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 함께 얘기해 봐요!
잠꾸러기 올빼미
마르쿠스 피스터 지음, 김선희 옮김 / 사파리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아이들은 물론 부모들에게도 인기있는 스테디셀러 그림책 중 손꼽히는 <무지개 물고기>는 파스텔톤과 수묵화적 기법이 어우러진 환상적인 홀로그램이 가장 큰 매력인 책이다.

<잠꾸러기 올빼미> 역시 표지만 봐도 누구나 '아, 그 작가의 그림이구나!'를 알아챌 수 있을 만큼 <무지개 물고기>와 많은 부분 닮아 있다.
작가 마르쿠스 피스터의 개성이 듬뿍 담긴 그림은 물론이고, 주인공이 동물이라는 점, '친구'를 사귀는 과정에서 깨달음과 교훈을 얻어간다는 점과 심지어 다소 무책임하거나 혹은 이기적으로 보여지는 캐릭터들에 대한 아쉬움까지, 작가의 대표작과 흐름을 같이 한다.
다만, 작가의 첫 작품이라서인가 그림의 견고함은 <무지개 물고기>와 비교되고, 이야기의 흐름도 아이들이 아닌 어른의 시선이 지나치게 두드러져 매끄럽게 읽히는 맛이 덜하다.

<무지개 물고기>를 읽으면서 좋게만 평가하기 어려웠던 것이, 무지개 물고기에겐 자신의 정체성의 전부나 다름없는 소중한 은빛 비늘을 나눠 주지 않는다고 해서 이기적이라고 따돌리는 물고기들이 내 눈엔 더 이기적이고 몰염치하게 비쳐졌었다. 
<잠꾸러기 올빼미>의 아기 올빼미 역시 뉘앙스는 다르지만, 친구가 되기로 한 약속을 아무렇지 않게 깨버리는 모습에서 개운하지 않은 여운을 남긴다. 

작가의 첫 그림책이다 보니, 이야기 구조에서도 헐렁한 부분이 여럿 발견되는데, 올빼미가 톰을 다시 찾아가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되는 정황이라든가 톰이 올빼미를 기다리다 올빼미 연을 만들어 우정을 표시하는 부분, 마지막으로 톰을 만나러 가던 올빼미가 연을 보고는 그냥 돌아서는 결말 부분까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헐거운 구조가 아쉽다.
하지만, 그럼에도 <잠꾸러기 올빼미>는 사랑스러운 책이다.

마르쿠스 피스터 특유의 따뜻하고 착한 그림과 '친구+관계'에 대한 작가의 고민을 아이와 함께 나눌 수 있어 좋다. 작가의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데서 끝나지 않고, 아이와 나눌 더 많은 이야깃거리를 남기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작가의 처녀작을 뒤늦게나마 만날 수 있게 된 것 또한 독자로서는 감동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라는 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쉽지 않은 커뮤니케이션임이 분명하다. 모든 관계가 그림책에서처럼 행복하고 따뜻할 수 있다면 세상 바라보는 일이 조금은 수월할 텐데.

이야기 구조가 다소 헐거움에도, 외톨이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때로 스스로를 벗어던져야 할 때가 있음을 깨달은 올빼미나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친구를 받아들이는 포용력을 지닌 톰의 모습은 나이 들수록 인간관계의 어려움에 부딪히곤 하는 내게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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