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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처럼 아름다운 수학 이야기 - 최신 개정증보판
김정희 지음 / 혜다 / 2018년 3월
평점 :
대한민국의 보통의 학생들이라면 수학에 대한 공포심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학생들도 당연히 있다. 게다가 다른 과목보다 유달리 수학을 좋아하거나 잘하는 경우도 종종 봐왔다. 그런 친구들을 보면서 신기하기도 했고 부러워도 했으며 그 친구들만큼 나의 수학적 머리는 뛰어나지 않다는 사실에 좌절할 때도 있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인이 된 후로 그때만큼 수학이란 걸 할 일은 없어졌지만 수학에서 말하는 각종 원리들을 그때는 몰랐지만 이제라도 이해하고 픈 욕구는 늘상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수학사에 나오는 여러 천재들의 스토리는 또다른 재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내가 수학의 천재는 아니지만 문제풀이로서가 아닌 역사와 이야기로서의 수학은 나도 꽤나 좋아한다는 사실 또한 깨달았다.
그렇게 접하게 된 또하나의 이야기 수학 책 <소설처럼 아름다운 수학이야기>는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복잡하고 딱딱한 문제풀이 수학책이 아니다. 수학의 역사와 그것이 만들어낸 인물들이 이야기이다. 추가로 아마추어가 되기 위한 팁까지도 소개하고 있다.
책은 작가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녀는 학생시절 시간에 대한 문제를 풀지 못해 선생님으로부터 뺨을 맞는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그때는 그랬다. 교실 안에서는 교육이라는 미명 아래 뺨 이상의 인권유린이 많이 자행돼었다) 그 기억은 트라우마가 되어 그녀를 따라 다녔지만, 중학교에서 배운 방정식을 통해 수학에 대한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는 취미로서, 아마추어 수학자의 길로 들어섰다.
수학의 역사를 보면 인도인들이 아라바이 숫자를 발명했고 숫자만큼이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기하학은 문명의 발상지에서 토지를 측량하기 위해 연구되었다. 그들은 기하학을 대수적으로 인식해 풀고자 하는 노력도 기울였다.
기하학은 도형을 취급하는 것이고, 수식을 취급하는 것은 바로 대수학이다. 이 둘은 느낌이 다르지만 수학이라는 같은 테두리 안에서 모두 어렵고 복잡하다는 공통된 느낌을 준다. 작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하학을 다루는 부분에서 수학을 포기할 것이라고 말하는데 나는 잘 모르겠다. 사실 아직도 기하학과 대수학의 경계를 정확히 모르겠다. 내가 어려워했던 분야는 대수학인지 기하학인지 헷갈린다.
서양의 수학사에는 에디슨보다 무려 2000년이나 먼저 전기를 연구했던 수학의 아버지 탈레스가 있었다. 그의 실존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쟁이 되고 있다고 하는데 확실한 건 우리가 배우는 많은 부분들이 그로부터 나왔었다는 것이다. 탈레스는 비례식을 이용해 피라미드의 높이를 잰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각에 대해 인지하며 도형에 대한 다양한 정리를 체계화 하였다.
아무리 수학을 싫어하고 모른다 하더라도 우리는 상식적으로 피타고라스 라는 이름을 모르지 않는다. 그렇게 유명한 피타고라스는 이름보다 더 유명한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남겼는데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증명하는 방법은 수백가지도 넘는다. 그리고 책을 통해 새롭게 안 사실 중 하나는, 피타고라스가 개인의 이름이면서 학파의 이름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피타고라스라는 이름으로 정리된 수많은 사실들이 개인이 아닌 단체의 이름으로 발표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피타고라스는 유능한 수학자를 관리하는 에이던트였을지도.
책은 그밖에도 우리가 잘 아는 유클리드, 아르키메데스, 케플러, 데카르트, 페르마, 파스칼, 뉴턴, 라이프니츠, 오일러 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또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수학사에 빼놓을 수 없는 카르다노와 같은 수학자도 언급하고 있다. 카르다노는 수학역사상 가장 기이인 인물 중 하나인데 그는 삼차방정식의 해법을 제시하였고, 허수에 대한 생각을 처음 해내기도 하였다.
또한 여성수학자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대표적인 인물로 최초의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알려진 에이다 러브레이스를 들 수 있다.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컴퓨터를 전공으로 한 사람들은 에이다라는 이름을 수학자가 아닌 프로그래밍 언어로서 대부분 처음 접한다. 나도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ADA라는 프로그래밍 언어는 PASCAL이라는 언어를 토대로 만든 객체지향 언어로서 최초의 프로그래머인 그녀의 이름을 따서 작명하였다.(그러고 보니 PASCAL도 수학자의 이름이다)
책은 뒷부분은 아마추어 수학자가 되기 위한 조언을 담고 있다. 게다가 중고생들을 위한 수학 공부법까지 친절하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굳이 이런 내용이 꼭 필요했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쉽게 말하면, 나는 수학사에 관심이 있고 다양한 수학적 원리들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궁금하여 책을 들었는데, 책은 나에게 수학자가 되라고 다그친다. (비록 아마추어긴 하지만) 사실 이런 이질감은 작가가 본인을 소개하는 프롤로그 부분에서도 느껴졌다. 본인의 이야기와 책이 나오기까지의 스토리가 필요 이상으로 구구절절 장황하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엄마로서의 고충을 토로하는 부분에서는 이 책의 주제가 무엇인가 잠깐 혼동하기까지 했다. 그녀의 고민과 고충은 십분 이해하지만 말이다.
한 가지 더 아쉬운 부분은 수학사에 중요한 몇가지 정리와 원리들를 좀 더 설명해 주었더라면 하는 것이다. 다령 뉴턴과 라이프니츠가 다투었던 미분이나 적분에 대한 내용에서는 미적분이 무엇이며 왜 중요한지에 대한 설명이 있었으면 더 좋았겠다. 마찬가지로 허수와 복소수는 어떤 의미를 가지며 어디에 사용되는지, 로그는 또한 왜 필요한지 등의 궁금증은 결국 해소되지 못하였다.
그래도 오랜만에 수학책을 완독한 뿌듯함이 있다. 정확히는 수학책이 아니라 수학역사책이라 해야 옳겠지만. 이 책이 위에서 내가 궁금해 한 여러 원리와 개념들을 다시 한 번 찾아보는 계기가 되어주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