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티를 내는구나, 느티나무!
요즘같이 불볕더위에는 시원한 나무그늘이 참 고맙다. 그래서 이번 달 친해질 나무는 나무그늘 시원한 느티나무이다.
도심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는 나무, 느티나무.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나무이야기를 할때면 꼭 등장하는 나무이기도 하다. 그러나 쉽게 만날 수 있는 나무임에도 불구하고, 느티나무의 이름 유래를 어떻게 얘기해줘야 하나 고민하곤 했었다. 분명 어떤 유래가 있기에 ‘느티나무’라는 이름이 지어졌을 텐데 그 유래를 찾기가 힘드니 말이다. 그러나 작년에 참 재미있는 대답을 하나 얻었다. 서울에서 “궁궐의 우리나무 알기”라는 프로그램을 담당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알게 된 숲 해설 선생님께서는 느티나무에 대해 이렇게 설명을 하셨다.
“고향 마을 어귀에 가면 어김없이 볼 수 있는 나무 한그루가 있지요? 바로 느티나무입니다. 옛날에는 느티나무를 동네의 경계목의 용도로 심었다고 해요. 이 느티나무부터는 무슨 동네, 저 느티나무부터는 무슨 동네하고 알 수 있었지요. 또한 느티나무는 아주 오래 사는 나무에요. 오래 산 만큼 그 풍채 또한 아주 좋구요. 그래서 멀리서 봐도 동네 어귀의 느티나무는 한눈에 들어오지요. 믿거나 말거나지만 사람들이 그런 느티나무를 보면서 늘 티내는 나무, 늘티나무, 늘티나무 하다가 느티나무가 되었데요.”
제법 그럴듯한 이름 유래였다. 큰 풍채의 느티나무는 동네 어디를 가든 단번에 눈에 들어왔을 것이 뻔하다. 그런 느티나무를 보며 늘 티내를 낸다고 생각했다는 것이 재미있다. 그런 느티나무의 설명을 들은 이후로 나또한 아이들에게 늘티나무란 유래로 설명을 해준다. 물론 믿거나 말거나라는 말도 덧붙여서...
느티나무는 풍채만큼이나 오래 사는 나무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천연기념물 혹은 노거수로 지정되어 보호되는 경우가 많다. 마을의 나무로 번영과 안녕을 기원하는 서낭당으로서, 마을 주민들의 쉼터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한다. 또한 가지가 많이 갈라져 지금과 같은 여름에는 푸른 잎을 달고 시원한 나무그늘을 제공하기도 하며, 무늬와 색상이 아름답고 중후한 목재는 우리나라 제일로 친다고 한다. 서민은 살아 생전 소나무로 만든 집에서 소나무로 만든 가구를 놓고 소나무로 된 기구를 쓰다고 죽어서도 소나무 관에 묻히지만, 양반은 느티나무로 지은 집에서 느티나무 가구를 놓고 살다 느티나무 관에 실려 저승으로 간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하니 느티나무의 가치를 짐작할 수 있다.
느티나무에는 여러 가지 신령스런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전라도 오수라는 마을에 가면 주인을 살린 충견의 동상을 볼 수 있는데, 이 개와 얽힌 유명한 이야기는 어렸을 적 전래동화집에서 볼 수 있었다. 그 이야기를 잠시 떠올려 보면 옛날 이 고을에 개를 자식처럼 사랑하는 한 노인이 있었는데, 어느 봄날 장터에 다녀오던 길에 마신 술에 취해 잔디밭에서 그만 잠이 들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산불이 나서 봄바람을 타고 노인이 잠들어 있는 곳까지 불길이 번져오자 개는 근처의 물웅덩이를 찾아 자신의 몸에 물을 묻혀 잠든 노인 주변에서 뒹굴어 불을 끄고 탈진해 그 자리에서 죽고 만다. 잠이 깨어 사태를 알게 된 노인은 슬퍼하며 이 갸륵한 개를 고이 묻고 자신의 지팡이를 꽂았는데 얼마 후 이 지팡이에서 뿌리가 내리고 싹이 터 훌륭한 나무로 자랐다. 사람들은 이 나무를 개나무, 즉 오수라고 불렀는데, 지금 그 자리에는 커다란 느티나무가 자라고 있다고 한다.
10년 만에 찾아온 무더위에 선풍기, 에어컨 앞에서만 있지 말고, 늘티나무, 오수의 유래를 생각하며 시원한 느티나무 그늘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2004.7 광양환경운동연합 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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