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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33인의 컴퓨터 천재들
아리솔 지음, 이철원 그림 / 해냄주니어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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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점에 나가면 초등학생 대상 위인동화들 다섯 권 중 한 권꼴로는 제목에 '천재'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을 정도로 위인동화가 꾸준한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그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한 이들, 단지 머리가 좋아서가 아니라 자기 분야에서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투철한 프로정신을 발휘해 성공한 사람들이 이 시대의 새로운 위인상이라는 것인데, 그 인물들의 스펙트럼이 기획 컨셉에 따라 비슷한 듯 다종다양하기도 하다. 

최근 읽어 본 두 권의 인물 이야기도 마찬가지.
그 중 하나인 <무한도전! 33인의 컴퓨터 천재들>은 그간 수없이 복제되고 재생산돼 이젠 식상할 만도 해진 '천재'들의 이야기에 좀더 세밀한 돋보기를 들이대 좁고 깊게 틈새를 잘 골라낸 책이다.

이런 종류의 책들은 사실 대부분 아류라는 뻔한 이름표를 달고, 출판사의 트렌드 따라잡기 혹은 구색 맞추기 차원에서 잠시 주목받았다 그렇고 그런 평작들의 무덤에 자연스럽게 묻혀 버리기 마련. 하지만 이렇게 컨셉만 잘 파고들어도 일단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할 수 있으니, <~ 컴퓨터 천재들>이 바로 그런 컨셉이 잘 맞아떨어진 책이라는 느낌이다.

목차에서 보듯 이 책에는 컴퓨터와 관련해 이미 익숙하거나 생판 낯선, 소위 말해 시대를 앞서간 컴퓨터 천재들 33명의 성공신화가 소개돼 있다.

개중엔 이미 21세기형 위인 리스트에 고정 멤버가 돼버린 빌 게이츠를 비롯해 HP 컴퓨터로 익숙한 이름 데이브 팩커드&빌 휴렛, 안철수, 손정의, 온라인 게임신화로 유명한 김택진까지, 고작 수십 년의 역사를 지닌 컴퓨터 산업이 눈부신 속도로 인류발전할 수 있었던 키워드를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풀어내고 있다. 

33인의 컴퓨터 천재, 인류의 역사를 놀랍게 진화시킨 인물들의 일화들을 살펴 보면 그들이 한 분야에서 얼마나 치열하게 깊은 우물을 파는 데 일생을 바쳤고, 그 치열함의 대가는 또한 얼마나 달고 값진 것인지 더 크게 와닿는다.

다만, 그들 자신의 부귀영화나 명예를 견고히 하는 데 지난 업적이라면 그냥 그런 식상한 역사 속의 위인으로 화석처럼 남아 있겠지만, 그들의 선택과 결단의 결과들이 거창하게는 인류, 가깝게는 나 개인의 삶에도 지대한 영향과 발전을 가져다 주었으니 내게는 그들이 단지 본받아 마땅한 천재요 위인 이전에 참 고마운 선지자들로 다가온다.

기계와는 절대 친할 수 없는 나라는 인간조차 인터넷과 노트북 없는 세상이란 캄캄한 절벽이나 다름없을 만큼 디지털화된 인간으로 진화하고 있는 데는 모두 이런 선지자 혹은 디지털 문화 혁명가들이 편리하게 일궈놓은 디지털 텃밭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니, 나에겐 고마울 따름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선정된 국내 인물 중 상당수가 게임 개발자들이라는 사실.
확실히 우리나라의 게임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대단하긴 한가보다. 아니면 그 외 기술적인 분야는 세계적 수준을 따라가기 버거운 정도이든가. 사실 잘 모르는 분야이기 때문에 얼마나 대단한 성과인지 체감하기 어려운 것이리라.
 
이 책을 통해 놀라웠던 사실 중 하나는, 알집이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프로그램이라는 새로운 사실(나만 모르고 있었던 듯한)는 점.
이렇게 새롭게 알게된 사실들이 책을 쉽게 놓지 않게 만드는 힘이었다. 근래 봐온 여러 '00천재' 시리즈들 중 그나마 눈에 띄었고, 나름 흥미있게 읽었던 책. 

꿈을 향해 도전하고픈 의욕을 북돋워 주기 위해 어린이들에게 권해 준다면 게임과 컴퓨터와 친밀한 세대인 만큼 동기부여 하나는 확실하게 해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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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뭘까? - 동물들은 세상을 어떻게 보는지 알려 주는 책 톡톡 지식 상자 1
브뤼노 하이츠 글, 김주경 옮김 / 대교출판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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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도대체 뭘까?>가 도대체 무슨 내용일까 무척 궁금했다.
동물들의 눈으로 보는 세상?

분명 같은 세상을 보고 있는데, 우리 사람이 보는 것과는 다른 그림일 거란 걸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막상 동물의 눈이 되어 바라볼 수는 없으니 실체가 없어 막연할 뿐이다.

한창 과학에 관심이 많아진 다섯 살 아이에게 자연관찰부터 과학동화, 과학만화까지 다양한 접근법으로 자연과 과학을 보는 눈을 넓혀 주고 있지만, 사실 곤충의 겹눈과 홑눈을 설명해 줄 때조차 그냥 그렇다더라만 읊어댈 뿐 어떤 차이가 있고, 실제 어떻게 다르게 보이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럴 때마다 이렇게 말로 설명할 게 아니라 잠자리의 수만 개 홑눈으로 보는 세상이 어떤 모습이고, 겹눈으로 구분되는 색깔과 모양은 어떻게 다른지를 직접 곤충의 눈에 비친 그림을 그려서 보여 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바로 그런 궁금증을 해결해 주는 책, <도대체 뭘까?>를 펼치면 곤충의 눈은 아니지만 고양이, 말, 소, 두더지, 도마뱀 등 각기 다른 동물들의 눈을 통해 보여지는 세상이 단순명료하게 정리돼 있다.

고양이는 빨간색은 볼 수 없다거나 황소는 360도의 범위를 볼 수 있고, 파라낵은 볼 수 없다거나 두더지한테는 모든 세상이 뿌연 흑백이라거나 카멜레온의 등뒤에서 속임수를 썼다간 단박에 들통이 나버릴 거라는 등의 글자로만 알던 특징들을 그림으로 명확하게 볼 수 있으니 이렇게 신기할 데가 없다!
멀리 있는 사물을 잘 볼 수 있지만 오히려 가까운 사물을 보지 못하는 동물이 많다는 것과 사람의 눈에 보이는 그대로를 똑같이 볼 수 있는 동물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사실 등 전혀 새롭지 않는 상식임에도 이렇게 구체화되니 낯설고 새롭다. 

특히 한 사건/상황을 두고 각각의 동물들이 보는 시각(말 그대로 시각)에 따라 전혀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은 단순히 생물학적 차이를 넘어서 섣부른 판단과 짧은 이해에서 빚어질 수 있는 엄청난 오해와 파장을 빚댄 듯 생각해 볼 여지가 많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론, 동물편에 이어 곤충의 눈으로 보는 세상도 책으로 나와 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본다. 사실 수많은 홑눈과 겹눈이 공존하는 곤충의 눈이야말로 얼마나 다양하고 신비로운 시선들인가! 

사족을 달면, 인쇄가 잘못되었는지 책 표지가 과하도록 눈부신 촌스런 형광색인 데 매우 놀랐다. 책 소개 화면에선 정상적인 붉은 색에 가까워 보이는데, 아마도 파본이지 않을까.
다소 산만한 구성과 파본임이 짐작되는 표지 컬러만 빼면 어른이 봐도 새롭고 재밌는 정보를 보장하는 책이다.

머리로 백 번 아는 것과 눈으로 한 번 보는 것과의 차이는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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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함께 얘기해 봐요!
잠꾸러기 올빼미
마르쿠스 피스터 지음, 김선희 옮김 / 사파리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아이들은 물론 부모들에게도 인기있는 스테디셀러 그림책 중 손꼽히는 <무지개 물고기>는 파스텔톤과 수묵화적 기법이 어우러진 환상적인 홀로그램이 가장 큰 매력인 책이다.

<잠꾸러기 올빼미> 역시 표지만 봐도 누구나 '아, 그 작가의 그림이구나!'를 알아챌 수 있을 만큼 <무지개 물고기>와 많은 부분 닮아 있다.
작가 마르쿠스 피스터의 개성이 듬뿍 담긴 그림은 물론이고, 주인공이 동물이라는 점, '친구'를 사귀는 과정에서 깨달음과 교훈을 얻어간다는 점과 심지어 다소 무책임하거나 혹은 이기적으로 보여지는 캐릭터들에 대한 아쉬움까지, 작가의 대표작과 흐름을 같이 한다.
다만, 작가의 첫 작품이라서인가 그림의 견고함은 <무지개 물고기>와 비교되고, 이야기의 흐름도 아이들이 아닌 어른의 시선이 지나치게 두드러져 매끄럽게 읽히는 맛이 덜하다.

<무지개 물고기>를 읽으면서 좋게만 평가하기 어려웠던 것이, 무지개 물고기에겐 자신의 정체성의 전부나 다름없는 소중한 은빛 비늘을 나눠 주지 않는다고 해서 이기적이라고 따돌리는 물고기들이 내 눈엔 더 이기적이고 몰염치하게 비쳐졌었다. 
<잠꾸러기 올빼미>의 아기 올빼미 역시 뉘앙스는 다르지만, 친구가 되기로 한 약속을 아무렇지 않게 깨버리는 모습에서 개운하지 않은 여운을 남긴다. 

작가의 첫 그림책이다 보니, 이야기 구조에서도 헐렁한 부분이 여럿 발견되는데, 올빼미가 톰을 다시 찾아가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되는 정황이라든가 톰이 올빼미를 기다리다 올빼미 연을 만들어 우정을 표시하는 부분, 마지막으로 톰을 만나러 가던 올빼미가 연을 보고는 그냥 돌아서는 결말 부분까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헐거운 구조가 아쉽다.
하지만, 그럼에도 <잠꾸러기 올빼미>는 사랑스러운 책이다.

마르쿠스 피스터 특유의 따뜻하고 착한 그림과 '친구+관계'에 대한 작가의 고민을 아이와 함께 나눌 수 있어 좋다. 작가의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데서 끝나지 않고, 아이와 나눌 더 많은 이야깃거리를 남기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작가의 처녀작을 뒤늦게나마 만날 수 있게 된 것 또한 독자로서는 감동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라는 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쉽지 않은 커뮤니케이션임이 분명하다. 모든 관계가 그림책에서처럼 행복하고 따뜻할 수 있다면 세상 바라보는 일이 조금은 수월할 텐데.

이야기 구조가 다소 헐거움에도, 외톨이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때로 스스로를 벗어던져야 할 때가 있음을 깨달은 올빼미나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친구를 받아들이는 포용력을 지닌 톰의 모습은 나이 들수록 인간관계의 어려움에 부딪히곤 하는 내게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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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함께 얘기해 봐요!
숫자 3의 비밀 우리 문화 속 수수께끼 1
김종대 지음, 이부록 그림 / 사파리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왜 하필 숫자 '3'일까?
책 소개를 처음 봤을 때, 아무 생각없이 들었던 의문이었다.
사실 조금만 깊이 생각해 봐도 숫자 '3'이 지니는 상징성은 동서고금, 픽션/논픽션을 막론하고 지천에 깔려 있다 싶을 만큼 폭넓고 다양하다.

이 책은 특히 우리나라 건국신화를 시작으로, '3'과 관련된 역사적 의미와 민간신앙, 생활 속의 숨은 상징들에 대해 챕터를 나눠 상세하고 꼼꼼하게 설명하고 있다. 특히 아이들에게 친근한 전래동화 형식을 빌어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어 딱딱하거나 지루하지 않고, 적절히 강약의 리듬을 잘 조절하고 있다.
덕분에 구성은 좀 산만해졌지만, 내용은 꽤 꼼꼼하고, 다채로운 편이다. 

사실 막상 책을 받고서는 다섯살 난 우리 아이에게 너무 어렵겠다 싶어 한동안 꺼내놓지를 못했다. 내용도 그렇지만 구성이나 디자인이 쉽지 않아 초등생은 돼야 내용을 이해하고 스스로 더 찾아 보는 즐거움으로 재미있게 빠져들며 볼 만한 책이다. 

그런데 의외로, 조심스럽게 펼쳐 본 책을 아이는 무척 흥미로워했고, 매일 몇 번씩을 반복해 읽어 달라고 조를 정도로 진지했다. 물론, 책의 정보를 수용하고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설명 부분은 대부분 넘어가고(^^;), 주로 전래동화 부분을 집중 반복하는 수준이지만.

특히나 '삼족오', '삼족구', '삼두매' 등 귀신을 알아보고 쫓는다는 전설의 동물들에 대한 관심이 지대했다. '삼족오'를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주몽>에 나왔었다고 말할 정도로 확장 연상이 되는 걸 보고 감탄씩이나 했다.

'나도 그려 보고 싶다'는 아이의 바람에 다른 것보다 그나마 그리기 쉬운 '삼두매'를 함께 그려 봤다. 귀신이 창문으로 들어올지 모르니 창문에도 붙여야 한다는 걸 간신히 말려 방문에만 붙여두었다. 
새롭게 안 사실인데, 예로부터 머리가 셋에 다리가 하나 달린 '삼두매' 그림을 방문에 붙여놓으면 귀신을 쫓을 수 있다고 한다.
알록달록 어설픈 '삼두매'지만, 이따금 무서운 꿈을 꾸고 울면서 깨는 아이의 잠자리를 편안하게 지켜 주겠지. 

멀리 가지 않더라도 일상 생활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숫자 '3'의 흔적과 상징을 폭넓게 짚고 있어 우리나라의 전통과 민간신앙 등을 공부해가며 다양한 독후활동을 병행하고 싶다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시작으로 <우리 문화 속 수수께끼> 시리즈가 계속 나온다고 하니, 앞으로 나올 다른 수수께끼 시리즈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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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뽀손
오드리 펜 지음, 루스 하퍼.낸시 리크 그림, 최재숙 옮김 / 사파리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책머리에 이런 말이 있다.

'사랑이 필요한 세상의 모든 어린이에게'

 

범상치 않은 제목에 서두에 깔려진 의미심장한 말.

표지를 넘기는 순간부터 가슴 저 깊고 낮은 밑바닥에서 뭉클한 덩어리가 느껴졌다.

솔직히, 제목과 책 소개를 보고, 엄마인 나는 무척 마음에 들고 호기심이 발동했지만, 다섯 살 사내아이인 내 아이에겐 너무 유치한 내용이겠거니 생각했다. 유아들이 좋아할 만한 사랑스럽고 귀여운 이야기이겠거니 한 것.

 

하지만, <뽀뽀손>을 아이와 함께 읽으며 목소리가 젖어오는 걸 참을 수가 없었다.

실제로도 그저 사랑스러운 이야기이고, 너구리 체스터와 엄마의 사랑 담긴 뽀뽀손은 따뜻하고 귀엽기까지 한데, 나는 왜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걸까.

 

너구리 체스터는 엄마와 집에 있는 게 좋다.

내 장난감, 내 책, 내 친구들, 내 '엄마'가 있는 편안한 안식처인 집에서 엄마와 하루종일 놀고만 싶다. 학교는 새로운 친구, 새 장난감, 새 그네, 새 책이 기다리는 곳이지만, 체스터에겐 그저 낯설고, 경쟁해야 하고, 내내 긴장해야 하는 곳일 뿐이다. 낯설고 새로운 것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오죽할까.

 

그런 체스터에게 엄마가 처방한 비밀스런 묘약이 바로 '뽀뽀손'이다.

단순히 손바닥에 뽀뽀하는 동작일 뿐이지만 거기에 '엄마의 사랑'이 더해져 심장부터 안경 털까지 체스터의 온몸과 마음이 사랑으로 전율한다.

체스터가 어디에 있든 어딜 가든 엄마의 사랑이 뽀뽀손과 함께 한다는 이야기.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가슴이 먹먹해진 이유는 체스터의 눈물 맺힌 눈에서 내 아이를 보았기 때문이다. 엄마가 곁에서 돌보지 못하고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는 아이. 다섯 살이 되었다고 제법 의젓해지긴 했어도 한동안 어린이집에 안 가면 안 되느냐고 아침마다 물었던 아이.

지금도 아침에 눈 뜨면 "오늘 어린이집 가는 날이야?"를 먼저 물어보는 아이.

30여 명의 아이들과 하루종일 보이지 않는 경쟁으로 신경이 곤두선 하루를 보내야 하는 아이.

 

이따금 안쓰러움을 못견뎌 집에서 쉬게 하는 날에는 엄마 일할 수 있게 혼자 놀겠다며 엄마 사정을 먼저 헤아리곤 하는 아이 생각에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눈물을 삼켜야 했다.

다섯 살이라는 나이가 유아기의 동심은 또 살짝 비껴간 터라 체스터처럼 '뽀뽀손' 주문이 고스란히 통하지는 않지만, 함께 읽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책이다.

 

"하루종일 엄마는 너를, 너는 엄마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가슴담아 두면 하루종일 떨어져 있어도 함께 있는 거나 마찬가지야. 네 가슴 이 깊은 곳에 엄마 마음을 담아 둘 거니까."

 

아이가 뽀뽀손을 이해했을까.

주문을 걸듯 경건한 의식을 치르듯 아이와 체스터의 뽀뽀손을 몇 번이나 하는 동안 내내 쑥쓰러워 하는 아이가 뽀뽀손의 주문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지는 않더라도 엄마 마음은 이해해 줬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너구리 체스터의 눈망울부터 아이들이면 누구나 극복해야 하는 성장통을 그린 예쁘고 사랑스런 이야기.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어쩜 이렇게 예쁘고 행복한지!

한편 읽어 주는 엄마의 마음은 뭉클하게 적실 수밖에 없는 이야기.

어린이집이든 유치원이든 학교든 익숙한 것으로부터 떨어져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모든 아이들에게, 책머리처럼 엄마의 사랑이 필요한 모든 아이들에게 꼭 들려 주고 싶은, 진심으로 소중하고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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