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에서
이승우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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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아하게 들릴지 모르겠는데, 옛날에 이 지역에 그런 형벌이 있었다. 기억하지 말 것. 어떤 죄인, 이를테면 사회에 불안을 조성할 위험한 생각을 가졌거나 그런 행동을 한 것으로 규정된 사람에게는 이런 벌이 내려졌다. 그 사람, 혹은 그 사건에 대한 모든 기록과 기억을 없앨 것. 생각해보면 이 형벌은좀 이상하다,라고 류는 말했다. 죄를 지은 사람에 대한 벌의집행을 그를 알고(기억하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를 알고(기억하고) 있는 모든 사람은 그를 기억에서 지움으로써 그에게 벌을 내린다. 그를 알고(기억하고 있던 모든사람이 집행관이다. 그런 점에서 어떤 벌보다 가혹하다고 할수 있다. 더 이상한 것은, 이 형벌이 죄지은 사람을 벌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알고(기억하고 있는 모든 사람을 벌하기때문이다. 그를 알고(기억하고 있는, 죄 없는 사람들이 죄지은사람을 기억하지 말라는 명령을 받는다. 죄지은 사람을 알고(기억하고 있는 모든 사람은 죄지은 사람을 기억에서 지우는벌을 집행하지만, 동시에 그 사람를 기억에서 지워야 하는 벌을 받는다. 죄지은 사람을 알고(기억하고 있는 모든 사람은 집행자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수형자이기도 하다. - P141

티끌 하나 정도가 모자란 거의 완전한 믿음을 무너뜨리기 위해 필요한 것은 티끌 하나 정도가 모자란 거의 완전한 의심이 아니다. 티끌 하나 정도의 의심만으로도 티끌 하나 정도가 모자란 거의 완전한 믿음은 무너진다. 그리고 그 무너진 믿음은 티끌 하나도 모자라지 않은 완전한 믿음, 즉 광신이 되어 복수한다. 빈틈없이 완전한 믿음보다 무서운 것은 없다. - P271

그리움은그리워하는 상태가 해소되기를 원치 않는 이상한 감정이라고, 그리움이 성취되는 순간 그리워하는 상태가 해소되어버리므로, 그리움의 상태가 해소되면 그리워할 수 없으므로 계속 그리워하기 위해서는 그 성취를 미래의 상태로 남겨둬야 한다고말할 때 그는 몹시 쓸쓸해 보였다. - P299

스승은 뜻 없는 만남은 없다고 가르쳤습니다. 우리가 하필이면 지금, 이렇게, 여기에, 함께 있을까요? 우리는 여기에 온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온 것입니다. 그리고 친구로서 함께 있는 것입니다. - P314

"네가 원하는 일인지 생각해라. 너를 위한 일인지 생각하라는 말이 아니다. 남을 위해 일하더라도 네가 원하는 일을 하라는 뜻이다." - P38

그녀는 사람들 속에서 홀로 걷는 사람이었다. "다른 데책임을 돌리지 마라. 다른 사람이 네 인생을 책임져줄 거라고생각하지 마라."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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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에서
이승우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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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생각은 그가 하는 일이 아니라 그의 머릿속으로 스며드는 무엇이다. 놋그릇에 녹이 슬듯 그의 머릿속에 생각이 슨 것인데, 그는 그것을 가만히 두고 볼 뿐이다. - P72

말해야 할 것이 있으면 말했을 것이다. 말해야 한다고생각했다면 말했을 것이다. 시간이 있는데도 말하지 않은 것은 말할 것이 없거나 말할 필요가 없어서였을 것이다. 말할 것이 없다는 건 알아야 할 것이 없다는 뜻이고, 말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알게 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알 이유가 없다는뜻이다.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으니까.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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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타일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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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타일처럼 이어 붙인 마음 이라...
따뜻한 이야기들을 기대했는데 이별과 상실과 치유에 관한 글들이구나. 받아 들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거 겠지.
억지로 괜찮은 척하며 어떻게든 되겠지 하면서 덤덤히 지내다 보면 괜찮아 지는 걸까? 괜찮아 진다고 다 괜찮은걸까...?

병원에 오래 계셨지만 코로나시국 면회제한 때문에 만지지도 말하지도 돌보지도 못했던 우리 엄마. 돈번다고 유세하면서 나중에 나중에 미뤘던 나쁜 딸이 많이 미안해요. 엄마 많이 보고싶어요.

당신 개 좀 안아 봐도 될까요

설기 - 거의 스무살까지 살다간 끝까지 견뎌준 눈이 많이 오던 날 세미에게 온 백설기를 닮은 설기
세미 - 양요의 조언대로 개 만나기 프로젝트를 실행에 옮김
양요 - 세미의 동네 친구 쉬고 있는 아이돌. 세미에게 공원에 멀뚱이 앉아서 남의 개들을 훔쳐만 보지 말고 직접 만져보고 안아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라고 조언

그래서 지금은 괜찮아졌냐는 질문에는 하나도 괜찮지 않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은 건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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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과 나의 사막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3
천선란 지음 / 현대문학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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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 - 랑의 죽음 이루 과거로 가는 땅을 찾아 사막으로 떠난다
랑 - 고고의 삶의 이유이자 목적 그리움의 대상
지카 - 자유로워진 고고에게 바다로의 동행을 제안했으나 거절당함
버진 - 모래폭풍 속에서 상자에 갇힌 버진을 구함
사람들이 신으로 모시던 사람
알아이아이 - 사막트랙터를 조정하며 카일을 기다리는 로봇 고고의 오른쪽 팔을 받음
살리 - 바람의 벽 너머에서 나무와 살고 있던 외계인

랑의 죽음 이후 목적과 이유가 없어진 고고는 불현듯 재생되는 랑의 영상을 지니고 과거로 가는 땅을 찾아 사막으로 나선다

그리움은 가장 시효가 긴 감정이다
인간의 기억과 달리 고고의 저장영상은 선명하고 왜곡도 없다 의도하거나 의도하지 않은 순간에 랑의 모습도 소리조 들을 수 있다
인간이 가진 망각이라는 것은 그리움의 순간에는 저주의 대상이 되고 고통의 순간에는 감사의 대상이 되갰지.

엄마가 돌아가시고 1년이 넘어 지났다
상실과 후회에 대한 글은 되도록 피해 왔는데 갑자기 마주한 그리움에 관한 글은... 끝까지 읽어 내기 힘들었다

고고가 무사히 랑을 만나 자기의 변화와 모험과 랑에 대한 사랑표현을 원없이 전할수 있게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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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과 나의 사막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3
천선란 지음 / 현대문학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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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은 감정 중 시효가 가장 길다

"죽은 인간....…… 내내 생각난다. 누구를 만나………, 누구와 대…… 나누든 불쑥 켜지도쑥 않은 영상이 재생된다. 멈추고 싶……도 멋대………재생돼…… 달리 방법이 없다. 망연하게 보는………… 밖에. 이 오류 원인………… 알고 있나?"
"너도 이미 알고 있잖아. 그게 그리움이라는걸."
"그럴까…………."
"그건 정말이지 못된 감정이야. 시효도 길어. 우리를 뜨겁게 하는 것들! 사랑! 질투! 원망! 이런 건다 금방 증발하는데 우리를 하염없이 가라앉게 만드는 이 감정은 정말이지 너무너무 길어. 그래서시간이 흐를수록 생명체는 잠잠해지나봐." -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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