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저렇게 살다보면 한 번이라도 이토록 걱정 없는 시간을 가지지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모른다.
휙 떠나와서, 제법 온전히 마음을 쏟아 쉬어가는 89일이라니.210p
누군가는 이 책을 읽고 조금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태국에서 한달살기', '치앙마이에서 세달 살기 꿀팁' 같은 정보를 기대했다면 더더욱. 사실 한국에서 놀러온 여러 지인들의 아마추어 가이드를 했다는 내용이 나올 정도로 며칠만 여행을 가도 할 말이 많은데 얼마나 구구절절 담을 정보가 많았겠는가. 그러나 이는 요즘 세상에 인터넷만 뒤져도 나올 정도고 그것보다 율리와 타쿠의 꼼꼼한 일상기록이 더욱 흥미로웠다. 돈므앙 공항에 내리는 순간 택시운전사 에피소드부터 집주변의 시장, 마트 구경까지 말그대로 '일상'인.
그 결정은 세상에서 이야기하는 '정답'과는 거리가 멀다. 현실에서 누군가 그녀와 같은 결정을 했다면 주변 사람들이 나무랐을지도 모를 결정.
하지만 그녀의 말처럼, 잘못한 결정이 올바른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그리고 그런 가능성을 본다면 잘못한 결정은 더 이상 잘못한 결정이 아니다. 그래서 항상 바라왔듯, 이번 겨울은 따뜻한 곳에서 보내기로 했다. '가봤자 크게 달라질 건 없다'느니 '갔다 와선 어쩔 거야'라는 말들로 마음속 어딘가에 우겨넣어 버렸던 마음을 꺼낼 날이 왔다. 이직이 아닌 다른 기차를 타는 것은 우연을 만들어 내기 위한 필연적인 선택인 거라고.
그 기차에 올라탄 내가 끝끝내 어떤 목적지에 내리게 될지는 물론, 두고 봐야 알 일이지만 말이다. 16p