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삶의 모든 면을 통제하던 남편 헨리가 죽고도 그에게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 조용하고 심약한 메그, 화려한 패션감각의 소유자이자 남모를 비밀을 갖고 있는 대프니, 호탕한 웃음소리과 당당한 태도를 보이지만 자메이카에 두고온 딸과 교사 시절 만난 학생과 관련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그레이스. 그동안의 인생에 접점이 없어 보이던 일흔이 넓은 세 여자. 그저 필라테스 강좌를 함께 듣는 사이였던 이들은 카페에 모여 있다가 니나라는 아이를 만난다.
한눈에 니나를 구해야 한다는 걸 알아본 세 사람. 아이가 숨자마자 카페로 들어와 '딸'을 찾던 험악한 남자로부터 할머니들은 거짓말로 니나를 지켜낸다. 그리고 가까운 메그네 집에서 아이를 보살피려고 한다. 니나를 보호하려는 마음 하나로 움직이지만, 니나는 이 험악한 남자 '두꺼비'에게 다시 잡혀가고 말고, 이 온순한 세 할머니는 니나를 구하기로 결심한다. 그러기 위해선, 두꺼비를 죽여야한다. 살인에는 초보지만, 인생에선 초보가 아닌 할머니들의 대담한 선택이다.
니나를 구하는 여정에서, 네그와 그레이스, 대프니는 자연스럽게 서로를 이해하고 연대하게 된다. 일흔이 넘은 여자들이 겪는 공감대부터 각자가 갖고 있는 트라우마까지. 스스로의 속도로 말하고 또는 기다려주며 발을 맞춰나간다. 그 과정에서 그레그, 수재나, 데스 등이 합류하며 "늙은 흑인 여자 두 명, 노숙인 두 명, 전과자 한 명"은 제각각의 형태로 용기를 보여준다. 아주 작고 사소한 용기라도 낼 줄 알아야 하는 법이다.
후반부에 메그가 납치됐을 때는 살짝 늘어지는 감이 들긴 했다. 이미 두번이나 니나를 구하기 위해 시도했고, 마무리되려던 찰나 굳이 메그가 그곳에 잡혀가서 나오는게 필요했을까? 싶었던...그냥 안전한 곳에서 네 사람의 대화도 보고 많이 보고 싶었는데. 물론, 말이 아니라도 설명되는 무언가가 있긴 하지만. 마치 드라마처럼 세사람, 그리고 니나까지 과거와 트라우마가 반복되어 조금씩 나오기 때문에 한번씩 곱씹어야 온전히 이해가 가능할 때도 있다. 개인적으로 '호'라고 느낀 것은 이들이 겪은 일들을 말할 때 직접적인 묘사를 최대한 자제한다는 점(그래서 말이 길어질수도 있다). +나무를 보고 추리하는 부분이 특히 좋아서, 더 부각되지 않은게 아쉬울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