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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치와 괴물 사형제 ㅣ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3
정하섭 글 한병호 그림 / 길벗어린이 / 1998년 7월
평점 :
해치와 괴물 사형제
하면 할 수록 힘든게 공부인 것 같고, 하면 할 수록 하기 싫은 것이
숙제인 듯 합니다...(울 김시원양이 숙제하기 싫어하는 이유가 아무래도
모전여전 & 부전여전인 듯. ㅎㅎㅎ)
1년동안 독서논술 관련 공부를 하면서 매 주 해가야 하는 숙제가 왜그리
하기가 싫고 어렵고 머리가 아픈 지...
자꾸 꾀만 늘고 그 날은 뭔 일이 일어나 어쩔 수 없이 결석이라도 하면
좋겠다 싶어지는게 말이죠...
(하지만 출석 일수가 모자라면 "증"이 안나오기에... ㅎㅎㅎ)
조별 과제 발표에 이어 9월 실습을 앞두고 은근 심장 박동수가 빨라지고
머리가 아픈게 당췌 뭘 어떻게 해야할 지 교안지 작성을 앞두고도 손에
안잡히고 한숨만 나오더라구요...
그러다가 문득 시원이네 학교 추천도서 목록 중 한 권을 읽고 승희랑 같이
책놀이겸 학교 숙제를 도와주다가 "올타구나~ 이걸로 하자." 하는 생각이
들어 며칠동안 어떤 책으로 할까 고심하던 끝에 드뎌 강사님 앞에서 실습할
그림책을 골랐습니다...

* 책 제목 : 해치와 괴물 사형제
* 글 : 정하섭 * 그림 : 한병호
* 출판사 : 길벗어린이
이 책의 그림을 보면서 우리나라 민화를 떠올렸습니다...
얼핏보면 무섭게 그려져있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왠지 익살스러워
보여서 말이죠...
그림책 제목에 나오는 해치는 일명 해태라고도 불리우는 우리 민족의
상상의 동물입니다.
성품이 바르고 곧아서 옳고 그름을 정확하게 가려 내는 신성한 동물로
그 모습은 산양이나 사자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머리 한가운데에 솟은
정의의 뿔로 나쁜 짓 하는 사람들을 혼내준다고 합니다.
또한 해치라는 이름은 '해님이 보낸 벼슬아치' 라는 뜻으로 일명 '해의 신'
이라 불리우며 해가 어둠을 물리치고 세상을 환하게 밝히듯이 불의를
물리치고 정의를 지키는 신 이라고 하니 그 험상궂은(?) 모습 속에 왠지 모를
우리 편이라는 생각이 더해져 믿음직스럽고 듬직하기까지 하더군요....
이 책에선 나쁜 괴물 사형제가 해치가 지키는 해를 몰래 훔쳐가 4조각을 내어
동서남북에 해를 솟게 하고 불장난을 일삼아 땅 위의 백성들을 괴롭히자
해치가 말썽쟁이 괴물 사형제를 혼내주고 모든 걸 제대로 바로 세운다는
내용입니다...
* 책 놀이
여름 방학이 끝나고 개학과 더불어 수업시간 전에 짝꿍이랑 모듬을 선생님께서
다시 나누셨다고 합니다...
방학기간 동안 키가 더 큰 녀석들이 있기에...
매번 조금은 드센 남자 짝꿍을 만나 힘들어했던 시원이는 이번에 넘나 운좋게도
얌전하고 이쁘장한 남자 짝꿍을 만나 1학기 동안 했던 맘고생(?)을 좀 덜었다고
하네요...
하지만 시원이 말을 빌리자면 남자 짝꿍이 넘나 선비같이 얌전해 쉬는 시간에
말을 통안해서 좀 심심하대요... ㅋㅋㅋ
거기다 단짝 친구인 승희랑 앞 뒤로 앉게 되어 같은 모듬이 되었다고도 하구요...
그래서 "와~ 니네 넘 좋겠다." 했더니만 두 녀석 하는 말이 학교에서 만이라도
같은 모듬이 안되길 바랬었다고 하대요... 어차피 아침부터 저녁까지 맬 보니까...

좌우당간 이런저런 학교 이야기를 끝내고 '해치와 괴물 사형제' 그림책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며 책 표지를 보고 어떤 내용일 거 같냐고 물어봤더니
두 녀석다 학교 도서관에서 이 그림책을 읽었다며 아는 체를 하더군요...
해치가 좀 징그럽고 무섭게 생겨서 싫지만 좋은 나라고 괴물 사형제는
완전 바보같다고 하며 낄낄거리길래 내용을 다 알면 굳이 그림책 읽을
필요가 없겠네~ 하며 살짝 떠봤더니 그래도 읽어달라고... ㅎㅎㅎ
하여 그림책을 읽고 내용을 이해하는 지 이런 저런 질문을 던져봤습니다...
초등학생이 되고 보니 글 내용을 이해한다는게 얼마나 중요한 지 새삼
피부로 다가온 적이 많았거든요...
특히 1~3학년까지는 글의 전체 내용을 파악할 줄 알아야 한다는게
학습목표에도 나와 있는 지라 이제 서서히 두 아이에게 생각을 할 수 있는
질문과 더불어 내용을 알 수 있는 질문을 나름 골고루 섞어 책놀이를
하게 되더라구요...(1년간 배웠으니 제 나름 써먹을 곳을 찾은 건데 만만한게
바로 요 두 녀석입니다... ㅎㅎㅎ)
그래서 이야기가 진행되어가는 순서도 물어보고 괴물들의 특징도 물어보고
해치와 괴물 사형제가 각각 어떻게 힘을 겨뤘는 지도 물어보고...
만약 해치랑 괴물 사형제에게 이름이나 별명을 지어준다면 이 책에 나온 거
말고 어떤 게 좋을 지도 물어보면서 말이죠...
(근데 욘석들 어찌나 요즘 만화를 많이 봤던 지 죄다 여름 방학내내 눈이
벌게지도록 본 만화 속 캐릭터 이름 비스끄무리한 걸 대더군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리차원에서 마인드맵으로 간단하게 내용정리와 느낌을
적어봤습니다...
노상 엄마가 숙제하느라고 스케치북에 색색깔 네임펜으로 마인드맵하는 걸
봐온 시원이랑 승희...
기본적인 것을 A4종이에 그려가며 설명을 해주니 금새 자기들도 많이 봐서
대충안다며 여러 번 그리고 지우길 반복하며 내용을 적고 색칠까지 하더라구요.
순간 서당집 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고... 분식집 개 삼년이면 라면을 끓인다는
말이 생각나면서 괜시레 웃음도 나오고 뿌듯하기도 하대요...
예전만큼 두 녀석이 그림책을 많이 읽진 않지만 그래도 1권을 읽어도 제대로
읽길 바라는데... 그런 면에서 이렇게 정리하는 것도 나름 괜찮을 거 같습니다.
다만 매번 이렇게 정리한다면 공부라고 생각할 지 모르니 어쩌나 한번 씩. ㅎㅎㅎ
좌우당간 요즘 부쩍 학교 입학하지 않고 마냥 팡팡 놀았던 7살 이전이
참으로 그립긴 합니다...
요즘은 어딜 가거나 누굴 만날 때도 아이들 스케쥴이 바빠 당췌 뭘 못하고
넘어갈 때가 많으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