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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의 감각, 초연결지능 - 네트워크 시대의 권력, 부 , 생존
조슈아 쿠퍼 라모 지음, 정주연 옮김 / 미래의창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대충 어떤 내용일지 감이 온다. 상세한 내용까진 모르더라도 결국 하고 싶은 말이 뭔지 짐작을 할 수 있다.

네트워크를 이해하고 지배하는 능력이야 말로 미래를 살아가야 하는 우리 인간에게 꼭 필요한 일곱번째 감각이라는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네트워크란, 우리가 잘 아는 바로 그 네트워크이다. 인적 네트워크라거나 물류 네트워크 그런 게 아니라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시스템 네트워크 말이다.

작가인 조슈아 쿠퍼 라모는 책에 나와있는 약력에 따르면, <<타임>>지 역사상 최연소 부편집장을 역임한 이력이 있고, 현재는 국제 컨설팅 회사인 키신저협회의 공동 최고경영자이자 부회장이면서 페덱스와 스타벅스의 이사이기도 하다. 다보스포럼에 빠지지 않고 초대될 정도로 세계 정계와 외교계의 주요한 인물로 평가받는다고 한다. 대학에서의 학위는 라틴아메리카 연구로 학사를, 경제학으로 석사를 각각 받았으며 비즈니스와 국제 문제에 관심이 많다. 그런데 책 내용을 보면 그는 전세계 해커들의 모임에도 참여할 정도로 일찌기 해킹에 관심이 많았으며 네트워크와 프로그래밍을 이해할 정도로 디지털 분야에도 전문가이다. 책 곳곳에서 그의 우수한 지적 능력과 넓은 인맥, 그리고 탁월한 혜안을 엿볼 수 있다.
이 책을 추천한 말콤 글래드웰은, 이 책이 차기 대통령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고 했다. 그 이유는,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조슈아 쿠퍼 라모가 일관되게 말하고 있는 것, 즉 지금의 세계 지도자들은 네트워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과거의 낡은 방식으로 현재의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하기 때문에 그 어떤 문제도 명확히 해결하는 것이 없다는 데에 있다.
그러한 문제 중 대표적인 것으로는 IS가 자행하는 테러, 난민의 물결, 서브프라임 모지지론 사태와 같은 금융위기 등이 있다. 미국은 대중들은, 아니 일반적인 전세계인들은 IS 테러집단의 군사력을 미국의 그것에 감히 비교하지 않는다. 하지만 미국이 최첨단 무기들을 끊임없이 발명하여 테러를 진압할 수록 전세계 테러의 빈도는 아이러니하게도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늘고 있다. 폭탄이 터질 것 같은 위치를 미리 파악하여 폭탄을 제거하고, 테러리스트와 그들의 비밀본부를 추적하여 파괴하는 것이 테러를 진압하는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IS가 세력을 키우는 방법은 과거와 다르다. 그들은 페이스북(facebook)과 트위터(twitter)를 통해 전세계에서 추종자를 모으고, 인터넷을 통해 그들만의 지령을 전달한다. 즉 그들은 이미 네트워크의 힘을 이해했고 그것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네트워크로 연결된 시대는 모든 것을 바꾸어 놓을 것이다. 조사연구, 유권자 데이터베이스, 네트워크를 공유하는 유전자 정보 금융망, 이 모든 것이 전혀 새로운 패턴을 만들어내 일상의 패턴을 바꿀 것이다. 이는 비행 항로의 확장으로 사업가, 여행족, 서핑족들의 활동 패턴이 변하면서 경제의 패턴까지 변화시키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과거에 강과 산, 공기의 흐름이 상업과 전쟁을 일으켰듯이 미래에는 네트워크가 매우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이미 네트워크 사회가 된 현재와 앞으로 더더욱 그렇게 될 미래에는 네트워크 연결이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국가 대 국가의 싸움은 이제 국가 대 네트워크 또는 네트워크 대 네트워크의 싸움이 될 것이며 과거에 국가들이 서로를 파괴했듯이 미래에는 네트워크가 국가와 다른 네트워크를 파괴할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내 핸드폰만 구글이 안 된다고 생각해 보자. 구글 검색도 안 되고, gmail도 안 되고 구글에서 제공하는 모든 서비스에서 나만 소외된다면 나는 디지털 사회의 왕따나 다름없다. 이것은 현재와 미래의 모든 사람들은 네트워크에 매우 의존적이며 특정 네트워크 집단에 특히나 더 의존적임을 보여준다. 즉 내가 구글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구글이 나를 선택하는 결정권을 가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 책에서는 '게이트(gate)'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어떠한 네트워크를 드나드는 통로를 게이트라 한다면, 그 게이트로 차단된 공간은 '게이트랜드(gate land)'이며 우리는 누구나 이 게이트랜드 안에 머물길 원할 것이다. 우리는 게이트랜드에서 '게이트키핑(gate keeping)'을 하거나 또는 당하는 위치 둘 중 하나에 서게 될 것이다. 내가 핸드폰의 전원을 켜는 순간 바로 게이트랜드로 들어간다. 내가 핸드폰 안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그 모든 행위는 게이트랜드에 들어가는 것이다. 게이트키퍼(gatekeeper)들은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모든 규칙과 행동을 결정할 수 있다. 게이트키퍼는 사람일 수도 있고 프로토콜이나 조약일 수도 있다.
네트워크 시대가 무서운 것이 또하나 있다. 그것은 과거의 전통적인 산업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독점이 사라지고 경쟁자들 간의 이익이 적게 남는 난타전으로 바뀌던 현상이 네트워크 시대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헨리 포드가 자동차를 발명하여 초반에는 많은 이익을 남겼지만 그 후에 다른 메이커들이 생겨나면서 자동차 산업 전체의 파이를 나눠먹게 되고 각 기업들의 이익은 점차 줄어든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IT 산업에서는 이와 반대로 시간이 흐를수록 이익이 증가한다는 것이 발견되었다. 이는 앞선 주자가 더 앞서게 되는 '수확체증'이라는 용어로 정의되었는데 간단히 말하면 승자독식으로 2등의 자리는 없다는 뜻이다.(과거의 현상은 '수확체감'이다) 실례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피스 프로그램이나 구글 서치, 페이스북, 유튜브, 안드로이드 등 독점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IT 기업들은 많다. 이는 '당신이 쓰면 나도 그것을 쓴다'라는 흥미진진한 논리를 보여준다. 즉 사람을 찾을 때 페이스북, 마이스페이스, 구글플러스, 싸이월드(가령)에서 각각 한 명씩 찾아야 한다면 매우 쉽게 지칠 것이다. 그래서 결국은 페이스북이라는 하나의 승자가 등장하게 되는데 여기에는 더 널리 선택되면 전체 시스템은 더 빨라진다는 점이 숨어있다. 네트워크는 빨리지기 위해 시간을 더 효과적으로 압축하고 이를 위해 스스로를 최적화하며 그 결과로 얻어진 효율성 덕분에 우리 모두가 이익을 얻게 된다. 결국 그 때문에 승자들이 독식한다. 승자는 더 빠르기 때문에 네트워크에서 차지하는 몫이 점점 더 많아지고 우리는 네트워크의 게이트에게 자연스레 지배를 당하게 되는 것이다.
자동차가 발명되었다는 것은 자동차 사고도 같이 발명되었다는 뜻이며 마찬가지로 네트워크의 발명은 네트워크 사고를 필연적으로 동반한다. 모든 SW프로그램에 버그가 존재하듯이 네트워크 역시 수많은 보안상 헛점이 있다. 네트워크 설계자들이 고민하여 네트워크를 만들지만, 그 네트워크를 해킹하는 해커들은 설계자 이상으로 네트워크를 연구할 것이다. 따라서 결국 설계자는 해커를 이기지 못한다. 우리가 의존하는 모든 시스템, 즉 금융, 정치, 디지털 시스템들이 어떤 악한 힘에 의해 통제되고 부적절한 조종을 당한다면 끔직할 것이다. 그러므로 연결된 세상에서는 항상 주의해야 한다. 대부분의 우리들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세상을 누군가가 파괴하고 조작하거나 건설하고 작동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면 그들은 아마 엄청나게 큰 힘을 소유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네트워크 시대는 빠르고 편리하지만 저자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끔찍하기 짝이 없다. 그의 확신에 찬 어조는 이미 물은 엎질러졌고 이렇게 흘러가는 대세를 막을 수는 없다는 말로 들린다. 그 말이 맞다. 네트워크는 중앙에서 누군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지 오래다. 과거의 중앙집중관리방식의 유선 전화와는 차원이 다르다. 저자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하드 게이트키핑'을 말하고 있다. 이것은 무역에서부터 사이버 정보, 과학 연구에 이르는 모든 것을 관리하기 위해 세심하게 설계된 안전한 공동체의 구축과 개발을 의미한다. 물론 미국인인 저자는 미국이 해야 할 당면과제로서 하드 게이트키핑을 주장하는 것이다. 미국이 주도하고 통제할 수 있도록 준비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과 더불어, 이 책의 제목으로 다시 돌아와, 모두가 제7의 감각을 키워야 함을 주장한다. 네트워크를 이해하는 데에 그치지 말고 네트워크 세상의 요소들을 만들어내고 사용하기 위해 행동하는 것을 주장한다. 어차피 도망갈 곳은 없다. 용기를 가지고 그것에 부딪혀 보라. 지금 당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