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의 탄생
김민식 지음 / 브.레드(b.read)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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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의 들판 위 오두막부터

르코르뷔지에의 호숫가 집까지

"집의 탄생" 표지를 보면 우리나라 전통 한지의 그것, 즉 누굴한 느낌이 보일 것이다. 평소 우리가 접하는 노트의 매끄러운 미끈함이 아닌 식물의 섬유질이 남아있는 투박한 질감이 있는 표지다.

책의 내용 역시 그렇다. 작가 아니 목재상을 40여 년간 해온 집쟁이의 나뭇결을 닮은 투박한 감성이 고스란히 책 곳곳에 들어있다.

김민식 작가는 강원도 산골에 목공소를 짓고, 대략 20여 년간 이십여 채의 주택을 지어 왔다고 소개 글에 자신을 소개했다. 이 부분을 읽고 작가 직업은 목수라고 미리 짐작했었다. 하지만 첫 장을 넘기고 앞으로 읽어갈수록 이분의 직업은 목수가 아니라 집을 파는 사람이란 걸 깨달았다.

소위 목수라 함은 장차 지을 집의 땅을 살피고, 큰 기둥을 깎아 지붕 위에 대들보를 올리는 그런 사람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책에는 대패질하는 그런 목수다운 부분은 보이질 않는다.

"집의 탄생"은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집에 사는 것과 보는 것 그리고 그 안에 머무는 것에 대한 이야기로 이 책을 채워져있다.

이 책은 집(토굴, 귀틀집, 너와집, 움집 등), 유명건축물(낙수장, 로스 하우스 등)을 대한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다만, 온전히 집을 구성하는 목재, 형태가 주된 이야기는 아니다. 유명한 화가, 소설가, 건축가의 신변에서 그가 어떤 집에서 태어났고, 살았는지. 그리고 죽음 이야기 끝에는 항상 그의 집 이야기가 따라붙는다.

집이 사람을 말한다.

김민식 작가는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읽고, 주요 이야기보단 주인공과 주변 인물이 살았던 19세기 후반 러시아 상류사회의 집 구조에 더욱 집중해서 이야기한다. 그는 소설, 영화, 그림, 예술작품에서 나오는 집이 어떤 형태와 구조로 이루어졌고, 그러한 모양새의 집이 왜 거기에 지어졌는지를 궁금해한다. 가령, 기후에 따른 집 구조의 유사성(한반도의 산간 지방 오두막과 캄차카반도의 오두막), 시간의 흐름에 따른 건축물의 역할 변화(적을 막기 위해 지어진 성벽이 이제는 유명 관광지) 등 단순히 주거를 위한 건축물이 아닌 따뜻한 온기와 인과를 부여했다.

작가는 집에는 '어머니'란 존재가 있기에 온기가 있고, 세상에 서사가 이루어진다고 믿었다. 르코르뷔지에, 주몽, 한석봉, 이이, 융 등 수많은 철학자와 문학가, 건축가는 어머니의 사랑 즉, 가족애로 바탕으로 그들의 역량이 빛을 발했다고 말한다. 다소 억지로 느껴질 수 있겠지만 책을 읽으면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집에는 늘 어머니가 살아 계신다.

집은 어머니다.

그리고 김민식 작가는 많은 평론가들이 한탄하는 아파트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책이 이어지는 흐름을 보면 아무런 멋없는 콘크리트 덩어리를 혐오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의외로 아파트를 나쁘게 보고 있지 않았다. 그는 우리나라 사람이기에 공동체 삶의 교양과 질서를 유지하며 서로 유대하며 잘 살아오고 있다고 평했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미술, 건축, 문학, 지형, 역사에 대한 작가의 질식할 듯한 지식에 놀라다가 그의 직업을 다시 한번 깨닫는 순간이 있었다. 훌륭한 건축물을 칭할 때 사용하는 "신은 디테일 안에 계신다"라는 말을 디테일은 비용으로 이루어진다고 주장했을 때 왠지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다소 세속적으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사실인데 어쩌겠는가.

이외에도 집 명칭의 시대적 변천, 집이 지닌 상징성, 작은 집에 대한 로망 등이 작가의 박식한 지식을 배경으로 짜임새 있게 채워져 있다.


솔직히 말하면 책 표지만 보고 읽기 쉬운 책이라 착각했다. 유명한 건축물, 집 등의 일러스트가 삽입되어 있고 글자는 드문 그런 책을 예상했다. 예상대로 다양한 집과 건축물의 일러스트가 삽입되어 있었지만, 생소한 인문, 예술, 역사, 철학이 나를 어지럽게 했다. 유명한 화가나 철학자도 나오지만 이전에 들어보지 못한 생소한 인물이 나올때면 내 교양 범위의 한계를 체감하게 했다.

집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 유명 건축물의 뒷이야기, 아니면 유명 화가나 철학자의 집 이야기가 궁금한 분에게 추천한다. 질식할 것 같은 지식의 쓰나미가 당신을 덮치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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