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 세트 - 전2권
이외수 지음 / 해냄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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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라니?

제목부터가 남다르다. 아니 이외수라는 작가부터가 이름이 평범치 않다. 

뭐를 보복해 준다는 건가? 어쩌면 딱딱하지만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제목이다.


개인적으로는 실로 오랜만에 이외수를 만난 것이다. 나는 대학 시절, 입대를 앞두고 우연히 이외수의 <황금비늘>이라는 책을 읽었다. 도서관에 가는 길에 만난 선배가 그 책을 빌려 달라고 하여 별 생각없이 1권을 빌렸다. 선배를 만나서 책을 줘야하는데 며칠 간 만나지 못했고, 궁금해서 첫장을 넘겨 본 것을 시작으로 연달아 2권까지 다 보게 되었다. 특이했다. 이외수라는 작가의 특이한 사고방식을 처음 경험했다. 


그리고 제대 후, <감성사전>을 보았다. 시기 상으로는 <황금비늘>보다 먼저 나온 책이지만 더 늦게 접했다. 역시나 이외수의 독특한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 그의 상상력과 언어유희적 발상에 탐복해 마지 않았다.


세월이 흘러 소셜미디어 시대가 도래하였고, 잘은 몰라도 이외수는 국내 작가 중 가장 SNS를 활발히 하는 사람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SNS를 통한 소통을 많이 했다. 그와 반대로 나는 그런 매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 사이 이외수는 많은 작품을 써갔지만 나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이외수를 좋아하기에 그는 나의 머리 아니면 가슴 어딘가 한 구석에 아직 머물고 있었다.



그리고 최근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를 통해 그와 재회했다. 사실 나는 그의 문체를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닌 것 같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입에 짝짝 달라붙는 느낌은 아니다. 아니면 그냥 나와 잘 안 맞는 것일 수도. 하지만 화려한 미사여구를 총동원하지 않고 검소하고 서민적인 듯한 느낌이 좋다. 간결하고 담백하다. 특히 이 책에서는 최신 트렌드의 용어가 많이 등장한다. 확실히 인터넷 시대의 최고 작가답다.


이 책은 줄곧 통쾌하다.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가 길고양이 머리에 대못을 박는 가해자를 보복하는 첫 보복 장면은 보복의 시작을 알림으로써 앞으로도 더 많은 보복으로 읽는이의 가슴을 후련하게 만들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그리고 압권은 역시 마지막 보복으로서 사대강을 死대강으로 만든 MS에게 통쾌한 한 방을 먹이는 장면이다. 


보복의 대상이 되는 인물들은 우리 사회의 실존인물들을 형상화했다고 할 수 있다. 일부는 이름이나 행동에서 실제 어떤 사람인지 유추할 수도 있었다. 선입견인지는 모르겠으나 보복하는 자와 당하는 자들의 이름 하나하나가 그렇게도 잘 어울릴 수 없다.


1인칭 시점인 이 책은, 주인공인 정동언이 식물들과의 교감을 통해 이 시대의 악을 응징해 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우리는 누구나 식물과 대화하는 상상을 하곤 하지만, 이 책에서처럼 식물의 염사 능력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볼 수 있고, 식물 간의 네트워크로 시공을 초월하여 다른 사람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상상은 정말 경이롭기까지 하다. 책을 읽는 내내 나에게도 그런 능력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또한 식물들이 진짜 서로 대화하고 과거와 현재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의문을 품어보기도 했다.


책에는 많은 식물들이 등장한다. 작가는 각 식물들에 대해 지루하지 않을 정도의 분량을 할애하여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나오는 식물마다 나는 인터넷을 검색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곤 했지만 독서의 몰입을 위해(라고 쓰고 귀차니즘이라고 읽는다) 최대한 자제했다.


또한 이외수 답게 최신 트렌드의 아재개그를 많이도 보여주고 있다. 대부분은 나도 처음 들어보는 것들로 거의 모든 개그가 작가의 창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만간 책에 나온 아재개그들을 모두 발췌하여 따로 정리해 봐야 되겠다. 어디 가서 써먹어도 될 만한 것들이다.(그렇다면 나도 아재?)



독특한 소재를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결국 사랑이다. 이 시대와 이 사회의 부조리한 모습과 불합리한 일들을 적나라하게 까발리면서 그것들을 하나씩 응징해가는 정의의 구현은 결국 사랑을 향한 과정이다. 자기를 희생하여 사랑을 달성하는 식물들의 이타심이 사랑이다. 주인공은 식물들의 겸손함과 배려심, 희생정신을 보고 겪으면서 내면적인 아름다움을 하나씩 배워간다. 


현실은 책과 다르다. MS가 녹조강물에 뛰어들 일도 없고, 사대강을 지휘했던 고위공직자들과 언론인, 교수들이 녹조라떼를 원샷할 일도 현실에서는 없다. 그래도 우리는 이외수의 상상력을 통해 그런 일들을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MS가 팬티만 입고 녹조강물에 뛰어드는 모습을 상상하며 나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기를 띄고 있다. 책에서만이라도 속이 시원해서 행복했다. 그리고 놀라운 상상력과 통쾌한 표현으로 우리에게 행복감을 선사한 작가 이외수에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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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권력, 미디어 미래생각발전소 12
김재중 지음, 이경국 그림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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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면 우리 사회에서 미디어가 가지는 기능 중 권력자로서의 역할과 그 권력을 행사하는 데에서 발생하는 크고작은 문제점들을 주로 부각했을 듯하지만(물론 내가 받은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책의 내용은 단지 그러한 것에 한정되기 보다는 미디어의 역사와 현대 사회에서의 특징들에 대해 종합적으로 기술되었다.



초등학교 저학년이 보기에는 글밥이 다소 많아서 고학년 정도에 적합해 보이고 어른이 보기에도 괜찮은 수준의 내용이라고 생각된다. 그 이유는 미디어의 개념부터 역사, 종류와 특징, 그리고 순기능과 역기능 등 미디어에 대한 대부분의 내용을 쉽게 간결하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성인의 기준으로 내용의 깊이는 깊지 않으나 짧은 시간에 전체를 개괄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미디어라는 것을 실제 사용을 함에 있어 어린 학생들은 물론 취학 전 아이들까지도 실제로 경험을 하고 있음에도 그 개념과 특징까지 파악하고 있기는 쉽지 않은데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이 미디어를 가깝고 친근하게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스마트폰이나 SNS 같은 뉴미디어, 스마트미디어의 폐단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어 아이들이 충분히 경각심을 가질 만하다. 이러한 미디어의 폐단이라면,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해지는 미디어 중독, 너무 많은 정보의 범람과 거짓 정보, 사생활 침해와 사이버 폭력 등을 들 수 있는데 학교와 부모가 아이들을 교육하는 속도에 비해 미디어의 변화 속도가 훨씬 빠르기 때문에 아이들은 그들이 생각없이 행동하고 자행하는 행위들에 대해 멈춰서 한 번 쯤 자신의 모습을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 어린 아이들이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인내를 갖고 보기는 어렵더라도 중요한 부분을 부모가 체크하여 아이와 함께 볼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미디어는 간단하게는 사람의 몸짓, 표정, 언어 등에서 시작했고, 그 옛날 암석에 그림을 새겨 넣는 방법으로 발전했다. 그후 문자의 발달로 정보를 기록, 저장할 수 있게 되었고, 활자의 발명을 통해 미디어는 폭발적인 성장을 하게 되었다. 신문, 전화, 라디오, TV 등이 차례로 발명되면서 이른바 매스미디어 시대가 열렸다. TV는 시각 및 청각 정보를 함께 전달함으로써 매시미디어를 완성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신문이나 TV의 뉴스를 보면서 많은 정보를 접하는데, 각 개인이 생산하거나 유통하는 뉴스에 비해 거대 조직이 만들어내는 것이 더 신뢰성이 높기 때문에 이같은 뉴스는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보도되어야 한다. 뉴스가 어떠한 의도와 형태를 가지고 전파되느냐에 따라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의식이 변화될 수 있기 때문에 뉴스의 공정성은 매우 중요하다.



IT와 인터넷의 발달로 뉴미디어라는 용어가 생겨난지도 아주 오래 되었다. 과거의 미디어가 생산과 소비의 역할이 분명한 단방향 구조였다면 뉴미디어에서는 소비자가 뉴스의 생산에 참여하거나 아예 직접 생산하는 것이 가능하다. 특히 아이폰의 등장으로 촉발된 스마트미디어 시대는 쌍뱡향의 정보 유통이 더욱 가속화 되었으며 신문, 방송과 같은 전통 미디어와 결함되어 매우 편리한 세상이 되었다.


스마트미디어의 등장으로 어려운 정보에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고 집단지성이 발현될 수 있는 통로가 열렸다. 과거 전통적인 미디어가 할 수 없었던 일들이 가능해졌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이 전세계 누구와도 정보를 교환하거나 친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인 효과에도 불구하고 앞에서 언급한 대로 그 폐단도 적지 않다.


부엌칼을 요리하는 데 사용하면 아주 유용하지만 이를 다른 사람을 찌르는 데에 쓰면 위험한 물건이 되듯이 미디어 역시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유용할 수도, 위험할 수도 있다. 특히나 아직 판단력과 자제력이 부족한 어린이들에게는 미디어 사용에 대한 교육과 통제가 필요하다. 스마트폰의 사용시간을 정해 놓고 사용하고, 집에서는 거실에서만 이용한다거나 하는 원칙을 정해도 좋을 것이다.

또한 온라인에서의 예절, 즉 네티켓 교육을 통해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받는 일이 없도록 예방하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가 너무 쉽게 접하고 경험하고 있기에 마치 공기와도 같이 그 실체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미디어이다. 특히나 태어나면서부더 각종 첨단 미디어 기기들에 지배를 받으며 살고 있는 어린 아이들에게 미디어는 사용에 따라 악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항상 심어줘야 한다. 내가 스마트폰의 주인인지, 스마트폰이 나의 주인인지를 늘 떠올리도록 가르쳐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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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마지막 바이올린 생각쑥쑥문고 12
안나 만소 지음, 가브리엘 살바도 그림, 오세웅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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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타비오의 아빠는 바이올린을 만드는 사람이다. 그는 바이올린 제작의 장인이며 옥타비오는 그런 아빠의 모습을 좋아한다. 
아빠의 작업장에서 아빠의 일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옥타비오의 취미이다. 
바이올린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사진으로 찍었더니 천 장 하고도 한 장이 더 찍혔을 정도로 작업은 많은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다. 

그런 아빠의 손가락이 어느날 갑자기 떨리기 시작한다. 옥타비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아빠는 이제 더이상 바이올린을 만들 수 없게 된 것이다. 
옥타비오는 큰 실망감에 빠졌지만 어찌해 볼 도리가 없었다. 

그런데 어느날 작업장으로 빗자루같이 생긴 두 명의 수집가가 찾아와 아빠의 마지막 바이올린 만들기를 요청했다. 
그들은 세상의 희귀한 모든 것을 모으는 수집가로 아빠의 바이올린 역시 마지막이라는 딱지가 붙으면 값어치가 엄청 올라갈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아빠에게 아주 많은 사례금을 제시했다. 단, 그 바이올린 이후로는 더이상 바이올린을 만들지 않겠다는 약속까지 받으려 했다. 
또한 마지막 바이올린은 누군가에게 연주되지 못한 채 수집가의 전시품으로만 존재해야 했다. 

그래서 아빠는 고민했다. 더이상 바이올린으로 돈을 벌지 못하게 될 우리집에 수집가가 제시한 어마어마한 액수의 돈은 필요했다. 
하지만 연주되지 못하는 바이올린은 아빠에게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고심 끝에 아빠는 수집가들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3개월 안에 완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아빠는 마지막 바이올린 제작을 옥타비오와 함께 했다. 아빠의 이런저런 심부름을 하면서 옥타비오는 바이올린을 아빠와 함께 만드는 뜻깊은 경험을 했다. 아빠는 옥타비오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옥타비오는 자신의 서툰 솜씨가 바이올린 제작을 오히려 방해하지 않을까 염려했지만 아빠는 이런 옥타비오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그가 무슨 결정을 하더라도 최고의 바이올린이 만들어질거라고 말했다. 옥타비오는 아빠와 함께 바이올린 만드는 일이 행복하게 느껴졌다. 


마지막 바이올린은 결국 3개월이 아니라 단 17일만에 완성되었다. 그리고 아빠는 모든 기력을 다 소진했는지 며칠간 누워만 있었다. 
옥타비오는 며칠 후 자신의 생일날 아빠로부터 선물상자를 받았다. 그 안에는 뜻밖의 선물이 있었다. 바로 옥타비오와 아빠가 함께 만든 마지막 바이올린이었다! 

아빠는 수집가들에게 마지막 바이올린을 팔지 않겠다고 연락했고 수집가들은 펄쩍 뛰었지만 아빠의 결심은 굳건했다. 
그 바이올린은 옥타비오의 것이었다. 
아빠는 옥타비오가 나중에 그것으로 멋진 연주를 하면 좋겠다고 했다. 그리고 직접 바이올린을 만드는 대신 제작법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겠다고 했다. 

옥타비오는 바이올린 연주를 썩 잘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열심히 연습하기로 다짐했다. 잘하지는 못해도 단지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올바른 결정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결정을 후회하기도 한다. 옥타비오의 아빠 역시 수집가들의 제안에 대해 무수한 고민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마침내 후회없는 결정을 했다. 그 결정을 함에 있어 그는 자신만의 중요한 가치를 잃지 않았다. 함께 바이올린을 만들면서 옥타비오 역시 스스로 고민하고 결정하는 능력을 발휘했다. 아빠는 아들에게 선택과 결정을 가르쳐주고 싶었던 것이다. 아빠의 마지막 바이올린을 선물 받은 옥타비오는 다시 한번 선택과 결정의 기로서 서게 된다. 그것은, 아빠의 바이올린을 직접 연주하기 위해 열심히 연습하기로 한 결정과 아빠처럼 훌륭햔 바이올린 제작자가 되기로 선택한 것 말이다.

이 이야기에서 등장하는 할머니의 빨간 양말은 어떤 의미일까. 할머니는 지나치리만큼 빨간 양말에 집착한다. 그것을 잃어버리고 나서는 몸져눕기까지 한다. 그러나 수 개월 후 부엌 구석의 항아리 속에서 양말을 발견했을 때는 이미 너무 쭈글쭈글해져 서 신을 수 없는 상태였고 할머니는 미련없이 그 빨간 양말을 쓰레기통에 버린다. 그리고 옥타비오가 사준 새 양말을 신는다.

나는 여기서 마음가짐이라는 말을 떠올렸다. 어려운 상황에 닥쳤을 때 우리는 심하게 낙담하지만 본인 마음먹기에 따라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것이다. 빨간 양말이 할머니에게는 중요했지만 시간이 오래 흐른 뒤의 빨간 양말은 더이상 의미가 없다. 새 양말을 신기로 결정한 것은 결국 할머니의 마음가짐이다.


아이에게 이 책에 담긴 뜻을 스스로 이해토록 하기는 어렵다. 아직 아이는 이야기 이면의 진중한 가르침을 깨달을 만큼 진지하지 못하다. 그래서 아빠가 읽고 설명해 주기로 결심했다. 장황한 말은 굳이 필요 없을 것 같다. 옥타비오 아빠가 했고, 옥타비오가 했고, 그리고 내 아이가 겪게 될 인생의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아이는 스스로 결정하고 그 결정에 후회가 들지 않도록 노력하면 되는 것이다. 어떤 선택과 결정을 하더라도 지키고 싶은 소중한 자기만의 가치를 잃지 않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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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의 감각, 초연결지능 - 네트워크 시대의 권력, 부 , 생존
조슈아 쿠퍼 라모 지음, 정주연 옮김 / 미래의창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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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대충 어떤 내용일지 감이 온다. 상세한 내용까진 모르더라도 결국 하고 싶은 말이 뭔지 짐작을 할 수 있다.



네트워크를 이해하고 지배하는 능력이야 말로 미래를 살아가야 하는 우리 인간에게 꼭 필요한 일곱번째 감각이라는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네트워크란, 우리가 잘 아는 바로 그 네트워크이다. 인적 네트워크라거나 물류 네트워크 그런 게 아니라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시스템 네트워크 말이다. 



작가인 조슈아 쿠퍼 라모는 책에 나와있는 약력에 따르면, <<타임>>지 역사상 최연소 부편집장을 역임한 이력이 있고, 현재는 국제 컨설팅 회사인 키신저협회의 공동 최고경영자이자 부회장이면서 페덱스와 스타벅스의 이사이기도 하다. 다보스포럼에 빠지지 않고 초대될 정도로 세계 정계와 외교계의 주요한 인물로 평가받는다고 한다. 대학에서의 학위는 라틴아메리카 연구로 학사를, 경제학으로 석사를 각각 받았으며 비즈니스와 국제 문제에 관심이 많다. 그런데 책 내용을 보면 그는 전세계 해커들의 모임에도 참여할 정도로 일찌기 해킹에 관심이 많았으며 네트워크와 프로그래밍을 이해할 정도로 디지털 분야에도 전문가이다. 책 곳곳에서 그의 우수한 지적 능력과 넓은 인맥, 그리고 탁월한 혜안을 엿볼 수 있다.


이 책을 추천한 말콤 글래드웰은, 이 책이 차기 대통령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고 했다. 그 이유는,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조슈아 쿠퍼 라모가 일관되게 말하고 있는 것, 즉 지금의 세계 지도자들은 네트워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과거의 낡은 방식으로 현재의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하기 때문에 그 어떤 문제도 명확히 해결하는 것이 없다는 데에 있다.


그러한 문제 중 대표적인 것으로는 IS가 자행하는 테러, 난민의 물결, 서브프라임 모지지론 사태와 같은 금융위기 등이 있다. 미국은 대중들은, 아니 일반적인 전세계인들은 IS 테러집단의 군사력을 미국의 그것에 감히 비교하지 않는다. 하지만 미국이 최첨단 무기들을 끊임없이 발명하여 테러를 진압할 수록 전세계 테러의 빈도는 아이러니하게도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늘고 있다. 폭탄이 터질 것 같은 위치를 미리 파악하여 폭탄을 제거하고, 테러리스트와 그들의 비밀본부를 추적하여 파괴하는 것이 테러를 진압하는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IS가 세력을 키우는 방법은 과거와 다르다. 그들은 페이스북(facebook)과 트위터(twitter)를 통해 전세계에서 추종자를 모으고, 인터넷을 통해 그들만의 지령을 전달한다. 즉 그들은 이미 네트워크의 힘을 이해했고 그것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네트워크로 연결된 시대는 모든 것을 바꾸어 놓을 것이다. 조사연구, 유권자 데이터베이스, 네트워크를 공유하는 유전자 정보 금융망, 이 모든 것이 전혀 새로운 패턴을 만들어내 일상의 패턴을 바꿀 것이다. 이는 비행 항로의 확장으로 사업가, 여행족, 서핑족들의 활동 패턴이 변하면서 경제의 패턴까지 변화시키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과거에 강과 산, 공기의 흐름이 상업과 전쟁을 일으켰듯이 미래에는 네트워크가 매우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이미 네트워크 사회가 된 현재와 앞으로 더더욱 그렇게 될 미래에는 네트워크 연결이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국가 대 국가의 싸움은 이제 국가 대 네트워크 또는 네트워크 대 네트워크의 싸움이 될 것이며 과거에 국가들이 서로를 파괴했듯이 미래에는 네트워크가 국가와 다른 네트워크를 파괴할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내 핸드폰만 구글이 안 된다고 생각해 보자. 구글 검색도 안 되고, gmail도 안 되고 구글에서 제공하는 모든 서비스에서 나만 소외된다면 나는 디지털 사회의 왕따나 다름없다. 이것은 현재와 미래의 모든 사람들은 네트워크에 매우 의존적이며 특정 네트워크 집단에 특히나 더 의존적임을 보여준다. 즉 내가 구글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구글이 나를 선택하는 결정권을 가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 책에서는 '게이트(gate)'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어떠한 네트워크를 드나드는 통로를 게이트라 한다면, 그 게이트로 차단된 공간은 '게이트랜드(gate land)'이며 우리는 누구나 이 게이트랜드 안에 머물길 원할 것이다. 우리는 게이트랜드에서 '게이트키핑(gate keeping)'을 하거나 또는 당하는 위치 둘 중 하나에 서게 될 것이다. 내가 핸드폰의 전원을 켜는 순간 바로 게이트랜드로 들어간다. 내가 핸드폰 안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그 모든 행위는 게이트랜드에 들어가는 것이다. 게이트키퍼(gatekeeper)들은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모든 규칙과 행동을 결정할 수 있다. 게이트키퍼는 사람일 수도 있고 프로토콜이나 조약일 수도 있다. 


네트워크 시대가 무서운 것이 또하나 있다. 그것은 과거의 전통적인 산업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독점이 사라지고 경쟁자들 간의 이익이 적게 남는 난타전으로 바뀌던 현상이 네트워크 시대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헨리 포드가 자동차를 발명하여 초반에는 많은 이익을 남겼지만 그 후에 다른 메이커들이 생겨나면서 자동차 산업 전체의 파이를 나눠먹게 되고 각 기업들의 이익은 점차 줄어든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IT 산업에서는 이와 반대로 시간이 흐를수록 이익이 증가한다는 것이 발견되었다. 이는 앞선 주자가 더 앞서게 되는 '수확체증'이라는 용어로 정의되었는데 간단히 말하면 승자독식으로 2등의 자리는 없다는 뜻이다.(과거의 현상은 '수확체감'이다) 실례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피스 프로그램이나 구글 서치, 페이스북, 유튜브, 안드로이드 등 독점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IT 기업들은 많다. 이는 '당신이 쓰면 나도 그것을 쓴다'라는 흥미진진한 논리를 보여준다. 즉 사람을 찾을 때 페이스북, 마이스페이스, 구글플러스, 싸이월드(가령)에서 각각 한 명씩 찾아야 한다면 매우 쉽게 지칠 것이다. 그래서 결국은 페이스북이라는 하나의 승자가 등장하게 되는데 여기에는 더 널리 선택되면 전체 시스템은 더 빨라진다는 점이 숨어있다. 네트워크는 빨리지기 위해 시간을 더 효과적으로 압축하고 이를 위해 스스로를 최적화하며 그 결과로 얻어진 효율성 덕분에 우리 모두가 이익을 얻게 된다. 결국 그 때문에 승자들이 독식한다. 승자는 더 빠르기 때문에 네트워크에서 차지하는 몫이 점점 더 많아지고 우리는 네트워크의 게이트에게 자연스레 지배를 당하게 되는 것이다.


자동차가 발명되었다는 것은 자동차 사고도 같이 발명되었다는 뜻이며 마찬가지로 네트워크의 발명은 네트워크 사고를 필연적으로 동반한다. 모든 SW프로그램에 버그가 존재하듯이 네트워크 역시 수많은 보안상 헛점이 있다. 네트워크 설계자들이 고민하여 네트워크를 만들지만, 그 네트워크를 해킹하는 해커들은 설계자 이상으로 네트워크를 연구할 것이다. 따라서 결국 설계자는 해커를 이기지 못한다. 우리가 의존하는 모든 시스템, 즉 금융, 정치, 디지털 시스템들이 어떤 악한 힘에 의해 통제되고 부적절한 조종을 당한다면 끔직할 것이다. 그러므로 연결된 세상에서는 항상 주의해야 한다. 대부분의 우리들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세상을 누군가가 파괴하고 조작하거나 건설하고 작동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면 그들은 아마 엄청나게 큰 힘을 소유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네트워크 시대는 빠르고 편리하지만 저자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끔찍하기 짝이 없다. 그의 확신에 찬 어조는 이미 물은 엎질러졌고 이렇게 흘러가는 대세를 막을 수는 없다는 말로 들린다. 그 말이 맞다. 네트워크는 중앙에서 누군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지 오래다. 과거의 중앙집중관리방식의 유선 전화와는 차원이 다르다. 저자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하드 게이트키핑'을 말하고 있다. 이것은 무역에서부터 사이버 정보, 과학 연구에 이르는 모든 것을 관리하기 위해 세심하게 설계된 안전한 공동체의 구축과 개발을 의미한다. 물론 미국인인 저자는 미국이 해야 할 당면과제로서 하드 게이트키핑을 주장하는 것이다. 미국이 주도하고 통제할 수 있도록 준비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과 더불어, 이 책의 제목으로 다시 돌아와, 모두가 제7의 감각을 키워야 함을 주장한다. 네트워크를 이해하는 데에 그치지 말고 네트워크 세상의 요소들을 만들어내고 사용하기 위해 행동하는 것을 주장한다. 어차피 도망갈 곳은 없다. 용기를 가지고 그것에 부딪혀 보라. 지금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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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터[608]번째 책이야기

대통령은 누가 뽑나요? / 정관성

내가 몰랐던 책 책이야기 텍스터(www.texter.co.kr)
대통령은 누가 뽑나요? / 정관성
노란돼지 교양학교 1권. 남매와 아빠의 대화를 통해 어렵고 딱딱하게만 느껴지는 정치와 선거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다. ‘정치’나 ‘선거’라는 말을 들으면 먼 이야기처럼 느껴질 것이다. 초등학교에서 치러지는 어린이 회장 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비교해 보면서 정치는 일상과 동떨어진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정치를 통해 삶을 바꿀 수 있다. 정치인은 국민의 일을 대신해 주는 ‘대리인’이다. 모든 사람이 정치를 할 수는 없으니 대신 일할 사람을 뽑는 일이 바로 ‘선거’이다. 글쓴이는 ‘민주주의와 선거’에 대해 궁금한 것을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상세히 설명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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