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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고 - 불안과 기만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조숙의 지음 / 파람북 / 2022년 6월
평점 :
비속한 현실 너머 신성이 깃듯 저 아득한 세계,
고요와 순수의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여정
'숭고'란 단어는 대부분 삶의 희로애락을 깨치고 통달한 종교인을 추앙할 때 주로 사용한다. '숭고한 ○○○' 하지만 작가이자 조각가인 조숙의 선생님은 평범한 사람도 생을 살아가는 동안 겪는 괴로움 즉, 고통을 회피하지 않고 직면하면 숭고에 이를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고통이나 어려움을 외면하거나 제거하는 피상적인 인간은 고통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수많은 기회를 상실하게 되어 숭고에 이르기 힘들다.
조각가 조숙의(1955년 출생) 선생님은 전쟁 이후 힘들었던 어린 시절 순수하고 어색한 감성이 선생님의 작품에 어떻게 스며들었는지 책의 첫 장에 소개하고 있습니다. 홍수로 집을 잃어 한동안 지낸 허름한 천막생활, 부잣집 아이의 변덕으로 처음 접한 새하얀 도화지와 낯선 크레파스, 그리고 앎에 대한 목마름으로 무서운 줄도 모르고 나서던 새벽길....
이 책은 챕터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에는 작가의 어린 시절 이야기, 대학시절, 예술가와 예술작품 그리고 은사님 이야기, 가족 이야기가 들어있다. 첫 장은 어린 시절은 회상하고 쓴 이야기라서 담담하고 부드러운 필체로 서술되어 있지만, 두 번째 장에 들어서면 약간 난해해진다. 조각 즉, 예술에 대해 문외한이라면 작가의 추상적이고 형이상학적 문장은 명확히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특히 자코메티와 자코모 만추의 작품을 설명하는 문장을 읽을 땐 순간적으로 어질해지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예술가의 심상 세계를 평범한 사람들은 이해하기가 어렵다. 특히 머릿속에 구현되어 있는 실체화되지 않은 걸 설명해 주실 때 한글이 아닌 언어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책 속에 첨부되어 있는 그림을 보며 최대한 머릿속으로 선을 그리다 보면 모두는 아니지만 어슴푸레한 윤곽은 얼추 그려낼 수 있을 것이다.
'숭고'는 기독교적인 색채가 강한 책이다. 작가가 영감을 얻는 태도와 삶을 대하는 자세에서 엿볼 수 있다. 하지만 특정 종교를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의 내면을 꾸준히 관조하고 통찰하다 보면 자신을 절대적인 사랑으로 보듬어주는 절대자를 언젠가 만나게 될 거라고 한다.
이 책을 읽다가 덮어두고 자리에 일어서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어지럽게 하는 문장이 있었다. 고통의 불합리... 무엇으로 모순으로 다가오는 불합리를 밀어낼 수 있을까?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