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빗방울의 이름을 알았다
데니스 존슨 외 지음, 파리 리뷰 엮음, 이주혜 옮김 / 다른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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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세상에서 가장 강한 문학잡지’(7페이지, <타임>)

<파리 리뷰>는 출판 산업과 문학 교류의 중심지였던 파리에서 1953년에 창간된 영문학 계간지다. 작가의 경력, 출신국, 성별, 장르에 제한을 두지 않고, 좋은 작가들의 작품을 찾아낸다. 모든 빗방울의 이름을 알았다<파리 리뷰>에서 엮은 책이다. 열다섯 명의 작가가 <파리 리뷰>에 실렸던 단편소설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선택해 그 소설이 탁월한 이유를 서술해 한 권의 책으로 완성한다.

 

<히치하이킹 도중 자동차 사고>, 데니스 존슨

폭우가 쏟아지던 날, 한 남자가 고속도로에 서 있다. 가족을 태우고 지나가던 운전자가 남자를 차에 태워준다. 잠시 후 차는 달려오던 차를 들이받고, 상대편 남자가 심하게 다쳐 병원에 실려 가지만 결국 사망한다. 몇 년이 지난 후 중독 치료센터에 들어간 남자는 현실과 환상 속에서 비가 내리는 환영을 본다. <히치하이킹 도중 자동차 사고>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남자에게 실제로 일어난 사고를 적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지막 부분에서 중독센터에 갇힌 남자가 물이 흘러내리는 소리와 사람들의 소리가 들린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읽으면서 어쩌면 처음 약에 취하고 사고가 났다는 것도 남자가 환영을 본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 혼란스러웠다. ‘그들에게 거짓말하는 것이 나의 성향(24페이지)’이라고 자신의 성향에 대한 남자의 평가를 읽을 때 이건 남자가 본 환영이라는 생각을 더 강하게 하게 됐다. <히치하이킹 도중 자동차 사고>의 비평을 적은 작가 제프리 유제니디스속죄의 증언(29페이지)’이라고 적고 있다. 사고 현장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을 돕지 않았던 남자가 그로 인한 죄책감으로 환각에 빠진 이야기일까? 유제니디스는 시간과 어조의 기록을 하나로 합함으로써 어느 비 오는 밤에 일어난 한 사건 혹은 사고를 통해 개인적인 것과 영원한 것이 부딪치는 하나의 서사를 전달(30페이지)’한다고 평한다. 이야기 속 남자에게 일어난 사고가 환각인지 아닌지는 솔직히 지금도 헷갈리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남자는 삶에 대한 의욕이 희미하다는 것이다. 남자는 왜 살아갈 의지를 잃었을까?

 

< 어렴풋한 시간 >, 조이 윌리엄스

자동차 냉각수를 마시고 죽은 남자가 있다. 한 아이의 아버지이지만 아이를 안아주지 않고 사랑하지 않았던 남자의 죽음 후 아이는 엄마와 단 둘이 오두막에서 살아간다. 아이를 사랑했던 엄마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다. 검시관은 엄마의 죽음을 사고사로 발표하고, 맬 베스터는 혼자 남겨진다. 사랑을 주는 존재가 사라지고 사랑의 결핍에 상처받은 맬은 외로움을 견디면서 살아간다. 맬이 배수로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늙은 여인을 구해주지만 그 여인은 다음 날 죽은 채로 발견된다. 검시관은 늙은 여인의 죽음을 머리에 외상을 입은 흔적은 없다. 중추신경계는 검사하지 않는다.(55페이지)’라는 두 문장으로 정리한다. 맬의 아빠와 엄마의 죽음도 검시관은 몇 문장으로 정리해 결론을 지었다. 죽음이라는 것은 생명이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은 살아 있는 이에게는 세상의 끝과 같은 절망이지만 서류상의 죽음은 한 페이지도 되지 못한 몇 문장으로 정리된다.

 

늙은 여인을 구해준 것을 보상한다는 명분으로 시장은 맬을 미국으로 떠나는 비행기에 태운다. ‘완벽히 두려움에 빠져 힘없이 가라앉은 채로 온순하게 경사로를 따라 하늘로 올라갔다(58페이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맬은 두려움에 빠져 고향을 떠나 낯선 미국으로 떠난다.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어 공항터미널에서 생활하던 중 신고를 받은 경찰이 맬에게 일행은 어디 있는지 묻는다. 대답할 수 없어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한 여자가 나타나 일행이라 말하고 맬은 여자를 따라간다. 엄마를 잃고 홀로 된 맬에게 여자는 유일한 가족이 되었다. 어느 날 큰 차들이 들어오고 판자집이 무너진다. 안전하게 지켜주던 판자집이 사라진 순간, 맬은 누구도 안전하지 않았다(86페이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해변을 달리고 또 달린다. 호주에서 엄마와 함께 할 때 맬은 외롭지 않고 안전했다. 엄마가 사라진 순간 맬은 세상에 홀로 남겨져 지독한 외로움과 사람들의 외면 속에서 안전하지 않았다. 갑자기 떠나게 된 미국에서 맬은 여자와 함께 하는 동안 외롭지 않았다. 맬의 안전한 생활은 판자집이 무너지는 순간 위기에 처한다. ‘해변은 끝이 없었고 맬은 달리고 또 달렸다(86페이지)’, 끝이 없는 해변의 어디쯤에서 맬은 안전할 수 있을까?

 

< 춤추지 않을래 >, 레이먼드 카버

남자는 가구를 마당에 내놓았다. 지나가던 남자애와 여자애는 남자에게 마당에 내놓은 물건을 사고 싶다고 말한다. 이야기를 하던 이들은 남자의 집으로 들어가 함께 술을 마시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몇 주일 후 여자애는 친구들에게 마당에 물건을 내놓았던 남자와 있었던 일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얼마 후 여자애는 더는 말하지 않았다. ‘뭔가 있었지만, 그 모든 것을 다 말로 할 수는 없었다(102페이지)’, 남자애와 여자애는 그 날 남자의 무엇을 보았을까? 남자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여자애의 침묵은 그날 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궁금증을 유발하고, 그 상황을 상상하게 한다.

 

모든 빗방울의 이름을 알았다가제본에 실린 세 편의 이야기는 밝지 않다. 어둡고 무거운 이야기를 짧은 단편 소설 속에 응축해서 담아 독자에게 전달한다. 무거운 이야기를 읽는 동안 나의 공감의 부재를 느꼈다. 어둡고 슬픈 이야기인데 마음이 전혀 울컥하지 않고 너무나 담담하게 책을 읽었다. < 히치하이킹 도중 자동차 사고 >에서 교통사고로 사람이 다치고 사망한다. 사고에서 살아남은 남자는 시간이 지나 중독센터에 갇혀 환청을 듣고 있다. < 어렴풋한 시간 >에서는 자동차 냉각수를 잘못 마신 아빠의 죽음과 해변에서 사고로 죽은 엄마,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음에도 담담하게 책을 읽었다. 마치 < 히치하이킹 도중 자동차 사고 >의 검시관이 죽음에 대해 몇 문장으로 보고서를 작성하듯 그 모든 죽음을 멀찍이서 떨어져 보고 있었다. < 춤추지 않을래 >는 남자의 밝지 않은 분위기를 통해 좋지 않은 일이 남자에게 일어났다는 것을 짐작하게 된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궁금했지만, 남자의 가라앉은 감정까지는 공감이 되지 않았다. 나의 공감능력에 이상이 생긴 걸까? 아니면 세 작품의 작가들이 이렇게 읽히게 쓴 것일까? 작가의 의도인지 혹은 나의 공감능력의 부재로 인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 작품 모두 몰입해서 읽게 된다. 짧지만 강한 세 편의 소설은 작품 속 이야기와 뒤에 어떤 이야기가 이어질까에 대해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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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 절을 걷다 - 누구나 찾지만 잘 알지 못하는 사찰을 구석구석 즐기는 방법
탁현규 지음 / 지식서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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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찾지만 잘 알지 못하는 사찰을 구석구석 즐기는 방법’(책 표지)

 

마음이 허전하고 불안해서, 역사 동아리 멤버들과 함께 역사 탐방을 하기 위해서, 지인들과 만나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 홀로 조용한 고독을 즐기기 위해서, 아무런 이유 없이 즉흥적으로’, 등등의 이유로 절을 찾는다. 절을 자주 다녔지만 절 안에 건축물과 유물들의 의미를 다 알지는 못한다. 아주 얕게 조금의 지식을 갖고 있을 뿐 깊이 있는 이해로 넘어가지 못했다. 절에서 보이는 전각과 불상, 탱화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항상 궁금했다.

 

간송미술관 연구원으로 일했던 탁현규는 우리 미술이야말로 지식이 아닌 몸과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예술품임을 깨달았다고 한다. 필자는 어려운 미술을 알기 쉽게 풀어 주고 그 속에 숨은 뜻까지 읽어 주는 친절한 해설사가 되고자 했다. 아름다운 우리 절을 걷다는 불교 미술을 대표하는 불상, 건축물, 탱화, 석탑 등에 대해 친절하게 알려주는 책이다. 어려울 수 있는 불교미술에 대한 내용을 사찰의 입구부터 가장 깊은 곳까지 탐방하는 느낌으로 하나씩 설명한다.

 

궁궐과 왕릉을 들어갈 때 건너는 다리는 금천교다. 금천교를 지나 궁궐과 왕릉으로 들어서면 엄숙하고 신성한 곳으로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과 깨달음의 세계를 연결해 주는 다리, 무지개다리를 건너면 세 개의 문이 나온다. 일주문은 절이 시작되는 곳에 세워진 문으로 세속을 떠나 부처님의 세계로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 안으로 삿된 기운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 금강역사가 자리한 금강문, 동서남북 네 하늘을 지키는 네 명의 천왕상이 자리한 천왕문까지 세 문을 지나 절 경내로 들어간다. 금강문을 지키는 금강역사와 천왕문을 지키는 사천왕상의 모습과 의미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어 마치 직접 보면서 설명을 듣는 느낌이 들었다.

 

세 개의 문을 지나면 가 나온다. 1층은 나무기둥으로 되어 있고, 2층은 사람들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되었다. 루는 다락집이라고도 부른다. ‘를 지나 절 마당으로 들어서면 석등이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석등은 후백제 때 견훤이 세운 화엄사 석등이라고 한다. 6m가 넘는 석등의 크기를 눈앞에서 직접 본다면 그 크기에 압도될 것 같다. 석등과 같이 돌로 만들어진 것으로 석탑이 자리하고 있다. 석탑은 불교 미술을 대표하는 것으로 부처님의 사리를 모신 돌무덤이라고 한다.

 

사찰의 전각은 부처님이 모셔진 곳’, ‘보살이 모셔진 곳’,

깨달음을 얻은 스님을 모신 곳’, ‘토속신앙의 신을 모신 곳으로 나뉜다.

 

절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곳은 부처님을 모신 대웅전이다. 대웅전 석가모니불의 손짓은 항마촉지인으로 이는 석가모니불이 마왕에게 항복을 받고 깨달음을 얻었음을 의미한다. 석가모니불 고유 손짓인 항마촉지인은 경주 토함산 석굴암 부처님으로부터 시작한다고 한다. 석굴암은 부처님을 중심으로 열 명의 제자들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80~83페이지). 이어서 보현보살과 문수보살, 사천왕, 금강역사, 팔부중까지 각각의 특징과 생김새를 자세히 설명한다. 석굴암의 구조를 보면서 무지개다리를 지나 대웅전까지 이르는 사찰의 구조와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라인들은 석굴암을 하나의 사찰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 짐작해본다.

 

팔상전에서 팔상이란 부처님 일생에서 일어난 8가지 사건을 의미한다. 부처님의 일생을 8폭에 담은 탱화를 팔상탱이라 하는데, 탱화에는 부처님의 탄생부터 열반까지의 전 생애가 그려져 있다(143~179페이지). 조선 시대 팔상탱은 순천 송광사, 하동 쌍계사에서 전형을 이루고, 양산 통도사에서 절정을 이루었다고 한다. 지배층을 제외하고 글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던 시대에 탱화는 불교를 세상에 알리는 방법 중 하나였을 것이다. 글을 모르는 이들도 탱화 속 부처님의 일생을 보면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깨달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어서 부처님의 법을 뜻하는 빛이란 뜻의 비로자나불이 사는 집 대광명전’, 극락정토의 주인 아미타불이 모셔진 극락전’, 병을 고쳐주는 약사불이 모셔진 약사전까지 부처가 사는 집을 소개한다. 시대와 지역에 따라 약간의 차이를 나타내기는 하지만 사찰의 구조와 불상의 모습, 탱화 속 인물들의 기본적인 특징은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러 사찰의 불교미술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아보는 것도 사찰을 더 깊이 이해하는 방법 중 하나라 생각한다.

 

사찰에서 보살이 모셔진 대표적인 곳은 지장전관음전이다. 사후 세계를 관장하는 왕들이 모셔진 명부전에는 염라대왕을 포함해서 열 명의 왕들이 모셔졌다. 명부전의 주존은 지장보살로 명부전을 지장전이라고도 부른다. ‘관음전은 현실의 고통을 없애주는 관세음보살이 모셔져 있다. 영험한 4대 관음 기도 도량은 강화 보문사, 양양 낙산사, 남해 보리암, 여수 향일암(227페이지)’이다. 사람들은 아름다운 풍광을 바라보면서 자신들의 염원을 기원했을 것이다.

 

사찰에서는 깨달음을 얻은 고승들을 전각에 봉안하기도 한다. 아라한은 부처님 말씀을 직접 듣고 도달할 수 있는 마지막 결실인 아라한과를 얻은 스님을 뜻한다. 아라한을 모신 집을 나한전 혹은 응진전이라 한다. 대표적인 아라한은 부처님의 제자인 가섭존자와 아난존자가 있다. ‘조사으뜸되는 스승이라는 의미다. ‘조사전 혹은 조사당에는 절을 창건한 스님의 초상화나 인물 조각상이 봉안되어 있다. ‘통도사를 창건한 자장율사, 부석사를 창건한 의상대사가 봉안된 곳이 대표적인 조사전이다. ‘진영당 혹은 진영각은 절에서 머물렀던 고승들의 진영을 모셔놓은 곳이다. 여주 신륵사에는 나옹화상, 나홍화상의 스승인 지공화상, 나옹화상의 제자인 무학대사의 진영이 모셔져 있다. 순천 송광사는 나라에서 가장 높은 스님들인 국사를 모신 곳으로 보조국사 지눌의 진영이 모셔져 있다고 한다.

 

사찰의 가장 안쪽에는 토속신앙의 신들을 위한 전각이 있다. 절의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 산에 사는 신이 모셔진 산신각이 나온다. 석가모니불로부터 장차 부처가 되리라는 수기를 받은 나반존자를 모신 독성전도 산신각처럼 절의 가장 높은 곳에 세워져 있다. 독성전의 독성은 홀로 수행하는 성인을 뜻한다. 산신과 같은 존재는 칠성신(북극성과 북두칠성)으로 불교 이전에 사람들이 믿었던 신이다. 칠성신을 불교화한 것이 칠성여래이고, 이를 모신 전각을 칠성각이라 부른다. 산신, 독성, 칠성을 함께 모신 곳은 삼성각이다. 산신각과 칠성각은 많이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독성전과 나반존자에 대해서는 새롭게 알았다. 부처님을 모신 절에 토속신앙의 신을 모신 전각이 있다는 것도 신기했지만, 그곳에 인도 스님 나반존자가 함께 모셔졌다는 것이 더 신기했다.

 

아름다운 우리 절을 걷다는 무지개다리를 건너 세 개의 문을 지나면 부처가 사는 집’, ‘보살이 사는 집’, ‘아라한 혹은 고승이 사는 집’, ‘토속 신앙을 대표하는 신들이 사는 집에 대해 적고 있다. 마지막 장에서는 스님들의 사리가 모셔진 부도에 대해서 설명한다. 아름다운 우리 절을 걷다의 내용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불교 탱화를 펜화로 그려 각각의 인물의 이름과 의미를 설명한 부분이다. 탱화를 보고 있으면 너무 많은 인물이 등장하고 다 비슷해 보여 누가 누구인지 알 수 없었는데 탱화와 펜화를 함께 보면서 더 자세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책의 뒷부분 <부록 3: 불보살의 손짓과 자세>에 부처와 보살의 손 모양과 자세가 갖는 의미에 대한 설명도 함께 적혀 있다. 사찰을 대표하는 에 대한 설명이 빠진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절의 완전한 구조를 살펴볼 수 있어 좋았다. 아름다운 우리 절을 걷다를 함께 역사를 공부했던 선생님들께 추천하고 싶다. 사찰을 찾아갈 때 이 책을 미리 읽고 가거나 배낭에 넣어 가지고 다니면서 꺼내본다면 아름다운 우리 절의 매력을 더 깊이 있게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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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이후의 세계 A.C.10 - 코로나 쇼크와 인류의 미래과제
JTBC 팩추얼 <A.C.10> 제작진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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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빼놓지 않고 확인하는 것이 있다. 확진자 수와 확진자가 발생한 지역은 어디인지 매일 확인한다. 일상이라 말하기 싫지만 이제는 이것이 나의 일상이 되어버렸다. 언제까지 이 일상이 계속될까 예측할 수 없어 더 괴롭다. 내 생애 이렇게 전 세계인 모두를 공포에 떨게 하고 괴롭혔던 바이러스는 처음이다. 그렇기에 더 고통스럽고 미칠 것 같다. 사람을 만나는 것이 조심스러워 사람들과의 직접적인 만남을 통한 관계맺음은 더 이상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었던 만남은 온라인을 통해 화면 속 얼굴로 서로를 바라본다. 얼굴을 보고는 있지만 서로의 체온과 감정을 가깝게 느낄 수 없다.

 

팬데믹이 멈춘다면, 우리는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22페이지)

JTBC 팩추얼 <A.C.10> 제작진은 TV 다큐멘터리 <A.C.10>의 내용을 모아 팬데믹 이후의 세계 A.C.10를 완성했다. 세계 석학 18인이 진단한 코로나 쇼크 이후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를 예측한 내용을 정리했다. JTBC 다큐 3부작 <A.C.10>은 팬데믹 이후의 빅 뉴노멀 시대에 인류가 당면하게 될 미래과제 세 가지를 정리한다. ‘백신과 바이오 패권 전쟁’, ‘AI 사회와 이에 따른 노동시장의 변화’, ‘빅브라더 딜레마와 정부의 역할에 대한 세계 지성인들의 미래 예측과 생각을 듣고 정리했다. TV에 방송되지 않은 인터뷰 전문을 수록해 다큐멘터리에 대한 이해를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돕는다. 팬데믹 이후 인류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까? 이 질문에 세계 석학들이 답을 한다.

 

< 1부 백신의 욕망>

‘2020311일 세계보건기구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팬데믹을 선언했다.’(41페이지)

2019년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한다. 다른 바이러스처럼 몇 달이 지나고 나면 괜찮아 질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팬데믹, 세계적 대유행이 선언된다. 지금까지 한 번도 겪지 못한 바이러스의 세계적 대유행은 전 세계 사람들과 각국 정부를 공포와 혼란에 빠트렸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에 퍼질 당시 미국과 유럽에 감염자와 사망자가 급증했다. 유럽 각국 정부는 심각성을 너무 늦게 깨달았고, 자신들의 나라의 보건 시스템의 열악함 앞에서 당황한다. 그렇게 코로나로 인해 시스템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코로나 19는 선진국에 큰 경제적 타격을 주었고, 신진국의 경제위기는 세계의 경제위기로 이어졌다. 장하준 교수는 ‘1929년에 일어난 대공황 이후 최대의 경제위기(49페이지)’라고 말한다. 코로나로 국가와 도시가 봉쇄되고, 물류와 교류가 끊기면서 각 나라는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게 된다. 경제 위기로 인해 물가가 상승하고 이어서 식량의 가격도 상승하면서 식량 위기 문제가 발생한다.

 

코로나가 계속되면서 백신이 빠르게 만들어지고, 접종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백신이 빠른 시간에 만들어졌지만 전 세계 모든 나라에 충분한 백신이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 백신 공급의 불균형으로 백신 접종률이 집단 면역이 가능한 수치까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더 큰 문제는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 발생하는 것이다. 백신 공급이 늦어지면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 발생해 팬데믹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경고한다. 방역이 실패한 나라에서 발생한 변이 바이러스를 코로나 백신이 막을 수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에 가장 취약한 곳에 백신 접종이 이루어져야 전염을 차단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일부 부유한 국가들이 백신을 독점하는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더 늦기 전에 전 세계에 백신 접종이 이루어지는 것이 모두가 안전해지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이라 말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가 완전히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 말하면서 독감처럼 코로나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백신접종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가장 빠르고 안전한 것이 백신접종이라 생각한다.

 

< 2부 노동의 재구성 >

팬데믹 이후 디지털 기술이 빠르게 발달하면서 로봇기술이 급격히 발달했다. 팬데믹 이전 대부분의 로봇은 제조업 분야에서 활동했다. 팬데믹으로 사람을 직접 대면하는 것이 조심스러워지면서 서비스 로봇과 물류 로봇의 수요가 증가했다. 유명 여배우가 하는 광고 속 로봇은 호텔 직원으로 채용되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로봇은 의사, 교사, 변호사, 기자의 영역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산업용 로봇 부문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거의 1~2등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한재권 박사는 미래에는 플랫폼과 가상현실, 인공지능이 결합해 더 강력한 정보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비대면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TV 속 광고에 등장하는 사물인터넷을 통해서도 이미 우리 생활 속 깊이 인공지능이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미래 사회는 플랫폼을 소유하고 잘 이용하는 사람이 상위계급을 차지하게 된다고 한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적응하기 위해서 유기윤 교수는 플랫폼에 적응하고 더 나아가 개인 스스로 플랫폼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컴퓨터 시스템의 소프트웨어가 실행되는 환경을 플랫폼이라 한다. 구글, 아마존, 애플 등의 글로벌 기업은 플랫폼을 통해 더 많은 부를 축적하고 있다. 유기윤 교수가 제시한 4개의 계급, ‘플랫폼 소유주, 플랫폼 스타, 프레카리아트(일반 시민), 인공지능중 플랫폼 소유주는 이러한 글로벌 기업들을 가리킨다. 플랫폼 소유주가 소유한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노동이 플랫폼 노동이다. 우리가 많이 사용하고 있는 배달대행업이 대표적인 플랫폼 노동이다. 플랫폼 종사자들이 증가하면서 저임금과 불안정한 고용 등에 대한 문제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플랫폼 종사자들은 경제적 약자로 전락해 위험으로부터 보호 받지 못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경제적·사회적 불평등이 더 빠르게 커지고 있다. 한재권 박사는 기술이 발전할수록 기술의 혜택을 받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로 나뉘면서 비극이 발생한다고 경고한다. 이를 막기 위해 기술에서의 민주화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기술을 소수의 사람들이 독점하지 않고 많은 사람에게 기술 혜택을 돌려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의 발달로 기술과 정보를 빠르게 접하는 사람들은 부를 축적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더 가난해진다. 전문가들은 모든 사람이 기본권을 보장받는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지 않으면 불평등이 심각해지면서 결국 사회적인 대립과 충돌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살아 갈 수 있는 최소한의 경제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기본소득 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 3부 국가의 이유 >

내가 이동하는 지역을 지날 때 그곳의 확진자 정보가 문자메시지로 발송된다. 차를 타고 가는 동안 오는 메시지를 보면서 농담처럼 나 지금 감시당하고 있나봐라 말했는데, 농담이 아닌 이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코로나 19로 인한 거리두기와 통제가 필요한 상황에서 우리는 이러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다. 불편하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통제와 감시가 코로나 이후에도 계속된다고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다. 코로나 이전에도 이미 내가 찍고 다니던 디지털 흔적은 기업들에 의해 수집되어 분석되고 있었다. 코로나가 발생하면서 나의 디지털 흔적이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에 의해서도 수집되어 분석된다.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수많은 미디어를 통해 코로나에 대한 소식이 들려온다. 사실을 보도한 내용들도 있지만, 어떤 것은 잘못된 내용을 조작해 가짜 뉴스가 퍼지기도 했다. 가짜 뉴스는 디지털 시스템을 통해 빠르고 넓게 퍼져 사람들은 잘못된 내용을 사실이라 생각하게 된다. 대표적인 미디어 기업들은 개인 정보를 수집하고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하지만 이러한 정보에 노출되면서 사람들의 판단능력이 흐려질 위험이 발생한다. 반복적인 노출로 잘못된 생각을 갖게 될 우려가 있다. 잘못된 정보와 차별을 조장하는 내용을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미디어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 정보사회에서 국가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정책을 만들고, 잘못된 내용을 퍼트리는 미디어를 제대로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팬데믹 이후의 세계 A.C.10을 통해 코로나 19가 끝나지 않은 지금의 상황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과 미래 예측을 읽었다. 우리의 일상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코로나에 대한 내용을 읽으면서 공감하고, 이해하고, 새로운 것을 알 수 있어 몰입해서 읽었다. 코로나의 종식은 모두가 바라는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팬데믹이 이번으로 끝이 날까에 대한 두려움도 함께 한다. 팬데믹 이후의 세계 A.C.10은 코로나 이후가 되었을 때 개인과 국가, 기업이 어떤 마음가짐과 자세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를 일깨워준다.

 

“B.C.(Before Corona)는 가고, A.C.(After Corona)가 시작된다.”(22페이지)

코로나 19 이전, 세계는 하나로 연결되었었다. 세계 어느 나라든 자유롭게 갈 수 있었고, 모든 물류와 사람들이 이동했다. 코로나 19가 빠르게 퍼져나가면서 각 나라들은 국경을 폐쇄하고 타국민의 출입을 막았다. 잠깐이면 끝날 것이라 생각했던 바이러스의 확산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조금씩 일상으로의 복귀를 희망하는 욕구가 거세지면서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는 곳이 생겨나고 있다. 국경을 폐쇄했던 나라들이 문을 열고 관광객을 다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위험한 상황은 계속되고 있지만 사람들은 코로나에 적응해가면서 조금씩 일상을 회복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세계는 다시 하나로 연결되겠지만, 코로나 19 이전과 같지는 않을 것이다. 코로나 이전 보다 오히려 우리는 온라인으로 더 긴밀하게 연결되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온라인상으로 비대면인 상태로 관계를 지속할 수는 없다. 조금씩 관계의 이어짐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 또다시 코로나 19와 같은 팬데믹 상황이 다시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모든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할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세계화로 팬데믹이 어느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 모두의 문제가 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모두 함께 팬데믹에 대비해야 한다.

 

인간답게, 함께 살아가는 것.’(279페이지)

지금의 팬데믹을 잘 이겨내고 앞으로 다가올 팬데믹을 대비해 우리는 모두가 인간답게,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함께 사는 것이 곧 내가 사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모든 문제들에 대한 해법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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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 (양장) 소설Y
천선란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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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식물들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문을 닫은 사료 공장은 땅 속 깊이 폐기물을 묻은 상태로 죽은 땅이 되었다. 공장이 철거된 후에도 땅은 살아나지 못했고, 사람들이 몰래 쓰레기를 버리는 땅으로 남았다. 어느 날 한 여자가 풀 한 포기도 자라지 않는 죽은 땅을 사서 화원을 하겠다고 나타난다. 한 달 넘게 땅에서 폐기물을 파고 또 파는 과정을 거친 후 사람들의 걱정과는 다르게 땅은 살아났다.

 

한 곳에 정착하지 않고 정처 없이 떠돌던 지모는 선연시에서 십칠 년 동안 살고 있다. 그 이유를 묻는 나인에게 너를 위해서라 답한다. 어느 날부터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손가락 끝에서 새싹이 돋아나면서 나인은 혼란스러워한다. 원인을 알 수 없어 걱정하던 나인 앞에 한 소년이 나타난다. 소년 해승택은 나인과 자신이 누브족이고 지구인이 아닌 진화한 식물이라 말한다. 화원의 흙이 파랗게 빛나는 이유는 나인이 그렇게 만든 것이라 말하면서 나인이 식물이기 때문에 식물들의 소리를 듣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나인은 지모에게서 자신이 생명의 씨앗으로부터 태어난 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나인은 지구인이 아닌 외계인이라는 비밀 앞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초거성 리겔 근처에 있던 지구만 한 행성, 그곳에 살았던 식물처럼 땅에서 자라는 종족 누브는 수명을 다한 행성을 떠나 그 일부가 지구에 도착했다. 지모와 나인은 누브인의 후손이다. 승택은 지모를 통해 누브 행성이 멸망하기 전 이주단계에서 대량 학살이 있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무사히 행성을 탈출한 두 대의 우주선도 식량이 부족해지면서 한 대의 우주선은 약탈당하고 식량을 빼앗겨 결국 지구에 도착한 우주선은 한 대 뿐이었다. 이러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누브 대표들은 누브의 역사를 기록한 책들을 없앴다. 지모는 누브 지도자들이 숨긴 추악한 진실을 나인이 모른 채 지구에서 나인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랬다. 나인의 힘을 이용하려는 누브인들로부터 나인을 보호하기 위해 지모는 나인의 곁을 떠난다.

 

사실을 알고 난 후 산으로 간 나인은 푸른빛으로 식물들에게 에너지를 나누어 주던 순간 또 다른 존재의 소리를 듣게 된다. 죽기 전 살아 있는 상태로 나무와 한 몸이 된 금옥이라는 존재가 나인에게 말을 걸어온다. 일제시대 때 총에 맞아 사망한 금옥은 살아 있는 순간 나무와 하나가 되어 영혼이 나무 안에 갇혔다. 자신의 말을 알아듣는 나인에게 어떤 존재냐 묻는 금옥에게 나인은 자신이 하늘에서 왔다고 말한다. 금옥은 사람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으면 됐다고,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고 대답한다. 나인은 금옥에게서 실종된 원우가 산에 묻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원우의 일을 알게 된 나인은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 앞에서 절망에 빠져 고민한다.

긁어 부스럼을 만든다’(213페이지)

외계인이라는 사실을 밝힐 수 없어 원우의 이야기를 외면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2년이 넘도록 아들을 찾기 위해 전단지를 붙이러 다니는 원우 아버지를 보면서 나인은 진실을 밝히기로 마음먹는다. 승택은 나인에게 엮이면 피곤해지니 모르는 척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인은 답답하게 사는 것보다 피곤하게 사는 쪽을 선택하겠다고 답한다. 승택은 죽은 원우의 일에 끼어드는 나인을 이해할 수 없었다. 가만히 있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데 굳이 끼어들어 긁어 부스럼을 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나인은 산의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된 후 원우에게 일어난 모든 일을 알게 되고, 원우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도현과 도현의 주변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나인을 말리던 승택도 나인을 도와 진실을 밝히기 위해 함께 한다. 나인이 파란 빛을 뿜는 순간을 목격한 미래와 현재에게 나인의 정체를 밝히고, 친구들도 나인의 말을 믿고 나인을 돕기 시작한다.

 

이건 아이인 적 없다는 듯이 구는 어른들이, 단 한 번도 동화를 믿어 본 적 없다고 착각하는 어른들이, 환상을 꿈꿔 본 적 없다고 믿는 우매한 어른들이 만든 끔찍한 이야기’(353페이지)

권도현의 엄마는 외계인을 믿는다는 원우가 아들과 어울리는 것을 원치 않았다. 외계인을 믿는다는 사실보다 원우가 가난한 동네에 살고 있다는 것이 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들과 원우가 계속 어울리는 것이 싫었던 도현의 엄마는 원우에 대한 나쁜 소문을 퍼트려 불쌍하고 이상한 아이로 만들어버린다. 사람들이 원우가 이상한 아이라고 말하기 시작하면서 도현도 원우와 거리를 두기 시작한다. 그 모든 것이 쌓이고 쌓여 도현은 원우에게 화를 내고 원우를 밀쳐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다. 우매한 어른이 만든 끔찍한 이야기는 현실에서 끔찍한 결말로 끝이 났다.

 

죄책감의 유효한 마지막 기간’(388페이지)

지모는 죗값을 무를 수 있는 유효 기간을 점이 지대라 말한다. 이 기간이 지난 후 죄를 지은 사람은 더 이상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같은 짓을 반복하는 악마가 된다고 말한다. ‘원우를 죽게 한 도현과 원우의 죽음을 숨긴 도현의 부모, 원우의 죽음을 통해 이득을 챙긴 사람들, 누브족의 만행을 숨기기 위해 모든 것을 은폐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힘을 가진 아이를 희생하려는 승택의 아버지는 모두가 점이 지대에 있는 사람들이다. 죄책감을 느낄 수 있는 마지막 기간인 점이 지대를 넘어가면 이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죄라는 생각도 못한 채 더 많은 죄를 짓게 된다. 도현은 점이 지대를 넘기 직전에 이른다. 도현의 직접적인 진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도현과 산에서 만날 약속을 한 나인은 도현을 만나 파란빛을 보여주면서 외계인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도현은 사고 당시 원우가 살이 있었다는 것과 원우의 말처럼 외계인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난 후 충격에 빠지고, 직접 경찰서를 찾아가 죄를 자백하고 용서를 구한다. 도현의 죄를 숨기고 그를 이용했던 이들의 죄도 모두 밝혀져 벌을 받는다.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눈물이 흐른다.

돌아오지 않는 아들을 기다리는 원우의 아빠와 원우의 비밀을 알게 된 나인, 나인을 지키기 위해 비밀을 지키려는 지모를 보면서 그들의 감정이 가슴 깊이 와닿아 울컥했다. 이야기를 읽을수록 가슴이 묵직하게 짓눌리는 느낌이 들었다. 이러한 감정을 공감하면서도 내가 나인처럼 용기 있게 행동할 수 있을지는 자신할 수 없었다. ‘인간들은 거대한 슬픔 앞에 한 발 물러났다(340페이지)’라는 말은 너무나 거대한 슬픔 앞에 서면 무엇을 어찌해야 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물러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슬픔의 크기도 감당할 수 있어야 견디고 위로하고 해결하려는 의지가 생기는 것 같다. 거대한 슬픔 앞에 인간은 무력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슬픔을 외면하지 않고 도우려는 나인과 같은 이들도 존재한다. ‘나인은 타인의 아픔과 슬픔을 공감하고 그 슬픔을 외면하지 않고 도우려고 노력하는 아이다.

나는 나인이야. 아홉 개의 새싹 중에 가장 늦게 핀 마지막 싹이라 나인이 됐어.

더는 생명이 태어날 수 없는 척박한 땅에서 나는 가장 마지막에 눈을 떴어.

그러니까 나인은, 기적이라는 뜻이야.’(477페이지)

척박한 땅에서 기적처럼 피어난 나인은 사람들 모두가 외면했던 진실을 따뜻한 마음과 용기를 가지고 세상에 알렸다. 실종된 아들을 찾기 위해 전단지를 붙이러 다니는 준우 아버지의 모습을 지나치지 못하고 전단지를 받아와 화원을 방문한 손님들에게 나눠준다. 나무와 영혼이 합쳐진 금옥과 식물들의 소리를 듣고, 준우가 아버지 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했다. 진실을 밝히려는 나인을 보면서 원우의 일을 그냥 덮기를 원했던 승택도 나인을 돕기 시작하고, 미래와 현재의 마음도 움직인다. 그렇기에 나인은 기적이다. 나인의 마음은 식물과 산의 마음까지 움직이게 만들고,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움직이게 하는 힘이 있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한 사람의 인생을 존재하게 한다.’(476페이지)

나인은 자신의 존재가 지구인이 아닌 외계인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자신을 믿어준 미래와 현재가 있었기 때문에 지구에서 살아갈 의미를 찾는다. 나인은 돌아오지 않는 지모를 기다리지만 지모는 돌아오지 않고, 지모가 보냈다는 라현이 찾아오고, 함께 가자는 라현의 손을 잡는다. 어쩌면 지모를 만날 수 도 있다는 기대감을 안고서. 나인의 앞에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나인은 사랑하는 친구들과 지모가 있기에 자신의 존재를 믿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나를 믿어주는 존재는 살아가는 데 가장 강력한 힘이 되어준다. 그렇게 우리는 존재의 의미를 찾는다.

 

나인은 외계의 존재가 등장하는 판타지 소설이지만,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담았다. 누군가의 슬픔을 공감하지 못하고 외면하는 사람들과 자신의 이기적인 욕심을 채우기 위해 죄를 숨기려는 이들의 모습은 우리가 외면하고 싶은 우리들의 모습일 수도 있다. 나인을 읽으면서 다르다는 이유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이들을 외계의 존재로 분류하고 외면하고 있는가에 대해 생각했다. ‘외계’, 우리는 선을 긋고, 선 밖의 존재들을 밀어내고 있는 건 아닐까? 지금 우리는 어떤 선을 긋고, 어떤 이들을 외계로 밀어내고 있을까? ‘나인은 우리에게 나와 우리, 그리고 자연과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한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귀하고 소중한 존재다. 나인은 우리에게 가장 기본적인 진실을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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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어휘력 1 - 미디어와 친해지는 미친 어휘력 1
권승호 지음, 나인완 일러스트 / 동녘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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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교사로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을 직접 가르친 권승호 선생님은 한자 어휘를 이해하지 못해 시험 문제를 틀리는 아이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에 어휘력 학습법을 연구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연구한 한자어 풀이 학습법의 노하우를 두 권의 책으로 담았다.

 

학창 시절 어휘를 몰라 이해와 암기가 어려워 공부에 어려움을 겪은 필자는 단어의 뜻을 정확하게 알고 난 후부터 공부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더 쉽게 어휘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한 책을 집필한다. 교과서와 뉴스 미디어에 자주 나오는 어휘의 뜻을 풀이하고 관련 어휘까지 풀이해 설명한다. 책의 가장 큰 장점은 평상시에 우리가 사용하던 단어들의 정확한 뜻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미디어와 친해지는 미친 어휘력 1<뉴스 어휘>, <경제 어휘>, <정치 어휘>, <질병 어휘>, <네 글자 어휘>로 각 분야에서 사용되는 어휘들을 찾아 뜻을 풀이한다.

 

미디어와 친해지는 미친 어휘력 1<질병 어휘>에서 양성과 음성을 설명한다. 검사결과를 볼 때 양성과 음성이 헷갈려 결과를 보고도 바로 이해하지 못했던 적이 있었다. 코로나 검사를 하고 난 후 양성인지, 음성인지에 따라 사람들의 생활은 완전히 뒤바뀐다. ‘검사를 했을 때 피검체가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일정 기준 이하의 반응을 나타내면 음성반응이라고 하고, 특정한 반응을 나타내면 양성반응’(118페이지)이라는 설명을 적는다. ‘양성()’은 활발하다는 의미와 , 태양, 남성, 하늘, 돋을새김, 드러남, 태양을 좋아하는 성질, 활발함, 적극성’(118페이지)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음성()’은 힘이 없다는 의미와 그늘, , 여성, 저승, 음각, 드러나지 않음, 그늘을 좋아하는 성질, 소극성’(118페이지)이라는 의미로 쓰인다고 한다. 양성과 음성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되어 있어 양성과 음성의 의미를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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