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이라는 사람 - 영화 <노무현입니다> 원작
이창재 지음 / 수오서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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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내가 느낀 것 중 하나는, <노무현이라는 사람> 이 책은 마치 자기계발서와도 같다는 것이다. 책의 한 장 한 장을 넘길수록 어떻게 살아야 뜻깊게 사는 것이지, 어떤 삶이 윤리도덕적으로 바른 삶인지 가슴에 팍팍 꽂히게 만드는 책이다.


이 책은 얼마 전 상영했던 다큐영화 <노무현입니다>의 원작이다. 작가인 이창재 감독은 뉴욕현대미술관에서 선정한 '세계 30대 다큐멘터리전'에 초청을 받았을 정도로 실력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사실 이게 얼마나 권위있고 대단한 일인지는 감이 오지 않는다) 그는 많은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왔다.



작가는 처음 노무현을 거대한 나무로 보고 거기서 많은 가지를 쳐 나가고자 했다. 하지만 그를 알면 알수록 그는 나무가 아니라 숲이었다. 그가 떠난지 1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어른이 부재하는 요즘 시대에 젊은 세대가 공부하고 뒤따를 만한 인생이 그에게 있다는 것, 가까운 과거에 우리에게도 이렇게 멋진 롤모델이 있었다는 사실을 자랑스러워 하면서 작가는 노무현이라는 숲으로 독자들을 초대하고자 하였다.

정치인으로서의 노무현은 우리에게 알려진 사실만으로도 매우 극적인 삶을 살았다. 그러나 책은 그런 극적인 정치인 노무현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 노무현, 자연인 노무현을 많이 그리고 있다. 그에게는 다양한 역전의 역사들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대선에서 정몽준이 단일화를 파기하고 그에게 문전박대를 당하는 수모를 겪은 후 짜릿하게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야말고 최고의 역전 드라마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영화에서는 보지 못했기 때문에 책에는 이 이야기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역시 없어서 처음에는 다소 실망했다. 하지만 <노무현이라는 사람>이라는 책 제목처럼 책은 정치인 노무현의 인생역전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사람' 노무현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작가를 이해할 수 있었다.


노무현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노사모이다. 노사모는 분류하기 쉬운 말로 하면 정치인 팬카페이지만 그들에게는 단순한 팬카페 이상이다. 나는 노사모가 아니고 노사모였던 적도 없어서 그들의 경험과 감정을 온전히 알 수는 없지만, 책에 쓰여진 인터뷰 내용을 보고 있노라면 그들은 노무현을 팬으로서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처음에는 그렇게 시작했을테지만, 결국 그들은 그를 인생의 롤모델, 도덕적 귀감, 존경스러운 어른으로 기억하며 그가 세상에 없는 지금까지도 그렇게 대하고 있다. 노사모가 탄생한 이후부터는 노무현은 곧 노사모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닌 것 같다. 

영화를 볼 당시 궁금했던 것 중 하나는 인터뷰이로 등장하는 이화춘 이라는 국정원 직원과 노무현의 관계였다. 당시 노무현은 정부에 반하는 활동가였는데 정부기관, 그것도 가장 무서운 국가정보원의 첩보직원이 어떻게 노무현과 친구가 될 수 있었는지 굉장히 궁금했었다. 책을 보면 자세한 내막을 알 수 있다. 그가 1975년 당시 중앙정보부에 입사했을 때 부서는 해외정보국이었다. 그곳에서 그는 한국 관련 외신 기사를 번역하는 정도의 일을 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1985년에 부산으로 내려와 정보활동을 시작했는데 그가 맡은 일은 소위 운동권 변호사들의 동향을 감시하고 움직임을 파악하는 업무였다. 그런 변화사들 중에는 문재인, 노무현도 있었다. 이화춘이 노무현 변호사 사무실을 처음 가서 뻘쭘하게 있을 때 노무현이 점심식사에 그를 데려갔고 그 처음 만남에서 4시간을 대화했다고 한다. 노무현은 그날 잡혀있던 공판까지 연기하며 이화춘을 저녁에 자기 집까지 초대했다. 당시 사회 분위기상 이화춘에게도 매우 위함한 일이었지만 그에게도 인간적인 면을 엿볼 수 있는 일화이다.


책 본문의 마지막 구절은 다음과 같다.
"노무현은 스스로 대지가 되었고 그가 뿌려놓은 씨앗은 그곳에서 자생해 세상을 조금씩 바꿔가고 있다. 그들은 꽃가루를 묻혀 나르는 나비처럼 자신이 잉태한 또 다른 씨앗을 세상 구석구석으로 퍼뜨리고 있다. 세상 어딘가에서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는 따뜻함을 목격한다면 '아, 여기에도 씨앗이 자라고 있구나' 하고 생각해도 좋다."

맞다. 결국 노무현에게서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이것 하나다. 그는 오로지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그의 모든 것을 바쳤고 당장 이루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이미 널리 알려진 노무현과 유시민의 대화에서 노무현은 그런 세상이 자신의 시대에는 오지 않을 것 같다고 얘기한 바 있다. 유시민은 너무도 솔직하게 그럴 수도 있다고 했다. 노무현은 그런 세상이 오기만 한다면 거기에 자신은 없어도 좋다고 했다.


대통령으로서 노무현은 국민들에게 비난받을 일도 했다. 그리고 잘못한 일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에 인간 노무현을 대입해 보면 그가 대통령이라는 직책에서 했던 모든 일들에 진정성을 느낄 수 있다. 과연 대한민국 역대 어느 대통령이 그만큼 자신을 버리고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을까. 약간 쌩뚱맞은 이야기지만 예전에 노태우 전 대통령이 대통령 시절을 회상하며,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고민과 부담이 너무 커 잠도 잘 자지 못한다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 나는 그의 말이 거짓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런 고민과 부담의 근원에 과연 얼마만큼이나 국민과 민주사회가 있었는가를 생각하면 그에게서는 진성성이 썩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 진정성은 그 사람이 살아온 날들을 살펴보면 누구나 알 수 있다.



나는 노빠까지는 아니지만 노무현을 좋아한다. 나같은 사람에게, 아니 그 반대편에 있는 사람에게도 <노무현이라는 사람>은 소장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그를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은 매우 불편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팩트를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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