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자 - 악함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EBS 오늘 읽는 클래식
배기호 지음,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기획 / EBS BOOKS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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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은 사람을 사랑하기는 것이기에 친함으로 표현되고,

의는 이치에 합당한 것이기에 실천하면 두루 통하고,

예는 절도가 있기에 인과 의를 모두 이룰 수 있다.


"순자"는 대략 2300여 년 전 중국의 전국시대 유학자인 순자가 자신의 사상을 집대성한 책이다. 즉, 그의 이름이자 그가 낸 책 이름이다. 중국 고대 유학자라 하면 유학의 창시자인 공자와 성선설의 맹자 외엔 그다지 생각나는 철학자는 없다. 다만 윤리 교과 공부를 열심히 한 사람이라면 인간의 본성은 악하다는 성선설을 주장한 토마스 홉스와 순자를 떠올릴 것이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는 성악설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진 순자의 사상에 대해 저자 배기호씨가 알기 쉽게 자세히 설명한 책이다. 걸출한 유학자인 그가 왜 후대 유학자들에게 온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비난을 받았는지, 저자는 순자가 중요시했던 '예(禮)'와 유학에서 강조하는 '인(仁)', '의(義)'가 무엇인지, 왜 그러한 것들을 실천해야 하는지 그 당시와 현대를 비교해서 설명한다.

저자 배기호씨는 순자의 철학사상을 독자들이 최대한 쉽게 이해하는 걸 목표로 삼았다고 한다. 그는 서양철학과 달리 동양철학을 텁텁한 먼지내 나는 고리타분한 학문으로 취급하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순자가 남긴 사상에서 현재 우리가 직면한 개인, 사회문제의 해답을 독자 스스로 찾길 바라는 마음에 이책을 집필했다라며 소갯글에 전하고 있다.

책은 순자가 낸 '순자'에 대한 것을 읽기 전 순자가 살던 당시(2300여 년 전) 중국의 시대 상황(전국시대)과 유행하던 사상과 학자에 대한 것들을 간단히 알려준다. 가령 순자가 혼란의 주체를 누구로 상정했고, 그런 혼란이 일어난 원인은 무엇 때문인지 그리고 어떻게 그 혼란을 해결할지를 사람과 자연(하늘)로 자신이 주장한 성선설을 설명한다.

본성의 현상이 악하니 각자가 그 악함을 선으로 변화시킨다면 선한 세상을 만들 수 있다.

혼란은 악이다. 하지만 하늘(자연)은 순리일 뿐이고, 혼란은 인간이 초래한다.

본성은 겉이 아닌 내면에 숨겨져 있기에 외면에 나타난 태도로 사람을 판단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禮' 즉, 인간이 지켜야 할 도리와 태도를 배워 군자에 이르게 되면 혼란(악)한 세상은 질서정연함이 실현된 세상(선)이 된다.



유학계의 이단아로 불리는 순자(순황)는 전국시대 말기 조나라 사람이다(기원전 298년). 그는 유학을 근본으로 하는 학자였지만, 유가사상의 왕도정치(무력이 아닌 덕(德)으로 사람을 복종시키는 정치)보단 혼란한 상황(전국시대)을 타파하기 위해 패도 정치(무력을 바탕으로 혼란 제압)를 그의 사상에 가미하는 유연함을 보인다. 그리고 무력으로 안정된 상황을 유지하기 위해서 제자백가의 법가사상이 필요하다 주장했었다. 이로 인해 후배 유학자들에게 순자가 비난을 받게 된 것이다.. 게다가 그의 제자 한비자는 법가사상(도덕보단 법을 통한 형벌로 나라를 다스린다)을 집대성한 인물이기 때문에 후대 유학자들에게 순자의 유학자로서의 입지가 더욱 흔들렸다.

하지만 순자는 예(禮)를 내세웠지, 법(法)을 우선하지 않았다. 그는 법가사상은 법과 같은 일차원적인 통치는 세상을 더욱 혼란케 하는 것이라 비판하며 그들의 사상은 세상을 다스리는 기준이 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인의와 예에서 혼란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며 유가사상의 정당성과 중요성을 강조했다.

"순자"는 기본적으로 혼란한 세상을 안정케하는 방법을 연구한 책이다. 본성이 악한 인간이 악으로 흐르지 않고, 선이 되기 위해서 왜 인의와 예를 행해야 하는지. 그리고 왕과 위정자들, 소위 말하는 지배층이 지녀야 할 기본적인 덕목들에 대한 가르침이 들어있다. 소인에게 미혹되어 불편부당하지 말것을 당부한다.

각자의 역할에 충실할 것을 강조한다. 왕은 왕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백성은 백성다워야 한다. 禮는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역할을 다함으로써 만물 즉, 혼란한 세상은 안정되고 평화를 이룰수 있다.

혼란의 원인인 사람의 내면

순자는 사람은 본성, 감정, 욕구, 마음이라는 내면의 행태에 따라 소인과 대인(군자)으로 나뉜다고 했다. 사람의 본성은 감정의 반응으로 생기는 욕구로 인해 악으로 흐를 수밖에 없기에 스스로 선한 삶을 살기 위해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겉모습을 꾸미기 위해 속마음을 도구로 전락케하는 소인이 아닌 내면과 외부가 같은 대인이 되어야 禮를 실천할 수 있다.

이어 현명한 군왕(지도자)가 필요한 이유와 사람의 도리 그리고 왕도가 아닌 패도를 어떤 때에 사용해야 되는지 등 예를 지닌 군자가 지켜야 할 것들이 쉽게 설명되어 있다. 또한 순자의 '예' 사상을 현시대에 적용했을 때 과연 순자 사상이 현대인에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변화해야 할지 저자 배기호씨 의견이 들어가 있다.


책"순자"에 들어있는 내용을 간단히 축약하자면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침들이 들어있는 일종의 지침서같은 책이다. 물론 지도자가 지켜야 할 덕목이나 정치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있지만 이 책은 궁극적으로는 禮를 지키며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책이다.

어찌 보면 고등교육과 방대한 정보에 익숙해진 현대인에게는 당연한, 지루한 지침들이지만, 고대 중국 사람들에겐 혁신적인 사상이었다. 오죽하면 유학계의 이단아로 불리겠는가.

자신을 혼란케하는 욕구에 갈피를 잡기 힘든 분이 있다면, 막연히 알고만 있던 '예'를 배워 '군자'에 이르는 순자의 가르침을 읽어보길 추천합니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책으로 주관적으로 리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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