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 아렌트의 글은 (적어도 나에게) 어렵다. 정리해놓은 요약본이나 개념만 볼 때는 오히려 뚜렷하게 다가오는데 막상 그녀의 저술을 읽고 있으면 방대한 지식의 양과 영역, 그리고 수많은 부사에 침몰당하는 기분이 든다. 단순히 번역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그가 남긴 수많은 표현들은 주술이 일치가 되나 싶을만큼 어렵고 길다. 그래서 이 책 자체도 한 번 읽은 자체만으로 오롯이 이해했다고는 하지 못하겠다. 다만, 그녀의 책을 또 읽고 있을 나의 다음을 위해 남겨놓는 요약본 정도로 하겠다.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체로 유럽국가의 어두운 시대(1차 세계대전 전후)를 살아낸 사람들이지만 한나 아렌트와 역자가 모두 언급하듯 어두운 시대는 언제나 존재한다. 그들과의 우정, 그들의 정치적 사유, 그리고 휴마니타스(인간애)에 대해 전기에 가까운 평론, 에세이, 강연 등을 통해 중점적으로 말하고 있다. 참고로, 이 책에서 한나 아렌트가 의미하는 휴마니타스는 "자신의 삶과 인격을 공공영역으로의 모헝에 바치면서 획득할 수 있는 것(161p)"으로 정의되며 주관적인 생각이나 사적 영역에 관한 것이 아닌, 책임을 증명해야 함을 의미한다.
한나 아렌트의 책인만큼,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유대인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되어 있으며 그 중에서도 아렌트가 느끼기에 자의식을 가진 사람들이다. 특히 발터 베냐민의 생의 마지막에 대한 묘사는 19c 유대계 지식인이 처한 씁쓸한 현실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어두운 시대를 살아낸 그들에게는 밝음과 어두움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이 책에서 한나 아렌트는 대놓고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열다섯명의 인물을 소개하지만, 사실 전기를 가장한 그녀의 이야기로 봐도 무방하다. 이를 고려해 공공영역에서의 정치적 사유, 예술과 문학, 그리고 우정과 휴마니타스라는 세가지 분류로 인물들의 설명을 구분해서 살펴봤다. 물론 겹치는 영역이 아주 많아서 뚜렷한 구분은 아니지만 읽는 나의 편의를 위해서 카테고리화가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