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마지막 바이올린 생각쑥쑥문고 12
안나 만소 지음, 가브리엘 살바도 그림, 오세웅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옥타비오의 아빠는 바이올린을 만드는 사람이다. 그는 바이올린 제작의 장인이며 옥타비오는 그런 아빠의 모습을 좋아한다. 
아빠의 작업장에서 아빠의 일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옥타비오의 취미이다. 
바이올린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사진으로 찍었더니 천 장 하고도 한 장이 더 찍혔을 정도로 작업은 많은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다. 

그런 아빠의 손가락이 어느날 갑자기 떨리기 시작한다. 옥타비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아빠는 이제 더이상 바이올린을 만들 수 없게 된 것이다. 
옥타비오는 큰 실망감에 빠졌지만 어찌해 볼 도리가 없었다. 

그런데 어느날 작업장으로 빗자루같이 생긴 두 명의 수집가가 찾아와 아빠의 마지막 바이올린 만들기를 요청했다. 
그들은 세상의 희귀한 모든 것을 모으는 수집가로 아빠의 바이올린 역시 마지막이라는 딱지가 붙으면 값어치가 엄청 올라갈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아빠에게 아주 많은 사례금을 제시했다. 단, 그 바이올린 이후로는 더이상 바이올린을 만들지 않겠다는 약속까지 받으려 했다. 
또한 마지막 바이올린은 누군가에게 연주되지 못한 채 수집가의 전시품으로만 존재해야 했다. 

그래서 아빠는 고민했다. 더이상 바이올린으로 돈을 벌지 못하게 될 우리집에 수집가가 제시한 어마어마한 액수의 돈은 필요했다. 
하지만 연주되지 못하는 바이올린은 아빠에게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고심 끝에 아빠는 수집가들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3개월 안에 완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아빠는 마지막 바이올린 제작을 옥타비오와 함께 했다. 아빠의 이런저런 심부름을 하면서 옥타비오는 바이올린을 아빠와 함께 만드는 뜻깊은 경험을 했다. 아빠는 옥타비오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옥타비오는 자신의 서툰 솜씨가 바이올린 제작을 오히려 방해하지 않을까 염려했지만 아빠는 이런 옥타비오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그가 무슨 결정을 하더라도 최고의 바이올린이 만들어질거라고 말했다. 옥타비오는 아빠와 함께 바이올린 만드는 일이 행복하게 느껴졌다. 


마지막 바이올린은 결국 3개월이 아니라 단 17일만에 완성되었다. 그리고 아빠는 모든 기력을 다 소진했는지 며칠간 누워만 있었다. 
옥타비오는 며칠 후 자신의 생일날 아빠로부터 선물상자를 받았다. 그 안에는 뜻밖의 선물이 있었다. 바로 옥타비오와 아빠가 함께 만든 마지막 바이올린이었다! 

아빠는 수집가들에게 마지막 바이올린을 팔지 않겠다고 연락했고 수집가들은 펄쩍 뛰었지만 아빠의 결심은 굳건했다. 
그 바이올린은 옥타비오의 것이었다. 
아빠는 옥타비오가 나중에 그것으로 멋진 연주를 하면 좋겠다고 했다. 그리고 직접 바이올린을 만드는 대신 제작법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겠다고 했다. 

옥타비오는 바이올린 연주를 썩 잘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열심히 연습하기로 다짐했다. 잘하지는 못해도 단지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올바른 결정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결정을 후회하기도 한다. 옥타비오의 아빠 역시 수집가들의 제안에 대해 무수한 고민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마침내 후회없는 결정을 했다. 그 결정을 함에 있어 그는 자신만의 중요한 가치를 잃지 않았다. 함께 바이올린을 만들면서 옥타비오 역시 스스로 고민하고 결정하는 능력을 발휘했다. 아빠는 아들에게 선택과 결정을 가르쳐주고 싶었던 것이다. 아빠의 마지막 바이올린을 선물 받은 옥타비오는 다시 한번 선택과 결정의 기로서 서게 된다. 그것은, 아빠의 바이올린을 직접 연주하기 위해 열심히 연습하기로 한 결정과 아빠처럼 훌륭햔 바이올린 제작자가 되기로 선택한 것 말이다.

이 이야기에서 등장하는 할머니의 빨간 양말은 어떤 의미일까. 할머니는 지나치리만큼 빨간 양말에 집착한다. 그것을 잃어버리고 나서는 몸져눕기까지 한다. 그러나 수 개월 후 부엌 구석의 항아리 속에서 양말을 발견했을 때는 이미 너무 쭈글쭈글해져 서 신을 수 없는 상태였고 할머니는 미련없이 그 빨간 양말을 쓰레기통에 버린다. 그리고 옥타비오가 사준 새 양말을 신는다.

나는 여기서 마음가짐이라는 말을 떠올렸다. 어려운 상황에 닥쳤을 때 우리는 심하게 낙담하지만 본인 마음먹기에 따라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것이다. 빨간 양말이 할머니에게는 중요했지만 시간이 오래 흐른 뒤의 빨간 양말은 더이상 의미가 없다. 새 양말을 신기로 결정한 것은 결국 할머니의 마음가짐이다.


아이에게 이 책에 담긴 뜻을 스스로 이해토록 하기는 어렵다. 아직 아이는 이야기 이면의 진중한 가르침을 깨달을 만큼 진지하지 못하다. 그래서 아빠가 읽고 설명해 주기로 결심했다. 장황한 말은 굳이 필요 없을 것 같다. 옥타비오 아빠가 했고, 옥타비오가 했고, 그리고 내 아이가 겪게 될 인생의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아이는 스스로 결정하고 그 결정에 후회가 들지 않도록 노력하면 되는 것이다. 어떤 선택과 결정을 하더라도 지키고 싶은 소중한 자기만의 가치를 잃지 않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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