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있던 것과 싸우는 사람, 긴즈버그 전 미국 연방대법원 대법관의 타계 1주기에 맞춰 출간된 그의 기록. 그녀는 재판의 다수 의견과 반대되는 소수 의견을 자주 내기도 했고, 다수 의견에 첨언한 동의 의견도 냈으며 대법관 이전 시절에도 수차례 의견서를 제출했다. 긴즈버그의 원칙은 단 하나다. '타고난 것에 대한 차별의 부재'. 주류에서 벗어난 집단도 사회에 온전히 참여할 수 있도록 선례도 없고, 헌법상 문제없는 판결이라도 자신의 원칙을 지켜 논리정연한 글을 작성한다.
제 1부 성평등과 여성의 권리
제 2부 임신출산의 자유
제 3부 선거권과 시민권
<리드 대 리드> 사건의 항소 의견서로 시작해 여러 조언자 의견서, 다수 의견, 소수 의견, 동의 의견으로 이루어진 3부의 구성. 긴즈버그는 몇 십년간 치열하게 법 앞에서 '시대의 차별'을 정의한다. '부분 출산 임신 중지 금지법'을 지지한 곤잘러스 대 카하트 소수의견, 장애인법의 법적 근거에 따라 판결난 옴스테드 대 L.C. 다수 의견, 버지니아 사관학교 사건은 특히 인상깊다. 차별의 정의에 대해 그만큼 심도높은 고민을 하는 사람을 찾기란 어려워 보인다. 대체로 수정헌법 5조 또는 14조 평등보호조항에 반한 차별을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때로는 '약자 우대' 또는 '평등 보호'로 보이는 판결에 반대하기도 한다.
심지어 차별이 차별인지도 모르던 때, 정확히 그 사실을 집어내는 그의 시선은 올곧다. 코리 브렛슈나이더의 해설과 함께 읽기 쉽도록 편집된 책은 안 그래도 논리정연한 그의 주장을 깔끔하게 되짚도록 만든다. 특히 3부에 등장하는 판례들의 경우 현재의 역차별 논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현실에서 여러 판결들을 보고, 입법과 개정 과정에서 일어나는 패싸움(...)을 보고 있노라면 이걸 대체, 왜, 굳이, 설명해야 하나 싶은 상황이 많다. 긴즈버그는 얼마나 그런 상황을 많이 맞딱뜨렸을까. 그럼에도 긴즈버그는 '법'의 정의를 위해 말과 글로 지치지 않고 싸웠다. 진정한 평등을 위해 올바른 선례를 남기고자 한 그의 노력이 조금도 헛되지 않은 세상이 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