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마 저택 살인사건
아마노 세츠코 지음, 김성미 옮김 / 북플라자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본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초반은 다소 지루하다. 추리소설은 사건이 발생하여 이를 수사하고 추리하면서 하나하나 해결해 가는 맛이 있는데,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의 일상적인 내용이 길어지면 집중력이 흐려질 수 있다. 물론 사전의 모든 설명들이 사건을 이해하고 풀어내기 위한 장치로서 필요한 것이기는 하지만 말이다.그래서 책을 펼치고 초반 2할 정도를 읽었을 때 내가 좋아하는 일본 추리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를 떠올렸다. 우연히 그의 소설 한 편을 읽고 나서 그 재미에 푹 빠져 다른 책 몇 권을 연달아 샀던 기억이 난다. 그의 소설들도 그랬던가.



아무튼 본격적인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지루하게 느껴졌지만 사건 발생 후, 특히 츠유키 형사와 그의 동료들이 뭔가 이상한 점을 서로 공유하면서 하나씩 추리를 해 나가는 과정에서는 그야말로 추리소설 특유의 긴장감과 속도감에 빠져들었다고 할 수 있다. 도지마 시노스케의 죽음이 경찰 내부에서 자살로 결론나려는 상황에서 츠유키 형사 일행이 제기하는 의문점들, 가령 어느 누구도 자살을 위해서 2층에서 뛰어내리지는 않는다는 점 등은 독자도 충분히 추리가 가능한 범위에 있다. 물론 나의 추리력은 거기까지 미치지는 못해서 시마 켄이치가 처음 그 말을 했을 때는 깜짝 놀랐다.


 

합리적인 의심과 가설들로 토론하면서 점점 형사들의 생각이 한 점으로 향하게 되었을 때 사건의 용의자로 3명 모두 동일한 인물을 지목한다. 그러나 책에는 그 용의자가 누구인지 바로 알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엉뚱한 인물 2명을 의심했다. 책을 다 읽고 나서는 그 2명을 의심하는 것이 얼마나 일차원적인 생각이었는지 깨달았으며 작가의 술수에 말려들었다는 자괴감에 빠지기도 하였다.



범인은 마지막 부분에 가서 알 수 있는데, 이때가 되면 범인의 신체적 특성까지 새로 알게 된다. 이 특성은 그동안 독자들에게 공개되지 않은 정보이기 때문에 형사들이 추측하는 수준까지 독자들이 추리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했다. 이 부분에서 나는 형사와 독자 간 정보의 비대칭성이 매우 불공평하다고 느꼈다. 이것은 독자의 추리를 막는 것이므로 추리소설에서 부적절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반대로 그 정보를 내가 미리 알았더라면 나는 어쩌면 범인을 너무도 쉽게 단정지어버렸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또한 그렇게 중요한 정보를 막판에 알게 됨으로써 맨 처음 이해할 수 없었던 프롤로그 내용이 더욱 극적으로 연결되는 효과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책을 끝까지 다 읽고 범인과 살해 동기까지 모두 알게 된 후에 처음으로 돌아가 프롤로그와 1장 초반을 다시 읽어 보았다.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내용과 장면들이 명확해졌다. 그리고 다시 끝으로 가서 범인이 한 말을 또 읽었다. 이해해 보려고 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복수는 성공했지만 과연 그 복수가 자신의 불행을 끝낸 것인지 묻고 싶었다.

모두가 피해자가 돼 버린 도지마 저택의 가족들에게 씁쓸한 위로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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