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자 - 악함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EBS 오늘 읽는 클래식
배기호 지음,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기획 / EBS BOOKS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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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은 사람을 사랑하기는 것이기에 친함으로 표현되고,

의는 이치에 합당한 것이기에 실천하면 두루 통하고,

예는 절도가 있기에 인과 의를 모두 이룰 수 있다.


"순자"는 대략 2300여 년 전 중국의 전국시대 유학자인 순자가 자신의 사상을 집대성한 책이다. 즉, 그의 이름이자 그가 낸 책 이름이다. 중국 고대 유학자라 하면 유학의 창시자인 공자와 성선설의 맹자 외엔 그다지 생각나는 철학자는 없다. 다만 윤리 교과 공부를 열심히 한 사람이라면 인간의 본성은 악하다는 성선설을 주장한 토마스 홉스와 순자를 떠올릴 것이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는 성악설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진 순자의 사상에 대해 저자 배기호씨가 알기 쉽게 자세히 설명한 책이다. 걸출한 유학자인 그가 왜 후대 유학자들에게 온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비난을 받았는지, 저자는 순자가 중요시했던 '예(禮)'와 유학에서 강조하는 '인(仁)', '의(義)'가 무엇인지, 왜 그러한 것들을 실천해야 하는지 그 당시와 현대를 비교해서 설명한다.

저자 배기호씨는 순자의 철학사상을 독자들이 최대한 쉽게 이해하는 걸 목표로 삼았다고 한다. 그는 서양철학과 달리 동양철학을 텁텁한 먼지내 나는 고리타분한 학문으로 취급하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순자가 남긴 사상에서 현재 우리가 직면한 개인, 사회문제의 해답을 독자 스스로 찾길 바라는 마음에 이책을 집필했다라며 소갯글에 전하고 있다.

책은 순자가 낸 '순자'에 대한 것을 읽기 전 순자가 살던 당시(2300여 년 전) 중국의 시대 상황(전국시대)과 유행하던 사상과 학자에 대한 것들을 간단히 알려준다. 가령 순자가 혼란의 주체를 누구로 상정했고, 그런 혼란이 일어난 원인은 무엇 때문인지 그리고 어떻게 그 혼란을 해결할지를 사람과 자연(하늘)로 자신이 주장한 성선설을 설명한다.

본성의 현상이 악하니 각자가 그 악함을 선으로 변화시킨다면 선한 세상을 만들 수 있다.

혼란은 악이다. 하지만 하늘(자연)은 순리일 뿐이고, 혼란은 인간이 초래한다.

본성은 겉이 아닌 내면에 숨겨져 있기에 외면에 나타난 태도로 사람을 판단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禮' 즉, 인간이 지켜야 할 도리와 태도를 배워 군자에 이르게 되면 혼란(악)한 세상은 질서정연함이 실현된 세상(선)이 된다.



유학계의 이단아로 불리는 순자(순황)는 전국시대 말기 조나라 사람이다(기원전 298년). 그는 유학을 근본으로 하는 학자였지만, 유가사상의 왕도정치(무력이 아닌 덕(德)으로 사람을 복종시키는 정치)보단 혼란한 상황(전국시대)을 타파하기 위해 패도 정치(무력을 바탕으로 혼란 제압)를 그의 사상에 가미하는 유연함을 보인다. 그리고 무력으로 안정된 상황을 유지하기 위해서 제자백가의 법가사상이 필요하다 주장했었다. 이로 인해 후배 유학자들에게 순자가 비난을 받게 된 것이다.. 게다가 그의 제자 한비자는 법가사상(도덕보단 법을 통한 형벌로 나라를 다스린다)을 집대성한 인물이기 때문에 후대 유학자들에게 순자의 유학자로서의 입지가 더욱 흔들렸다.

하지만 순자는 예(禮)를 내세웠지, 법(法)을 우선하지 않았다. 그는 법가사상은 법과 같은 일차원적인 통치는 세상을 더욱 혼란케 하는 것이라 비판하며 그들의 사상은 세상을 다스리는 기준이 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인의와 예에서 혼란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며 유가사상의 정당성과 중요성을 강조했다.

"순자"는 기본적으로 혼란한 세상을 안정케하는 방법을 연구한 책이다. 본성이 악한 인간이 악으로 흐르지 않고, 선이 되기 위해서 왜 인의와 예를 행해야 하는지. 그리고 왕과 위정자들, 소위 말하는 지배층이 지녀야 할 기본적인 덕목들에 대한 가르침이 들어있다. 소인에게 미혹되어 불편부당하지 말것을 당부한다.

각자의 역할에 충실할 것을 강조한다. 왕은 왕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백성은 백성다워야 한다. 禮는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역할을 다함으로써 만물 즉, 혼란한 세상은 안정되고 평화를 이룰수 있다.

혼란의 원인인 사람의 내면

순자는 사람은 본성, 감정, 욕구, 마음이라는 내면의 행태에 따라 소인과 대인(군자)으로 나뉜다고 했다. 사람의 본성은 감정의 반응으로 생기는 욕구로 인해 악으로 흐를 수밖에 없기에 스스로 선한 삶을 살기 위해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겉모습을 꾸미기 위해 속마음을 도구로 전락케하는 소인이 아닌 내면과 외부가 같은 대인이 되어야 禮를 실천할 수 있다.

이어 현명한 군왕(지도자)가 필요한 이유와 사람의 도리 그리고 왕도가 아닌 패도를 어떤 때에 사용해야 되는지 등 예를 지닌 군자가 지켜야 할 것들이 쉽게 설명되어 있다. 또한 순자의 '예' 사상을 현시대에 적용했을 때 과연 순자 사상이 현대인에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변화해야 할지 저자 배기호씨 의견이 들어가 있다.


책"순자"에 들어있는 내용을 간단히 축약하자면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침들이 들어있는 일종의 지침서같은 책이다. 물론 지도자가 지켜야 할 덕목이나 정치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있지만 이 책은 궁극적으로는 禮를 지키며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책이다.

어찌 보면 고등교육과 방대한 정보에 익숙해진 현대인에게는 당연한, 지루한 지침들이지만, 고대 중국 사람들에겐 혁신적인 사상이었다. 오죽하면 유학계의 이단아로 불리겠는가.

자신을 혼란케하는 욕구에 갈피를 잡기 힘든 분이 있다면, 막연히 알고만 있던 '예'를 배워 '군자'에 이르는 순자의 가르침을 읽어보길 추천합니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책으로 주관적으로 리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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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의 탄생
김민식 지음 / 브.레드(b.read)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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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의 들판 위 오두막부터

르코르뷔지에의 호숫가 집까지

"집의 탄생" 표지를 보면 우리나라 전통 한지의 그것, 즉 누굴한 느낌이 보일 것이다. 평소 우리가 접하는 노트의 매끄러운 미끈함이 아닌 식물의 섬유질이 남아있는 투박한 질감이 있는 표지다.

책의 내용 역시 그렇다. 작가 아니 목재상을 40여 년간 해온 집쟁이의 나뭇결을 닮은 투박한 감성이 고스란히 책 곳곳에 들어있다.

김민식 작가는 강원도 산골에 목공소를 짓고, 대략 20여 년간 이십여 채의 주택을 지어 왔다고 소개 글에 자신을 소개했다. 이 부분을 읽고 작가 직업은 목수라고 미리 짐작했었다. 하지만 첫 장을 넘기고 앞으로 읽어갈수록 이분의 직업은 목수가 아니라 집을 파는 사람이란 걸 깨달았다.

소위 목수라 함은 장차 지을 집의 땅을 살피고, 큰 기둥을 깎아 지붕 위에 대들보를 올리는 그런 사람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책에는 대패질하는 그런 목수다운 부분은 보이질 않는다.

"집의 탄생"은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집에 사는 것과 보는 것 그리고 그 안에 머무는 것에 대한 이야기로 이 책을 채워져있다.

이 책은 집(토굴, 귀틀집, 너와집, 움집 등), 유명건축물(낙수장, 로스 하우스 등)을 대한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다만, 온전히 집을 구성하는 목재, 형태가 주된 이야기는 아니다. 유명한 화가, 소설가, 건축가의 신변에서 그가 어떤 집에서 태어났고, 살았는지. 그리고 죽음 이야기 끝에는 항상 그의 집 이야기가 따라붙는다.

집이 사람을 말한다.

김민식 작가는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읽고, 주요 이야기보단 주인공과 주변 인물이 살았던 19세기 후반 러시아 상류사회의 집 구조에 더욱 집중해서 이야기한다. 그는 소설, 영화, 그림, 예술작품에서 나오는 집이 어떤 형태와 구조로 이루어졌고, 그러한 모양새의 집이 왜 거기에 지어졌는지를 궁금해한다. 가령, 기후에 따른 집 구조의 유사성(한반도의 산간 지방 오두막과 캄차카반도의 오두막), 시간의 흐름에 따른 건축물의 역할 변화(적을 막기 위해 지어진 성벽이 이제는 유명 관광지) 등 단순히 주거를 위한 건축물이 아닌 따뜻한 온기와 인과를 부여했다.

작가는 집에는 '어머니'란 존재가 있기에 온기가 있고, 세상에 서사가 이루어진다고 믿었다. 르코르뷔지에, 주몽, 한석봉, 이이, 융 등 수많은 철학자와 문학가, 건축가는 어머니의 사랑 즉, 가족애로 바탕으로 그들의 역량이 빛을 발했다고 말한다. 다소 억지로 느껴질 수 있겠지만 책을 읽으면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집에는 늘 어머니가 살아 계신다.

집은 어머니다.

그리고 김민식 작가는 많은 평론가들이 한탄하는 아파트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책이 이어지는 흐름을 보면 아무런 멋없는 콘크리트 덩어리를 혐오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의외로 아파트를 나쁘게 보고 있지 않았다. 그는 우리나라 사람이기에 공동체 삶의 교양과 질서를 유지하며 서로 유대하며 잘 살아오고 있다고 평했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미술, 건축, 문학, 지형, 역사에 대한 작가의 질식할 듯한 지식에 놀라다가 그의 직업을 다시 한번 깨닫는 순간이 있었다. 훌륭한 건축물을 칭할 때 사용하는 "신은 디테일 안에 계신다"라는 말을 디테일은 비용으로 이루어진다고 주장했을 때 왠지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다소 세속적으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사실인데 어쩌겠는가.

이외에도 집 명칭의 시대적 변천, 집이 지닌 상징성, 작은 집에 대한 로망 등이 작가의 박식한 지식을 배경으로 짜임새 있게 채워져 있다.


솔직히 말하면 책 표지만 보고 읽기 쉬운 책이라 착각했다. 유명한 건축물, 집 등의 일러스트가 삽입되어 있고 글자는 드문 그런 책을 예상했다. 예상대로 다양한 집과 건축물의 일러스트가 삽입되어 있었지만, 생소한 인문, 예술, 역사, 철학이 나를 어지럽게 했다. 유명한 화가나 철학자도 나오지만 이전에 들어보지 못한 생소한 인물이 나올때면 내 교양 범위의 한계를 체감하게 했다.

집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 유명 건축물의 뒷이야기, 아니면 유명 화가나 철학자의 집 이야기가 궁금한 분에게 추천한다. 질식할 것 같은 지식의 쓰나미가 당신을 덮치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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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살만한 가치가 있는 걸까 - 윌리엄 제임스의 운명과 믿음, 자유에 대한 특별한 강의
윌리엄 제임스 지음, 박윤정 옮김 / 오엘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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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감성을 거두어라!

지나치게 불평하는 것도, 넘치는 열광도 멈춰라!

감정에 휩쓸리는 바보짓을 그만두고 사람답게 '일'하기 시작하라.

"삶은 살만한 가치가 있는 걸까"

보이지 않는 종착역을 향하며 이름 모를 간이역에서 오지 않는 기차를 기다릴 때 이런 생각이 들까? 아니면 지리한 장마에 잠들지 못하는 밤에?

막막한 절망 속에서 필사적으로 답을 구하려 절대자에게, 친구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갈구하는 질문을 던져본 적이 있나? 아니면 받아본 적은? 그래서 상대에게 명쾌한 대답을 해준 적은?

확신하건대 명확한 답을 찾은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삶의 근원적이고 추상적인 가치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학문? 사색? 확답은 어렵다. 그래서 이 책 역시 난해하다. 19세기 미국의 종교인이자 철학자, 심리학자인 윌리엄 제임스의 삶에 대한 독창적인 통찰과 철학이 담겨 있는 이 책은 철학적 지식과 종교적 지식이 부족한 나를 상당히 난감하게 했다. 이 책은 1884년, 1895년, 1896년에 하버드와 예일대, 브라운 대학에서 신학과 철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대상으로 강연한 내용이다. 때문에 '설교'적 색채가 짙은 책이다.

윌리엄 제임스는 19세기 미국 심리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학자이자 실용주의 철학자다. 그는 우리가 흔히 아는 '의식의 흐름'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이다.

'의식'을 한마디로 정의하기엔 애매하고 어렵다. 정신? 자아? 무엇으로 정의해야 할지 생각보다 간단치 않다. 현상학적 관점에서 의지는 인식과 능동적 경험 덩어리, 흐름 그리고 대상을 향한 인식으로 설명한다. 간단히 말하면 자아를 깨달아 쌓은 경험으로 흘러가는 의식을 직관하여 대상을 인지하는 것을 의식이라고 지칭한다.

이 책에선 '의식'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드러나진 않지만, 잠재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믿음, 의지, 의심, 자유 대한 부분에서 간접적으로 드러나 있다.


이 책은 앞서 언급한 대로 대학에서 신학과 철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종교적 색채가 상당 부분 가미되어 있다. 때문에 종교 즉, 성경에 대한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부분이 많다. 그리고 유명 철학자나 문학가의 이론이나 철학으로 제임스 윌리엄의 독창적인 시각과 통찰을 설명하고 있다.

위의 목차처럼 이 책은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첫 부분 삶은 살만한 가치가 있는 걸까는 하버드 대학교에서 강의한 것으로 삶에 비관적인 자살을 생각하는 이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 실려있다. 삶을 포기하려는 자를 무엇으로 설득해야 할지, 삶에 대한 자세나 태도 등을 설명하고 있는데 그의 설명을 이해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다르게 말하면 가독성이 떨어진다. 인문학이나 철학 그리고 종교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면, 이 책에 사용된 용어(영지주의, 불가지론, 우주, 유감 등)를 이해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는 낙관과 비관이 지닌 기질을 설명하면서, 자살을 결심한 사람을 삶과 과연 화해시킬 수 있까 하는 질문으로 독자의 머릿속을 어지럽게 한다. 그는 그 당시 미국 내 자살률을 언급하면서, 사람들의 세상의 부분적 편린을 신봉하는 태도를 지적한다. 그는 염세주의자들의 얕은 생각이 불러온 병은 단순히 타인의 충고로 해결되지 않고, 그들을 병들게 한 어중간한 생각에 머물러 있지 말고 더욱 깊은 사색과 통찰 즉, 의지로 자신을 치유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그는 우울과 혼란에 빠진 사람들을 종교적인 이유를 들어 설명했는데, 이들은 모순적 집착과 갈망으로 자연 즉, 세상이 보여주는 진리에 접근할 만큼 통찰과 사색이 충분치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자연이 보여주는 사실 너머까지 들여다보는 단계에 이르지도 못한 채, 세상과 운명을 원망하며 우울에 빠져 절망에서 허우적댄다고 설명했다.

윌리엄 제임스는 사람들 신념을 부정케 하는 의미 없는 잡담이 피워내는 소극성과 두려움, 불확실성에 목을 매지 말고 사람들이 아직 보지 못한 가능성(가치)의 믿음에 집중하라고 했다.

삶을 두려워하지 말라. 삶이 살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어야 한다.

그러면 그 믿음이 삶의 가치를 창조하게 도와줄 것이다.

이후 두 번째와 세 번째 부분에선 자유와 의지, 우연, 경험주의, 객관과 주관, 가정, 유감 등으로 믿으려는 의지와 결정론의 딜레마를 윌리엄 제임스의 셈세한 논리와 다양한 인문학 지식을 기반으로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그는 어떻게 왜 무엇을 믿어야 하는지 모르지 사람들에게 믿음에 대한 논거와 믿음을 향한 여정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변수들의 예를 들어가며 친절히 설명했다. 그는 어긋난 확신과 믿음으로 확고부동한 진실이라는 권위로 고집을 부리는 관념적 경험주의자를 경계해야 하고 죽은 가정 즉 강요된 선택을 피하라 경고했다.

그리고 아울러 현실에서 각인된 지식(편견, 선입견)으로 진리를 탐구해, 노력하면 '진리'에 닿을 수 있다는 고집 역시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책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논리적 모순에 빠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고집과 집착, 열망으로 잘못된 선택을 하지 말라고 했는데 어느 순간 열망이 확신으로 변해 결국 진실이 된다는 구절을 읽으면 머릿속이 어지러워진다. 책에 나열된 생소한 지식과 용어에 잠시 멍해진 사이 저자의 논조를 놓치고 앞의 내용을 망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래서 펜으로 메모하고 체크를 하며 글을 읽었지만, 한 번에 이해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윌리엄 제임스는 믿음을 설명하면서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합리적인 사람인가? 신이 있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에 신이 없다? 아무런 증거가 없기 때문에 신을 불신할 건가? 허면 증거가 없다 해서 가만히 주저앉아 있는 게 합리적인 태도인가?

사람들은 본능적인 의구심으로 보이지 않는 절대적인 진리를 찾기를 원한다. 하지만 오류(실패)를 두려워하여 티끌만 한 사실에 안주하고 만다.

저자는 말한다. 예정된 것은 없다. 세상은 기계가 아니다. 아슬한 추가 기우뚱거리는 것처럼 진리를 탐구하라.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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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의 대화
서경희 지음 / 문학정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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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처럼 혼자 남겨질까 봐 두려웠다.

지독한 허기가 밀려왔다.

아담하고 예쁜 자그마한 책이 내게 왔다.

두툼한 질감이 느껴지는 다소 검붉은 겉지를 손으로 더듬거리면 자잘한 격자무늬가 도들 하게 손끝을 간질이고, 정갈히 붙인 스티커 같은 튤립에 손을 올리면 겉지와는 다른 매끈한 촉감이 아까완 다른 생경함을 내게 준다.

서경희 작가는 이 소설 '꽃들의 대화'를 오랜 시간 구상하며 여러 번 고쳐 썼다고 글 말미에 고백했다. 분량이 짧은 읽기 쉬운 단편소설이지만 화려하지만 담백한 표지와 예쁜 일러스트로 가득한 꽃 같은 책을 꿈꿨다고 한다.

지금은 아니지만 잠시 한때 손바닥만 한 메모장을 애용한 적이 있다. 그때 나름 메모하는 습관을 기른다며 그럴듯한 명언, 책 구절, 공부 계획 등을 적는 그런 설레발을 치곤했었다. 지금은 집안 어딘가를 찾아보면 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채 나를 원망하고 있을... 낡은 메모장을 떠올리게 하는 책이다.

택배 포장지를 찢어 빠알간 수첩 같은 책을 엄지와 검지, 약지로 하찮게 집고 의아해했다. 이런 사이즈의 소설책도 있구나. 일반 규격의 책에 익숙했던 내겐 익숙지 않았다. 그리고 소설책에 삽입되어 있는 소녀감성의 일러스트 역시 낯설었다. 그동안 읽었던 책은 보는 것만으로도 어지러운 작은 활자가 빼곡히 나열되어 있는 그런 퍽퍽한 책이었는데 이렇게 말랑하고 달콤함을 풍기는 책은 이제껏 멀찍이 방관해 왔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넘겨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의구심이 든다. '뭐지?' 처음엔 작가의 유년 시절 이야기로 시작한다. 늑대가 키운 소년이 연상되는 그런, 작가는 꽃을 좋아하는 소녀였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다소 독특한 아이였음을 고백한다. 아마도 생활고로 인해 할머니와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보냈던 작가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아빠와 엄마 그리고 동생이 있는 도시로 향한다. 이 부분을 읽을 때 기분이 약간 거슬렸다. 멀쩡한 집이 있고 아빠, 엄마가 있는데 왜 큰딸인 소녀는 따로 할머니와 살았을까? 왜?

그리고 동시에 든 생각이 작가는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냈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다가 번뜩 든 생각에 다시 책을 되돌렸다. 그렇다. 이건 소설이었다. 왜 작가의 자전적인 에세이라고 착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표지에 '서경희 소설'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그리고 왜? 따로 가족과 소녀가 살았는지 이유를 생각해 보니, 그녀와 다른 가족 즉, 아빠와 동생은 서로 피붙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재혼가정. 글을 읽다 보면 그녀의 엄마는 가정적이고 따뜻한, 편견처럼 박혀 있는 엄마의 모습이 아니다. 자식보단 자신을 꾸미기 좋아하는 엄마였다.

엄마는 본인이 꽃보다 아름다워지고 싶었던 분이셨고요.

그리고 꽃이 되고 싶었던 엄마는 다시 한번...

아직 젊은데, 이렇게 예쁜데, 어떻게 나를 버릴 수 있어.

작중인물 작가는 공모전 당선으로, 대상을 노리는 연출자의 연극의 작가가 된다.

이 소설은 작가, 연출자, 규, 혜나가 주요 등장인물이다.

이들은 꽃, 벌, 나비 그리고 인간을 상징한다.

따뜻한 햇살만이 비추는 외딴 구석진 곳에 홀로 피어있는 꽃.

지나는 살 바람에도 휘청이는 연약한 꽃처럼 소심하고 서투르지만, 사람들의 질시와 조소에도 웅크리지 않고 해를 바라는 꽃처럼 꺾이지 않는 들꽃.

연습실 문 앞에서 한참을 서성였다.

향기를 뿜는 꽃은 벌과 나비를 부른다. 규와 혜나.

그리고 인간.

인간은 고난 즉, 거센 바람이다. 연약한 꽃을 꺾으려 그녀를 괴롭힌다. 바람은 그녀의 작품을 끝내 변조해 왜곡하는 태풍(대상)에 취한 바람처럼 광폭하게 휘몰아친다. 연약한 들꽃은 과연 광풍에 꺾였을까?


소설을 읽다 보면 작중 주인공인 작가가 두려워하는 게 하나 있다.

외로움.

주인공은 외로움을 불러오는 소나기를 두려워한다. 소나기가 오면, 소나기를 쫓아온 바람에 꽃잎이 떨어지고 헬륨이 가득 든 풍선이 어딘가로 날아가 버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를 찾아온 꽃잎조차 날려버리기 때문에.

표지에 은박으로 새겨져 있는 책 제목처럼 섬세한 감성을 느껴보길 원하는 사람에게 이 책 "꽃들의 대화"를 추천한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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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고 - 불안과 기만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조숙의 지음 / 파람북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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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속한 현실 너머 신성이 깃듯 저 아득한 세계,

고요와 순수의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여정

'숭고'란 단어는 대부분 삶의 희로애락을 깨치고 통달한 종교인을 추앙할 때 주로 사용한다. '숭고한 ○○○' 하지만 작가이자 조각가인 조숙의 선생님은 평범한 사람도 생을 살아가는 동안 겪는 괴로움 즉, 고통을 회피하지 않고 직면하면 숭고에 이를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고통이나 어려움을 외면하거나 제거하는 피상적인 인간은 고통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수많은 기회를 상실하게 되어 숭고에 이르기 힘들다.

조각가 조숙의(1955년 출생) 선생님은 전쟁 이후 힘들었던 어린 시절 순수하고 어색한 감성이 선생님의 작품에 어떻게 스며들었는지 책의 첫 장에 소개하고 있습니다. 홍수로 집을 잃어 한동안 지낸 허름한 천막생활, 부잣집 아이의 변덕으로 처음 접한 새하얀 도화지와 낯선 크레파스, 그리고 앎에 대한 목마름으로 무서운 줄도 모르고 나서던 새벽길....

이 책은 챕터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에는 작가의 어린 시절 이야기, 대학시절, 예술가와 예술작품 그리고 은사님 이야기, 가족 이야기가 들어있다. 첫 장은 어린 시절은 회상하고 쓴 이야기라서 담담하고 부드러운 필체로 서술되어 있지만, 두 번째 장에 들어서면 약간 난해해진다. 조각 즉, 예술에 대해 문외한이라면 작가의 추상적이고 형이상학적 문장은 명확히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특히 자코메티와 자코모 만추의 작품을 설명하는 문장을 읽을 땐 순간적으로 어질해지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예술가의 심상 세계를 평범한 사람들은 이해하기가 어렵다. 특히 머릿속에 구현되어 있는 실체화되지 않은 걸 설명해 주실 때 한글이 아닌 언어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책 속에 첨부되어 있는 그림을 보며 최대한 머릿속으로 선을 그리다 보면 모두는 아니지만 어슴푸레한 윤곽은 얼추 그려낼 수 있을 것이다.


'숭고'는 기독교적인 색채가 강한 책이다. 작가가 영감을 얻는 태도와 삶을 대하는 자세에서 엿볼 수 있다. 하지만 특정 종교를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의 내면을 꾸준히 관조하고 통찰하다 보면 자신을 절대적인 사랑으로 보듬어주는 절대자를 언젠가 만나게 될 거라고 한다.

이 책을 읽다가 덮어두고 자리에 일어서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어지럽게 하는 문장이 있었다. 고통의 불합리... 무엇으로 모순으로 다가오는 불합리를 밀어낼 수 있을까?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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