산사, 남해 보리암, 여수 향일암(227페이지)’이다. 사람들은 아름다운 풍광을 바라보면서 자신들의 염원을 기원했을 것이다.

 

사찰에서는 깨달음을 얻은 고승들을 전각에 봉안하기도 한다. 아라한은 부처님 말씀을 직접 듣고 도달할 수 있는 마지막 결실인 아라한과를 얻은 스님을 뜻한다. 아라한을 모신 집을 나한전 혹은 응진전이라 한다. 대표적인 아라한은 부처님의 제자인 가섭존자와 아난존자가 있다. ‘조사으뜸되는 스승이라는 의미다. ‘조사전 혹은 조사당에는 절을 창건한 스님의 초상화나 인물 조각상이 봉안되어 있다. ‘통도사를 창건한 자장율사, 부석사를 창건한 의상대사가 봉안된 곳이 대표적인 조사전이다. ‘진영당 혹은 진영각은 절에서 머물렀던 고승들의 진영을 모셔놓은 곳이다. 여주 신륵사에는 나옹화상, 나홍화상의 스승인 지공화상, 나옹화상의 제자인 무학대사의 진영이 모셔져 있다. 순천 송광사는 나라에서 가장 높은 스님들인 국사를 모신 곳으로 보조국사 지눌의 진영이 모셔져 있다고 한다.

 

사찰의 가장 안쪽에는 토속신앙의 신들을 위한 전각이 있다. 절의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 산에 사는 신이 모셔진 산신각이 나온다. 석가모니불로부터 장차 부처가 되리라는 수기를 받은 나반존자를 모신 독성전도 산신각처럼 절의 가장 높은 곳에 세워져 있다. 독성전의 독성은 홀로 수행하는 성인을 뜻한다. 산신과 같은 존재는 칠성신(북극성과 북두칠성)으로 불교 이전에 사람들이 믿었던 신이다. 칠성신을 불교화한 것이 칠성여래이고, 이를 모신 전각을 칠성각이라 부른다. 산신, 독성, 칠성을 함께 모신 곳은 삼성각이다. 산신각과 칠성각은 많이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독성전과 나반존자에 대해서는 새롭게 알았다. 부처님을 모신 절에 토속신앙의 신을 모신 전각이 있다는 것도 신기했지만, 그곳에 인도 스님 나반존자가 함께 모셔졌다는 것이 더 신기했다.

 

아름다운 우리 절을 걷다는 무지개다리를 건너 세 개의 문을 지나면 부처가 사는 집’, ‘보살이 사는 집’, ‘아라한 혹은 고승이 사는 집’, ‘토속 신앙을 대표하는 신들이 사는 집에 대해 적고 있다. 마지막 장에서는 스님들의 사리가 모셔진 부도에 대해서 설명한다. 아름다운 우리 절을 걷다의 내용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불교 탱화를 펜화로 그려 각각의 인물의 이름과 의미를 설명한 부분이다. 탱화를 보고 있으면 너무 많은 인물이 등장하고 다 비슷해 보여 누가 누구인지 알 수 없었는데 탱화와 펜화를 함께 보면서 더 자세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책의 뒷부분 <부록 3: 불보살의 손짓과 자세>에 부처와 보살의 손 모양과 자세가 갖는 의미에 대한 설명도 함께 적혀 있다. 사찰을 대표하는 에 대한 설명이 빠진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절의 완전한 구조를 살펴볼 수 있어 좋았다. 아름다운 우리 절을 걷다를 함께 역사를 공부했던 선생님들께 추천하고 싶다. 사찰을 찾아갈 때 이 책을 미리 읽고 가거나 배낭에 넣어 가지고 다니면서 꺼내본다면 아름다운 우리 절의 매력을 더 깊이 있게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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